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데몬 헌터스’ OST로 빌보드 돌풍 일으킨 더블랙레이블 프로듀서 대니 청을 만나다
2025.07.15 | by Isabela Pacilio
애니메이션 영화 ‘K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빌보드 핫100에는 모든 OST가 이름을 올렸고, 사운드트랙 앨범은 ‘위키드(Wicked)’의 기록을 넘어서며 빌보드 200 차트 최정상권에 안착했다.
6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은 ‘헌트릭스(HUNTR/X)’라는 K팝 걸그룹이 음악의 힘으로 팬들을 악마로부터 지키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그들 앞에 나타난 진짜 위협은 뜻밖에도 ‘사자보이즈(Saja Boys)’라는 라이벌 그룹. 알고 보니 그들은 악마로 변장한 존재였다.
이 영화의 성공 중심에는 ‘음악’이 있다. 테디, 린드그렌, 스티븐 커크, 제나 앤드류스, 이안 아이젠드래스 등 쟁쟁한 작곡가들이 이름을 올린 이 프로젝트엔 더블랙레이블 소속 작사가이자 아티스트인 대니 청(Danny Chung)도 함께했다. 그는 “Soda Pop”, “How It’s Done” 등의 주요 트랙 작업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사자보이즈 멤버 ‘베이비 사자’의 목소리 연기도 직접 맡았다.
“이 영화는 제 인생에서 굉장히 큰 의미를 지닌 프로젝트예요. 제가 진심으로 믿는 작업에 음악을 더할 수 있었고, 영화라는 새로운 매체에서 스스로를 시험해볼 수 있었죠.”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 작업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친구, 애그니스 리(Agnes Lee) 프로듀서가 제안해준 거예요. 저희가 14살 때부터 알던 사이거든요. 그래서 더 뜻깊은, 마치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진 듯한 순간이었죠.”
과거 래퍼로 활동했지만 지난 10년간은 작사가로 커리어를 이어온 그는 “Lovesick Girls”, “How You Like That”, “Hello Bitches” 등 굵직한 히트곡을 작업해왔다. 하지만 ‘K팝 데몬 헌터스’는 그에게도 새로운 영역이었다. “10년 넘게 제 이름으로 곡을 낸 적이 없는데, 직접 캐릭터 목소리를 연기하니 정말 비현실적인 느낌이었어요.”
Q. “How It’s Done”과 “Soda Pop” 작업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A. 이안 아이젠드래스가 전체 음악적 방향을 정리해주었고, 그가 제시한 디렉션을 바탕으로 24, IDO, 테디가 곡을 완성해갔어요. “How It’s Done”은 헌트릭스라는 팀의 등장을 알리는 곡인 동시에, 이들이 단순한 아이돌이 아니라 슈퍼히어로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죠. 강렬하면서도 영화의 흐름을 이끄는 에너지가 필요했어요.
저는 EJAE, 마크 소넨블릭과 함께 이 메시지를 어떻게 가사로 풀어낼지 고민하는 작사 작업 세션에 참여했어요. EJAE가 만들어낸 “done done done”이라는 코러스는, 영화 음악에서 자주 등장하는 ‘dun dun dun’ 같은 극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주는 훌륭한 요소였죠.
“Soda Pop”은 사자보이즈의 첫 등장 장면에 삽입되는 곡이라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했어요. 귀에 쏙 박히는 중독성 있는 훅, 그리고 이들의 ‘위선적 매력’ 뒤에 숨겨진 어두운 진실. 밝고 신나는 듯하지만, 알고 보면 불길한 이중성이 있죠. 빈스와 쿠시가 메인 트랙을 구성했고, 저는 전체 가사와 특히 베이비 사자의 랩 파트를 맡았습니다. 평소에는 무대 뒤에 있는 사람이 직접 캐릭터의 목소리를 입히는 경험은 정말 특별했어요.
Q. “Golden”이 ‘Wicked’ OST를 꺾고 핫100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그 소감이 궁금해요.
A. 정말 말도 안 되게 놀라웠어요. 전 ‘Wicked’을 정말 좋아해요. 여자친구랑 집에서 “Defying Gravity”를 부르기도 하거든요. (웃음) 작곡가로서의 경력이 길긴 하지만, 이번처럼 의미 깊은 성공은 또 없었던 것 같아요. ‘K팝 데몬 헌터스’는 완전히 새로운 시도였잖아요.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이 프로젝트를 믿은 사람들만 있었죠.
결국 이 결과는 모든 사람이 최선을 다했기에 가능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를 ‘재생’해준 전 세계 관객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어요.
Q. 녹음이나 연기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A. 노래는 뉴욕에서 이안과 함께 녹음했어요. 그런데 베이비 사자의 “구구가가” 대사는 제가 방콕에 있을 때 녹음했어요. 그때는 다른 프로젝트로 출장 중이었거든요. 프로듀서 미셸 웡이 디렉션을 보내줬는데, 장면의 분위기를 정확히 이해하고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결국 4분 넘게 “구구가가”만 반복해서 녹음한 파일을 보냈고, 감독님들이 그중 하나를 선택해서 사용했죠. (웃음)
Q. 10대 시절 몰래 H.O.T.를 들었다고 했죠. 지금 돌아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A. 저는 음악을 20년 넘게 해왔고, 그중 절반은 K팝에 집중했어요.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K팝이 지금처럼 거대한 흐름은 아니었어요. 점점 커지고 있었지만, 저는 뭔가 큰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느꼈고 그 과정 안에 꼭 함께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13살 때는 그렇지 않았죠. 그때도 K팝 연습생이 될 기회는 있었지만, 그게 저에게 맞는 길인지는 확신이 없었어요. K팝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더 나아가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를 아직 잘 몰랐거든요. 지금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있고, 음악이라는 방향도 명확해졌어요. 그 모든 과정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Q. 언어를 초월해 사람들과 연결되는 음악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고 보나요?
A. 감정과 전달력. 말 그대로 ‘어떻게’ 말하느냐가 가장 중요하죠. 예를 들어 “right”라는 단어 하나도, “right?”, “right…”, “RIGHT!” 이렇게 얘기하면 완전히 다른 느낌이잖아요. 음악도 똑같아요. 단어보다 그 안에 담긴 감정이 더 중요한 법이죠.
Q. K팝의 흐름을 만들어온 사람으로서, 최근의 변화를 가까이서 본 느낌은 어떤가요?
A.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직접 참여한 곡이든 아니든—아이들이 무대 위 아티스트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보며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장면이에요.
저는 아티스트 콘서트에 가면 무대보다 관객석을 먼저 봐요. 아이들이 아티스트를 바라보는 그 눈빛을 보면 정말 감동적이에요. 이제 이 아이들은 아시아 남성과 여성도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체감하며 자랄 거예요.
최근 영화 공개 이후, 친구들이나 처음 보는 분들로부터 아이들이 영화 OST를 부르거나 안무를 따라하는 영상이 정말 많이 왔어요. 그걸 보면서 느꼈어요. 이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요. 그리고 그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