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MAMA AWARDS 최고의 무대 9
2025.12.04 | by Billboard Korea스태프 픽! 2025 MAMA AWARDS 현장에서 본 최고의 무대

지난 11월 28일, 29일 양일에 걸쳐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2025 MAMA AWARDS(이하 MAMA)'가 펼쳐졌다. 첫째 날 챕터 원(연준, 알파드라이브 원, 베이비몬스터, 보이넥스트도어, 범접, 엔하이픈, 하츠투하츠, 아이들, 미야오, NCT WISH, 슈퍼주니어, 트레저, 투어스)과 둘째 날 챕터 투(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에스파, 올데이 프로젝트, 코르티스, 지드래곤, 아이딧, 이즈나, JO1, 쿄카, 라이즈, 스트레이 키즈, 제로베이스원)에 걸친 퍼포밍 아티스트 라인업과 호스트, 시상자로 참여한 배우들, 그리고 미리 예고된 스페셜 스테이지까지,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즈(Mnet Asia Music Awards)'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화려한 라인업으로 일찍부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시상식을 앞둔 11월 26일 홍콩 북부 타이포 지역 아파트 단지에서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156명이 사망한 대형 화재의 여파 속, MAMA 또한 속단을 내려야 했다. 레드 카펫 행사와 스페셜 무대는 취소됐으며, 보이그룹 MIRROR와 양자경 등 홍콩 스타는 최종 불참을 결정했다. 첫째 날 행사 시작 전에 앞서 추모의 묵념이 진행됐고, 시상자와 아티스트 모두 블랙 컬러로 대부분의 의상을 통일하는 등 빠르게 대처했다. 일부 팀은 화재나 사고를 연상시킬 수 있는 가사를 변형해 무대에 임하기도 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사전 촬영 필름도, 만약의 이슈를 대비해서인지 대부분 송출되지 않았다. 'Support Hong Kong'이라는 이름 하에 많은 수상자들은 수상 소감과 함께 위로와 복구에 대한 염원을 전했으며, 실질적인 기부도 진행됐다. 주최 측인 CJ ENM의 2천만 홍콩달러(한화 37억 8천만원)을 포함해 YG, HYBE 등 기업 차원의 참여는 물론 아티스트 차원의 기부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다.
"저희가 하는 말이 어떤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저희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걸 하겠습니다"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올랐던 엔하이픈(ENHYPEN) 정원이 남긴 말처럼, 무대에 오른 이들은 그 순간의 최선을 다했다. 관객 역시 마음껏 무대에 환호를 보내기에 무거운 마음이었지만, 무대에 선 수많은 이들의 애도는 국경과 언어를 넘어 이 참사를 기억하고, 위로의 마음을 확산하는 데 기여했음이 분명하다. 역시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스트레이 키즈 방찬의 말했듯, 홍콩은 분명 혼자가 아니었다. 음악이 가진 나름의 힘을 전하려 애썼던 2025 MAMA AWARDS 최고의 무대를 빌보드코리아가 꼽았다.

수묵화 속에서 현실로 소환된 '범접(허니제이, 효진초이, 리헤이, 노제, 리정, 아이키, 립제이)'의 퍼포먼스는 이번 MAMA의 슬로건인 'Hear My Roar, UH-HEUNG'의 주제 의식을 선명하게 전하며 챕터 원의 시작을 성공적으로 여는 데 일조했다. 은은하게 번져 나가는 묵처럼 다채로운 동선으로 움직이는 무브먼트를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가면극인 사자탈춤의 사자탈을 호랑이처럼 보이게 변형한 연출 역시 자연스럽게 동양의 미를 전했다. 특히 시상식 대부분의 무대가 '횡'으로 사용될 수 밖에 없는 가운데 사자탈을 쓴 댄서들이 일어서며 범접과 함께 움직이는 후반부 연출은 순간적으로 거대한 스타디움이 가득 찬 느낌이 들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대형 시상식일수록 웅장한 연출이 선호되지만 신인 그룹일 때 보여줄 수 있는 에너지도 있는 법이다. 초반부 교사 역할로 깜짝 등장한 슈퍼주니어 신동을 포함해 SM의 세 그룹이 힘을 합쳤던 무대. 학교 책상과 의자를 소품으로 교실의 풍광을 재현한 클래식한 연출은 각각 데뷔 2년 차, 1년 차인 NCT WISH 와 하츠투하츠(Hearts2Hearts) 멤버들에게 딱 맞는 옷처럼 어울렸다. 각 팀의 막내인 사쿠야와 예온이 시험지를 찢어 던지는 연출과 동시에 시온과 유우시, 리쿠 그리고 주은과 이안이 함께 치고나온 댄스 브레이크 파트까지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하츠투하츠가 "Focus" 활동 때 착용했던 톰브라운 착장과 맞춰, NCT WISH는 버버리로 착장을 통일해 프레피 스쿨 무드를 더했다.

밝고 사랑스러운 에너지로 가득한 타이틀곡을 어떻게 시상식 용으로 재편할 수 있을까? TWS의 "OVERDRIVE(Mad Water.Ver)"은 이 질문에 대한 훌륭한 답변을 제시했다. 부제 'Mad Water'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영화 'MAD MAX: 분노의 도로'를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기타 리프를 토대로 한 밴드 편곡, 도입부를 연 도훈의 안대를 비롯 '바다(Water)' 위 해적을 레퍼런스로 삼은 게 분명한 착장을 통해 곡의 에너지를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는 데 성공한 것. MEOVV 엘라와 함께한 초반부 연출을 제외하면 4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무대였지만, 막내 라인 지훈과 경민의 브레이크와 텃팅을 넘나드는 댄스 브레이크 등 후반부로 치닫을 수록 무대에 집중하게 되는 힘이 있었다. '청량'을 넘어 퍼포먼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TWS의 탄탄한 기본기를 드러낸 단연 기대 이상의 무대.


작년 2024 MAMA AWARDS에서 당시 타이틀곡 "Nice Guy"에 맞는 서사와 연출로 무대를 사로잡았던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는 이번에도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무대를 장식했다. 뜻밖의 지원군은 첫째날 호스트였던 박보검이었다. 지난 10월 발매한 BOYNEXTDOOR의 5번째 미니 앨범 타이틀곡 "Hollywood Action"의 주제에 맞춰 영화 시상식 콘셉트로 펼쳐진 무대에 프레젠터로 힘을 보탠 것.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와 매치된 성호와 리우의 "123-78" 무대, '인셉션'과 짝을 이룬 이한의 "Live in Paris" 퍼포먼스, '록키'를 모티프로 한 명재현과 태산의 "I Feel Good",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사랑에 빠진 소년 역할을 소화한 막내 운학의 '러브 액추얼리'의 명장면을 재현한 "오늘만 I LOVE YOU" 등. 영화와 활동곡을 활용한 모든 무대가 유기적으로 전개되며 "Hollywood Action"의 무대까지 자연스럽게 9분 넘는 시간을 채웠다. 아쉽게도 송출 오류로 화면에 잘 담기지 않았지만 "I Feel Good"의 록킹한 사운드가 복싱 스텝과 펀치 모션과 맞아 떨어졌던 연출은 신선한 쾌감을 선사했다.

지난 11월 7일 첫 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한 연준은 가장 막바지 2025 MAMA AWARDS 출연 소식을 전한 아티스트였다. 이미 작년 "GGUM" 무대는 물론이고 커버 스테이지 등 혼자 시상식 무대를 여러 번 채운 경험이 있는 연준이지만 솔로 아티스트로서 지향점을 명확하게 보여줬던 앨범 발매 이후 대형 무대에 선 것은 이번이 최초였다. 그리고 "Coma"에서 "Talk to You"로 이어진 솔로 무대는 이미 퍼포먼스 비디오와 음악방송을 통해 댄서들과 뛰어난 합을 보여준 연준의 무대에 갖게되는 기대치를 완벽하게 상회했다.
독특한 사운드와 과감한 연출의 무대를 혼자 이끈 후, 기억에 남는 것은 조명이 꺼진 후 무대에 혼자 남은 연준의 모습이었다. 헐떡이던 숨을 고르나 싶더니 홀로 객석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 무대 아래 계단을 내려가던 뒷모습까지. 대형 K-팝 '아이돌다운'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음악 세계를 어떻게 온전하게 구축할 수 있는지, 연준은 스스로 그 선례가 된 것 같다.

리더이자 팀 음악의 주축인 마틴이 음악 장비를 만지는 연출로 시작했던 코르티스(Cortis)의 무대. 처음부터 자신들의 원하는 것("돈, 멋, 명예, love and what? Ooh, take what you want") 을 명징하게 외치며 등장한 이 신예의 무대는 그야말로 '에너지'로 가득했다. 고음 라이브나 군무, 댄스 브레이크 같이 정석적인 요소를 모두 배제한 무대에 대한 평가는 갈릴 수 있지만 확실했던 것은 현장에서 이들을 향한 엄청난 떼창, 그리고 환호였다.

첫째 날 신고식을 치른 '보이즈 플래닛 2'의 총아 '알파드라이브원(ALPHA DRIVE ONE)'을 비롯해 '이즈나(izna)', '제이오원(JO1)' 등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신 그룹들이 전반적으로 수준 높은 연출을 보여줬던 가운데, '끝판왕'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이 등장했다. 팬덤 제로즈를 상징하는 파란 장미를 모티프로 삼고 꽃의 그림자를 쫓는다는 뜻의 '추심화영(追尋花影)'을 테마로 영화처럼 펼쳐진 영상과 무대는 이번 MAMA의 배경인 '홍콩'이라는 장소가 선사하는 정서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점에서 한층 뜻 깊었다. 두 번째 월드 투어를 한창 진행하며 한 팀으로서 한껏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제로베이스원은 최근 완전체 활동 기간을 원래보다 두 달 늘어난 2026년 3월까지 연장할 것임을 발표했다.

빌보드 차트에서 '이변'에 가까운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특별 무대가 올해 LA 케이콘에 이어, MAMA에서도 예고되었던 가운데, 이번에 헌트릭스(HUNTR/X)로 무대에 오른 것은 베이비몬스터(BABYMONSTER)였다. '미라'의 머리색처럼 염색한 파리타를 포함해 아현, 로라 세 명은 현실판 헌트릭스가 되어 무대를 채웠다. 흥미로운 점은 가상의 K-팝 걸그룹에게 주어진, 관념적인 K-팝 공식을 활용해 탄생한 곡인 "Golden"을 부를 때 멤버들의 기량이 한층 발휘된 것처럼 느껴졌다는 점이다. 어떤 면에서는 전날 본인들의 무대보다 더욱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배우 안효섭과 아덴 조, 메기강 감독과 공동 연출자 크리스 아펠한스 등 '케데헌' 관계자들이 시상자와 수상자로 함께한 가운데 노란색 불빛이 퍼져나갔다. 애니메이션 속 장면처럼 무대에 선 베이비몬스터 멤버들의 뒷모습과 관객석을 비추는 화면 연출까지, 베이비몬스터의 이번 영상은 12월 3일 현재 유튜브 조회수 700만회를 기록하며 이번 MAMA 무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신념'이라는 의미의 "CREED"는 지난 8월 발매한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의 네 번째 정규 앨범 'Karma'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궤를 같이 하는 곡이었다. 우리는 어떤 잡음이나 의견에 개의치 않고 신념대로 우리의 길을 갈 것이고 그리고 그 결과 운명처럼 얻게 된 성과를 마음껏 축하(Ceremony)하겠다는 선언과도 같았던 앨범. 비장한 "CREED"의 기타 사운드와 함께 MAMA 무대에 등장한 스트레이 키즈 멤버들이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한 일은 댄서들과 돌출 무대를 천천히, 그저 끝까지 걸어나온 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어서 라틴 리듬의 묵직한 힙합 베이스에 멤버들의 래핑이 얹어진 밴드 편곡 "Chk Chk Boom", 그리고 동양적인 움직임이 더해진 현진의 독무가 무대를 환기한 가운데 찾아온 트랙은 뜻밖에도 "신선놀음"이었다. 가장 최근 발매된 새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인 중 "DO IT"이 아닌 "신선놀음"을 택한 것은 시상식의 테마나 배경을 생각했을 때 완벽한 선택이기도 했다. 승민의 정석적이고 파워풀한 90년대 R&B 스타일 도입부 보컬부터, 한편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스타디움 천장까지 채운 무대 연출까지.

"신선놀음" 무대를 마무리한 멤버들이 퇴장한 이후에도, 뉴스 데스크 앵커로 분장한 이정재가 등장하는 연출 화면으로 전환됐을 때도 스트레이 키즈의 무대가 여기에서 끝났을 거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그 기대를 배반하지 않고 시작된 "CEREMONY(Hip Hip Ver)" 무대! 팀의 전매특허인 'Festival Ver' 편곡보다 훨씬 더 빠른 템포로 펼쳐진 마지막 퍼포먼스는 마치 레이브 파티처럼 신나고, 격정적이었다. 13분의 시간이 전혀 길지 않게 느껴졌던, K-팝이 가진 가장 다채로운 에너지와 연출력을 보여준, 왜 지금 스트레이 키즈가 최고인지를 알 수 있었던 무대. 스트레이 키즈는 정말 어디에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