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뱀에게는 두 개의 고향이 있다. 그리고 지금 뱀뱀의 마음은 방콕으로 향한다
2025.10.10 | by Maroo Lee14살, K팝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던 소년은 자신이 언젠가 태국을 대표하는 얼굴이 될 것을 미처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넘는 시간을 건너, 고향의 아티스트들과 모국어로 된 앨범을 함께 선보일 것이라고는 더더욱! 이 모든 건 뱀뱀의 이야기다.

뱀뱀(BamBam)의 이름은 만화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의 캐릭터, 뱀뱀 러블스(Bamm-Bamm Rubbles)에서 비롯한 것이다. 초인적인 괴력을 가진 아기 캐릭터. “제가 4남매 중 셋째 거든요. 모르겠어요. 엄마가 우리 셋째 아들은 튼튼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지은 건지. 태국에서는 사실 평범한 이름이에요. 남자보다는 여자 이름으로 더 많이 쓰이긴 하지만(웃음).”
고향을 떠나 한국 행을 결심했던 2010년, 뱀뱀은 14살이었다.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JYP 엔터테인먼트는 당시 K팝 최초이자 유일한 태국 출신 아이돌 닉쿤이 속한 그룹 2PM을 배출한 곳이다. 그리고 2014년 7인조 아이돌 갓세븐(GOT7)의 멤버로 데뷔한다. GOT7은 아시아권 뿐 아니라 북미와 남미, 호주, 유럽까지 아우르는 월드 투어를 개최하며 비슷한 시기 데뷔한 그 어떤 팀보다 빠르게 글로벌한 팬덤을 확보하는데 성공한다. GOT7의 2018년 ‘Eyes on You’ 투어는 빌보드가 선정한 ‘탑 10 핫 투어’ 리스트 9위에 일찌감치 등극한 바 있다.
2021년 1월 이후 GOT7의 모든 멤버들은 JYP를 떠났지만, 여전히 그들을 응원하고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각자의 커리어에 집중하는 틈틈이 여전히 뭉친다. 그리고 2021년 6월 첫 솔로 EP riBBon 을 시작으로 세 장의 EP와 1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고 총 14개국에서 솔로 월드 투어를 마친 뱀뱀은 가장 활발하게 자기 꿈을 펼쳐 나가는 멤버 중 하나다. 뱀뱀의 활약상은 음악에만 머물지 않는다. K팝 가수 최초로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됐으며, 하우스 앰배서더로 루이 비통의 사랑도 받고 있다. 최근 수 년간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낸 것은 물론이다. 주요 프로그램에 MC와 게스트로 모습을 사랑받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진행한 웹예능 ‘뱀집’은 조회수 200만 뷰를 넘긴 회차를 찾는 게 어렵지 않을 정도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지금, 뱀뱀은 자신의 모국어로 된 첫 번째 앨범 발매를 앞둔 참이다. 앨범 제목은 HOMETOWN. 총 5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서 뱀뱀은 전곡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앞서 공개된 하이라이트 메들리 영상은 아날로그 TV의 브라운관으로 태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소환한다. 방콕의 야경을 상징하는 시엘로 루프탑 바와 스카이라인, 비좁은 뒷골목을 활보하는 툭툭과 고양이, 아름다운 바다와 따뜻한 기후 속에서 활짝 피어난 꽃과 잎파리들, 야시장의 먹거리,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과 방콕을 가로지르는 차오 프라야 강과 왓 아룬 사원…. 어떤 팬의 코멘트대로 ‘이대로 태국 관광청이 홍보 영상으로 써도 좋을만한 아름다운 영상’이다.
그러나 뱀뱀을 마주한 곳은 방콕 대신 서울의 야경이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강남 한복판의 사무실이었다. 올해 4월 새롭게 설립한 레이블, 헤일로(HALO)의 공간이다. 뱀뱀은 헤일로의 첫 번째 아티스트다. “ 한국에서 보낸 시간 중에 좋았던 시간도 그렇지 않은 시간도 있었죠. 어디에서든 마찬가지겠지만요. 태국, 아니면 미국 회사에서 활동할 수도 있었을 거에요.하지만 저는 K팝 아티스트잖아요. 이곳을 향한 ‘정’과 ‘존중’이 있어요.”
이처럼 뱀뱀은 자신의 시작을 잊지 않는다. 음악의 시작점이 서울을 기억하는 것처럼, 뱀뱀이라는 이야기의 시작인 방콕을 잊지 않는 것은 어쩌면 그 무엇보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춤 추는 게 좋았던,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잘 알지 못한 채 낯선 나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던 말간 얼굴의 작고 마른 소년. 멀지 않은 미래에 자신이 태국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이름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HOMETOWN은 28살의 청년 뱀뱀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가장 솔직하고 내밀한 이야기다.

10월 10일 첫 번째 태국어 앨범 HOMETOWN 발매를 앞두고 만났어요. 태국 영화 ‘The Con-Heartist’ OST 작업을 한 적 있지만 태국어 음반을 발매하는 행보는 데뷔 11년 만에 처음입니다. 언제 이런 결심을 하게 됐나요?
맞아요. 수 년 전 딱 한 곡 선보였던 태국어 노래도 OST였고, 그 외에는 진짜 공식으로 발매한 적은 없죠. 지난해 솔로 투어 ‘AREA 52’의 앵콜 공연을 위해 라차망갈라 스타디움(Rajamangala Stadium)으로 향하던 길이었어요. 제가 태어난 곳을 지나가게 됐죠. 사실 공연장으로 가려면 지날 수 밖에 없는 경로인데 그동안 지날 일이 없었다 보니 몰랐던 거에요. 이 모든 게 의미 있게 느껴지면서 그 순간 이 다음 어떤 걸 하면 좋을지 깨달은 것 같아요. 이 앨범의 제목은 HOMETOWN 이 될 것이라고, 그때부터 생각했죠.
많은 팬들이 이 앨범을 통해 태국의 문화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겠네요. 어떤 걸 전하고 싶었을지
여행지로 워낙 잘 알려진 곳인만큼 사실 이미 많은 분들이 태국의 지역 별 분위기나 문화를 경험했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런 외부에서 바라본 시선 말고 진짜 태국 사람의 삶, 태국인이 바라보는 이 나라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거야말로 태국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9월 중순 먼저 공개된 “Dancing By Myself (Feat. TIMETHAI)”의 뮤직비디오는 방콕의 고층 빌딩에서 촬영했더군요
촬영 중에 지역 전체가 정전이 됐어요. ‘액땜’이었나 봐요(웃음). 곡 자체는 꽤 예전에 만들어둔 곡인데 그 때부터 이 곡 뮤직 비디오를 촬영하게 된다면 무조건 방콕의 루프탑, 아니면 밤 풍경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편 타이틀곡 “WONDERING”은 도입부의 신스 사운드가 돋보이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곡입니다. 작년 8월에 발표한 EP BAEMSIS의 타이틀곡 “LAST PARADE”와 비교했을 때 전체적으로 한층 여유로워진 듯해요. 고향에 돌아간 덕분일까요?
맞아요. 누구나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곡이라는 점에서 2021년 발표한 제 첫 솔로곡 “riBBon”이 떠오르는 면도 있죠. 그러고 보니 솔로 활동을 거듭할수록 점점 어두워지고 메이크업도 강해졌네요. “LAST PARADE” 때는 거의 악마가 됐으니까요(웃음).
“LAST PARADE”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히에로니무스 보스가 그린 지옥 풍경이 떠오르긴 했습니다(웃음)
HOMETOWN은 첫 솔로 월드 투어를 마친 후에 선보이는 앨범이다 보니 정말 새로운 챕터의 시작처럼 느껴져요. 굳이 컨셉추얼하거나 어두운 것을 보여줄 필요는 없겠구나 싶었죠. 진짜 뱀뱀이라는 사람을 봐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WONDERING” 뮤직비디오에도 진짜 태국 야시장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연출을 했고요.
“Dancing By Myself (Feat. TIMETHAI)”안무는 NCT, 제니, 스트레이 키즈 등과 작업한 위댐보이즈와 함께 했고, 작년에 발표한 “Mi Último Deseo”를 통해 살사 댄스에 도전하기도 했어요. 이번 퍼포먼스도 기대할 수 밖에 없죠
위댐보이즈에게는 정말 곡의 느낌에 딱 맞는 안무를 요청했어요. 화려하고 새로운 동작 보다는, 클래식하고 멋진 연출에 집중했죠. 항상 좀 넓게 보려고 하는 편인데 “WONDERING”의 비주얼은 나름의 스토리텔링이 있어요. 뮤직비디오를 보면 가사와 영상 내용이 정반대인데 이질적이지 않거든요. 영화 ‘라라랜드’를 떠올려 주셔도 좋을 것 같네요.
‘고향(HOMETOWN)’’은 뱀뱀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시작점이자 출발점이죠. 저도 헷갈렸던 시기가 있었어요. 태국에서 태어났는데 왜 때로는 한국이 집처럼 느껴지는지. 14살에 한국에 온 이후, 어느덧 한국에서 지낸 시간이 태국에서 보낸 시간보다 길어졌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여전히 태국에 갈 때마다 그곳이 제게 주는 에너지, 그리고 비교할 수 없는 편안함이 있어요. 아주 오랜만에 태국을 찾더라도 그 느낌은 변함없을 거예요. 태국이 고향이라면, 한국은 저를 키워준 곳이죠.
총 5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서 “Angel in Disguise(Prod. Pharrell Williams)”와 타이틀곡 “WONDERING”을 제외한 나머지 3곡은 모두 태국 아티스트와 함께 했어요. 그 작업 과정도 궁금합니다
이번에 협업한 아티스트들은 모두 제가 직접 알아보고 선택한 거에요. 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 보여지는 것 이면의 것에 대해 아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거든요. 선공개곡을 함께 한 탐타이(TIMETHAI)는 일단 진짜 잘해요. 춤, 노래 실력, 모든 걸 갖췄죠. “More Than Friend(Feat.Jeff Satur)”를 같이 한 제프 사투르(Jeff Satur)는 여러 스타일의 곡을 소화하고, 곡 작업 뿐 아니라 믹스마스터링까지 하죠. 게다가 연기까지 하거든요. 무엇보다 정말 미남이고요! 잉크 와룬톤(INK WARUNTORN)과는 “Greenlight(Feat.INK WARUNTORN)”에서 호흡을 맞췄어요. 태국에서 정말 사랑받는 여성 가수로, 가장 T팝(Thai-Pop)스러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아티스트에요. 그리고 제가 태국어로 가사를 쓴 경험이 없다 보니 이번 앨범에는 작사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TYTAN과 SMEW는 전곡에 참여했고, Jeaniich는 “Greenlight(Feat.INK WARUNTORN)” 작업에 도움을 줬죠.
10대 시절 한국에 와서 K팝 아이돌로 데뷔한 태국 아티스트가 10년 넘는 세월이 지나 자신의 모국어로 된 앨범을 발매하다니, 이 행보가 굉장히 뜻깊게 느껴집니다. 전례없는 일이기도 하고요
한국 사람들에게 더 받아들여지고 인정 받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시기도 있었어요.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열심히 활동하기도 했고요. 이제 그 목표를 어느 정도는 이룬 것 같아요. 그리고 솔로 월드 투어도 해냈죠. 이 다음 행보로 태국어 앨범을 내는 건 자연스러운 일 같아요. 태국 분들은 정말 제가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응원해 주니까요. 예를 들어 제가 브라질에서 공연을 해요. 그럼 제 팬이 아닌 분들도 “태국 사람이라서 자랑스럽다””앞으로도 계속 잘했으면 좋겠다”이런 말을 해주거든요.
정말 국가대표를 응원하는 느낌 같은 게 있어요(웃음). 한국 사람들이 MLB에 진출한 야구 선수나, 해외 리그에 진출한 한국 축구 선수를 무조건 응원하는 것과도 비슷하죠
맞아요. 저뿐만이 아니라 리사, 민니 모두 다 음악계의 국가대표죠. 그렇다면 진짜 국가대표답게 태국 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 밖에요. 저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만한 걸 만들고 싶었어요. 또 계속 응원해도 좋을 존재가 되고 싶고요.
이런 고국에서의 열렬한 열정과 지지는 뱀뱀에게 어떤 의미가 되나요? 혹시 부담을 느꼈던 적도 있을지
제 행동 하나하나가 태국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는 이것만큼은 확실히 알아요. 제가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거. 그래서 그런 지지가 부담되지는 않아요. 정말 저는 고양이들과 함께 하루하루 흘러가는대로 사는 게 제일 행복한 사람이거든요. 밖에서 하는 것이라고는 볼링치는 것 정도고, 가까운 주변 사람들도 선을 지킬 줄 알죠.
수많은 무대 위에 올랐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를 꼽는다면요?
2022년 NBA 하프타임쇼 무대는 정말 최고였던 것 같아요.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와 LA레이커스 경기였죠. 그 다음은 솔로 투어 앵콜 콘서트로 처음으로 라자망갈라 스타디움 무대를 홀로 채웠던 것. 정말 꿈 꿔왔던 일이지만 실제로 가능할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하니까 되더라고요. 그리고 얼마전 바티칸에서 열렸던 ‘Grace for the World’ 공연도 잊을 수 없어요. 종교적인 장소이기 때문에 공연이 잘 허락되지 않는 곳인만큼 특별한 무대였죠. 정말 뿌듯했어요. 존 레전드, 안드레아 보첼리, 카롤 G… 출연진들 모두가 자기가 얼마나 유명한지를 떠나서 이 순간을 즐기는 게 느껴졌어요. 퍼렐도 루이비통 쇼에서 만나면 엄청 분위기 있는데 그날은 선글라스도 벗고, 굉장히 신나 있는거에요. 리허설 때 제가 가서 “좀 귀엽네요”라고 했을 정도로요(웃음). 레오 14세 교황님과 만나고, 악수도 하고요. 이런 경험을 대체 언제 할 수 있겠어요?
뱀뱀은 K팝을 어떻게 정의하나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아티스트가 한국 국적이 아니거나, 한글 가사가 없는데 왜 케이팝이냐는 질문을 하고는 하니까요
모든 K팝 아티스트를 대신해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제가 봤을 때 K팝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하는데 국적은 상관은 없어요. 다만 ‘K’는 ‘Korea’를 의미하잖아요. 그것에 대한 자부심은 갖고 있어야 한다고 봐요.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존중하고 한국의 문화, 한국 사람들이 이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는 정확히 이해를 해야하죠.
존중과 이해, 다 뱀뱀이 아주 잘하는 것들이군요(웃음). 한국인으로서 커리어의 시작점인 이곳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서울을 기반으로 솔로 커리어를 펼쳐나가는 결정 또한 자연스럽게 내렸을까요?
그럼요. 저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한국 팬 분들은 제가 태국어 앨범을 내는 것을 보며 뱀뱀이 이제 슬슬 돌아가려나 하고 걱정하실 수도 있는데 제 집과 회사, 다 한국에 있거든요. 고양이들은 물론이고요(웃음)! 지금 막 단어가 떠올랐는데 제가 생각하는 K팝은 ‘초심’ 같아요. 초심을 잃은 순간 ‘K팝’이라는 타이틀은 쓸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 초심은 어쨌든 GOT7이거든요. 그러면 K팝이죠. 정말 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잖아요. 초심을 잃으면 흔들리고, 결국 사라져요. 처음 마음을 잃지 않고 오래 버티면서 자기 위치를 지키는 게 중요해요.

17살이었던 2014년, GOT7으로 활동을 시작했죠. 솔로 커리어를 시작한 것은 2021년이지만 2023년 첫 정규앨범 Sour & Sweet 를 발매하고, 첫 솔로 월드 투어 ‘AREA 52’를 해내면서 솔로 아티스트로서 뱀뱀이 확립됐다는 느낌도 듭니다. 이 여정을 돌아보면 가장 음악적 방향성이 명확해진 시기는 언제인가요?
역시 ‘AREA 52’ 투어 때 같아요. 그동안 여러 스타일에 도전해 왔는데 비록 음악적 장르는 다르지만 제 스타일은 항상 있더라고요. 올초 GOT7 컴백 타이틀곡이었던 “PYTHON”도 제가 만든 곡이라는 게 알려지기 전에도 들었던 많은 분들이 ‘뱀뱀의 노래 같다’라는 반응을 해주셨거든요. 내 스타일이 있다는 게 받아들여진 것 같아 뿌듯했죠. 그런 확신 속에서 가야 할 방향성을 찾게 된 것 같기도 요.
팀 활동과 달리 솔로 활동은 사람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많이 할 수 밖에 없어요. 그야말로 ‘팀 뱀뱀’이 꾸려지는 셈인데 뱀뱀이 느끼는 솔로 활동의 가장 큰 차이는
내가 나를 얼마나 반영할 수 있는지의 차이 같아요. GOT7이 저희 7명의 면모를 조립한 것이라면 ‘뱀뱀’은 제가 이끌어야하죠. 저는 제 직감과 팀원들을 믿고, 그 분들은 저를 신뢰하되 각자 맡은 바를 잘 나눠서 해내야죠. 그래서 제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해요. 그러니까 지금 이 상에 어떤 반찬이 어울릴지 제가 말하면, 실제 요리를 완성해주는 건 다른 사람들이죠. 저 혼자는 그냥 흰 밥이에요. 그런데 누구도 맨 밥만 먹지는 않잖아요? 그런 거죠(웃음).
한국에서 활동하는 태국 출신 아티스트끼리의 공감대와 교류는 잘 알려져 있어요. 태국에서 같은 댄스팀이었던 블랙핑크 리사, 아이들 민니, CLC 손, NCT 텐, Kiss of Life의 나띠 등 ... 만나면 어떤 이야기가 오가나요
일 이야기는 일단 별로 안 해요. 다들 매일 일을 하는데 친구를 만났을 때까지 일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웃음). 하더라도 뮤직 비디오 촬영했는데 한 번 볼래? 이런 건 어때? 의견을 물어보는 정도죠. 서로 각자 고민이 있다면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거고요. 우리끼리 만났을 때 누가 블랙핑크 멤버고, 아이들 멤버인지 이런 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태국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넷플릭스나 패션 위크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이런 변화를 체감하나요?
저도 최근에서야 이 업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어요. 체감하죠. 제가 데뷔했던 2014년만 해도 산업 자체가 태국 밖으로 진출하려는 사례 자체가 별로 없었어요. 이건 어떤 분이 제게 해준 말인데, K팝의 확산과 인기가 태국 사람과 아티스트에게 자신감을 주는 면도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어요. 스타일링하는 방식을 비롯해, K팝 문화의 도움을 일부 받은 거죠. 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체의 도전 의식이나 자신감은 높아진 것 같아요.
지금까지 뱀뱀으로서 성취한 일에 대해 칭찬하고 싶은 것,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얼마전에도 멤버들과 식사를 하면서 연습생 시절, 그리고 옛날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서로 놀리기도 했는데요. 예전에는 소위 ‘흑역사’를 지우고 싶었거든요? 지금은 그런 경험이 있었던 덕분에 배움을 얻고, 지금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않게 됐다고 생각해요. 그 때 당시에는 그게 최선의 모습이었던 것처럼, 지금의 저도 최고의 제 모습일 거에요. 지금이 또 미래로 가는 과정이 되는 거고요.
그 많은 것을 이루고도 이제 28살이죠. 어떤 것을 더 하고 싶나요?
많아요. 그런데 이제는 나를 희생하면서 목표를 쫓아가는 것보다, 내 삶을 살면서 그 목표로 조금씩 향해가는 선택을 내리려고 해요. 연습생이 되기 위해 한국이 온 것도 어떻게 보면 태국에서의 제 삶을 희생한 거잖아요. 이제 그렇게 몰아 붙이기 보다는 천천히 나를 다독이며 나아가려고 해요. 저를 응원해 주는 분들과 순간 순간을 나누면서요. 어떤 면에서 저는 연습생 생활을 일찍 시작한 만큼 변성기 과정을 비롯해 바보 같은 실수를 하는 모습 등 제 많은 순간을 이미 나눴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더 많은 걸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나이가 들수록 가수와 팬의 관계에서 더 나아가 서로가 인생의 한 부분을 함께했다는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어느날 ‘우리 같이 회식하자!’ 라고 할 수도 있겠죠(웃음).
HOMETOWN 앨범을 들은 사람들이 어떤 것을 느끼길 바라나요
저의 시작. 제가 지금의 성공, 환경을 얻기 전, 그 어떤 것도 감추지 않고 아무것도 없었을 때의 뱀뱀을 순수하게 느꼈으면 해요.
Credit
Photographer CHIN SO YE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