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마성의 여자’, 무라사키 이마가 한국에 전한 첫 목소리

2025.12.01 | by Young Shin
©2025, LIVET & WANDEROCH All rights reserved.

짧은 영상이 음악 확산의 가장 강력한 촉매가 되고, 한 줄의 훅이 전 세계를 관통하는 시대. 그 변화의 최전선에서 가장 빠르게 두각을 드러낸 이름이 있다. 바로 무라사키 이마다. “마성의 여자 A”와 “소문의 그 아이”로 SNS 전체를 뒤흔든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 특유의 감각과 독창적 사운드로 ‘뉴 J-POP’을 상징하는 뮤지션으로 급부상했다.

2024년에는 애플뮤직 ‘Up Next Japan’ 아티스트로 선정되며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증명했고, 일본 내 바이럴을 넘어 전세계까지 확산되는 글로벌 성장세를 만들었다.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는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유난히 넓다. 본인 표현대로 “100명이 들으면 그중 한 명은 반드시 좋아할 만한 곡이 있을 것”이라 말할 만큼, 한 아티스트 안에 서로 다른 감각과 정서가 병존한다.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자유롭게넘나들며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는 시도 자체가 곧 그의 음악의 재미이자 가장 큰 매력이다.

그런 무라사키 이마가 이번엔 한국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일본 요코하마와 오사카에서 열린 ‘GLITTER DAY’ 합동 무대에 이어, 드디어 서울에서 개최된 <원더리벳 2025> 무대에 오르며 한국 팬들과 첫 정식 만남을 가지게 된 것.

첫 내한을 마친 직후, 빌보드코리아는 무라사키 이마에게서 어린 시절의 음악적 뿌리, 아일릿과의 에피소드, 짧은 영상 시대 속에서 음악이 소비되는 방식에 대한 창작자로서의 시선, 그리고 한국 팬들과의 첫 대면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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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내한인 만큼, <원더리벳 2025> 무대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일본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한국 관객 앞에 서게 되는 만큼, 이번 페스티벌 무대를 준비하면서 가장 기대되거나 설레는 순간이 있었나요?

한국 팬 여러분 앞에서 처음 공연하게 되는 자리였기 때문에, 한국어를 몇 가지 직접 연습하며 준비했어요. 특히 ‘마성의 여자 A’에서 등장하는 “よくできました.”라는 대사를 한국어로 바꾼 “잘했어요”를 연습한 순간이 가장 설레었는데요. 한국 관객 앞에서 그 말을 직접 전할 생각을 하니 준비 과정 내내 기대감이 컸습니다.

한국에 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위시리스트가 있다면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맛있는 한국 음식을 먹는 것이었어요.

아버지는 ‘젬베’를 연주하는 음악가였고, 어머니는 가스펠 싱어로 활동다고 들었어요. 그런 환경에서 자란 어린 시절의 경험이 현재의 음악적 뿌리와 사운드에 영향을 주었다고 느끼나요?

부모님은 잼베와 가스펠, 아프리카 음악, 블랙 뮤직, 소울, 재즈, 펑크 등을 정말 좋아하셨기 때문에, 저도 자연스럽게 그런 음악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또 부모님이 랩이나 레게도 즐겨 들으셨던 덕분에, 자유롭게 그루브를 잡는 법이나 리듬을 타는 법처럼 ‘자유로운 음악’에 대한 감각도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특히 라이브 퍼포먼스나 노래의 페이크(원곡의 멜로디나리듬을 즉흥적으로 변화시켜 표현력과 그루브를 더하는 가창 방식)는, 제가 어릴 때부터 접해온 그런 음악 장르 특유의 노래 방식에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은 부분이에요.

지난 9월 발매된 아일릿의 일본 첫 싱글 타이틀곡 “Toki Yo Tomare”의 작사를 맡으셨죠. 어떤 경험이었나요?

아일릿 분들은 노래·춤·퍼포먼스를 모두 아우르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작업할 때도 그들이 실제로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계속 떠올리며 가사를 썼어요. 예를 들어 후렴 직전의 “Mwah” 파트는 안무까지 함께 그려지더라고요. 무대에서 분명 귀엽게 표현될것이라는 이미지가 선명해서, 팬의 마음으로 그 장면을 상상하며 작업했습니다.

아일릿 일본 팬콘서트 ‘GLITTER DAY’에서 합동 무대를 선보이며, 앙코르 요청이 이어질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죠. 함께 무대를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무대에 계단이 있었는데, 제가 사실 계단을 내려가는 데 조금 서툴러요. 하필 그날은 두꺼운 하이힐을 신고 있어서 리허설 때는 결국 넘어지고 말았죠. 본 공연에서도 혹시 또 실수할까 조심스럽게 내려가고 있었는데, 그 순간 (ILLIT 멤버) 모카가 “아직 안 왔네?”라는 듯 다시 제쪽을 돌아보며 확인해주는 장면이 퍼포먼스 영상에 그대로 담겨 있더라고요. 그 모습이 미안하면서도 재미있고, 또 귀엽게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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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 하고 싶은 한국 아티스트가 있다면

예전부터 IU 님을 굉장히 존경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함께 작업할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마성의 여자 A”와 “소문의 그 아이”는 소셜 미디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주목받았죠. 그 덕분에 ‘Z세대 감성의 대명사’라는 수식어까지 따라붙었고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확산된 반응에 놀라지 않으셨나요? 혹은 어느 정도는 예감하셨을까요?

23살이 된 지금까지도 SNS의 확산력을 여러 번 경험해왔기 때문에, 빠른 반응이 놀랍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다만 해외, 특히한국 분들에게까지 크게 닿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 굉장히 기뻤습니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SNS의 힘을 다시 느낀 순간이었어요.

예상치 못한 반응이 한꺼번에 몰리면 오히려 부담스럽거나 버거울 때도 있잖아요. 그만큼 큰 반향 속에서 스스로 흔들리거나, 슬럼프를 겪었던 순간도 있었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작업 과정에서 슬럼프를 겪어본 적이 아직 없어요. 제가 곡을 만드는 가장 큰 동기가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든다”, “세상에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이 없으니 직접 만들어보자”라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확고한 것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제 음악에 대한 외부의 반응이 어떻든 크게 흔들리지 않는 편이에요.

다만, 곡이 짧게 잘려서 퍼지는 과정에서 제가 의도한 메시지와 다르게 받아들여지거나, 한 줄의 가사만으로 해석되는 상황은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SNS를 통해 풀버전을 제대로 듣고, 제가 담아둔 메시지를 정확히 읽어주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예상 밖의 바이럴 또한 결국 긍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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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중심의 시대인 만큼, 유저들의 반응도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다양해졌죠. 그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거나, 음악적 방향에 영향을 준 댓글도 혹시 있을까요? 

매일 정말 다양한 댓글이 달리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반응들이 제 음악적 방향을 바꾼 적은 없어요. 어떤 의견이든 일일이 영향을 받기시작하면 금방 휘둘려버릴 테니,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반면, 저를 향한 말이 아니라도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논쟁이나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던지는 말들을 보면 느끼는 점은 있어요. 그런 인터넷 SNS 댓글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 바로 "Go For Punch"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영향을 받은 적이 있긴 하다고 말씀드릴 수있을 것 같아요.

마성의 여자 A” 루키즘에 대한 풍자, “Server Down” 디지털 세대의 공허함  곡마다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느꼈어요. 작업할  이런 사회적 주제나 메시지는 어떤 계기로 떠오르나요?

평소 SNS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겪는 고민과 고통이 그대로 드러나잖아요. 그런 부분에 저도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되고요. 요즘은 이런 감정들이 더 명확하게 언어화되고 분석되는 시대라, 음악으로 의견을 전할 때 오히려 더 바로 마음에 닿는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SNS에서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거나, 그 감정에 공명하는 순간들이 있을 때, 글이 아니라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편이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거라고 생각하게 돼요. 이런 흐름 속에서 영감을 받아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곡들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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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리벳 2025> 무대를 마친 지금, 한국 관객들과의 첫 만남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나요? 일본 공연 문화와 비교했을 때, 인상 깊었던 차이나 새로운 발견이 있었을지도 궁금해요.

한국에서 라이브를 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정말 즐거웠어요. 가장 크게 느낀 차이는 공연 분위기였는데요. 일본 관객분들은 아카펠라나 조용한 파트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읽고 함께 조용해지는 편인데, 한국 관객분들은 무음일 때도 느낀 바를 솔직하게 말로 표현하시더라고요. 그 점이 오히려 긴장을 덜어줘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래서 일본 관객 앞에서는 ‘정적을 함께 즐기는 공연’이 되고, 한국에서는 ‘정적에도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공연’이 되는 것 같아요. 서로 다른 매력이 있어서 모두 좋았습니다.

<원더리벳 2025> 무대를 통해 다채로운 셋리스트를 선보이셨죠이번 공연의 곡 구성을 이렇게 꾸린 이유가 궁금해요특히 현장에서 반응이 좋았거나직접 무대에서 부를 때 가장 짜릿하게 느꼈던 곡이 있었나요?

제 곡 중에는 일본어로 콜 앤드 리스폰스를 주고받는 트랙이 많은데요, 이번 공연에서는 처음 듣는 분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구성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Flat Line」이나 「Meloism」처럼 영어로 콜 앤드 리스폰스가 가능한 곡, 언어 장벽 없이 구호를 따라 할 수 있는 「Bonjinsama」 같은 곡들을 중심으로 세트리스트를 짰습니다.

현장에서는 역시 「마성의 여자 A」에서 관객분들의 기대와 열기를 가장 크게 느꼈고, 「Meloism」을 부를 때는 무대 아래로 내려가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불렀던 순간이 정말 즐거웠어요. 관객들도 함께 환호해 주셔서 저도 더 신나게 몰입할 수 있었던 무대였습니다.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둔 지금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난해(2024년)가 제 음악 자체가 화제를 모았던 시기였다면, 올해는 ‘Mulasaki Ima’라는 사람과 아티스트로서의 존재를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신 해였다고 생각해요. 라이브에서도, SNS에서도 제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한 해였죠. 지금은 마치 내 안에서 새로운 껍질을 하나 벗고 나온 듯한, 다음을 향해 자연스럽게 나아갈 준비가 된 느낌이에요. 연말에는 이 감정을 한 번 더 돌아보고, 내년에는 한층 더 성장한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라는 뮤지션을 스스로 소개한다면어떻게 설명하고 싶나요

저를 뮤지션으로 소개하자면, 제 음악은 100명이 들으면 그중 한 명은 반드시 좋아할 만한 곡이 있을 정도로 스펙트럼이 넓다고 생각해요.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시도가 제 음악의 가장 큰 재미이자 매력이고요. 그래서 제 다양한 곡들을 즐길 수 있는 단독 공연에도 꼭 놀러 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