빌보드 아티스트, 찰리푸스 에디션에 대해
2025.07.09 | by Billboard Korea
“Organic connections and attentive antennas”
우리가 사는 세계의 모든 움직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질서가 관통합니다. 단지 물리적으로 관찰되는 동작뿐 아니라, 세포 하나의 분열, 공기 중 입자의 진동, 마음속 생각의 잔물결까지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것들을 수학적 규칙과 물리적 원칙, 혹은 더 나아가 ‘우주의 리듬’이라 부를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흐름 속에서 경험합니다. 과학자들이 그것을 수식으로 풀어내려는 반면, 예술가들은 그것을 감각과 직관으로 포착하려 하죠. 그런 의미에서, 예술가란 세계의 움직임에 감응하는 가장 민감한 ‘촉수/안테나’를 지닌 존재입니다.
찰리 푸스(Charlie Puth)의 음악적 능력은 특별한 울림을 가집니다. 그는 ‘절대음감’이라는 선천적 능력을 바탕으로 세상의 무수한 소리에 깊이 공명합니다. 우리가 스쳐 지나가는 소음조차도 그에게는 멜로디의 씨앗이 되고, 무의미해 보이는 일상의 순간들조차 정교한 음악적 구조로 재해석됩니다. 마치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가 자연을 픽셀처럼 쪼개어 색의 조합으로 표현하듯, 찰리는 소리를 조각내어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냅니다.
그는 기계적인 소리와 자연의 리듬 사이에서 경계를 허물고, 기술과 감성, 계산과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음악을 만듭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미처 듣지 못했던 세계의 언어를 들려주는 번역자 같습니다. 그렇게 음악은, 보이지 않는 질서를 해석하고 공유하게 만드는 매개체로 기능하며, 우리 모두가 긴밀하게 연결된 존재임을 상기시킵니다.

세상의 모든 소리는 음악의 씨앗이 된다고 했죠. 자연의 소리 중 가장 경이로운 ‘음악적 발견’이 된 것은 무엇일까요?
가장 강렬했던 음악적 발견은, 이는 지금도 매번 새롭게 느끼는 건데,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한 누군가가 압도적으로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을 볼 때예요. 악기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거나 음악에 대한 이론적 지식이 많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놀라운 곡을 만들어내곤 하죠. 이런 일은 정말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고, 저는 항상 그 순간을 발견하기 위해 귀를 열어두고 있어요.
소음에서도 하모니를 감지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능력이 곡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곡을 완성하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는 건 확실해요. 하지만 이런 능력이 있다고 제가 다른 사람보다 더 뛰어난 작곡가인 건 아니죠. 그저 곡을 만드는 도구 상자에 하나쯤 들어 있으면 좋을 유용한 수단이랄까요.
당신에게 음악이란 감정을 해석하는 일인가요, 아니면 진동이라는 물리적 현상을 예술로 빚어내는 행위인가요?
저에게 음악은 끊임없는 긴장과 해소의 반복이에요. 긴장이 쌓였다가 풀리고, 또다시 긴장이 쌓이고···. 만약 음악이 ‘해소’만으로 이뤄져 있다면 (예를 들어 C메이저 코드만 계속 반복된다면) 그건 현실과는 거리가 있을 거예요.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니까요. 어떤 날은 아침부터 엉망일 수 있어요. 하지만 오후 들어 갑자기 모든 게 놀랄 만큼 나아질 수도 있죠. 마치 C마이너에서 갑자기 A♭메이저로 전환되는 순간처럼요.
섬세하고 미세한 소리까지 감지할 수 있다고요. 혹시 ‘침묵’ 자체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을 만든 적도 있나요?
네, 있어요. 사실 예전에 그와 관련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린 적도 있어요. 다소 장난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누구나 창작의 재능을 가지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아무런 음악적 바탕이 없더라도 말이죠.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에서 음악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세상의 모습이 있을까요?
정말 그래요.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멜로디나 가사가 사실은 수백만, 어쩌면 수억 년 전에 이미 어딘가에서 쓰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할 때가 있어요. 지금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전혀 다른 형태의 예술로 존재했을 수도 있고요. 저는 이런 상상을 자주 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이 생겨나기 전에도 그 무언가, 이를테면 ‘음악 이전의 음악’ 같은 것이 세상 어딘가 존재하지 않았을까 하고요. 그래서 제가 곡을 만들 때는, 마치 우주를 향해 안테나를 세우고, 아주 오래전, 누군가 또는 무언가와 깊이 공명했던 감정의 잔향을 포착한다는 기분을 느끼려고 해요.
논리와 감성 둘 다를 아우르는 음악을 만든다고 할 때, 이 두 요소를 어떻게 조화시키나요?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어요! 결국 어느 순간엔 그런 것들을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거든요. 예술가로서 우리의 역할은, 누군가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순간을 선물하는 것이에요. 저는 가끔 상상해요. 아직 제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멜로디를 관객이 따라 부르게 될 그날을.
시간과 리듬은 물리학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개념입니다. 그렇다면 음악에서 ‘시간’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느껴질까요?
킥 드럼 한 번, 스네어 한 번으로 누군가를 춤추게 만드는 순간, 그게 바로 제 음악 속 ‘시간’이에요. 그 리듬을 귀로 듣고 몸으로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전 그걸로 충분합니다.
기술과 자연의 소리 중, 당신에게 더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건 어느 쪽인가요?
당연히 자연의 소리죠. 기술은 그 순간을 나중에 담아내는 도구일 뿐이니까요.
아시아 투어 중에, 어떤 지역의 언어나 말투에서 음악적 영감을 받은 적이 있나요?
물론이죠. 특히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는 음악처럼 들려서 좋아요.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땐 사람들의 대화를 살짝 엿들을 때가 많죠.
팬들이 열정적인 것으로 유명하죠. 그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한국 팬들과의 순간이 있을까요?
있어요. 2016년, 한국에서 한 첫 공연 무대 중 하나인데요,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무려 3분 동안이나 쉬지 않고 환호를 보내줬어요. 단 한 순간도 함성이 줄어들지 않았죠. 정말이지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전통 악기나 지역 고유의 사운드를 현대적 팝 음악과 결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나요?
그럼요. 아마 곧 그와 관련된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거예요. :)
투어하며 머무는 도시마다 사운드 환경이 다를 텐데요. 그런 요소들이 공연에 영향을 주기도 하나요?
중요한 것은 사운드 환경 같은 기술적 측면이 아니라 ‘사람들’이에요. 그들은 주변의 분위기와 에너지를 온전히 품은 채 저와 마주할 때 그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주죠.

도시마다 악기나 음향 장비가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그럴 때는 공연을 어떻게 조율하고 적응하나요?
저는 정말 운이 좋아요. 제 생각에 저희 투어 팀은 음악계에서 최고의 팀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어느 도시를 가든 사운드가 일관되게 들릴 수 있도록 정말 꼼꼼하게 신경 써주죠. 그게 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들도 잘 알고 있고요. 스타디움같이 큰 공간에서 관객이 사운드를 더 가깝고 친밀하게 느끼게 하려면 사전 준비에 엄청나게 공을 들여야 해요. 하지만 저희 팀은 늘 그걸 목표로 한답니다.
무대 위에서 영감이 즉흥적으로 떠오른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나요?
아시아에 있을 때, 운 좋게 밴드와 함께 무대에 서는 순간은 그 자체로 저에게 큰 영감이 돼요.
공연 중 관객의 숨소리, 갈채, 환호 등이 화음처럼 느껴질 때도 있나요?
그런 적은 없지만, 듣고 보니 꽤 흥미로운 상상이네요.
빌보드는 음악의 흐름을 기록하지만, 당신은 그 흐름을 만들어가는 사람입니다. 이 둘의 차이를 당신은 어떻게 느끼나요?
곡을 만들 때는 차트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요.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았거나, 아니면 저 자신조차 아직 탐험해보지 않은 것을 만들어내고 싶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 이름이 빌보드 차트에 오를 때마다 여전히 겸허한 마음이 들어요. 그건 정말 특별한 순간이죠. 하지만, 앨범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먼저고, 축하는 그다음이라고 생각해요.

시너지를 만들어내곤 하죠. 국적이나 시대와 관계없이 꼭 한 번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특정한 한 사람만을 꼽고 싶지는 않아요. 정말 많은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존중하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을 팬으로서 즐기고 있으니까요.
빌보드 차트에서의 성공이 당신의 직감과 완벽히 맞아떨어진 순간이 있었나요?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어요. 신곡이 세상에 공개될 무렵이면, 저는 이미 그 곡이 제 삶을 잘 녹여냈는지를 돌아보고 있는 시점이거든요.
음악 외에 도전해보고 싶은 창작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이보다 더 하고 싶은 건 떠오르지 않아요. 이 일이 제 직업이라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사실 ‘일’이라는 말조차 어색해요. 제게는 전혀 일처럼 느껴지지 않거든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생각하는 ‘찰리 푸스 사운드’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요?
재즈와 R&B에 대한 제 애정이 어우러진 조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특정 장르나 청중에 한정되지는 않아요. 제 음악은 모두를 위한 것이고, 앞으로도 늘 그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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