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그래미위너라는 수식어를 넘어, 지금 영인이 향하는 곳

2025.11.07 | by Lee Maroo

누구나 인생에 챕터가 존재한다. 그래미를 수상한 믹싱 엔지니어라는 타이틀을 넘어, 지금 영인(YUNGIN)은 프로듀서로 자신의 음악을 펼쳐 나가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여정은 꽤 근사하다.

프로듀서로서 YUNGIN의 데뷔 앨범 Did You Know? Part 1 . 총 10곡이 수록된 앨범에는 박재범, 창모, 폴 블랑코, 제시, 카모, 소코도모, pH-1, 저스디스, BOBBY, BM 등 내로라 하는 힙합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데이빗 영인 킴(David YUNGIN Kim)

'뮤지션스 인스티튜트 할리우드(Musicians Institute Hollywood)'를 졸업하고 찰리스(Chalice)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인턴을 시작했어요. 그때 몇 살이었나요?

2011년 즈음이었으니까, 24살이었네요. 대부분의 시간을 스튜디오를 청소하거나, 식사를 챙기는 등 스튜디오 일을 돌보는 데 썼던 시기죠. 당시 스튜디오에 엔지니어 3 명과 두 명의 어시스턴트 엔지니어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사람들이 메인 스튜디오를 사용하지 않을 때만 스튜디오를 쓸 수 있었어요. 위계질서가 있었던 셈이죠.

그랬던 상황에서 2015년,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To Pimp a Butterfly 앨범의 믹싱 엔지니어로 그래미를 수상하다니, 급작스러운 변화네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을 것 같아요

그렇기도 했지만 사실 그 때는 이 상이 '내 것'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앨범 전체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켄드릭 라마의 곡 작업 일부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행운이 찾아왔던 거죠. 닙시 서슬(Nipsey Hussel)Racks In the Middle이 2020 그래미에서 '베스트 랩 퍼포먼스'를 수상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모두가 절 축하해줬지만 100% 제가 얻은 것 같지는 않았죠. 그러다가 나스(NAS) King’s Disease 앨범의 전곡에 믹스 엔지니어로 참여하게 됐죠. 작업의 모든 과정에 함께 했고요. 그 때 비로소 스스로도 느꼈던 것 같아요. "와, 나 이제 그래미 수상자네"라고(웃음).

그래미 상을 들고. 나스, 그리고 힛보이(Hit-Boy)와 함께.

칼리 우치스(Kali Uchis), 뮤지크 소울차일드(Musiq Soulchild) 같은 아티스트와 꾸준히 작업했어요. 최근에는 BTS 멤버들과 태양, 세븐틴 등 K-팝 스타와의 작업에 좀 더 집중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떤 변화가 생긴 걸까요?

태연, 엑소 카이, NCT 해찬의 솔로 앨범 뿐 아니라 그리고 최근에는 XG와도 작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이런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2023년 즈음, 제 앨범 작업을 시작하면서 2024년에만 한국을 6번이나 왔으니까요. 그러면서 미국에서 놓친 기회들이 있을 수 있죠. 그리고 올해 3월 아예 서울로 이사했고요. 여전히 뮤지크 소울차일드를 비롯해 미국 아티스트와의 작업들이 남아있지만 확실히 최근에는 한국에서의 프로젝트가 많아요. 그리고 한국 사람들과 작업을 더 많이 해보고 싶다는 게 제가 한국으로 온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요. 미국에서 자라긴 했지만 태어난 곳은 서울이거든요. 미국에서 내가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음악적으로 기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제 자긍심이자, 의무처럼 느껴지는 부분이죠.

그런 활동의 일환으로 'AIM KOREA' 활동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일종의 세미나인 'AIMFEST'도 개최하고요. 'AIM(All up In the Mix)'에 대해 좀 더 설명해준다면

'AIM'는 2016년~2017년 경, 처음에는 유튜브로 시작했어요. 내가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알고 싶었지만 정보를 찾기 어려웠던 것들, 그런 엔지니어링 기술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게 목포였죠. 그러다가 2019년 처음으로 한국에서 'AIMFEST'를 열었어요. 그때는 정말 작은 규모의 행사였어요. 학생들이 스무 명 쯤 모였던 것 같은데 그중에 한 명이 '창모(CHANGMO)'였죠. 사실 지금까지 제 경험으로 봤을 때 한국에서 뭔가 처음 시작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아요. 뭔가의 전문가가 되려면 학교는 여기를 가고, 이런 교육을 받고, 이런 교수님을 만나야 한다던가 하는 것도 정해져 있고요. 그런 면에서 'AIMFEST' 세미나가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느껴졌나 봐요. 한국의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엔지니어들이 어떤 식의 멘탈리티와 시각을 갖춰야 되는지 등 좀 더 '관계'에 집중했죠. 그런 방법을 아는 게 나중에 미국이나, 해외 프로듀서들과 일할 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2025 AIMFEST 개최 포스터

믹싱 엔지니어는 곡이 세상 밖에 나오기 전, 가장 최상의 모습을 갖추도록 하는 역할처럼 보여요. 영인이 생각하는, 믹싱 엔지니어가 꼭 갖춰야 할 미덕은 무엇인가요?

저는 아티스트가 작업실에 오면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30분 정도는 대화를 나눠요. 어떻게 지내는지, 요즘 사는 건 어떤지, 나는 어떤지 등을 이야기하면서 신뢰를 쌓는 거죠. 어떤 점에서 우리 둘이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지 알 수 있기도 하고, 그런 과정이 있을 때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마련이거든요.

정식 엔지니어가 된 이후 일이 힘들거나 슬럼프가 왔던 적은 없었나요?

있었죠. 공교롭게도 그게 딱 2018년에서 2020년 사이였던 것 같아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고 그러다 보니 일을 하는데서 즐거움을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이대로는 안되겠다. 그만둬야 하나? 싶었죠. 일을 하더라도 돈 벌기 위한 일 말고 절반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라고 나름의 규칙을 세웠지만 실천하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그때 작업한 것들이 그래미의 영광을 가져다 줬어요. 이제는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은 더는 하지 않아요. 내가 잘하는 믹싱 작업은 계속 하되,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계속 생각하죠. 프로듀싱에서 큰 재미를 느끼고 있는데 그동안은 악기를 직접 다루지 못하는 점에서 약간 한계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AI의 등장으로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아졌어요. 생각을 현실화할 수 있게 된 거죠.

프로듀서로서 모습을 드러낸 게 2024년, 처음으로 선보인 앨범 Did You Know? Pt.1이죠. 지금 그 경험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박재범, 제시, 창모, 바비, 루피, 도끼(Dok2), 돈 밀스(Don Mills), 폴 블랑코, 저스디스, PH-1, SINCE, 카모와 소코도모 등 정말 많은 아티스트들이 참여했잖아요. 아무리 베테랑 엔지니어여도 이렇게 많은 한국 아티스트들과 작업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사실 모든 과정이 정말 놀라웠어요. 제 기반은 LA에 있다 보니까 사실 앨범에 함께 한 아티스트 중 절반은 이전에는 한 번도 연락조차 해본적 없는 사이였거든요. 인스타그램 DM으로 섭외를 했고, 처음에는 싱글 정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나 둘 답이 오기 시작하는 거에요. 신이 나서 더 적극적으로 연락을 하기 시작했고 싱글이 아닌 앨범을 만들어야겠다 싶었어요. 저스디스와는 아예 맨 처음 만난 게 스튜디오에서였어요. "솔직히 오늘은 녹음은 안하고, 그냥 얼굴을 보러 왔다"라고 했었는데 결국 그날 바로 녹음을 했죠. 아티스트가 마음을 여는 게 느껴지는 순간, 통했다는 게 느껴지는 게 이 일을 하면서 가장 기쁜 순간이에요 .어떻게 보면 노래를 완성하는 것보다 그게 제게는 더 중요해요.

박재범(Jay Park)이 참여한 "Stand Out" 뮤직비디오에는 직접 출연하기도 했어요. 곡과 앨범 자체가 자전적이었기 때문에 꼭 필요했던 걸까요?

그런 면도 있죠. 그리고 한국은 카메라 앞에 실제로 얼굴을 보여야 한다는 규칙 같은 게 좀 있잖아요. 그런데 카메라 앞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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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GIN (영인) x 박재범 (Jay Park) - 'Stand Out' (Official MV)

1집 수록곡 중 스스로가 가장 투영됐다고 느끼는 곡은 역시 "Stand Out"일지

"Stand Out"도 그렇지만 폴 블랑코, 창모랑 같이 한 "Homesick"이 인트로 만드는 과정을 비롯해 감동을 많이 느꼈어요. 창모가 제대 후에 거의 처음 작업한 곡이기도 하고, 폴 블랑코도 토론토 출신이다 보니 다들 뭔가를 향한 그리운 마음이 있는 거예요. 예전에 루피와 일하기 시작했을 때도 느낀 건데 자라난 배경이나 언어를 떠나서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유되는 지점(Common Ground)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지난 10월 29일 공개된 "SLIDIN' (2Spade Remix)' ver.

지난 9월에는 그레이(GRAY), 그리고 드비타(DeVita)와 "SLIDIN’"을 선보였어요. 프로듀서로서 준비 중인 Pt.2 앨범의 방향성과 이어지는 부분도 있을까요?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다 보니 취향이 바뀌었어요. Pt.1이 힙합 문화 속에서 자라난, 과거의 나에 대한 이야기라면 Pt.2는 지금의 나 자신이라고 느끼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요즘은 EDM이 좋거든요. Pt.2는 좀 더 R&B 사운드에 집중하게 될 것 같고요. 한국에 온 이후 느끼는 것들, 이곳에서의 이야기가 더 많아질 수도 있어요. 예전에는 좀 터프하고, 자존심 강한 면이 있었다면 지금은 지향하는 것들이 한결 더 부드러워졌죠. 한국 아티스트와 해외 아티스트의 만남도 앨범을 통해 이뤄보고 싶어서 시도 중이에요.

미국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한국의 수많은 아티스트와 다양하게 작업하고 있어요. 좀 다른 질문이지만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목소리 주역들도 대부분 '교포(Korean-American)'잖아요. '교포'들이 공유하는 정서나 쌓아온 성취가 한국에서는 좀 덜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나요?

사실 우리끼리는 우리를 '코리안(Korean)'이라고 부르고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을 '코리안-코리안(Korean-Korean)'이라고 부르는데요(웃음). 완전한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중간지대의 느낌이었는데, 확실히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을 보며 '코리안-아메리칸'으로서 정체성이 더 강화되는 느낌이기는 해요. "Golden"도 곡의 포뮬러 자체는 K-팝이고, Ejae대니 정 모두 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열심히 해왔잖아요. 오드리 누나(Audrey Nuna)도 원래 잘했던 뮤지션이고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이 정도 성공은 정말 예상치 못한 것이긴 하지만 어떤 면에서 공감이 가기도 해요. 저도 제가 그래미 수상자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마침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그래미 5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니 같은 그래미 수상자가 될지도요(웃음)! 지금, 영인이 생각하는 좋은 음악은

요즘은 유명세나, 이름이 많은 걸 결정하다 보니 음악 자체가 가진 감정(feeling)이나 진정성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해요. 그런데 우리는 살면서 정말 좋은 음악을 계속 필요로 하거든요. 일단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가장 우선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