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그 주역들을 만나다

2025.08.06 | by Young Shin

올여름, 가장 강력한 사운드트랙이 케이팝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에서 나왔다. 바로 소니픽처스가 제작하고 더블랙레이블의 핵심 프로듀서들이 사운드트랙에 다수 참여한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직후 글로벌 영화 부문 1위에 오르며 시작부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실존 아이돌이 아닌, 가상의 걸그룹 헌트릭스(HUNTR/X)를 중심에 둔 이 작품은 악령이자 라이벌 보이밴드 ‘사자보이즈(Saja Boys)’를 대적하는 K팝 스타들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출발한다. K팝, 애니메이션, 액션 히어로물 등 장르의 경계를 유쾌하게 넘나들며 독창적인 매력을 선보인다. 기존 K팝 콘텐츠가 실존 스타와 팬덤을 중심으로 서사를 구성해왔다면, ‘K팝 데몬 헌터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창작된 세계관’을 기반으로 음악과 이야기를 함께 구축한 새로운 형태의 K팝 콘텐츠인 것.

극 중 걸그룹 헌트릭스가 부른 “Golden”은 미국 빌보드 ‘Hot 100’에서 6위, ‘글로벌 200’ 차트에서는 1위에 오르며 가상 아티스트로서는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Your Idol”, “How It’s Done”, “Soda Pop”을 포함한 사운드트랙 전반은 글로벌 음원 플랫폼을 장악했다. VarietyBillboard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Golden”을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부문에 출품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OST 하나로 빌보드와 오스카를 동시에 겨냥하는 이례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의 성공을 견인한 것은 비단 정교한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비주얼만이 아니다. 캐릭터의 감정을 밀도 있게 전달하고 서사에 몰입하게 만든 건 음악의 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단순한 삽입곡을 넘어, 팝 아이돌 그룹이 음악과 퍼포먼스를 통해 악령을 물리친다는 세계관에 힘을 실어준 사운드트랙. 그 중심에는 더블랙레이블 소속 프로듀서 IDO(곽중규, 이유한, 남희동), 빈스, 도민석이 있다.

이들은 블랙핑크의 “Pink Venom”, 빅뱅의 “봄여름가을겨울(Still Life)”, 태양의 “VIBE”, 전소미의 “Fast Forward”, 올데이프로젝트의 “FAMOUS”, 미야오(MEOVV)의 “MEOW”와 “DROP TOP” 등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주역이지만, 이번 작업은 그들에게도 분명 새로운 시도였다. 기존의 작업이 실존 아티스트를 위한 ‘현실 기반 음악’이었다면, 이번에는 캐릭터가 먼저 존재하고 그 서사와 감정선을 입체적으로 완성해내야 하는 ‘가상 세계의 음악’을 설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새로운 조건 속에서 더블랙레이블의 프로듀서진은 “Your Idol”, “Golden”, “How It’s Done”, “Soda Pop” 등에서 OST의 경계를 넘어, 마치 실존하는 K팝 그룹의 음악처럼 생생하고 독립적인 사운드를 완성해냈다.

빌보드 차트 진입, 챌린지 열풍, 오스카 주제가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까지. 전례 없는 반응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는 지금, 이제 그 음악을 만든 이들의 이야기에 주목할 차례다. “좋은 영상에 어울리는 좋은 음악을 만들자”는 단순한 출발점에서 시작해, 이미지를 음악으로 번역하고 서사를 리듬으로 구성하며 가상의 세계에 현실감을 부여한 창작자들. ‘K팝 데몬 헌터스’라는 독특한 프로젝트를 통해 K팝의 확장 가능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증명해낸 IDO, 빈스, 도민석을 만나 그 시작과 과정을 들어보았다.


‘KPop Demon Hunters’는 그간 더블랙레이블이 익숙하게 해왔던 작업과는 여러모로 결이 다른 프로젝트였을 텐데요. 실존하는 K팝아티스트가 아닌, 가상의 캐릭터를 위한 음악을 제작한다는 도전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빈스 소니에서 제작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곧바로 흥미가 생겼어요.  정말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유니버스>를 만든 곳이기도 해서, 평소에도 호감이 두터운 회사였거든요. 무엇보다 전형적인 히어로물에 K팝을 접목시킨 스토리텔링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죠. 한국 전통문화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갓을 쓴 캐릭터, 전통의상, 한국적인 배경 같은 비주얼 역시도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고요.

각자 어떤 곡과 파트를 맡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작업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나 흥미로운 비하인드가 있다면 함께 들려주세요.

IDO(ZHUN) “Golden”, “How It’s Done”, “Your Idol” 세 곡의 프로듀싱을 맡았습니다, 영상 초반 부에 등장하는 헌트릭스 소개 영상의 음악도 함께 작업했어요. 특히 “How It’s Done” 작업 때 받았던 콘티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격투 장면이 한창 이어지다가 갑자기 라면을 먹는 컷이 등장하더라고요. 흐름 상 너무 뜬금없어서 한참을 웃었어요. 그 유쾌한 에너지가 음악 작업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빈스 “Soda Pop”과 “Your Idol” 프로듀싱에 참여했습니다. 

도민석 제가 프로듀싱한 곡은 “Soda Pop” 입니다. 

작업 당시부터 이 음악이 애니메이션 OST 그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할 거라 어느 정도 예상하셨나요? 참여한 모든 수록곡이 빌보드 차트에 이름이 올라가며, 심지어.“Golden”이 오스카 주제가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IDO(YUHAN) 사실 대중음악, 특히 K팝을 하면서 오스카 얘기가 나올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거든요. 그만큼 이 프로젝트가 저희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줬고, 그만큼 감회가 새롭습니다.

빈스 솔직히 전혀요. 단지 영상의 흐름에 맞는 트랙을 만드는 데 집중했거든요. 물론 진심을 다해, 실제 K팝 그룹의 곡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작업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큰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결과적으로 음악과 영상이 놀라울 정도로 잘 어우러졌고, 그 시너지가 많은 분들에게 와닿은 결과라 생각해요. 

IDO(ZHUN) 기왕 이렇게 된 김에 Billboard HOT 100 1위도 기대하고 있고, 그래미 수상도 꿈꿔봅니다. 상상은 자유잖아요. 앞으로 더많은 좋은 성과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어요.

많은 팬들에게 ‘‘K팝스럽다’는 평가를 받은 OST. 그럼에도 기존 K팝과 차별화를 두고자 한 지점은 무엇이며, 음악 속에서 더블랙레이블 특유의 시그니처는 어떤 방식으로 담아내려 했나요?

빈스 이번 작업에서 ‘케이팝처럼 들리게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는 굳이 설정하지 않았어요. 단지 좋은 영상에 어울리는 좋은 음악을 만들자는 마음 뿐이었죠.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케이팝’은 단순 음악 장르라기보다는 음악과 함께 나오는 비주얼, 퍼포먼스, 전체적인 연출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팝 음악을 만들었고, 그걸 한국에서, 한국 크리에이터들이 함께 만들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케이팝으로 불리는 거지, 처음부터 ‘이건 케이팝이다’라고 정의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IDO(ZHUN) 마찬가지예요. ‘K팝처럼 보이게 만들자’는 생각보다는, 영상과 캐릭터의 서사에 감정을 어떻게 입힐지에 더 집중했어요. 그안에 자연스럽게 더블랙레이블의 시그니처 사운드, 이를테면 캐치한 드롭과 독특한 그루브감을 녹여내려고 했고요. 영어와 한국어 가사를 섞은 건 글로벌한 감각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어요. 결과적으로 그런 요소들이 곡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고 생각해요.

사자보이즈의 “Soda Pop”은 챌린지 확산을 염두에 둔 듯한 템포와 구성도 인상적인데요. 작업 단계부터 K팝 아이돌의 공식처럼 자리잡은 댄스 챌린지를 염두에 두었나요?

도민석 처음부터 챌린지를 목표로 작업한 건 아니었어요. 다만 만들면서 ‘이거 나중에 챌린지로 이어지면 재밌겠다’는 생각은 스쳐갔죠.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반응이 폭발적일 줄은 몰랐어요. 음악은 정말 창작자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잖아요.

각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높은 보컬 매칭도 화제가 됐습니다. 보컬은 어떤 방식으로 선정하셨고, 각각의 보컬리스트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빈스 최종적인 보컬 결정은 제작사에서 했지만, 저희도 초반부터 캐릭터의 감정선과 영상 흐름에 어울리는 보컬 톤을 놓고 많은 의견을 나눴어요. 음악에만 어울리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거든요. 성우의 연기 톤과도 조화가 잘 맞아야 하니까요. 그런 과정을 거치며 보컬이 몇 번 바뀌기도 했고, 결과적으로는 가장 균형 잡힌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실존하는 K팝 아티스트 중에서, 이번 OST와 가장 결이 맞는 팀을 꼽아본다면요?

빈스 작업 당시엔 실제 존재하는 K팝 아티스트를 떠올리며 만들진 않았어요. 그보단 캐릭터에 감정적으로 이입해서 작업하려고 했죠. (하하) 그래도 굳이 현실에서 매칭해 보자면, 블랙핑크나 BTS처럼 글로벌 브랜딩이 확실하면서도 퍼포먼스와 음악 모두 강한 팀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빈스 님은 프로듀서임과 동시에, 다가올 8월 새 싱글을 발표할 정도로 가수로서도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현재 K팝 최전선에 있는 입장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이 지금의 K팝 흐름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보시나요?

빈스 이런 대중적인 콘텐츠가 다양한 연령층, 특히 어린 세대에게 K팝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는 게 가장 큰 성과이지 않을까요. 글로벌적으로도 K팝에 대한 인식이 더 긍정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이 특별한 경험을 통해 얻게 된 깨달음이 있다면요?

IDO(NHD) K팝은 단순한 음악을 넘어서, 시각적 요소와 퍼포먼스, 감정선까지 모두 결합된 하나의 문화라는 걸 다시금 실감했어요. 그런 통합적인 감각을 앞으로의 작업에도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도 벌써부터 뜨겁습니다. 시즌 2 역시 사운드트랙 프로듀싱을 맡으신다면, 어떤 곡을 만들어보고 싶나요?

IDO(YUHAN) 시즌 2에 헌트릭스의 새로운 라이벌이 등장한다면, 그 팀의 곡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번 시즌보다 더 어둡고 전자음악적인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창작자에게는 낯선 환경이 큰 영감이 되곤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도 그랬을 것 같은데요. 한국 밖 아티스트와의 새로운 협업을 꿈꿔본 적이 있나요? 빌보드와의 인터뷰인 만큼, 이번 계기로 현실이 될 수도 있겠네요(웃음).

IDO(ZHUN) 전자음악을 워낙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Skrillex의 음악을 자주 들었어요. 최근에는 Fred again의 작업에서도 큰 매력을 느끼고 있어서, 언젠가 꼭 함께해보고 싶은 아티스트입니다.

IDO(YUHAN) 저 역시 ZHUN처럼 전자음악을 선호하지만, 막상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로는 어쩐지 The Weeknd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IDO(NHD) 요즘 하이퍼팝과 베이스 중심의 사운드로 주목받고 있는 2hollis와 협업해보고 싶어요. 음악적으로 굉장히 신선한 자극이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도민석 Fred again의 음악을 요즘 즐겨 듣고 있어요. 또 개인적으로는 Justin Bieber와의 협업도, 프로듀서로서 언젠가는 꼭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입니다.

빈스 운 좋게도 오랫동안 꿈꿔왔던 아티스트와의 협업이 이번에 성사됐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8월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아직 이름을 밝히긴 어렵지만, 다음 달 발표될 싱글에서 함께한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름과도 잘 어울리는 곡이라 한 번 들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