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아사히가 프로듀서로 펼친 컬러 팔레트, 그 위의 색들이 번져나갈 때

2025.11.19 | by Lee Maroo

라이브에서 들었을 때 유난히 ‘울컥’해지는 곡들이 있다. 무대 위에서 시작된 멜로디와 감정이 정말로 관객석까지 서서히, 차츰 번지는 느낌. 트레저(TREASURE)의 아사히는 그런 곡을 만든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많은 질문들에 신중하고 조용하게 답변을 시작하는 아사히의 말버릇이다. 그 신중한 세심함은 아사히가 쓴 가사에도 스며들어 있다.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아사히의 작업실에 초대 받았다.

YG 엔터테인먼트 지하에 자리한 아사히의 작업실

10월 서울에서 시작을 알린  ‘PULSE ON’ 투어가 한창입니다.이번 무대 구성에서 좋았던 것, 특히 신경 썼던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밴드 편성, 앵콜 구간에 선보인 다양한 곡들 등 관객으로 재미있는 요소가 많았어요 

올해 5월 팬콘서트 투어를 마치고 9월에 발표한 앨범 LOVE PULSE는 미니 앨범이다 보니 새로운 곡 수가 많지는 않았어요. 이전 투어와 비교해서 어떤 변화를 보여드릴 수 있을지, 편곡과 구성에 있어서 고민을 많이 나눴죠. 재미있게 즐겨주셨다면 다행입니다. 

“MOVE (T5)”, “VolKno (CHOI HYUN SUK x YOSHI x HARUTO Unit)”, “고마워 (THANK YOU) (ASAHI x HARUTO Unit)” 같은 유닛곡이 공연 초반부에 배치된 것도 특징이었어요. 어떤 무대를 가장 즐기고 있나요?

가장 신나는 건 역시 앵콜 구간이에요. 무대 동선이나 안무에 구애받지 않고 저희도, 팬 분들도 즐기고 싶은대로 즐기는 시간이니까요. 이번 오프닝도 기억에 남아요. 웅장한 느낌으로 등장할 때 관객에게 주는 강한 인상이 있다고 생각해서  “음 (MMM)”을 오프닝으로 힘을 잔뜩 주고 등장했죠. 

투어는 6월까지 계속됩니다. 달리기는 계속 하고 있나요? 체력도 중요하니까요

춤 연습을 하면 체력을 알아서 붙는 것 같기는 한데요(웃음). 런닝은 계속 하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축구를 해서인지 달리는 것 자체가 익숙하기도 하거든요. 

오늘은 무대가 아닌  아사히의 작업실에서 만났네요. 우선 공간 소개부터 할까요? 

인테리어를 사실 여러 번 바꿨어요. 원래는 커다란 모니터가 있어서 멤버들과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밥도 먹었는데 지금은 다 뺐습니다. 제가 조립해서 애정이 가는 캐비닛이 있고요. 이 키보드는 제가 미디 키보드로만 쓰고 있어서 조금 아깝지만 사실 기능이 정말 많아요. 그 외에는 다른 분들의 작업실에도 다 있는 것 아닐까 싶어요. 프리앰프, 컴프레서… 다 레코딩에 필요한 것들이죠.  기타나 건반은 음악 만드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다 보니 꾸준히 조금씩 연구를 하고 있어요. 

언제부터 곡을 만들기 시작했나요? 

중학생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아이폰 어플 '개러지 밴드'로 비트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힙합을 좋아했을 때라 대부분이 힙합 비트였죠. 마침 집에 전자 키보드가 있어서 그걸로 연습하면서 ‘이게 C 코드구나’하면서 하나씩 구상을 해나갔죠. 그 과정이 정말 즐거웠어요. 

지금 앉아있는 작업실 의자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던 시기는 

올해 3월 스페셜 미니 앨범의 타이틀곡이었던 “YELLOW”. 들었을 때 굉장히 밝은 곡이지만 사실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거든요. 거의 2~3개월은 걸렸던 것 같아요. 밤 새고 아침까지 여기 앉아 있을 때도 있었죠. 

막내인 멤버 (소)정환 씨가 “YELLOW”의 곡 탄생 과정부터 지켜봤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한 적 있어요. 

정환이는 제 작업실 쇼파에 누워서 제가 만드는 걸 들으면서 ‘방금 거 좋았다’ 같은 피드백을 줘요. 하루토도 랩도 쓰고, 녹음도 같이 하고요. (윤)재혁이도 작업실에 놀러와 많은 수다를 떨고 가는 친구입니다. 

작업실로 들어서는 아사히. 머그컵은 아사히의 것

이 공간에서 팬(‘트레저 메이커’)들과 라이브로 소통을 하기도 하죠. 자작곡을 연주하거나, 데모 버전을 들려주기도 하고요. 이런 것들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고마워 (THANK YOU) (ASAHI x HARUTO Unit)”의 데모 버전을 들렸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저도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곡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하고 듣고 싶거든요. 원래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고 싶고요. 그래서 저희 팬 분들도 들려주면 좋아하시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떤 아티스트의 비하인드를 찾아보고는 할지

정말 많아요. 예를 들어 비틀즈 다큐를 보면서 프로젝트의 탄생 과정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요. 요즘은 프로듀서나 가수 본인이 등장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악기에 대한 설명도 해주는 영상이 많잖아요. 그런 영상들을 자주 찾아보고는 합니다. 

 

직접 조립한 캐비넷 위에 놓인 폴 매카트니 피규어는 도쿄의 레코드샵에서 구입한 것. 하지만 아사히의 비틀즈 '최애'는 존 레논이라고

프로듀서로서 반드시 ‘마스터’하고 싶은 장비나 기술은

기술적인 것은 물론이고 베이스, 기타, 피아노 악기도 다 마스터하면 좋겠죠(웃음). 오히려 장비는 조금 덜어내려고 해요. 많은 장비 없이도 곡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지금 갖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려요. 이건 제 성향 같기도 해요. 패션 아이템이든 장비든 '이게 꼭 필요한가? 없어도 되긴 한다' 싶으면 자제하려고 하는 면이 있거든요.

“ORANGE” “병(LOVESICK)” “고마워 (THANK YOU) (ASAHI x HARUTO Unit)” “YELLOW” 등 아사히의 곡은 따뜻한 느낌을 주면서 후렴구가 멜로디컬한 특징이 있는데요. 자신만의 기술이나 노하우가 있다면 

‘내 곡이라고 알아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노래를 만드는 건 전혀 아니에요. 그런데 만드는 사람이 자주 쓰는 코드 진행이나, 악기 소리가 있기 마련이다 보니 듣는 분이 “이거 아사히 노래 같은데?”라고 알아채 주면 기쁘죠. 예전에는 이 코드를 내가 좀 많이 쓰는 것 같으면 좀 피하려고 했었는데 요즘은 그냥 받아들이고 있어요. 일단은 뭐든 만들어 보는 것, 해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거든요. 자꾸 하다 보면 이게 제 색이 될 수도 있고, 아니다 싶으면 그때 변화하면 되니까요. 

일단은 뭐든 만들어보자,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웃음). 가장 애정이 가는 곡은 

물론 모든 곡에 애정이 가지만 아무래도 데뷔 이후 처음으로 공개된 “ORANGE”에 가장 애착이 갈 수 밖에 없어요. '애착'이라는 표현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내 노래가 진짜로 세상에 나왔구나, 이런 생각을 처음으로 들게 해준 곡이니까요. 곡이 좋기도 하고요. 

콘서트에서 처음 듣고 정말 '좋다'라고 생각했던 곡이에요. 하지만 작업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잖아요. 아까 말한 것처럼 잠도 못 자고 시간을 들여야 할 때도 있고요. 그럼에도 어김없이 작업실 의자에 다시 앉는 이유는 뭘까요?

시작은 재미있어서죠. 만드는 것 자체에 재미를 느껴요. 물론 힘들 때도, 잘 안 풀릴 때도 있지만 그게 해소됐을 때 오는 행복이 있어요. 그리고 곡을 들려드렸을 때 오는 반응이 제 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사실 곡을 만든다는 건. 좋은 점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서, 재미있어서 시작한 건데 주변에서 좋아해주기까지 하니까요(웃음). 

가사에서도 아사히만의 비유력이나 색이 묻어나요. 일본 미니 앨범에  “病”으로 먼저 수록됐고 나중에 한국어 버전으로 공개된 “병(LOVESICK)”의 ‘공원이 조용하고 넓다고 느끼는 날’ 같은 표현은 특히 일상적이면서도 시적인데요. 작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요?

우선 테마를 정해둬요. 그 다음에 틈틈히 뼈와 살을 붙여가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죠. 요즘에는 말과 생각이 바로 한국어로 나오기도 해서 모든 곡 가사를 일본어로 먼저 쓰지는 않지만 “病” 가사는 확실히 일본어로 썼던 것 같아요. 저도 좋아하는 가사에요. 특히 마지막 부분 ‘뭘 해도, 뭐를 봐도, 맘껏 웃어도 너를 영원히 잊지 못하는 병이야’ 이 부분은 멜로디와 코드까지 감정이 다 복받치는 구간 아닐까 해요. 

깁슨의 'Les Paul Classic'을 들고. 악기는 일본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트레저 내에서도 현석,  준규, 요시, 하루토 등 곡 작업을 진행하는 여러 멤버들이 있는 것처럼 최근 K-팝 아이돌들 중 많은 멤버들이 곡 작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프로듀싱까지하는 것에 어떤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이 만들어주는 곡들도 물론 너무 훌륭하지만, 멤버가 곡을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로 팬들이 음악에 친밀감을 느끼는 건 확실히 장점 같아요. 곡 작업을 하는 멤버가 그룹 내에 있다는 것만으로 멤버들의 마음가짐이라든가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미치는 시너지도 있는 것 같고요. 물론 그런 공기는 저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웃음). 

팀의 음악적 방향성에 직접 고민하고 창작하는 멤버가 있다는 게 멤버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분명 있죠. 고마움을 표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나저나 이곳에서  가장 많이 먹은 메뉴는 뭘까요? 부대찌개일지(웃음)

맞아요. 부대찌개, 김치찌개 많이 먹었습니다. 사옥 건물 편의점에 라면 조리기가 있어서 거기에서 끓여온 라면도 자주 먹고, 커피도 뺴놓을 수 없어요. 

곡 작업만큼이나 보컬에도 진십입니다. 정우, 요시 등 다른 멤버들과 함께 라이브 컨텐츠에 출연하기도 했어요.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목소리, 보컬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실 처음에는 제 목소리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계속 해보자,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자라는 마음이었죠. 지금도 제 목소리에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말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데뷔 6년 차에 접어들면서 목소리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어떤 방식으로 들릴 수 있는지 나름의 방법이 생겨서 계속 공부하고 연구 중이에요. 

좋아하는 LP들이 작업실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지금 아사히가 생각하는 좋은 음악은 

사실 좋은 음악에 정답이라는 건 없잖아요. 저는 곡을 들은 사람이 다시 듣고 싶어지는 음악, 그게 그 사람에게 좋은 음악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정말 당연한 말이지만 결국은 그게 핵심이라는 생각을 요즘 더 하고 있어요. 이렇게 수많은 곡이 빠르게 나오는 시대에 또 한 번 듣고 싶어지는 곡이 있다는 것만으로.

아사히의 다음 곡을 기대하는 사람에게 약속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확실한 건 저는 계속 음악을 만들 것이라는 것! 그리고 제 음악이 다음에 나왔을 때 좋은 음악이라고 느끼고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같이 불러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이 공간은 아사히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나만의 아뜰리에. 좀 너무 멋부린 표현같긴 한데 나만의 아뜰리에를 갖는 건 정말 제 꿈이긴 해서, 그렇게 표현해보고 싶습니다(웃음). 

"확실한 건 저는 계속 음악을 만들 것이라는 것!" 아사히의 포부다

Credits

Editor LEE MA ROO

Photographer KIM MIN SE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