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밴드 붐은 이미 도래했다
2025.10.05 | by Kwon Saebom데이식스부터 에이엠피에 이르기까지,이젠 밴드 명가로 거듭나고 있는 K팝 아이돌 명가들!

누가 알았을까? 〈톱밴드〉(2010)에서 〈슈퍼밴드1〉(2019), 〈슈퍼밴드2〉(2021), 그리고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젼〉(2022)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방송국들이 수년간 ‘밴드 붐’을 외쳤지만, 한국 주류 음악 시장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던 장르. 밴드가 K팝 소속사의 주도로 다시 전면에 떠오를 줄은! 데이식스(DAY6)를 주축으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Xdinary Heroes), 드래곤 포니(Dragon Pony), 갓 데뷔한 에이엠피(AxMxP)까지. JYP, FNC엔터테인먼트 같은 대형 K팝 기획사들이 내세운 보이 밴드가 한국 음악 시장은 물론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밴드의 구성을 갖추면서도 아이돌 못지않은 비주얼과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이른바 ‘밴드돌’이 떠오르는 중!

이 흐름을 선두에서 이끄는 팀은 단연 DAY6다. “예뻤어”, “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까지. 군 전역 이후 앞서 발매한 곡들이 역주행하기 시작하며, 인기가 고공상승했다. 유튜브뮤직이 2024년 공개한 결산 데이터에서 남성 아이돌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하기까지. 이들의 기세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올해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데뷔 10주년 기념 투어 콘서트의 막을 올리며 국내 최초로 스타디움에 입성한 밴드가 되었다. 전회차 전석 매진이란 대기록까지 세운 DAY6는 이후 10월 18일 호찌민, 2026년 1월 17일 홍콩, 24일 마닐라, 31일 쿠알라룸푸르 등지에서 투어를 이어갈 예정. 또한 올해 빌보드가 꼽은 상반기 K팝 25곡 중 8위에 랭크인됐다는 기쁜 소식까지 들려왔다.

이미 DAY6라는 걸출한 팀을 만든 소속사라는 점에서, Xdinary Heroes 역시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2021년 데뷔 이후 차츰 성장한 이들은 K팝 아이돌신에서 밴드붐을 함께 키워가고 있다. 강렬한 록 사운드와 아이돌식 화려한 퍼포먼스를 겸비한 이들은 같은 레이블에 속해 있는 Stray Kids, ITZY와 같은 K팝 아이돌과의 협업도 활발하며 팬층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 ‘롤라팔루자 시카고’ 무대에 첫 출격한 것에 이어 5월 서울에서 시작한 두 번째 월드투어 ‘Beautiful Mind’까지도 15개 도시에서 공연을 성료하며 글로벌 음악 팬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또한 올 9월에는 평소 롤모델로 언급해온 MUSE의 10년 만의 내한 공연에서 오프닝을 장식하며 또 한 번의 상징적 순간을 완성했다.

데이브레이크(Daybreak) 같은 페스티벌 강자는 물론, 빌리(Billlie)와 아크(ARrC) 같은 K팝 아이돌까지 배출해온 미스틱스토리. 이들이 〈슈퍼밴드2〉 준우승자이자 소속사의 간판 밴드인 루시(LUCY)에 이어, 2024년 새로운 밴드 드래곤 포니(Dragon Pony)를 선보였다. 이들의 음악은 밝고 팝적인 록 사운드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보컬·기타·드럼·베이스로 구성된 정통 밴드 포맷을 따르고 있다. 이에 비주얼과 무대 장악력까지 겸비하며 더더욱 주목받은 이들은 2025년에는 빌보드와 빌보드코리아가 선정한 5월 ‘K-POP Rookie of the Month’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국내 최장수 록 페스티벌인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무대에 2년 연속 초청받았을 뿐 아니라, 전국 클럽 투어와 대만 공연까지 이어가며 록 밴드로서 무대 경력까지도 탄탄하게 쌓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K-INDIE ON Festival’ 무대에 올랐는데, 데뷔 첫 유럽 공연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글로벌 무대에서 밴드의 성장 가능성을 엿본 시간이었다.

하반기 K팝 아이돌 신에서 단연 화제였던 AxMxP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다. FT아일랜드, 씨엔블루, 엔플라잉을 잇는 ‘밴드돌 양성소’ FNC엔터테인먼트가 10년 만에 새로운 밴드를 론칭한다는 사실 자체로 일찍이 주목받았다. 지난 9월 열린 데뷔 쇼케이스에는 2천 명의 관객이 몰렸고, 11곡을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실수 없이 선보이며 ‘완성형 신인 밴드’라는 별칭까지도 얻었다. 멤버들의 나이는 고작 15세에서 20세 사이지만 데뷔 전부터 FNC Band Kingdom 투어를 통해 국내 소규모 라이브홀뿐 아니라 일본 도쿄, 대만 가오슝·타이베이 등 다양한 무대를 경험한 덕분이다. 정규 1집은 초동 6만 3천여 장을 기록하며 역대 밴드 데뷔 앨범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 타이틀곡 ‘I Did It’ 뮤직비디오는 공개 4일 만에 약 530만 회를 돌파하며 남다른 기세를 다시금 증명했다.

아이돌 기획사에서 제작한 팀은 아니지만, wave to earth의 활약 역시 K팝 밴드붐을 설명하는 중요한 근거다. 이들은 대형 프로덕션의 기세를 업지 않고도, 오직 음악만으로 북미 투어를 개최한 이력을 보유한 팀이다. 미주 투어를 꾸준히 진행해온 이 팀은 올해 ‘롤라팔루자’ 무대에도 올랐다.

최근 미국으로 거처를 옮긴 SE SO NEON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9월 북미 투어를 시작으로 유럽과 아시아·퍼시픽 투어를 이어가며 데뷔 8년 차에도 여전히 도전적이고 진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 그 면에서 데뷔 10년 차, 실리카겔 (Silica Gel)의 성장세 또한 날로 놀랍다. 작년 7월,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와 그의 밴드 ‘High Flying Birds’ 내한 공연에서 오프닝을 맡았던 무대인 고양 킨텍스 제1홀을 1년 뒤 단독 공연으로 같은 장소를 가득 메운 실리카겔은 이제 더 이상 ‘인디 밴드’로 불리기 어려울 만큼 영향력을 가진 밴드로 성장했다.

아이돌과 밴드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 흐름 속에서, K팝은 또 한 번 세계 음악 시장에서의 진화를 증명하는 중이다. 전통적인 보컬 위에 안무가 더해지고, 랩과 그루브가 접목되며 비로소 꽃피운 K팝이 이제는 악기로 직접 호흡하며 만들어내는 밴드 문화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밴드라는 형식만 빌리는 것이 아닌, 악기와 노래로 자기 이야기를 주체적인 목소리로 전하는 ‘록 정신’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기반이 되었을 때. 이 흐름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다.마치 BTS, 블랙핑크를 보고 아이돌을 꿈꾼 세대가 있듯, 한국의 밴드를 보며 악기를 잡는 이들이 생겨나는 희망적 미래까지도 엿보며 .이로써 음악에 재능을 가진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더더욱 넓어지기를. K팝 밴드의 전성시대, 그 붐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