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었다, 그치? 와와와, 그리고 놀이도감
2025.11.03 | by Lee Maroo음악의 지평에 대한 고민과 모색이 즐거움과 맞물려 돌아갈 수 있을까? 와와와와 놀이도감이 만난 UBUBU는 '어쩌면 가능할지도'라고 말한다

소란스러운 듯 정체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씬(Scene)마다 항상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이들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겁고 다행인 일인가! 어쩐지 정언처럼 되어버린 "밴드 붐은 온다"는 표현의 한복판에 서있는 '실리카겔(Silica Gel)' 멤버 네 명의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는 잘 알려져 있는 바다. 하지만 기타리스트 김춘추의 솔로 프로젝트 '놀이도감'과 베이시스트 최웅희가 속한 밴드 '와와와(Wah Wah Wah)'의 직접적인 조우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에서 함께 라이브 무대를 펼치며 기대감을 모은 두 팀은 9월 24일 콜라보레이션 EP UBUBU를 '드롭'하기에 이른다.

총 5곡의 곡이 수록된 EP를 발매 후 두 팀은 곧바로 합동 단독 공연 소식을 발표한다. 김춘추의 차분한 솔로로 시작해 김수현의 플루트 소리와 함께한 와와와의 위풍당당한 등장, 방심할 틈 없이 펼쳐지는 잼 등 '와리도감'의 완벽한 협업 플레이로 진행된 100분 남짓의 공연은 10월 19일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개최됐다. 다음은 첫 공연이 끝난 뒤 빌보드코리아가 보낸 질문들에 대해 멤버들이 보내온 답변이다.

와와와X놀이도감의 첫 단독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6월 DMZ 피스트레인에서 공연, 9월 EP UBUBU 발매, 그리고 단독 공연까지 함께 달리며 어떤 에너지를 얻었나요? 이번 EP 작업은 춘추씨의 작업실에서 많이 이뤄졌다고요
김춘추 '놀이도감'으로서는 처음으로 한 콜라보 작업이었는데요, '와와와' 멤버들 모두 다들 너무 친해서 굉장히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특히 밴드마다의 분위기 라는것이 있거든요, '와와와'의 분위기는 일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정말 즐거웠습니다. 제 스튜디오인 ‘우리모두스튜디오’는 처음에는 저의 개인 작업을 위해서 생겨났지만, 점점 기어들을 모으고, 다양한 레코딩과 작업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를 하다보니, 저 혼자만 이 공간을 쓰는게 좀 낭비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능한한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과 우리모두스튜디오의 모든 인프라를 사용해서 작업하는걸 오히려 가장 선호합니다. 내가 선택한 공간과 내 라이브러리에서의 장비들, 거기서 나오는 사운드팔레트들이 저 또는 누군가의 음악에 사용되는 게 저에게는 엄청난 쾌감이 있어서, 정말 신나게 작업했어요, 그리고 와와와 멤버들도 스튜디오를 너무 좋아해줘서 더 기뻤습니다.
서원석 이번에 얻은 많은 것들 중 가장 큰 건 역시 재미였습니다. 저에게 이 일을 하는 유일한 원동력은 재미인데, 이전과는 다른 느낌의 곡을 다른 스타일로 연주한다는 것이 적당한 긴장감을 줬어요. 마치 정말 좋아하는 게임의 신규 콘텐츠(DLC)를 어려운 난이도로 플레이하는 느낌이 들었죠. 재미있었어요!
멜로디나 보컬 보다는 연주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 공연이었어요. 이런 공연을 펼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쾌감도 있었을까요? 정말 라이브 공연이라서 가능했던 가장 ‘즉흥적인’ 순간은
김수현 최근들어 라이브 공연에서 '잼'을 많이 합니다. 한 곡 안에서 하는 경우도 있고, 곡과 곡사이를 이어주는 브리지 또는 인트로, 아우트로 등 다용도로 활용하고는 아죠. 이번 와와와X놀이도감 공연 에서도 여러곳에 잼 파트를 배치했었는데요, 뮤지션도 관객도 그 때, 그 공연 그리고 그 장소에서만 느낄수 있는 특별함을 주기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순간이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뭐가 나올지 또 어떻게 진행이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말 그대로 즉흥적으로 하는것이라, 그 불확실함에서 오는 긴장감과 즐거움이 있습니다. 물론 잘 나올때는 즐거움이지만, 뭔가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을때에는 지루한 시간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또한 잼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김춘추 공연의 여러 순간들이 떠올라요. 특히 저는 놀이도감의 솔로 셋리스트 마지막 즈음, 와와와 멤버들이 무대에 올라오며 연주한 "거짓말쟁이의 비극"의 후주가 상당히 즐거웠습니다. 아, 이제 시작이야! 라는 느낌을 주는 구간이었고, 생각한 대로의 연출이 나왔어요.
말한 것처럼 놀이도감의 곡 “소나무숲의 전설” “무지개” 등으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보컬 뿐 아니라 어쿠스틱 기타, 신디사이저, 일렉트릭 기타까지 다양한 역할을 해냈는데요. 100분 남짓한 이렇게 많은 역할과 다른 분위기의 곡을 소화해내는 일은 어땠나요?
김춘추 저는 기타리스트 출신이긴 하지만, 이런저런 다양한 악기들에서 많은 영감을 받기에,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리고 무대에서 그렇게 연주할 일은 생각보다 없어서, 오히려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느낌으로 제 셋을 꾸려 봤어요. 저는 환경이 너무 중요하다보니, 작업하는 공간처럼 무대를 배치했는데, 그래서 더 몰입해서 사운드적으로 비어있는 공간을 적절하게 채울 수 있었던것 같아 좋았습니다.
웅희씨 또한 와와와에서는 베이시스트가 아닌 기타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보컬도 선보였고요
최웅희 베이스를 연주하면서 생기는 아쉬운 부분을 와와와에서 실현시키고, 기타를 치면서 생기는 결핍을 실리카겔에서 채우는 구조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보컬에 까지 도전을 했고요. 솔직히 소질은 없는 것 같지만요(웃음). 하지만 저도 재밌고 보는사람도 재미있는 듯하니 계속 연습해볼까 합니다. 이번 공연을 하며 놀이도감 같은 키보디스트가 있으면 와와와의 사운드가 얼마나 더 풍성하고 좋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편 와와와의 노래는 가사를 관객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에 대해서는 큰 뜻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찾아보면 형식을 갖춘 가사가 분명 존재해요
김수현 모든 가사를 영어로 씁니다. 한국어가 싫다거나 영어가 멋있어보여서 그런것은 아니고요. 음악을 처음 듣기시작한 10대시절부터 지금까지 영어로 된 노래만 듣고 살아와서, 영어의 발음과 함축성이 제가 만드는 음악의 멜로디와 리듬에 가장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사운드적인 부분에서는 음원과 라이브 모두 보컬이 어느정도 악기들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것으로 생각합니다. 보컬이 메인이고 다른 악기들이 그것을 위한 백그라운드가 아니라, 인간의 목소리 또한 하나의 악기로 생각하는것 같아요. 이 또한 제가 듣고 자라온 음악들의 영향이 큰것 같네요. 물론 그렇다고해서 가사를 대충 쓰지는 않습니다.
UBUBU에 수록된 5개의 트랙 중 '기발하다', '재미있다'라고 생각되는 트랙을 각자 뽑는다면
김수현 "Uncertainty"는 반나절만에 만들었던 곡이에요. 거의 반 장난으로 처음 데모를 만들고 그걸 들으면서 스스로 정말 말도 안되는 곡이다 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랬던 곡이 앨범의 타이틀 트랙이 되었다는게 재미있네요
김춘추 아무래도 "Unseen fist" 가 아닐까 합니다. 웅희가 쓴 곡인것도 매우 재미있었고, 특히 후반부의 수현 형과 저의 더블 기타 솔로구간이 정말 카오틱한 곡이라고 생각해요.
이준섭 저도 "Unseen Fist"를 꼽겠습니다. 시원한 사운드가 일품이에요.
서원석 저 또한 "Unseen Fist"입니다. 특히 공연을 할 때 그 곡을 마치고 나면 땀이 쫙 빠지면서 기분이 좋습니다.
최웅희 저는 첫 번째 트랙인 "Unknown Fest"요! 와와와는 잘 도전하지 않는 정교한 타이밍을 요하는 곡인데, 와와와 스타일로 원치않게 재해석된 결과물이 너무 좋습니다.
하지만 정작 "Unseen Fist" 뮤직 비디오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자랑하는 멤버는 최웅희 씨인데요(웃음). 영상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나요? 3분 즈음 멤버들을 잡아먹는 것 같은 연출에서는 프란시스코 고야의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가 떠오를 정도로 '무시무시'했습니다
최웅희 고야의 그림이 생각난다고 하시니 저의 연기력이 좋았구나 싶어서 너무 기분이 좋네요(웃음) 이번 뮤직비디오는 와와와의 비주얼 아티스트 오햄킹이 만든 세상에서 최웅희가 맘대로 뛰어놀게 둬보자 라는 콘셉트였어요. 그 안에서 매우 즉흥적이고 폭발적으로 만들어진 저희조치 예상하지 못한 작업이였습니다. 다들 만들면서 어떤 게 나올지, 뭘 촬영한 건지 혼란스러웠는데 보는 사람에게도 그 혼란이 전해진 것 같습니다. 어쩌면 감독의 의도가 잘 전달된 거겠죠.
한편 "Uncertainty"의 도입부를 비롯해 무대 위 플루트의 존재감이 대단하더라고요. 밴드 공연에서 플루트가 선사하는 사운드적인 매력은 무엇인가요? 관객석에서 들으니 다른 악기보다 훨씬 사운드적으로 따뜻하게 느껴지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김수현 플루트는 중 · 고음역의 레인지 그리고 퍼커시브한 사운드 덕분에 다른 모든 소리들을 뒤로 밀어내고,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앞으로 튀어나올수 있는 힘을 가진 악기입니다. 퍼즈가 강하게 걸린 일렉트릭 기타와 싸워도 지지 않는 강인함이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4번 트랙 "Bucket Brigade"는 김춘추 씨의 곡이죠. 이 곡에 대한 설명도 살짝 들려준다면
김춘추 제가 정말 아끼는 곡이에요. 지난해 페스티벌들에서 꾸준히 연주해왔던 미발매곡이자, UBUBU의 시작부터 이 곡의 발매를 논했었기에 중요한 곡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버전은 이후에 발매될 놀이도감의 오리지널 앨범에도 수록될 예정이라서, 이번 공연에서는 약간 틀어봤습니다. 그런데 기존 버전보다 더 좋다고 생각되는 요소도 있어서, 약간 복잡해졌네요. 좋은 의미의 복잡함이지만요!
무대에 함께 올랐던 다섯 사람 모두 다채로운 음악적 여정을 쌓아 왔고, 또 쌓고 있습니다. 각자 이번 협업은 어떤 기점이 됐나요?
이준섭 수현이와는 고교 선후배 관계로 시작해 DTSQ를 거쳐 와와와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꽤 긴 인연이죠. 이번 활동이라고 해서 예전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고 의사결정 부분이 아주 조금 스무스해진 게 차이네요, 그리고 음주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웃음)!
서원석 어려서부터 드럼에 관심이 커서 드럼셋 앞에 앉을 기회가 있을때마다 두들기는걸 즐기곤 했으나 처음 제대로 시작한건 고등학교 졸업 후였습니다. 제 개인 작업을 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로 접어드는 느낌이 많이 드는 요즘인데, 앞으로 '오방가는(흥이 나는)' 음악을 많이 만드는게 목표입니다.
'와와와X놀이도감'의 무대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매력은
김춘추 꽤 다른 결을 가진 아티스트 들의 의외의 합체에서 나오는 기괴함과 자연스러움의 중간 어딘가?
최웅희 그 기괴함조차 자연스러워 지는 순간이 가장 재밌었던 것 같아요. 중간중간 즉흥적으로 펼쳐진 잼은 정답도 오답도 존재하지 않는 영역이죠. 완벽하게 한 팀이 된 것 같아 너무 신기했습니다.

놀이도감(Noridogam)
2019년 싱글 "충훈부"로 시작한 실리카겔의 기타리스트 김춘추의 솔로 프로젝트로, 기존 실리카겔의 사운드에서 벗어난 본인만의 자유로운 사운드 탐구로 독자적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정규 앨범 숨은 그림 을 비롯 두 장의 EP를 발매했다.
와와와(Wah Wah Wah)
개러지, 서프, 크라우트록을 넘나드는 사이키델릭 록 밴드 와와와는, DTSQ의 리더였던 김수현, 실리카겔의 최웅희, 전 DTSQ 이준섭 및 전 데드버튼스 서원석으로 구성된 4인조 밴드다. DIY 정신으로 본인들이 직접 약 10회의 공연 기획을 통해 클럽 공연에서 꾸준히 국내 팬들을 만나왔으며, 폭발적인 에너지의 집단적 합주가 특징이다. 지난 9월 유럽 최대 음악 쇼케이스 페스티벌인 독일 리퍼반 페스티벌 및 베를린에서 두차례 공연을 하고 돌아오며 국경을 넘어 진한 인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