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스트레이 키즈가 정말 세상을 ‘먹어’ 치웠다. 최고의 피날레, ‘dominATE : celebrATE’

2025.10.19 | by Lee Maroo

스트레이 키즈의 ‘dominATE : celebrATE’가 최고의 피날레인 이유는 명백하다

창빈, 아이엔, 방찬, 필릭스, 현진, 리노, 한, 승민 Courtesy of JYP

“멤버들은 지금 자기들이 얼마나 근사해 보이는지 알까?”

앵콜 콘서트 ‘도미네이트: 셀러브레이트(dominATE : celebrATE)’의 시작, 등장과 동시에 스타디움의 분위기를 점령한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 를 바라보며 가장 먼저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이다.  2025년, 스트레이 키즈 여덟 명이 세운 기록은 명징하다. 8월 22일 발매한 정규 4집 KARMA는 올해 발매한 K팝 앨범 최초로 초동 300만 장을 넘겼다. 높은 판매량은 빌보드 200 차트 1위로 이어졌고, 이 기록은 최근 발매한 앨범들 7장이 연이어 빌보드 200 1위에 진입한 최초의 K팝 그룹이라는 대기록으로 남았다. 투어로 거둔 성취도 엄청났다. 2024년 8월 서울에서 출발해 7월 로마에서 끝난 ‘dominATE’ 투어는 전 세계 34개 지역 54회 공연을 기록했다. 그중 27회는 초대형 스타디움 공연이었다. 그러니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스트레이 키즈가 투어의 피날레 장소로 인천 주아시아드경기장을 택한 것은 당연하다. 이번 공연은 스트레이 키즈의 국내 첫 야외 스타디움 공연이기도 하다. 

10월 18, 19일 예정된 앵콜 콘서트  ‘dominATE : celebrATE’의 첫째 날 공연은 그런 들뜬 분위기 속에서 시작했다. 그야말로 축하와 축제의 시간. 공연 1시간 전부터 끝없이 쏟아지는 스테이(STAY)의 행렬, 가로 길이 100m 가까이 되는 무대 전면부를 가득 채운 LED 패널, 3만 명까지 수용 가능한 5층 규모의 스타디움의 위용은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되는 면이 있다. 그럼에도 이 공연이 오늘 어떤 경험을 선사할지 공연 시작 전까지는 짐작할 수 없었다.

웅장한 “MOUNTAINS”로 시작해 “소리꾼” “JJAM”, “District 9”과 “Back Door”로 이어지는 초반 구성은 오리지널 투어와 같았지만 공간이 선사하는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리더 방찬 또한 “여기가 한국이라는 것이 잘 믿겨지지 않는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공연은 드론쇼와 불꽃놀이를 포함해 베뉴에서 할 수 있는 유의미한 시도들로 가득채워졌다. 그리고 3시간 반 동안 서른 곡 넘게 공연을 펼친 넘치는 멤버들의 여전한 에너지까지!

‘비행기로  지구 7바퀴’. 아시아, 오세아니아, 북미, 라틴 아메리카, 유럽 총 5개 대륙에서 54회에 걸친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dominATE’ 투어의 성과를 한 차례 갈음하던 올해 7월, 소속사 JYP가 보도자료에 사용한 표현이다. 인천공항을 출발 기점으로 삼았을 때 28.5만 Km(지구 둘레는 4만 Km)를 이동했다는 의미다. ‘dominATE : celebrATE’ 는 이 문장 속에 간단하게 축약된 스트레이 키즈 8명의 멤버들의 땀과 성장을 실제로 목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음껏 축배를 들기로 결심한 이들이 갖게 된  여유와 감사, 그리고 여전히 뜨거운 각오까지.  스트레이 키즈의 이번 앵콜 콘서트가 최고의 피날레인 이유 여섯 가지. 

10월 18, 19일 개최되는 'dominATE : celebrATE'. 작년 8월 시작한 'dominATE' 월드 투어가 드디어 화려한 피날레를 맞이한다

4집 ‘KARMA’ 수록곡 무대 최초 공개!

‘dominATE’ 투어는 작년 7월 발매한 미니 앨범 ATE(타이틀곡 “Chk Chk Boom”) 이후 진행된 투어였다.  ATE 앨범 수록곡 “Stray Kids”의 가사 속  ‘Stray Kids run ’til we’re done’이 자전적 예언이 된 걸까? 작년 8월 전원 재계약 발표, 역대급 규모의 월드 투어, 4집 KARMA로 세운 놀라운 빌보드 기록 등과 함께 한국에 돌아온 멤버들은 타이틀곡 “CEREMONY”를 포함한 4집 수록곡 무대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앨범 첫번째 트랙인 “삐처리”는 물론 팀의 활약을 스포츠 경기의 전반과 후반전에 비유한 “반전(Half Time)”까지. 특히 “반전(Half Time)”은 스타디움이라는 공간과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선곡과 무대 연출로 들뜬 호응을 얻었다. 뜻밖의 선택은 “In My Head”였다. 2000년대 초반 팝 펑크 무드로 가득한 이 곡은 KARMA 앨범 리뷰 당시 ‘라이브 퍼포먼스가 가장 기대되는 곡’ 중 하나로 꼽혔던 곡이다. 이번 콘서트에 함께한 세션 ‘TEAM SKZ’의 편곡과 함께 후렴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스트레이키즈의 듀엣이란 이런 것

놀랍게도 스트레이 키즈는 ‘dominATE’ 투어에 오른 이후에도 두 장의 일본 앨범과 EP合 (HOP)(타이틀곡 “Walking on Water”)을 발매한 바 있다. 그리고 合 (HOP)에 수록된 멤버들의 솔로곡들은  ‘dominATE’ 투어의 전반의 주요 셋리스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스트레이 키즈는 진짜로 멈추는 법을 모른다. 데뷔 7주년을 맞이했던 지난 3월 디지털 싱글 Mixtape: dominATE 로 멤버들의 듀엣 조합을 새롭게 선보인 것. 3월 말 시작된 라틴 아메리카 투어부터 셋리스트에 들어간 듀엣 곡들의 무대를 이번 앵콜 공연을 통해  한국에서 처음 만날 수 있었다.

포문을 연 것은 “Truman (한 & 필릭스)”였다. 재미있는 라임과 캐치한 후렴구를 토대로 한과 필릭스의 서로 대조되는 랩핑이 번갈아 묵직하게 쏟아지는 곡이다. 그 뒤는 경쾌한 일렉트릭 기타 리프에 락 무드가 얹어진 “Burnin’ Tires (창빈 & 아이엔)”이 이어 받았다. 창빈과 아이엔은 양쪽 사이드 무대까지 구석구석 뛰어다니며 후렴구 호응을 유도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댄스 브레이크까지!  다음 조합은 “강박(Red Lights)”로 호흡을 맞춘 적 있는 방찬과 현진의 무대였다. 비숍 브릭스(Bishop Briggs)의 “River”를 연상 시키는 드라마틱한 고음이 얼터너티브 R&B와 조화를 이룬 “ESCAPE (방찬 & 현진)”의 무대는 스트레이 키즈의 성숙한 매력을 보여줬다. 듀엣 마지막은 “CINEMA (리노 & 승민)”였다. 웅장한 도입부와 상반되는 섬세한 보컬, 감성적인 밴드팝 넘버인 이 곡은 승민이 작사작곡에 참여한 바 있다. 애니메이션 영상과 펼쳐진 무대는 엔딩 크레딧처럼 수많은 이름들이 올라가는 마지막 연출까지 그야말로 한 편의 영화같은 순간을 선사했다.

애니메이션과 함께 감성적으로 펼쳐진 "CINEMA (리노 & 승민)". 무대

스트레이 키즈가 왜 이렇게 한국을 사랑해

우리가 ‘케이팝데몬헌터스’의 귀여운 호랑이, 더피에게만 너무 정신이 팔렸던 것은 아닐까? 전통악기인 퉁소 소리와 함께 사자탈을 쓴 놀이패와 멤버들이 무대에 등장했다. 사악한 기운을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진 사자 탈을 쓰고 춤을 추는 ‘북청사자놀음’은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전통춤 중 하나. 사자들과 함께 전통 무술에서 힌트를 얻은 듯한 현진, 리노, 필릭스, 방찬의 퍼포먼스가 시선을 사로잡은 가운데, 비단 저고리와 바지를 갖춰 입은 스트레이 키즈가 펼친 무대는 놀랍게도 "Walking on Water"였다. 올드스쿨 힙합 비트를 전면에 내세운 이 트랙은 한국적인 요소와 이질감 없이 펼쳐졌다. 무대는 “神메뉴”와 “특”까지, 팀 특유의 에너지를 가장 담은 트랙들로 이어졌다. 자리에 앉아서 무대를 보는 이들은 없었다.

드론쇼, 스트레이 키즈는 정말 어디에나 있다!  

스트레이 키즈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야외 스타디움 공연. 밤하늘을 수놓은 것은 불꽃놀이 뿐만 아니었다. 화려한 드론들이 출동했다. 형형색색의 드론들이 모여드는 가운데, 먼저 정체를 드러낸 것은 앞의 섹션 무대에서 이어진 사자탈이었다. 표효하는 사자탈의 이미지는 태극문양과 ‘SKZ’ 로고로 대체되더니 이내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Stray Kids Everywhere All Around the World You Make Stray Kids Stay’로 변형되어 감동을 선사했다. 

인천 주아시아드경기장 하늘을 채운 드론쇼. 그야말로 스키즈 식 '혼문'이나 다름 없었다

진심은 항상 통한다 

넘쳐나는 일정과 커지는 기대감 속에서 아티스트가 팬들에게 자신들의 ‘현재’를 가장 진심으로 전할 수 있는 순간은 언제일까? 세 시간 가까운 시간이 오직 무대에 할애되는 콘서트가 바로 그 순간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dominATE : celebrATE’는 무대를 향한 여전한 스트레이 키즈 멤버들의 열정과 진심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멤버들은 넓고 긴 스테이지의 동선을 쉼없이 구석구석 뛰어 다녔으며, ‘토롯코’에 올라 탄 순간에도 춤을 추거나 팬들과 눈을 계속 맞추며 호흡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오직 이번 콘서트를 위해 10kg 넘게 감량한 창빈의 노력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파워풀한 군무 또한 여전했다. 무대 곳곳에 흩어져 있던 멤버들이 정중앙에 모일 때, 여전히 ‘풀파워’로 춤을 추는 스트레이 키즈의 모습을 볼 때는 이들이 지금 자신들이 얼마나 멋진지 직접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깝게 느껴졌다. 감성적인 곡을 부를 때 몰입력 또한 공연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요소였다. “가려줘”를 부르며 어김없이 눈물을 보인 방찬의 모습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이번 앵콜 콘서트는 여전히 달려 나갈 여덟 명의 여전한 각오를 엿볼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한창 땀을 쏟아내는 공연 중간에도 연말 시상식 출연 소식을 전하며 “정말 더 많은 무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을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하려고 한다. 우리의 결정이다”라고 말하는 8년 차 팀을, 걱정할 일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밝고 즐거운 에너지로 무대를 누비고 다니던 스트레이 키즈 멤버들

스키즈하면  페스티벌 버전이지 

10월 18일, 앵콜 콘서트의 첫째 날이라는 점에 방심했던 건 오히려 관객 쪽이었을지도 모른다. ‘dominATE : celebrATE’의 첫째 날 트랙리스트는 메들리를 포함해 서른 곡을 훌쩍 넘기며 장장 3시간 반의 공연 시간을 기록했다. “SUPER BOARD”부터 “사각지대” “Stray Kids” “MIROH”로 이어지던 앵콜 구간은 “Chk Chk Boom (Festival ver.)이 시작되자 절정에 달했다. 그리고 모두가 기대했던 “CEREMONY(Festival ver.)”까지! 첫날 밤은 뜨거웠다. 작년 8월 시작한 대장정의 마지막을 진짜로 장식할 10월 19일 오늘, 스트레이 키즈는 어떤 무대를 보여줄까? 확실한 것은 이 8명은 항상 기대 이상을 보여줄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공식 트위터에 올라온 첫째 날 공연을 마친 멤버들의 모습
Courtesy of J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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