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불가사의부터 방콕의 와이어씬까지, 영상감독 송태종이 만들어가는 K-팝의 새로운 장면
2025.12.10 | by Billboard Korea‘나의 냄새가 나게 하는 것’ 영상감독 송태종이 포착한 순간들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스스로를 어떻게 소개하고는 하나요?
영상을 만들고, 그중에서도 패션필름과 뮤직비디오 작업을 위주로 하고 있는 송태종이라고 합니다.
비주얼에는 언제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요? 처음에는 영상이 아닌 사진 스튜디오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비주얼 요소를 향한 관심은 다섯 살 차이 나는 누나 덕이 컸어요. 나이키 에어포스 미드나, 비비안 웨스트우드 지갑 같은 것을 중학생인 저에게 선물해줬는데 그걸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보여지는 것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대학교 전공은 설치미술 쪽이었습니다. 내가 만든 작업물을 기록해야 하다 보니 영상에 관심이 생겼고 영상을 촬영하려면 그에 앞서 사진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8년 안상미 스튜디오 어시스턴트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다른 전공을 가지고 학교를 다니다가 사진 스튜디오에 들어갔다는 건, 그 때 이미 20대 후반이었을까요?
27살 즈음이었어요. 혹시라도 내가 남들보다 늦은 건 아닐까 그런 불안감은 없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뭘하든 잘해낼 것 같다는 묘한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2019년부터는 홍장현 실장님 밑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하게 됐습니다.
현장에서 항상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감독으로서 특별한 면모라는 걸 알고 있나요? 스스로 생각하는 나의 능력, 자신감 있는 부분은 또 다를지
저 또한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게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현장에서의 능동성이나 순간 대처능력이라고 할까요, 계획을 하고 현장에 갈 때보다 덜어냈을 때 재미있게 튀어나오는 것들이 항상 있죠. 다만 촬영 규모가 커질수록 저희 즉흥성이 현장 스태프들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돼요. 같이 작업하는 다른 분들에게 스케줄링을 비롯해 여러 도움을 받으며 해나가고 있습니다. 죄송스럽게도 여전히 완전히 고치지는 못했지만요

그런 즉흥성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작업은
개인 작업물인데요. 사실 그때 촬영했던 영상은 훨씬 다양했어요. 차량 안 뿐만이 아니라 밖에서도 촬영하고, 폴라로이드도 하고 소위 ‘기교’라고 할만한 걸 다 찍고 넣어보려고 했는데 현장에서 식사를 하기 전에 잠깐 시간이 생긴 거에요. 그 사이 가편집을 15분 정도 했는데 해놓고 보니 아무리 봐도 다른 데이터는 섞는 게 좋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이건 다소 심심해보이더라도 이렇게 가는 게 맞겠다, 라는 판단을 내렸어요. 그리고 지금도 그게 옳았다고 생각해요.
개인 작업이라고 해도 이런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자기 확신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특히 영상 작업은 같이 작업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제가 저에 대해서 믿는 건 시각적인 정보들을 빠르게 캐치하고 판단을 내린다는 점인 것 같아요. 멋있어보이는 톤이나 어떤 시각적 감각 같은 것. 그게 사진 스튜디오에서 일하며 확실하게 내재화됐나 싶기도 하고요.
기존 작업물들을 보면 음악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 보입니다. 원래부터 음악을 많이 듣고 좋아했나요?
이것도 스튜디오 어시스턴트 시절과 연관되는데… 사진 촬영을 할 때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하잖아요. 여기 오는 사람들은 다 멋진 사람들인데, 그냥 듣던 음악을 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멋진 음악’이라는 것에 대한 기준을 잡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기본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음악을 듣고 살죠.
솔직한 이야기네요(웃음). 촬영 중 플레이리스트 선정은 스튜디오 포토 어시스턴트들에게 요구되는 비공식적인 역량 중 하나죠
지금 제 촬영 현장에서도 마음에 드는 음악을 찾아내야 롤이 돌아갈 정도에요.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아세요? 주인공이 레이서인데 음악 타이밍이 안 맞으면 절대 차를 출발하지 않거든요. 저도 그런 면이 있어요. 음악을 고르는데 하루종일 시간을 쓰고, 맞는 음악을 찾으면 정작 편집 자체는 한 시간 만에 끝내기도 하죠.
최근 그렇게 고심해서 음악을 골랐던 영상은
매거진들과 작업물이 떠오르는데요. ‘엘르’ 김태리 프라다 패션필름은 영상이 귀여운 면이 있으니까 지브리 사운드를, ‘에스콰이어’ 박보검 오메가 필름 같은 경우는 오히려 히치콕의 서스펜스 영화에 나올 것 같은 면을 상상했어요. 국내 브랜드인 느와르 라르메스(Noir Larmes) 의 패션필름은 묘하게 밴드 사운드가 느껴지는 패션 필름처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죠.
영상 작업물은 여러 스태프와 소통하다 보니 ‘레퍼런스’가 특히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이런 부분들은 어떻게 찾아가나요? 내 머릿 속에 있는 그림을 믿고 설득하는 쪽일지
예전에는 시네마틱하거나 파인아트스러운 시각 영상을 많이 찾았어요. 즉각적으로 멋있다고 이견없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이죠. 지금은 오히려 재미있는 게 좋아요. 쇼츠, 릴스, 밈 같은 걸 많이 찾아보고요. 왜냐면 저조차도 처음 10초가 흥미롭지 않으면 빨리 감거나, 스킵하게 되더라고요. 영상을 만드는 나조차 이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정성스럽게 만들어도 지루하면 결국 집중하기 어렵다는 걸 인정하는 게 이 시대에 맞는 자연스러운 고민이자 레퍼런스를 찾는 방식 아닐까 해요. 음악도, 영화도 모두 짧아지는 추세니까요.
하지만 누구보다도 긴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습니다(웃음).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연준의 첫 솔로 앨범 ‘NO LABELS: PART 01’ 뮤직비디오는 "Coma" "Let Me Tell You (feat. Daniela of KATSEYE) "Talk to You" 세 곡을 섞어 6분에 달해요
제 아이디어가 아닌 소속사 빅히트의 요청이었어요. 정말 특이한 제안이었죠. 영상이 길면 자칫 지루하지 않을까, 오히려 의심되는 면도 있었어요. 그래서 편집에서 재미있는 요소를 넣으려고 했어요. 말도 안되게 영상을 ‘크롭’해본다거나, 연준 씨가 몸에 물을 뿌릴 때 맥락 없이 복근을 클로즈업 한다거나, 물통 컷을 넣는다거나(웃음). 그런 ‘킥’들을 계속 생각했죠.
그 결과 탄생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나요?
결과적으로는 “Talk to you” 마지막에 등장하는 와이어 씬이에요. 아무래도 촬영이 태국 프로덕션으로 진행되다 보니 제가 생각한 와이어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 러프함이 오히려 멋있게 느껴지더라고요. 균형 잡기 어려워 보였는데 연준 씨가 일단 자기 몸을 너무 잘 컨트롤했고, 라이팅이 맞아 떨어지면서 현장에서 진짜 그렇게 생각했어요. ‘와, 내가 찍어본 것 중에 지금 화면이 제일 멋있는 화면이다!’ 라고.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준 씨가 오히려 매달린 채로 테이크를 더 가겠다고 했던 것도 고마웠죠.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최근 패션지, 브랜드 작업 등을 통해 좋은 감각을 가진 영상감독들의 행보는 결과적으로 K-팝 아티스트와의 작업으로 이어지는 면모도 있습니다. 가장 큰 자본과 다양한 기획이 투입되는 분야라는 점도 이유겠죠. 처음 뮤지션과 작업한 작업물은 무엇이었나요?
황소윤(So!YoON!)의 “BAD”가 첫 뮤직비디오 작업이었어요. K-팝 작업물은 NCT 127의 FACT CHECK(2023) 의 프로모션 기획이었던 ‘불가사의(Mystery) in Seoul’ 작업물이었습니다. 당시 SM 소속이었던 민고운 씨와의 첫 작업이었는데 지금은 저희 스튜디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함께하고 있어요. 이번 연준씨 작업의 방향성을 비롯해 제 작업물의 결에 많은 아이디어와 재미를 더해주는 존재입니다.
이처럼 K-팝 아티스트와의 작업은 영상감독으로서 다음 단계를 향한 자연스러운 행보처럼 느껴지나요?
선배들이 내가 런던 혹은 뉴욕에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면 지금 제 세대는 오히려 한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이렇게 글로벌한 인물들과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걸 실감하는 것 같아요. 제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최근 촬영한 이병헌 배우를 비롯해, 이런 글로벌한 스타들을 찍을 기회가 없을 수도 있죠. 특히 글로벌한 오디언스의 존재를 토대로 시도할 수 있는 부분도 굉장히 넓어졌고요. K-팝은 물론, 한국 셀러브리티들과의 작업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다만 한 가지 잊지 않으려고 하는 건 제가 원래는 패션필름으로 시작했다는 사실이에요. 그게 지금 저의 색을 만들어준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그 근간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초심을 기억하려고 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계속 작업을 한다는 의미일까요
뮤직비디오 촬영과 비교해 규모감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저는 그 감각을 잊지 않는 것, 멋있고 재밌는 걸 만드는 건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매거진 촬영 패션 필름은 포토그래퍼의 사진 촬영 현장의 ‘서브’로 느껴지는 경우가 대다수잖아요. 저는 그 비어있는 느낌이 오히려 좋아요. 사전 협의가 덜 치밀한 만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오히려 좀 더 자유롭게 놀 수 있죠.
이처럼 포토그래퍼의 현장을 존중하는 건 사진 스튜디오 출신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생각 같기도 합니다. 한편 영상은 사진에 비해 피사체의 장단점이 더 많이 드러나게 되잖아요. 피사체가 가진 힘에 따라 안도하기도, 고민되기도 할지
기본적으로 저는 피사체를 사랑하려고 노력해요. 저 사람이 가진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무엇일까 생각하고, 또 그걸 집요하게 파보려고 하죠. 사실 노하우라면 노하우인데 누가 들어가도 ‘멋지게’ 보일 수 있는 저만의 톤과 라이팅이 있어요. 그걸 사용하지 않고 피사체의 매력을 끝까지 느껴보려고 하는데 간혹 그게 어긋날 때도 있죠.

좀 늦은 질문 같긴 합니다만, 결국 사진이 아닌 영상을 택하게 된 이유는
(홍)장현 실장님의 제안이었어요. 장현 실장님 촬영에서 영상을 찍으며 영상 편집과 사진 촬영, 둘 다 버거워하고 있는데 그러면 영상에 재능이 있는 것 같으니 차라리 한 번 맡아서 해보라며, 출퇴근 시간도 원하면 조율해주겠다고 하셨죠. 어시스턴트에게 그건 엄청난 일이거든요.
지금 영상 감독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작업해나가고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나의 냄새가 나게 하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개성에 대한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걸 생각하면서 작업하지 않으면 결국 흔들리게 돼요. 워낙 좋은 것들이 많이, 빠르게 나오는 시대이다 보니 다른 사람의 작품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나의 것’에 대해 계속 생각해야 하죠.
문득 그런 송태종이 인상깊게 본 다른 사람의 작업물도 궁금합니다
최근에 본 것 중 충격적으로 좋았던 영상은 HYUKOH, Sunset Rollercoaster 의 “Antenna” 뮤직비디오 였어요. 꿈같은 느낌이 좋았습니다. 캣츠아이의 “Gnarly”도 음악적으로 재미있었고, 르세라핌의 “SPAGHETTI (feat. j-hope of BTS)”는 곡과 영상 모두 재미있게 봤어요.
캣츠아이와 르세라핌의 곡이라니 굉장한 빌보드 차트에 부합하는 취향인 것 같습니다(웃음).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듣는 한국 곡은 무엇인가요?
촬영을 마칠 때마다 거의 듣는 곡인데요. ‘빛과 소금’의 곡 “샴푸의 요정”을 정말 좋아합니다.

혹시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데뷔 초반에 “샴푸의 요정”을 리메이크한적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오, 몰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