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이 노랫말이 위로가 된다면, 헤이즈의 목소리가 이 계절을 감싸안을 때

2025.12.02 | by Billboard Korea

헤이즈가 가장 헤이즈다운 목소리로 돌아왔다. 헤이즈의 10번째 미니 앨범 Love Virus Pt.1 속에 헤이즈가 심어둔 섬세한 위로들에 대하여

Courtesy of P NATION

작년 11월 발표했던 9번째 미니 앨범 FALLIN에 이어 거의 1년 만의 EP입니다. 발매를 앞두고 개인 인스타그램에 “오늘 밤 지나면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되네, 잘 됐다”라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는데, 이번 앨범을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나요?

안녕하세요! 빌보드코리아를 사랑해 주시는 독자 여러분! 10번째 미니앨범 LOVE VIRUS Pt.1으로 인사드리는 헤이즈(Heize) 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번 앨범은 시간의 의미를 떠나서도 여러모로 정말 천천히, 오래 품어온 기록이에요. 사랑이 끝났을 때 생기는 감정의 균열들, 그 조각들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고 그것은 며칠이나 몇 달 만에 정의할 수 없는 이야기인 걸 깨달은 후 지나온 모든 날들을 천천히 돌아보며 곱씹었어요. 그래서 공개 하루 전에는 기분이 더 묘했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제 안에서만 자라고 변해 온 감정들이 이제는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다른 의미로 다시 태어나겠구나, 그걸 내려놓을 준비가 된 것 같아서 “잘 됐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앨범 발매를 하루 앞둔 11월 26일에는 리스닝파티를 통해 곡이 세상에 공개되는 첫 순간을 동료들, 그리고 팬들과 나눴죠. 그렇게 막상 세상에 내놓고 나니 후련했나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다면

후련함과 허전함, 아련함과 행복함들이 동시에 있었어요. 매번 느끼지만, 음악을 세상에 공개하는 순간은 마치 제 일기장을 누군가에게 건네는 기분이라서요. 그 일기장을 다 보여주어도 될 것만 같은, 보여주고만 싶은 사람들에게 용기 내어 먼저 음악을 들려주고 나니, 정식 공개 전 안심이 되었달까요(웃음). 무엇보다 그 시간, 그 장소에 있던 사람들과 특별한 추억이 생긴 것 같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순간일 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앨범은 제목부터 'Love Virus'입니다. 사랑과 관계의 소멸은 헤이즈의 음악에서 아주 중요한 화두로 느껴져요. 자기 고백인지, 누군가에게 건네는 위로일지

두 가지 모두 맞아요. 저에게 사랑과 이별은 늘 ‘나를 성장시킨 에러’ 같은 존재였더라구요. 때로는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지우고 싶다가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 경험들이 ‘더 나은 나’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는 “상처도 결국 나를 더 건강한 사람으로 키워내는 바이러스였다”라는 고백과 함께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비슷한 감정을 느껴온 분들께 위로를 건네고 싶었어요.

11월 27일 발매한 헤이즈의 10번째 미니 앨범 Love Virus Pt.1 커버

3번 트랙 “너 때문에 난”의 ‘모든 꽃이 져도 봄이 가는 건 아니듯’이라는 가사가 특히 마음에 남았어요. 어떤 마음으로 써내려간 가사일까요

이별은 끝이 아니라 ‘계절이 바뀌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이 있고, 그 계절의 꽃이 졌다 해도 약속된 시간에 다시 계절은 찾아오죠. 누군가의 몸이 떠나도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느꼈어요.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되는 순간에도 사실 마음 어딘가에는 아직 온기의 씨앗이 남아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어서 그 구절을 썼습니다.

이번 앨범도 전곡을 작사·작곡했어요. 주로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는지, 탄생 과정이 특별했던 곡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언제든 어떤 장소에서든 메모하고 기억하려 하고, 희미해지기 전에 작업실에 앉아 구체화시켜요. 구체화시키는 시간대는 보통 밤과 새벽인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들어 있고, 저의 집중을 깰 만한 요소들이 적은 시간이에요. 그래서인지 감정이 가장 정직하게 올라오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이번 앨범 두 번째 트랙인 "새벽택시(Feat.이창섭)"은 ‘밤 12시’, 그리고 ‘택시’라는 단 두 개의 키워드로 몇 개의 장면만을 떠올리며 써 내려가기 시작한 곡인데, 창섭씨의 목소리가 들어오니 제가 미처 그리지 못한 그 이후의 장면들까지도 자연스레 그려지며 비로소 완성되었어요. 그 모든 과정들이 더해져 음악도 한 편의 드라마가 된 것 같아 특히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타이틀곡 “Love Virus (Feat. I.M)”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죠. 2022년 발표한 정규앨범 Undo 수록곡 “거리마다(Feat. I.M of 몬스타엑스)”, 그리고 2024년에는 아이엠(I.M)의 곡 "Slowly (Feat. 헤이즈)"에도 함께한 적 있는데요. 이번 곡에서는 어떤 시너지를 기대했을까요?

I.M의 보컬에는 차갑고 담담한 이성의 느낌이 있어요. 제가 흔들리는 감정을 노래한다면, 그는 그 위에 '그래도 결국엔 지워야 한다'는 냉정한 결을 덧입혀줘요. 특히 이번 곡이 가진 서사가 그 대비를 절실히 필요로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시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물을 들어보니 옳은 선택이었구나 싶어요.

이처럼 다양한 동료들과의 교류가 활발합니다. 동료 아티스트들은 헤이즈의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주변의 창작자들에게 굉장히 많은 영감을 받아요. ‘이런 감정을 이렇게 풀어낼 수 있구나’부터 시작해서 활동 방향에까지도 많은 영향을 서로 주고받는다 생각해요. 특히 소속사인 피네이션에는 솔로 아티스트들이 많아서 서로의 음악적 방향을 보며 ‘나도 더 잘해보고 싶다’는 건강한 자극을 자주 받아요.

Courtesy of P NATION

총 6개 트랙으로 구성된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헤이즈 보컬의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되는 구간들이 중간중간 있었어요. 이번 EP에서 보컬적으로 새롭게 시도하거나 도전한 부분을 꼽는다면

보컬 톤을 다 다르게 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흐릿하고 불완전하게 불러야만 했던 "어때 보여", 제 목소리 안에 있는 가장 따뜻한 온도를 꺼내야 했던 "마지막 인사"처럼 앨범 안에서 곡마다 보컬의 톤과 온도를 달리해 극적인 대비를 만들고 싶었죠.

마지막 6번 트랙 "신기루"는 연주곡인데요. 최근 발매하는 EP 마지막에 연주곡을 배치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아는 단어들과 제가 뱉어내는 멜로디만으로 채우지 못한 감정은 가사 없는 음악이 대신 말해준다고 믿어요. 연주곡은 일종의 감정의 여백이에요. 리스너가 본인의 이야기를 그 위에 올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마지막에 위치하게 됐습니다.

헤이즈의 보컬이 표현한 이별과 사랑 노래의 결 중 또 다른 방식의 사랑을 담은 게, 2023년 발 ㅛ한 싱글 “엄마가 필요해” 아닐까 해요. 지금 돌아보면 그 곡은 어떤 의미인가요?

그 곡은 저에게 굉장히 개인적인 고백이었어요. 오랫동안 아픈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곡이거든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꼭 연인만을 향하는 건 아니기에, 그 곡을 만든 건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지금 돌아봐도 용기 낸 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대학 축제나 페스티벌, 공연 등 개인 인스타그램에 후기를 올릴 때마다 팬들의 이름을 기억해 적어두고는 하더군요.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무대 앞에서 저를 바라보며 서 있는 사람들은 ‘관객’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저에게 되게 크고 다양한 의미를 불어 넣어주는 존재예요. 제 음악을 같이 만들어주는 사람들이고 제 무대를 완성시켜주는 ‘감정의 동료’인 것 같아요. 그들이 저를 기억하기 위해 제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듯, 나에게도 우리가 함께하는 이 시간들은 너무나도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라는 걸 표현하는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에피소드가 있었던 분들의 이름을 적어두기도 하고 짧게 대화를 기록하기도 하며 기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게 제게는 큰 힘이 돼요.

지금 돌아봤을 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모멘텀은 언제였던 것 같나요

저는 20대 초반에 음악을 하겠다고 결심한 순간이 지금의 모든 출발점이었던 것 같아요. 무모함과 확신이 함께 있던 시기였고 돌이켜보면 그 선택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으니까요.

이와 덧붙여 2014년 데뷔해 꾸준히 달려온 스스로에게 칭찬을 한 번 해줄까요?

좋았던 순간도 아팠던 순간도, 음악과 글을 통해서 표현하려고 했다는 점은 스스로 칭찬해 줄 만한 것 같아요.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온 제 자신에게 “잘 해 왔고, 잘하고 있다. 더 잘 하자!”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무면허'로 알려져 있는데요. 면허를 딸 계획이 혹시 있을까요? 헤이즈가 마주하고 싶은 또다른 도전은

면허, 굉장히 취득하고 싶습니다! 차 안에 혼자 있어보고픈 저의 크고 작은 꿈을 이루기 위해 내년에 꼭 시도해 보려고 해요. 물론 면허가 없어 자연스럽게 자주 이용했던 택시 덕분에 "새벽택시(feat. 이창섭)"이라는 노래가 나올 수 있었기에 그동안 무면허였던 저 자신과 택시 기사님들께 감사하긴 하지만요(웃음).

?si=QJPsbnRvGRUhI7Tb
"Love Virus(feat. I.M)" 뮤직비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