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는 나이키의 세대 교체를 이끌 핵심 열쇠가 될까?
2026.02.20 | by Christopher Claxton플렉스·트레이드·페이드(Flex, Trade or Fade) 014번째 에피소드에서 리사가 나이키의 새로운 장기 파트너로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그리고 이번 파트너십이 단순한 셀럽 협업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이유를 짚는다.
나이키가 블랙핑크 리사를 영입한 결정은 ‘스타 파워’ 자체보다 브랜드의 재연결에 관한 문제다. 특히 과거 세대만큼 나이키에 강한 애착을 느끼지 않는 Z세대와 글로벌 영 유저들과 다시 접점을 만들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가깝다.
리사는 빠르게 변하는 청소년·청년 문화, 소비 의사결정이 분명한 팬덤, 그리고 영향력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K팝 세대 전체와 연결되는 강력한 통로다.
결국 핵심 질문은 “리사가 제품을 팔 수 있을까?”가 아니다. 그건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진짜 질문은 “리사가 지금 나이키가 가장 필요로 하는 정규 제품군 판매까지 견인할 수 있는가”다.

리사가 자신의 이름을 단 별도의 슈즈나 의류를 출시한다면 당연히 높은 판매고를 기록할 것이다. 하지만 나이키가 원하는 건 단기적인 ‘하이프’가 아니라 기본 라인업(core silhouettes) 과 일상 제품의 지속적인 수요 회복이다.
그래서 리사의 첫 캠페인이 더욱 중요하다. 리사는 1월 27일 공개된 Nike × SKIMS 스프링 ’26 캠페인에서 프로 발레리나들과 함께 압도적인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세르지오 헤이스가 연출한 이번 캠페인은 단순히 ‘댄스 인증’이 아니라, 좋은 제품만으로는 부족한 현 시장에서 리사의 이미지와 영향력으로 제품군 전체를 밀어 올리겠다는 전략을 명확히 드러낸다.
SKIMS는 리사의 실제 라이프스타일—여행, 연습, 공연, 트레이닝—에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는 브랜드다. 그래서 ‘리사라서’가 아니라, 리사에게 자연스럽게 맞기 때문에 설득력이 생기는 협업이다.
나이키는 바로 이 진정성에 기대고 있다.

리사의 영향력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대표 사례가 ‘라부부’ 열풍이다. 실용성이 거의 없는 작은 피규어지만, 리사와의 연관성 하나로 글로벌 수집 열풍을 만들었다.
그런 리사가 기능·퍼포먼스·헤리티지까지 갖춘 나이키에 어떤 시너지를 만들지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나이키가 리사에게 기대하는 건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하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다시 나이키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돌 팬덤, Z세대, 글로벌 유스 컬처 전반이 다시 스우시(Swoosh)를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결국 리사의 역할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제품을 입고, 곁에 두고, 움직이고, 나이키의 세계 속에서 존재하는 것. 그 존재 자체가 브랜드의 ‘회복력’을 만드는 방식이다.
나이키는 이미 이 전략을 실행한 사례가 있다. 바로 영국 래퍼 Central Cee 다. 나이키는 그를 운동선수나 디자이너가 아니라 스포츠웨어의 재해석을 이끄는 문화적 매개자로 세웠다. 그 결과, 그의 브랜드 시나 월드(Syna World)와 협업한 Air Max 95, Tech Fleece, Air Force 1 같은 클래식 아이템들이 다시 새로운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Central Cee는 자신의 곡 “Limitless”에서 “나이키 HQ에서 신발 계약을 하다니 내 인생의 풀서클(full-circle) 같은 순간”이라고 표현하며 브랜드를 향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리사에게 시그니처 슈즈가 바로 등장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새로운 실루엣을 개발하는 일은 비용과 리스크가 크고, 소비자들은 익숙한 클래식 라인에 더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사의 협업 제품이 등장한다면 Air Force 1, Air Max 1, Air Max 95 같은 이미 검증된 실루엣 기반의 에디션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시그니처의 유무가 아니다. 리사는 그 자체로 스타이자 스타일 아이콘, 그리고 ‘모먼트’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녀의 존재는 주목을 만들고, 지금 나이키가 가장 필요로 하는 건 바로 그 ‘주목’이다.
나이키의 리사 영입은 명확한 ‘플렉스(Flex)’, 즉 강력한 한 수다. 리사는 글로벌 도달력, 문화적 신뢰도, 스타일 아이콘으로서의 영향력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지금 나이키가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실루엣이 아니라 브랜드 자체를 새로운 세대에게 다시 소개하는 재도입 전략이다.
리사가 이를 제대로 수행한다면, 그녀는 단순한 협업 파트너가 아니라 나이키가 왜 오랫동안 ‘세대를 대표하는 브랜드’였는지를 새로운 세대에게 다시 증명하는 핵심 인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