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BTS의 춤은 멈추지 않는다

2025.08.08 | by Lee Maroo

가장 BTS다운 선물, PERMISSION TO DANCE ON STAGE-LIVE 앨범 리뷰

BTS가 완전히 돌아왔다! 일곱 명 모두가 군 복무를 마친 BTS는 내년 봄 새 앨범을 발표할 것이며, 이를 위해 미국에서 숙소 생활을 하며 앨범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사실을 직접 팬덤 아미 ARMY들에게 전했다. 지난 7월 1일 진행된 7인 단체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말이다. 무려 33개월 만에 진행됐던 이 단체 라이브를 통해 즐거운 기다림이 예고된 사이 가장 BTS다운 선물이 또 찾아왔다. 바로 BTS의 공연 실황을 담은 라이브 앨범 'PERMISSION TO DANCE ON STAGE-LIVE' 발매 소식이다. 이는 2013년 6월 그룹이 데뷔한 이래 최초의 라이브 앨범이라 한층 뜻깊다.

BTS 최초의 공연 실황 앨범. Contact Ver.과 Connect Ver. 두 가지 버전의 실물 앨범과 디지털 앨범으로 발매됐다 Courtesy of BTS official shop

7월 18일 발매된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IVE'는 2021년 10월 서울 에서 열린 온라인 콘서트를 시작으로, 같은 해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2022년 서울과 라스베이거스로 이어진 공연의 여정을 담고 있다. 이 투어는 총 3개 도시에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12회에 걸쳐 펼쳐졌다.

오프닝을 장식한 "ON"부터 앵콜까지 공연 셋리스트를 거의 그대로 가져와 무려 22개의 트랙을 CD 한 장에 담은 이 라이브 앨범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연이 진행됐던 시점이 전세계가 코비드-19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던 시기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티스트와 팬의 만남이 줄어든 시기, 마스크를 쓰고 공연을 관람해야 했던 시기, 환호와 함성이 금지되고 모두 각자의 공간에 고립됐던 시기… 그러나 한편으로 이 시기는 온라인 스트리밍과 비디오 클립형 퍼포먼스 영상에 제작에 익숙한 K팝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전세계적으로 한차례 널리 퍼졌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로 BTS는 이 시기를 가장 적극적으로 헤쳐 나간 그룹 중 하나였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KPop Demon Hunters'의 감독들이 “코비드-19 동안 BTS의 온라인콘서트를 보는 전세계 사람들이 각자의 집에서 "Dynamite"를 따라 부르고 춤추던 장면에 영감을 받았다”라고 밝혔던 것처럼 말이다. 코비드-19가 최고조에 달했던 2021년 7월 발표한 "Permission to Dance"의 뮤직비디오는 또 어떤가? 마스크를 낀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춤을 추는 장면으로 가득 채운 뮤직비디오는 단연 이 시기 가장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한 영상 중 하나였으며, 7명의 멤버들이 UN 뉴욕 본사에서 촬영한 퍼포먼스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1억 뷰를 기록한 바 있다. 심지어 BTS는 ‘코비드-19 시기를 겪는 이들에 대한 위로를 전한다’라는 취지로 2020년 10월 앨범 'BE'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미 같은 해 정규 앨범 'Map of the Soul: 7'을 발표했던 상황에서 9개월 만에 새로운 앨범을 발표한 것은 K팝에서 매우 보기 드문 행보다. BTS는 전세계를 강타했던 초유의 사태 앞에 앨범 제작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팬과 교감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보였다. 실제 이번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앨범에는 "Life Goes On", "Blue & Grey", "잠시", "Stay", "병" 그리고 "Dynamite"까지 'BE' 수록곡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A fan room imagined by BTS during the promotional period of BE, an album created especially for the COVID era. Courtesy of BIGHIT MUSIC.

공연의 시작은 BTS의 곡 중 가장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ON"이다. 팬이라면 전주의 비트를 듣는 순간부터 무대 위 댄서들의 파워풀한 군무를 상상하게 될 것. 무려 5분 30초에 달하는 길이로 라이브 앨범다운 몰입감을 높인 "ON" 이후 고조된 분위기는 2번 "불타오르네(FIRE)"와 3번 "쩔어"로 이어진다. BTS가 한국 내 팬덤을 공고히했던 2015~2016년의 '화양연화' 시리즈 시기 강렬한 퍼포먼스와 에너지, 그리고 거의 곡 전체를 채우는 한국어 가사와 래핑으로 사랑을 받았던 곡들을 연달아 배치함으로써 BTS의 정체성을 시작부터 못 박은 셈이다.  특히 베이스가 강조되는 한층 절제된 편곡으로 재탄생한 "불타오르네(FIRE)"는 잘 알려진 넘버에 완전히 새로운 인상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라이브 앨범의 존재 의의를 더한다. 원래 음원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강조됐던 밴드 사운드가 도드라지는 4번 트랙 "DNA"도 마찬가지다.

이제 흥분을 조금 가라앉힐 차례. 뷔가 자신의 우울함과 불안함을 색에 빗대어 표현한 "Blue & Grey", RM이 창작자로서 막막함과 고민,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야 하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한 "Black Swan"이 등장한다. "Black Swan" 도입부의 강조된 스트링 사운드는 "Blue & Grey"의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지민의 고음 보컬이 도드라지는 "피 땀 눈물"을 브릿지 삼아 "FAKE LOVE"까지 이어지는 5~8번의 트랙 배치는 BTS의 곡들이 가진 감성적인 면모를 집중해서 감상하기에 좋은 구간이다.

이어져 9번 트랙으로 등장하는 "Life Goes On"은 'BE'앨범의 타이틀곡 답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건넨다. “어느 날 세상이 멈췄어”라는 정국의 보컬로 시작해 “사람들은 말해 세상이 다 변했대. 다행히도 우리 사이는 아직 여태 안 변했네”라는 슈가의 래핑이 리스너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라이브 앨범 전반부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던 멤버들의 개인 멘트가 비로소 생생하게 등장하며 공연의 현장감이 되살리는 구간도 바로 이 구간부터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부터 "Dynamite", 그리고 "Butter"는 그야말로 쭉쭉 달린다. 특히 시원한 기타 리프 사운드가 도입부와 중간부에 펼쳐지는 "Butter"나 “Everybody knows this song, right?”이라는 제이홉의 자신감 넘치는 현장 멘트를 고스란히 살리며 시작하는 "Dynamite"는 아 두 곡이 얼마나 잘 만들어진 팝 넘버인지, 그리고 누구나 즐기기 쉽게 얼마나 잘 설계된 곡들이었는지를 한 번 더 깨닫게 한다. 

‘퍼미션 투 댄스-온 스테이지’ 서울 공연 포스터 Courtesy of BIGHIT MUSIC

역시 'BE' 수록곡으로 “비록 지금은 멀어졌어도 우리 마음만은 똑같잖아”라며 ‘잠시’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현재 상황을 경쾌한 레트로 팝 디스코에 실어 표현한 "잠시"와 이 뒤에 이어지는 "Outro : Wings"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펼쳐졌던 라이브 공연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멘트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리스너를 현장으로 소환한다. 특히 이 공연을 관람했던 운 좋은 아미라면 그날의 감동을 한층 생생하게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 15, 16번 트랙은 RM, 진, 정국 3인방의 목소리가 도드라지는 퓨처 하우스 곡 "Stay", 역시 EDM 사운드를 적극 활용하며 밝은 메시지를 "So What"이 차지한다. BTS 음악의 다양한 면모를 맛볼 수 있는 구간이다.

댄서블한 곡들 다음에는 반드시 한 번 더 분위기를 고조하는 곡이 등장하기 마련. BTS의 선택은 "IDOL"과 "Airplane pt.2"다. 전자가 ‘덩기덕 쿵더러러’ 같은 한국적인 가락을 아프리칸 리듬에 섞었다면 후자는 명확하게 라틴팝 장르를 표방한다. 두 곡 모두 BTS의 2017~2018년을 견인했던 ‘LOVE YOURSELF’ 4부작의 수록곡이라는 점, "IDOL"이 유명세와 함께 찾아온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었다면, "Airplane pt.2"는 투어를 반복하는 자신들의 일상을 ‘떠도는 악사(El Mariachi)’에 비유한 자전적인 곡이라는 점에서 내용적으로도 유기적인 곡 배치다. 공연 후반부 즈음, 그룹의 초기 넘버인 "뱁새"가 짧게나마 등장하는 것은 뜻밖의 즐거움이다. 2015년 당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한국 속담 ‘뱁새가 황새 쫓다 가랑이 찢어진다(자기 분수에 맞게 살라는 뜻을 가진 속담으로 BTS는 이 가사를 통해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양극화 문제를 꼬집었다)'를 이용한 가사를 트랩 장르로 표현한 곡은 BTS의 초기 언더독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넘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20번째 넘버로 등장하는 "병"은 이 라이브 앨범에서 가장 기분 좋은 놀라움을 선사하는 트랙 중 하나다. 제이홉의 선명한 래핑으로 시작하는 이 올드스쿨 힙합은 BTS 래퍼 라인(RM, SUGA, 제이홉)과 보컬 라인(진, 지민, 뷔, 정국)의 완벽한 균형을 보여준다. 질병을 의미하는 ‘병’은 결코 가벼운 단어는 아니지만, 오히려 이 단어를 경쾌하게 후렴구 라임으로 반복해 활용함으로서 우리 내면의 강박과 코비드-19 시기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한다.

일부 팬들이 ‘BTS 최고의 B 사이드 트랙’이라고 꼽기도 하는 "병"은 힙합을 기반으로 하는 BTS의 뿌리를 또렷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자아비판을 곁들인 자기 고백적인 가사, 언어 유희(RM 파트에 등장하는 ‘일’’은 영어 ‘ill(아픈, 병 든)’과 동일한 발음으로, 일 중독을 질병에 비유했으며 이는 곡의 제목 ‘병‘과도 이어진다)를 통해서 말이다. "Dynamite"와 같은 팝 넘버와는 또다른 방식으로 분출 된 BTS의 밝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이 트랙은 절대 놓치지 말 것! 교차되는 지민과 정국의 보컬로 시작해 진의  고음,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주고받는 정국-뷔-지민의 탄탄한 보컬을 느낄 수 있는 브릿지 파트도 귀 기울여야 한다. 

이제 끝을 향해 달릴 시간. 실제 공연에서는 앵콜 구간에 "HOME", "Epilogue : Young Forever", "봄날" 등이 번갈아 무대 위에서 펼쳐졌지만, 라이브 앨범은 최종 수록곡으로 "봄날"을 택했다. 한국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지고 봄이 되면 항상 차트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오래 사랑받는 BTS의 2017년 노래다. 보컬과 랩이 조화를 이루며 봄날의 재회를 고대하는 이 애절한 트랙은 당시 코비드-19 상황과도 잘 어울리는 최고의 선택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당연히 "Permission to Dance"! 오로지 팬들의 떼창으로 채워진 후렴구에서는 당신도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어질 것이다. 

지난 7월 18일 발매된 그륩의 첫 번째 라이브 앨범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IVE'는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 10위로 진입했다. 앨범 수록곡들 또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1~10위를 휩쓸며 BTS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러니 2026년 BTS가 새로운 음악으로 다시 또 그들 방식의 위로를 전하기까지 이 앨범을 마음껏 즐기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정말로 누군가의 허락(Permission) 따위는 필요치 않으니까.

코비드-19 시기 음악이 가진 밝은 에너지를 전파했던 BTS의 ‘Permission to Dance’ 뮤직 비디오는 지금까지 6.8억 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