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타이거 JK, 윤미래, 그리고 비비. 필굿뮤직이 그려나가는 어떤 미래

2025.12.16 | by Billboard Korea

한국 음악씬은 과연 획일적일까? 2014년 설립된 ‘필굿뮤직’의 놀라운 점은 타이거 JK와 윤미래라는 아이코닉한 두 뮤지션이 수장이라는 것, 그리고 비비(BIBI)라는 전례없는 음악 세계를 가진 뮤지션이 이곳에서 완벽하게 피어났다는 것이다. 11월 1~2일 개최된 ‘컬러인 뮤직 페스티벌’ 둘째 날. 무대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타이거 JK와 나눈 찰나의 대화, 그리고 그 속에서도 포착할 수 있었던 음악과 무대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중에 대하여.

 

11월 1,2일 개최된 '컬러인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타이거 JK와 윤미래 Courtesy of Feeling Vibe

5월 서울에서 시작해 북미, 아시아, 호주와 뉴질랜드까지.. 소속 뮤지션인 비비가 총 27개 도시를 방문한 첫 월드 투어를 10월까지 마치고 갓 돌아왔습니다.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기 직전 비비 씨 본인과도 잠시 이야기를 나눴지만 소속사 대표이자 선배로서도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확실히 ‘대박’이었어요. 항상 어느 분야든지 길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 인물이 있기 마련인데 저는 비비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윤미래 이전에 진정한 래퍼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데 이번 투어를 보면서 확신했어요. 비비가 여성 아티스트의 패러다임을 한 번 바꿨다고요. 아마 제가 어떻게 말하든 팔이 안으로 굽는 것처럼 보이겠지만요(웃음).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웃음). 어떤 면에서 그런 확신을 느꼈나요?

‘자기 색’이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면서 틀 자체를 넓혀주는 일을 비비가 해냈다고 생각하는 거죠. 비비는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걸 표현했을 뿐 전략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비비를 보면서,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라는 일종의 자유를 느낀 이들이 이후의 여성 아티스트, 그리고 걸그룹 중에서도 있다고 봐요. 어떤 시작을 만들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는데, 아티스트들은 항상 자기한테 가장 엄격하죠.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건 비비 씨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뉴욕에서 열린 한인커뮤니티재단(Korean American Community Foundation)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선구자 상(Trailblazer Awards)’을 윤미래 씨와 함께 수상했으니까요. 어떤 경험이었나요?

그냥 좀 오래 버틴 덕분이죠(웃음). 사실 저희 두 사람이 음악적으로 새로운 결과물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라 부끄럽기도 해서 비슷한 수상 제안을 받을 때 거절도 종종 했어요. 그런데 그 분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정말 예전에는 미국에서 ‘한인’하면 떠오르면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었다는 거에요. 세탁소나 주류판매점을 운영하는 집안에서 자라나, 공부를 열심히 하는, 소위 ‘모델 시티즌(Model Citizen)’이라는 한정된 이미지. 그런 갑갑한 상황에서 저나 미래의 존재가 이런 아시안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정말 큰 힘이 되었다는 거죠. 그걸 자라며 느꼈던 분들이 시간이 흘러 어느덧 자기 분야를 대표하게 됐을 때 저희를 떠올리게 된 것 아닌가 해요. 정말 감사하면서 쑥스러운 일입니다.

사람들의 이정표이자 영감이 됐군요. 이런 말에 공감하게 되는 게 최근 프로듀서 영인 킴(David Youngin Kiim)을 만났거든요. 믹스 엔지니어로 그래미 어워드를 세 번 수상한 그도 미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 당신의 존재와 음악이 힘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당신과 음악 작업을 한 게 정말 꿈을 이룬 순간이었다고요

맞아요. 최근 서울로 왔죠. 아기가 태어나서 아빠가 됐고요. 정말 멋진 친구에요. 저도 그 친구를 사실 찾고 있었어요. 힙합하는 사람에게 나스(NAS)는 너무 영웅인데 나스의 앨범을 작업해서 그래미를 받은 한국인이 있다니!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저를 먼저 찾아와 줬죠. 

영인 킴의 성취나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교포 출신 싱어들의 활약을 보면서 느낀 게, 어떻게 보면 한국에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이 해외에서 그들이 이룬 성취에 다소 무관심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거였어요 

저랑 타샤(윤미래)도 예전부터 해외 공연을 많이 다녔거든요. 그리고 저희가 같이 다닐 수록 조금씩 문이 열리는 게 느껴졌어요. 사람들의 호의를 느낀 순간도 많았고요. 

타이거 JK와 윤미래의 무대에 앞서 페스티벌을 뜨겁게 달궜던 비비(BIBI)

그래미뮤지엄에서 열린 무대, 글로벌 시티즌 무대 등 다양한 무대에 올랐습니다. 일찍 해외 무대를 개척한 선배로서 또 비비 씨의 성장을 목격한 순간이 있었을까요? 필굿뮤직 유튜브에 올라온 비비의 정규 앨범 EVE: ROMANCE 언박싱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막내딸 덕질하는 것’ 같다라고 사람들이 말하기도 했어요(웃음) 

비비는 항상 자기가 작은 존재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번 해외 공연, 특히 미국 투어를 하면서 많은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아요. 무대를 거듭할수록 자기 틀을 깨는 게 느껴졌거든요. 퍼포먼스뿐 아니라 멘트까지 콘서트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아티스트가 에너지를 표출할 때, 그 안에서 허용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의도가 왜곡없이 받아들여지고 사랑 받는 경험을 하면서 비비 스스로도 자유로움을 크게 느끼지 않았나 해요. 

그게 비비 씨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거고요 

이것도 또 너무 옛날 사람 같은 표현인가 싶긴 한데(웃음), 아티스트들이 한편에는 또 비뚤어지고 싶은 욕망이 또 있잖아요. 대중적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갖고 파격적인 걸 해야한다고 생각하고요.  비비도 조금 그런 면이 있었어요. 이 작품은 여기서 안 비틀면 좋겠는데, 더 어떤 요소를 추가할 때 저희는 그래도 ‘오케이 이유가 있겠지’라고 내버려뒀죠. 그런데 이번 투어를 통해 새롭고 풍부한 경험을 하면서 스스로 그걸 깨달은 것 같아요. 그렇게 안해도 된다는 걸. 관객에게 사랑을 주는 법을 알게되고, 정말 한층 성숙해져서 돌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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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도 모르는 사장님이 몰래하는 언박싱 (The Boss's Secret Unboxing — Shh, Don’t Tell BIBI!) with Tiger JK & yoonmirae

‘필굿뮤직’은 정말 말 그대로 ‘기분 좋은 음악’이라는 뜻이잖아요. 그게 두 사람의 음악적인 방향성과도 이어질지 

여러 음악을 만들어왔어요. 논란이 될 때도 있었고요. 어느 순간 느낀 게 플라스틱만 쓰레기가 아니라는 거에요. 음악도 어떤 영적인 쓰레기가 될 수가 있거든요. 그것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되도록이면 나쁜 에너지를 세상에 남기지 말자, 우리가 멋지고 좋은 음악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행복하고 즐거운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분명해요. 

오늘 페스티벌 무대에서 타이거 JK&윤미래로 보여줄 셋 리스트에는 드렁큰타이거로 발표했던 2005년  1945 해방 앨범 수록곡을 비롯해 여러 시대의 곡이 포함되어 있죠. 시간이 흘렀지만 오히려 지금 더 울림을 갖는다고 생각되는 곡은  

“검은 행복”(2007)과 “소외된 자들 모두 왼발 앞으로”(2005)를 고르고 싶은데요. “검은 행복”은 정말 미래와 공연할 때마다 제가 항상 너무 감탄하는 곡이에요. “소외된 자들 모두 왼발 앞으로” 이 곡은 정말 한 발 한 발 앞으로 계속 전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고요.

무대를 앞둔 지금 기분은 어떤가요? 

오래된 곡들이다 보니 저희도 무대에 오르기 전마다 항상 떨리거든요. 우리는 뭔가 증명을 하러 온 게 아니라, 사람들을 즐겁게 해야될 의무가 있는 거니까. 그런데 관객들이 무대를 즐겨준다면, 그것보다 더 기쁜 순간이 없죠. 

오랜만의 무대를 앞두고 빌보드코리아와 백스테이지에서 만나 짧은 시간에도 유의미한 이야기를 들려줬던 타이거 JK. 이날 현장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