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9 | by Amina Ayoud, Jeff Benjamin, Billboard Korea, Abby Webster
2025년, K-팝 앨범은 하나의 예술적 선언이자 명확한 방향성을 담은 결과물로 자리했다. 아티스트들은 템포와 구성, 콘셉트에 대한 분명한 의도를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며 각자의 창작 세계를 또렷하게 구축해 나갔다.
올해 가장 인상적인 앨범 중 상당수는 그룹 활동으로 잘 알려진 아티스트들의 솔로 프로젝트였다. 악동뮤지션 이찬혁의 ‘EROS’, 블랙핑크 제니의 ‘Ruby’, NCT 마크의 ‘The Firstfruit’, 레드벨벳 웬디의 ‘Cerulean Verge’, 트와이스 채영의 ‘Lil Fantasy, Vol.1’,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연준의 ‘No Labels: Part 01’은 모두 개인의 시선과 자의식, 창작 주도권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들 중 다수는 첫 솔로 앨범을 통해 예술적 자율성과 새로운 명확성을 선언했다.
한편 세븐틴의 ‘Happy Burstday’, 스트레이 키즈의 ‘Karma’, 트와이스의 ‘TEN : The Story Goes On’은 베테랑 그룹이 어떻게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진화를 이어가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는 장르의 경계를 넘어 K-팝의 문화적 확장성과 플랫폼 간 영향력을 입증했으며, 테디, EJAE, 트와이스 등 한국을 대표하는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새로운 재능을 조명했다.
지드래곤, 선미, 자우림 등 베테랑 솔로 아티스트들은 이번 앨범을 통해 커리어의 지속성과 예술적 깊이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동시에 제로베이스원, 이븐, 보이넥스트도어, 라이즈, 클로즈 유어 아이즈, 하츠투하츠 등 신세대 아티스트들은 더욱 개방적이고 경쟁적인 K-팝 씬 속에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에 빌보드는 빌보드 코리아와 함께 ‘2025년 최고의 K-POP 앨범 25선: 스태프 픽’을 선정했다.
25. PLAVE, Caligo Pt.1
왼쪽부터 플레이브(PLAVE)의 은호, 예준, 노아, 밤비, 하민. Creative Direction by Billboard Korea. Courtesy of BILLBOARD KOREA + VLAST
가상 아이돌 신(Scene)과 플레이브(PLAVE) 모두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된 ‘Caligo Pt.1’은 전 세계 누적 판매 100만 장을 돌파하며 가상 아티스트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이 앨범이 청자와 연결되는 이유는 ‘신기함’이 아니라, 음악과 서사에 대한 플레이브의 분명한 진정성에 있다. 신스팝의 몽환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오프닝 트랙 “Chroma Drift”부터 첫 영어 곡 “Island”, 그리고 가상 아티스트 최초로 빌보드 글로벌 200에 진입한 타이틀곡 “Dash”까지, 전 트랙에 걸친 작사·작곡 참여를 통해 플레이브의 분명한 음악적 역량이 드러난다. – JEFF BENJAMIN
24. Hearts2Hearts,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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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츠투하츠의 데뷔 EP ‘FOCUS’는 SM엔터테인먼트 걸그룹 계보를 상징하는 ‘핑크 블러드(Pink Blood)’를 현대적인 사운드로 응축해 담아낸 작품이다. 하우스 기반의 “FOCUS”와 세련된 누디스코 사운드의 “APPLE PIE”에서는 레드벨벳과 f(x)의 결을 느낄 수 있으며, “Pretty Please”는 S.E.S.를 연상시키는 뉴잭스윙 감성을 풀어냈다. 여덟 멤버의 뛰어난 합과 케미스트리는 소녀시대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재현이 아닌 재해석에 가깝다. 10여 년에 걸친 K-팝의 진화를 내재화해 현재의 언어로 풀어낸 ‘FOCUS’는 Hearts2Hearts를 SM의 서사를 설득력 있게 잇는 다음 장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 BILLBOARD KOREA
23. TWICE, TEN: The Story Goes On
Courtesy of JYP ENTERTAINMENT
K-팝 그룹이 데뷔 10년 차에 접어들면 자연스럽게 ‘하강 곡선’을 이야기하지만, 트와이스는 예외다. 전략적인 행보 속에서 트와이스는 2025년을 또 하나의 전성기로 만들었다. 메가 히트를 기록한 ‘KPop Demon Hunters’ 사운드트랙 참여를 시작으로, 영어 앨범 발매, 그리고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 ‘TEN : The Story Goes On’까지 쉼 없이 이어졌다. 특히 이번 앨범은 멤버별 트랙을 통해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솔로 아티스트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 나연이 “Meeeeee”로, 채영은 PinkPantheress와 Shygirl 협업진이 참여한 “In My Room”을 통해 자신의 다채로운 취향을 드러낸다. 여기에 “Golden”의 공동 작곡가 EJAE 역시 이번 작품에서 특유의 감각을 더했다. 타이틀곡에서 리더 지효가 “이제 우리는 해피엔딩을 찾았다”고 노래하지만, 2025년을 지나며 더욱 분명해진 사실은 하나다. 트와이스의 이야기는 아직 끝과는 거리가 멀다. – ABBY WEBSTER
22. RIIZE, Odyssey
라이즈 첫 정규 앨범 'ODYSSEY' 티저 이미지 Courtesy of SM Entertainment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하면서도 복잡한 귀환 서사가 ‘오디세이’라면, 라이즈(RIIZE)의 첫 정규 앨범은 그 방황의 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다. 지금까지 라이즈는 다양한 시도를 거듭해온 미스터리한 보이그룹이었지만, 이번 앨범에서 그 여정은 그 어느 때보다 의도적이고 선명하게 느껴진다. 전자음의 폭풍이 몰아치는 “Odyssey”부터 극적인 에너지로 치솟는 “Fly Up”까지, 이들은 ‘감정적 팝(emotional pop)’의 가장 먼 지점을 탐색한다.그루비한 슬랩 베이스가 인상적인 클로징 트랙 “Another Life”에서는 “우리가 다른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서로 다른 선택이 만들어냈을 또 다른 가능성을 사유한다. 그러나 이 질문은 후회에 머무르지 않는다. 인터뷰에서 은석은 라이즈의 음악을 ‘열매를 맺는 나무’에 비유했다. 행동하지 못해 썩어가는 실비아 플라스의 무화과나무와 달리, 지금의 라이즈는 언제든 수확할 준비가 된 상태라는 의미다. – A.W.
21. EVNNE – HOT MESS
Courtesy of JELLYFISH ENTERTAINMENT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 EVNNE의 매력을 경쾌하게 풀어낸 앨범이다. 밝고 에너제틱한 팝 사운드를 중심으로, 리듬감 있는 베이스와 드럼, 향수를 자극하는 기타 리프가 귀를 사로잡는다. 가볍고 장난기 넘치는 “Birthday”는 마치 공중을 걷는 듯한 기분을 전하고, “Love Like That”은 사랑에 빠진 순간의 설렘을 자신감 있고 유쾌하게 풀어내며 원 디렉션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 “CROWN”에서는 펑키하면서도 파워풀한 댄스 팝록 사운드로 분위기를 전환하며 그룹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드러낸다. EVNNE는 2023년 성공적인 데뷔 이후 2024년 빌보드 ‘K-pop Rookie of the Month’에 선정되며 주목받았다. ‘HOT MESS’를 통해 이들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을 분명히 남긴다. – AMINA AYOUD
20. G-DRAGON, Ubermensch
Courtesy of GALAXY CORPORATION
‘K-팝의 제왕’ 지드래곤의 귀환은 스펙터클과 내면 성찰이 공존하는 순간이다. ‘Ubermensch’는 그의 왕좌를 다시 한 번 공고히 하면서도, 보다 섬세하고 감정적인 사유의 공간을 함께 제시하는 작품이다.
“POWER”, “Home Sweet Home”, “IBELONGIIU”에서는 지드래곤 특유의 장난기 어린 파워 팝 사운드가 힘 있게 펼쳐진다. 반면 다이안 워(Dianne Warren)이 참여한 “DRAMA”를 비롯해 “TAKE ME”, “GYRO-DROP”, 앤더슨 팩(Anderson .Paak)이 피처링한 “Too Bad”는 한층 성숙하고 시대를 초월한 분위기를 담아내며 앨범의 균형을 완성한다. ‘Ubermensch’는 지드래곤 커리어의 중요한 이정표로 남을 만한 작품이다. – J.B.
19. YEONJUN, No Labels: Part 01
연준은 첫 솔로 EP ‘No Labels: Part 01’에서 장르에 갇히지 않겠다는 분명한 태도를 드러낸다. 힙합의 추진력, 거친 록 텍스처, 그리고 R&B의 결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낸다. 특히 인상적인 지점은 그의 보컬 스펙트럼이다. 강렬함과 절제 사이를 오가며, 다양한 장르 위에서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다.
왜곡된 기타 사운드와 날것의 보컬이 맞물린 “Talk to You”는 즉각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고, 반복되는 신스 위로 흐르는 “Forever”는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지금’의 중요성을 환기한다. ‘No Labels: Part 01’은 빌보드 200 10위로 데뷔하며, 연준의 창작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됐음을 알리는 첫 장으로 자리한다. – Billboard Korea
18. WENDY, Cerulean Ve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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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 웬디는 세 번째 EP를 통해 부드러움과 강인함이 만나는 지점을 섬세하게 탐색한다. “Sunkiss”는 경쾌한 편곡과 가벼운 멜로디로 밝게 빛나고, “Believe”는 피아노 중심의 절제된 구성으로 감정을 덜어내며 내면의 취약함을 드러낸다.
톤의 개성과 뛰어난 테크닉으로 정의되는 K-팝 대표 보컬리스트 중 한 명인 웬디는 태연 등 같은 레이블 선배들의 계보를 잇되, 이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푸른 색조의 경계에 선 이번 작품에서 웬디는 확신을 바탕으로 한 걸음을 내딛으며, K-팝 신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보컬 중 한 명이라는 위치를 다시 한번 확고히 한다. – Billboard Korea
17. i-dle, We Are
i-dle은 올해 큰 변화를 겪었다. 지난 5월 그룹명에서 ‘G’를 떼어내며 성별과 한계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콘셉트로의 전환을 선언했고, 이는 하나의 시대를 넘어서는 출발점이 됐다. ‘We Are’는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놓인 작품으로, 멤버들만큼이나 개성적인 트랙들로 구성된 다채로운 수록곡이 인상적인 앨범이다.
타이틀곡 “Good Thing”은 리더이자 메인 프로듀서인 소연이 작곡·편곡에 참여해 2010년대 초반 K-팝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경쾌한 일렉트로닉 트랙으로 완성됐다. 이 밖에도 기존의 ‘걸 크러시’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컬의 매력을 전면에 내세운 소울풀한 발라드 R&B 트랙 “If You Want”, 레트로 감성이 묻어나는 캐치한 신스팝 곡 “Love Tease”가 돋보인다. ‘We Are’는 i-dle의 디스코그래피 안에서 또 하나의 인상적인 전환점으로 자리한다. – A.A.
16. JAURIM,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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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 핑크 플로이드, 케이트 부시, 오아시스 등 전설적인 아티스트들이 거쳐 간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LIFE!’는 자우림의 새로운 음악적 선언문처럼 읽힌다. 김윤아의 거칠면서도 유연한 보컬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편곡이 앨범 전반을 힘 있게 이끈다. 이번 앨범에 앞서 김윤아가 심각한 건강 위기를 겪었음에도, 그의 목소리는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단단하다.
“VAMPIRE”에서는 비웃음 섞인 록 보컬에서 오페라를 연상케 하는 깊은 벨팅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며, 수십 년의 커리어가 증명하는 압도적인 보컬 스펙트럼을 펼쳐 보인다. 한편 “KARMA”에는 1997년 데뷔 이후 쌓아온 자우림의 노련한 통찰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고 / 죽음조차 이를 바꾸지 못한다 / 카르마, 카르마, 카르마 / 이 잔인한 삶의 게임 속에서 / 나는 내 삶을 되찾고 싶다”라는 가사는 시간과 삶에 대한 밴드의 깊은 성찰을 전한다.
이 모든 요소는 ‘LIFE!’를 자우림에게 있어 하나의 결산이자, 동시에 더 치열하게 나아가겠다는 약속처럼 느껴지게 한다. – J.B.
15. Kwon Jin Ah, The Dream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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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에 걸쳐 완성된 ‘The Dreamest’는 권진아가 프로듀서로 성장해온 과정을 기록한 앨범이다. 이 작품은 성취가 안겨주는 두 얼굴, 즉 설렘과 소진을 동시에 다루며, 한때 그를 규정했던 발라드의 틀을 넘어선다. 팝과 록, R&B, 포크를 넘나드는 구성 속에서 앨범은 정제된 프로덕션과 맑은 보컬이 어우러진 “Turning Page”로 시작해, 레트로한 여유가 느껴지는 “stillmissu”로 자연스럽게 흐른다.
각기 다른 스타일의 전환은 모두 안정적인 보컬 컨트롤과 감정의 선명함을 중심에 둔다. 이는 끊임없는 변주와 확장을 추구하는 아티스트 권진아의 현재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14. SEVENTEEN, Happy Burstday
Courtesy of PLEDIS ENTERTAINMENT
세븐틴은 늘 음악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겨온 보이그룹이다. 우지를 중심으로 도겸, 정한, 조슈아, 승관이 이끄는 보컬 라인은 언제나 탄탄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랩 라인 역시 이에 뒤지지 않는 힘을 보여준다. 지난 5월 발표된 ‘Happy Burstday’는 데뷔 10년 차에 접어든 세븐틴이 여전히 최고의 순간에 있음을 증명하는 작품으로, 13명의 멤버가 각자의 개성을 담아낸 솔로 트랙을 통해 그 정점을 찍는다.
조슈아의 재즈 감성이 돋보이는 “Fortunate Change”, 경쾌한 록앤롤 트랙 “HBD”, 그리고 리더 에스쿱스가 전곡 작사에 참여한 강렬한 피날레 곡 “Jungle”는 특히 인상적이다. ‘Happy Burstday’는 데뷔 이후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흔들림 없이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세븐틴의 성공과 지속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앨범이다. 3세대 그룹으로서의 저력을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증명해낸다. – A.A.
13. CLOSE YOUR EYES, ETERNALT
Courtesy of UNCORE ENTERTAINMENT
대부분의 K-팝 데뷔 앨범이 풋풋한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과 달리, CLOSE YOUR EYES는 2000년대 초반 R&B를 매끄러운 하모니와 세련된 프로덕션으로 되살리는 선택을 했다. 맥동하는 발라드 오프닝 트랙 “Close Your Eyes”에서는 몽환적인 화음이 인상적으로 펼쳐지고, 타이틀곡 “내 안의 모든 시와 소설은”은 놀라울 만큼 성숙한 감성으로 Y2K 시대 보이그룹의 뛰어난 보컬 전통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1980년대 신스 사운드가 가득한 업템포 트랙 “빗속에서 춤추는 법”, 장난기 어린 랩과 절제된 피아노 연주가 어우러진 “못 본 척”까지, CLOSE YOUR EYES는 레트로 감성을 품은 K-팝의 새로운 계승자로서 자신들의 위치를 분명히 한다. – J.B.
12. ENHYPEN, Desire: Unleash
Courtesy of BELIFT LAB
엔하이픈은 ‘Desire : Unleash’를 통해 세계관을 한층 더 어둡고, 감정적으로도 긴박한 영역까지 확장했다. 이 앨범은 빌보드 200 최고 3위, 연말 ‘월드 앨범 차트’ 5위에 오르며 2025년을 대표하는 K-팝 앨범 중 하나로 자리했다.
터보 엔진처럼 질주하는 오프닝 트랙 “Flashover”부터 제이가 공동 프로듀싱에 참여한 록 트랙 “Helium”까지, ‘Desire : Unleash’에는 타이틀곡 “Bad Desire (With or Without You)”와 견줘도 손색없는 강력한 B사이드 트랙들이 빼곡히 담겼다. 특히 서킷이 프로듀싱한 “Bad Desire (With or Without You)”는 엔하이픈과의 시너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11. ZEROBASEONE, Never Say Never
Courtesy of WAKEONE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결성된 보이그룹 ZEROBASEONE의 이번 앨범은 팀의 스펙트럼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제로베이스원은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보다 선명하게 구축했으며, 사운드를 정교하게 다듬어 팝과 힙합이 결합된 에너지 넘치는 영역에 안착했다.
“ICONIK”, “SLAM DUNK”과 같은 트랙에서는 역동적인 팝·힙합 감각을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Lovesick Game”, “Long Way Back”에서는 R&B 기반의 정서적인 무드로 균형을 맞췄다. 이러한 다채로운 구성은 앨범 전반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며 팀의 음악적 폭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번 앨범은 빌보드 200 차트에서 23위로 진입하며 그룹 커리어 사상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감정선을 섬세하게 살린 파워풀한 보컬과 함께, 김규빈, 한유진, 박건욱이 주도하는 자신감 있는 랩 파트 역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완성도와 응집력 면에서 제로베이스원의 현재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앨범으로 평가받는 이번 작품은, 이들이 앞으로 펼쳐갈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인다. – A.A.
10. BOYNEXTDOOR, The Action
1월 공개된 싱글 “오늘만 I Love You”가 올해를 대표하는 히트곡 중 하나로 자리하며 보이넥스트도어의 빌보드 글로벌 200 첫 진입을 이끌었다면, ‘The Action’은 KOZ 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이들이 일시적인 화제성에 그치지 않는 ‘이야기를 만드는 밴드’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최근 발표된 EP들과 마찬가지로, ‘The Action’에서도 멤버 전원이 전곡 작사 혹은 작곡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장르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역량과 분명한 글로벌 음악적 영향력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Live in Paris”에서는 몽환적인 디스코와 유로 재즈 사운드가 펼쳐지고, “Hollywood Action”에서는 세련되고 유연한 스윙 감성이 돋보인다. 여기에 1990년대 감성을 담은 팝 R&B 발라드 “있잖아”는 앨범의 정서적 중심을 단단히 잡아준다.
다양한 영감과 레퍼런스를 흡수하면서도 ‘The Action’이 올해 가장 만족스러운 앨범 중 하나로 완성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음악적·산업적 멘토로서 지코(ZICO)의 존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 J.B.
9. JEON SOMI, Chaotic & Confused
Courtesy of THEBLACKLABEL
전소미는 ‘Chaotic & Confused’를 통해 그를 규정해왔던 밝은 이미지를 넘어선다. 대중적인 틀 안에 모험적인 사운드를 과감히 끌어들이며, 한층 확장된 음악 세계를 펼친다. 이 앨범은 션 킹스턴(Sean Kingston)의 “Beautiful Girls”를 스터터 하우스(stutter-house) 스타일로 재해석한 “CLOSER”를 중심축으로 삼고, 선언적인 R&B 트랙 “EXTRA”, 포스트 펑크 특유의 긴장감을 담은 “Escapade”로 자연스럽게 가지를 뻗는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중의 시선 속에 서 있던 전소미는 이번 작품에서 예술가로서의 자아를 본격적으로 탐구한다. 불안정함마저 창작의 동력으로 끌어안으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다시 정의해 나간다. – Billboard Korea
8. Stray Kids, Karma: The 4th Album
Courtesy of JYP ENTERTAINMENT
스트레이 키즈는 2018년 데뷔 이후 꾸준한 성공을 이어오며, 특히 강력한 팬덤 충성도로 주목받아 왔다. 2025년 발표한 정규 앨범 ‘Karma’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이어간 작품이다.
공격적인 랩과 비정형적인 리듬이 결합된 EDM 트랩 싱글 “Ceremony”는 앨범의 에너지를 단번에 끌어올리는 트랙으로 손꼽힌다. 또 다른 수록곡 “CREED”는 록과 힙합을 결합한 어두운 사운드로, 워런 지(Warren G)에 리한나(Rihanna)를 섞은 듯한 인상을 남긴다. 실험적인 사운드와 멜로디컬한 순간들이 공존하는 ‘Karma’는 강렬함과 경쾌함이 균형을 이룬, 스트레이 키즈다운 앨범이다. – A.A.
7. CHAEYOUNG – ‘Lil Fantasy, Vol.1’
Courtesy of JYP ENTERTAINMENT
트와이스 멤버 중 네 번째로 솔로 행보에 나선 채영은 그룹의 이미지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다. 빌보드 ‘월드 앨범 차트’ 3위까지 오른 ‘Lil Fantasy, Vol.1’은 전곡을 직접 작사·프로듀싱하고 앨범의 비주얼 세계관까지 스스로 설계한, 명확한 자기 주도형 프로젝트다.
사운드적으로는 네오 소울, 트립합, 드림 팝이 교차하는 부드러운 안식처를 형성한다. 과장되지 않은 결의 보컬은 잔잔한 몰입감을 만들어내며, 트와이스 특유의 화려한 밝음에서 벗어난 새로운 결을 제시한다. 이는 채영의 솔로 커리어는 물론, 그룹의 예술적 스펙트럼이 확장될 가능성을 함께 보여준다. – Billboard Korea
6. SUNMI, HEART M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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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의 정규 앨범 ‘HEART MAID’는 약 20년에 걸친 음악 여정이 응축된 작품이다. 이번 앨범에서 선미는 히트 싱글 중심의 방식에서 벗어나, 앨범 전체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정면으로 드러낸다. 콘셉트와 서사, 감정선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연극적인 구성 역시 인상적이다.
총 13곡 전곡에 선미가 직접 작사와 공동 프로듀싱으로 참여했다는 점은 K-팝 신에서도 드문 사례다. 타이틀곡 “CYNICAL”은 도발적인 태도 속에서도 특유의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으며,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선미가 자신만의 색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앨범에는 예상보다 쓸쓸한 정서를 담은 “Happy af”, 자기 돌봄을 주제로 한 무디한 분위기의 “Bath”, 혼란스러운 꿈의 감각을 신스팝으로 풀어낸 “Sweet nightmare” 등 다양한 결의 트랙이 담겼다. 각각의 곡은 선미라는 아티스트가 지닌 감정의 여러 얼굴을 보여주며, ‘HEART MAID’를 단순한 앨범이 아닌 선미의 현재를 가장 솔직하게 담은 기록으로 완성한다. – J.B.
5. Lee Chanhyuk, EROS
이찬혁의 ‘EROS’는 그의 첫 솔로 앨범 ‘ERROR’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1980년대 빈티지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되, 단순한 복고에 머무르지 않고 더 깊고 확장된 소울풀한 편곡으로 자신만의 결을 만들어낸다.
예상 밖의 반향을 일으킨 “Endangered Love”와 앨범의 문을 여는 “SINNY SINNY”에서는 가스펠 풍의 코러스가 더해지며 음악의 스케일을 한층 키운다. 이찬혁 특유의 프로덕션은 개인적인 감정을 넘어 영화적인 장면처럼 넓게 펼쳐진다. 앨범 전곡은 이찬혁이 직접 작사하고, 밀레니엄과 시황이 공동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트렌드를 좇기보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복잡한 결을 담담한 그루브 위에 풀어내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접근은 “Vivid LaLa Love”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음악과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2025년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힐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 “Shining Ground”는 보컬을 극단적으로 가공해 가사의 의미조차 쉽게 읽히지 않게 만들며, 기묘한 여운을 남긴다. 4분 남짓한 이 피날레는 곡이 끝난 뒤 다시 재생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 J.B.
4. Various Artists, KPop Demon HuntersSound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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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Demon Hunters’ 사운드트랙은 이 리스트에서 빠질 수 없는 문화적 현상이다. “Golden”, “Soda Pop”처럼 빌보드 핫 100에서 성과를 낸 곡부터, “Takedown”, “What It Sounds Like” 같은 앤섬형 트랙까지, 극장용 장편 영화 사운드트랙으로 구성된 이 앨범은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2주 연속 차지했다. 가상의 K-팝 걸그룹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이례적인 기록이다.
이 앨범은 전 세계적으로 폭넓은 사랑을 받으며 8월 기준 누적 스트리밍 90억 회를 돌파했다. 또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해당 사운드트랙은 2026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Golden”을 포함해 여러 부문 후보에 오르며 음악적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KPop Demon Hunters’ 사운드트랙은 K-팝이 지닌 매력의 본질을 정확히 포착한 작품이다. 다양한 스타일과 에너지가 공존하는 이 앨범은 단순한 OST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순간으로 자리했다. – A.A.
3. JENNIE, Ruby
Courtesy of ODDATELIER
제니의 글로벌 영향력은 보기 드문 이중성에서 비롯된다. 블랙핑크가 구축해온 극대화된 퍼포먼스와 정교함을 바탕으로 한 압도적인 스케일을 지니는 동시에, 대중 앞에서 드러나는 태도와 존재감에서는 솔직하고 인간적인 친밀감을 유지한다. 그의 첫 솔로 앨범 ‘Ruby’는 이러한 다층적인 정체성을 사운드로 풀어낸 작품이다. 앨범명은 제니의 풀 스테이지 네임인 ‘Jennie Ruby Jane’에서 비롯됐으며, 그가 시간에 걸쳐 쌓아온 다양한 이미지와 자아의 스펙트럼을 음악적으로 반영한다.
‘Ruby’에는 에이미 앨런(Amy Allen), 테일러 팍스(Tayla Parx), 디플로(Diplo), 마이크 윌 메이드 잇(Mike Will Made It), 롭 비셀(Rob Bisel) 등 폭넓은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가 참여했다. 칼리 우치스(Kali Uchis), 도미닉 파이크(Dominic Fike), 도이치(Doechii), 두아 리파(Dua Lipa), FKJ 등 장르와 영역을 넘나드는 협업진 역시 눈길을 끈다. 이 앨범을 관통하는 중심축은 특정 장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영역에서 동등한 수준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의 교차와 균형이다.
사운드적으로 ‘Ruby’는 직선적인 서사보다 내면의 풍경을 따라 움직인다. 자신감으로 단단히 중심을 잡은 “like JENNIE”, 네온빛 욕망과 불안정함이 교차하는 “Love Hangover”, 사적인 정서를 담은 “Seoul City”, 시간 속에서 희미해진 관계를 조용히 되짚는 “Twin”까지, 곡들은 감정의 다양한 결을 오간다. 블랙핑크가 정점의 에너지를 상징한다면, ‘Ruby’는 그 스케일을 바깥으로 확장하며 절제와 여백, 감정의 폭을 함께 보여준다.
그 결과는 기록으로도 이어졌다. 제니는 이 앨범을 통해 한국 여성 솔로 아티스트 최초로 빌보드 핫 100 차트에 3곡을 동시에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앨범의 중심에는 “ZEN”이 자리한다. 셰익스피어의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에서 영감을 받은 이 곡은 창작의 주체이자 서사의 통제권을 쥔 존재로서의 제니를 선언한다. ‘Ruby’는 전환점에 선 아티스트의 기록이 아니라, 변화와 진화가 이미 의도된 흐름임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 Billboard Korea
2. NMIXX, Blue Valentine
Courtesy of JYP ENTERTAINMENT
엔믹스의 첫 정규 앨범 ‘Blue Valentine’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결과물이자, 이들이 꾸준히 밀어온 ‘MIXX 팝’ 비전을 장편 형식으로 완성한 선언문에 가깝다. 총 12곡으로 구성된 이번 앨범은 타이틀곡 “Blue Valentine”의 감정적인 록 팝 사운드부터, 바이레 펑크와 우울한 신스 팝, 그리고 팬들의 사랑을 받은 “SPINNIN’ ON IT”의 경쾌한 붐뱁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펼친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멤버들의 개인적인 참여가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릴리는 떠오르는 팝 아티스트 소피 파워스(Sophie Powers)와 함께 글리치 팝 스타일의 영어 트랙 “Reality Hurts”를 공동 작사했고, 리더 해원은 스타디움 규모의 레게톤 파워 팝 앤섬 “PODIUM”과 보사노바·재즈 감성이 어우러진 “Crush on You”의 작사에 참여하며 앨범의 서사에 힘을 보탰다.‘Blue Valentine’은 엔믹스의 음악적 비전을 처음부터 믿어온 이들에게 보답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앨범의 마지막은 데뷔곡 “O.O”를 구성했던 두 개의 원형 트랙을 공식적으로 분리해 수록하며 의미를 더한다. 트랩 기반의 바이레 펑크 “O.O Part 1 (Baila)”와 틴 팝 록 사운드의 “O.O Part 2 (Superhero)”는, ‘믹스’되지 않은 형태에서도 충분히 완성도 높은 곡임을 증명한다.상업적으로도 ‘Blue Valentine’과 동명의 타이틀곡은 엔믹스에게 새로운 전환점을 안겼다. 국내 주요 차트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며 대중적 반응을 확보했고, 그룹은 다시 빌보드 200에 이름을 올렸다. 더 넓은 K-팝 흐름 속에서 ‘Blue Valentine’은 하나의 메시지를 전한다. 처음부터 지켜온 비전이 결국 결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첫 정규 앨범이라는 이정표 앞에서, 데뷔 초기의 정체성을 존중하면서도 음악적 역량과 스타일, 사운드를 확장해낸 이번 작품은 엔믹스 여섯 멤버가 지닌 재능과 야망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 J.B.
1. MARK, The Firstfr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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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대형 보이그룹 NCT 멤버로 잘 알려진 아티스트다. 2025년 기준 25명에 달하는 멤버 수를 가진 팀에서 솔로로 나선다는 것은, 그만큼 확실한 존재감을 증명해야 하는 도전이기도 했다. 첫 솔로 앨범 ‘The Firstfruit’는 이러한 기대에 정면으로 응답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채워진 작품이다.
밴쿠버, 토론토, 뉴욕을 거쳐 서울로 온 마크는 첫 솔로 앨범에서 이동과 이별, 향수와 가족에 대한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비행기를 오가며 느낀 삶의 단면이 곡 전반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타이틀곡 “1999”는 펑키한 기타 리프와 독특한 보컬이 어우러진 경쾌한 팝 트랙으로, 앨범의 시작을 힘 있게 연다.
반면 코드 쿤스트(Code Kunst)가 편곡에 참여한 “Toronto’s Window”는 진솔하고 향수를 자극하는 감성을 담았고, “Mom’s Interlude”는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절제된 구성으로 감정의 결을 더한다. ‘The Firstfruit’는 시작부터 끝까지 마크의 시선을 따라가는 여정처럼 구성된 앨범으로,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방향성과 서사를 분명하게 제시한다. – 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