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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이 물었다. "여러분이 가장 즐겨듣는 음악은 무엇인가요?"

2025.10.29 | by Billboard Korea

RM이 또다시 연단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으로 기록을 써내려온 RM의 이번 스피치의 4가지 감동 포인트.

약 20분 남짓 진행된 연설 영상 캡처

방탄소년단(BTS) RM이 10월 29일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 ‘에이펙 씨이오 서밋(APEC CEO Summit)’ 개회식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정상회의'의 공식 부대행사인 'APEC CEO 서밋'은 21개 회원국 정상과 재계 리더가 모여 산업과 트렌드를 논의하는 비즈니스 포럼으로 올해 30주년을 맞이했다. 이 30년의 역사 동안 K-팝 아티스트가 연사로 나선 것은 RM이 최초다. 본 행사 참석을 위해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방한한 가운데, 엔비디아 창립자 젠슨 황을 비롯 구글, 메타, 씨티크룹 등의 1700여 명의 글로벌 경제인이 집결했다. 총 3박4일 동안 열리는 'APEC CEO 서밋' 행사에서 RM의 스피치는 2일 차, 약 11분 간 펼쳐졌다. 2018년과 2021년 UN 연설, 2022년 백악관 등 국제적인 자리에서 목소리를 전했던 RM은 이번에도 차분하게 연설을 펼쳐나갔다. 그러나 여러가지 수식어와 '최초'라는 미사여구만으로 표현하기에 RM의 이번 연설은 서른 한 살 청년 김남준의 경험과 실천에서 비롯한 울림이 있었다. 빌보드코리아가 찾은 4가지 눈부신 순간.

1 비영어권 문화의 가시화에 대해 언급하다

"여러분은 혹시 각자의 집에서 자국어나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의 노래를 TV나 라디오 방송에서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Did you ever turn your TV or radio and hear a song that's not in your language or in English?"

RM은 BTS가 해외 진출을 시도했던 10여년 전만 해도 빌보드 뮤직 어워드, 그래미 어워즈 같은 시상식 뿐 아니라 UN 총회, 백악관, 그리고 오늘 같은 무대에 서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음을 털어 놓았다. 영어권 지역에서 한국어로 만들어진 노래를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비영어권 문화'로 분류되는 장벽의 높음을 실감했던 순간들에 대해 언급한 것. "Permission to Dance", "Dynamite" 같은 BTS의 영어 노래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았지만 그저 자신이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메시지를 이해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한글을 공부하기 시작한 글로벌 팬들도 많다. 시간이 지난 지금 한층 명백해진 것은 K-팝의 인기가 틀림없이 한국 문화를 비롯해 비영어권 문화의 가시화에 기여했다는 사실이다.

2 팬덤 문화를 존중하다

"ARMY의 국경 없는 포용성과 강력한 연대는 저에게 끊임없는 영감이 되어줍니다 Solidarity and tolerance that know no borders and it is an endless source of creative inspiration for me as well "

적어도 한국에서, 팬덤은 오랫동안 그에 걸맞은 존중을 받지 못했다. 사회적인 시선은 물론이고 때로는 소속사나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로부터도 마찬가지였다. 아티스트를 향한 지지와 애정을 보이는 게 '한심한 일' 취급받기도 했다. BTS의 팬덤인 'ARMY'는 그럼 편견을 정면으로 무너뜨린 팬덤이었다. 기부와 사회적인 캠페인에 참여한 것은 물론고, 필요할 경우에는 목소리를 높여 아티스트로부터 직접적인 피드백을 끌어내기도 했다. 팬덤은 결코 단일한 개인이 될 수 없지만,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전하는 메시지에 영감을 받고 그 확산을 가능하게 하는 힘과 응집력이 있다. BTS의 리더로서 RM은 ARMY라는 새로운 공동체가 문화시장에 대해 던진 충격과 존재감, 그리고 기여도에 대해 명징하게 밝혔다. K-팝의 '국경'을 무너뜨린 것 자체가 바로 이런 팬들 사이의 연대라는 사실 또한.

3 K-팝의 정의를 제시하다

"저는 K-팝을 '비빔밥'에 비유하곤 합니다. I like to compare K-Pop music to bibimbap"

RM은 한국의 전통 음식인 '비빔밥'에 K-팝을 비유했다. 쌀밥에 각종 채소와 고기, 양념을 얹어 모든 재료를 비벼 먹는 비빔밥처럼, 힙합, R&B, EDM 등 다양한 음악 요소를 수용하면서도 한국 고유의 미학과 정서를 융합한 것을 K-팝이라고 소개한 것. 추상적인 관념과 장르적 설명을 벗어나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음악과 퍼포먼스, 비주얼, 영상, 스토리텔링, 소셜 컨텐츠의 활용 등 K-팝이 구축한 제작 시스템이라는 사실 또한 분명히 밝혔다. 물론 다양한 요소를 차용하는 과정에서 K-팝은 문화적 전유를 비롯해 비판의 토대에 종종 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RM의 말처럼 K-팝의 성공은 특정 문화의 우월성에서 비롯했다기 보다 다양한 문화에 대한 존중과 수용의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소수 문화인 한국, 그 자체의 정체성에서 발발한 것이다.

4 예술을 향한 지원을 요구하다

"전 세계의 창작자들이 그들의 창의성을 꽃피울 수 있는 경제적 지원과,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 주십시오 There are creators all around the world. Please help them. Give them your financial support so that their own creativity can bloom"

누구나 가장 좋아하는 노래, 보자마자 숨을 멎게했던 그림, 인생관을 바꾼 영화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문화와 예술이 가진 가장 순수하고 원초적인 힘이다. 전세계 다양한 경제인과 정책인이 모인 이 자리에서 RM은 창작자들을 위한 지원과 정책 마련을 분명하게 요청했다. 이것이 국경을 넘어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면서 말이다. 창작자이자 미술 애호가로서, 삶 자체가 예술을 향한 끝없는 탐구와 실천으로 향하는 RM이 문화의 힘을 언급할 때, 그리고 실제로 BTS의 음악과 메시지에 공감하고 반응한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존재를 목도한 우리가 이 사실을 부정할 수 있을까? 이날 연설에 참석한 RM의 재킷 라펠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랑스러운 더피의 원형, 호작도 속 호랑이 뱃지가 달려 있었다.

연설에 참여한 10월 29일, RM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이미지들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적인 관광도시로 꼽히는 경북 경주에서 개최된 이번 'APEC CEO 서밋'은 10월 31일까지 진행된다. 한편 뜻깊은 성과와 별개로 한국의 지방 중소기업에게는 상대적으로 높게 느껴지는 4,400달러(한화 약 600만원)의 행사 참가비, 그리고 지역 관계자들에게 적은 초대석이 배정된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RM의 소속사인 하이브(HYBE)는 이번 APEC CEO 서밋의 공식 스폰서 중 가장 높은 등급으로 최근 신설된 것으로 알려진 ‘다이아몬드 스폰서’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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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UN 총회에 참석하며 뉴욕 소재 UN 본부에서 펼친 방탄소년단(BTS)의 퍼포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