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청춘과 여름, 보이넥스트도어는 자란다

2025.08.03 | by Lee Maroo

보이넥스트도어 6명이 앵콜 콘서트를 통해 보여준 것. 'KNOCK ON Vol.1'부터 롤라팔루자 시카고까지.

앵콜 콘서트의 첫 착장을 입고 포즈를 위한 6명. 왼쪽부터 태산, 성호, 운학, 리우, 이한, 명재현

케이팝 아티스트의 콘서트에서 우리는 어떤 것을 기대할까? 6인조 보이그룹 보이넥스트도어(성호, 리우, 명재현, 태산, 이한, 운학)가 첫 번째 투어 ‘KNOCK ON Vol.1’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12월 14, 15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시작한 투어가 일본 6개 도시와 싱가포르, 마닐라, 타이베이, 홍콩, 자카르타 다시 도쿄를 거쳐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SPO DOME)에서 펼쳐진 앵콜 공연으로 끝을 맺은 것. 공연은 지난 7월 25, 26, 27일 사흘 간 펼쳐졌다.

2023년 5월 데뷔 이래 한국의 10대, 20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글로벌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보이넥스트도어의 첫 번째 콘서트는 그룹이 그동안 발표한 3 장의 EP 수록곡과 참여 OST, 팬송 "400 years" 까지 총 21개의 셋리스트로 꾸려진 바 있다. 아직 데뷔 2주년도 되지 않은 이들은 두 시간 반 동안 안정적인 라이브와 공연 매너를 선보였지만 콘서트를 관람한 이들 사이에서 아쉬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인천 콘서트 둘째 날 리더 명재현이 밝혔듯 “첫 번째 콘서트인 만큼 팀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원곡에 가깝게 소화했다”는 취지는 납득할 만했지만 기존 퍼포먼스와 데뷔 2년 차인 멤버들의 역량에만 기대기에 1만 5천명 규모의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작지 않았다. 마침 첫 공연이 열린 12월은 케이팝씬에서 국내외 다양한 시상식과 연말을 겨냥한 특별 무대가 펼쳐지는 시기이기도 했다. 보이넥스트도어가 그런 무대에서 이미 좋은 퍼포먼스를 펼쳐온 팀이라는 점, 그리고 그룹 자체가 평소 라이브에 강한 자부심을 보여왔던 점도 높아진 기대감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물론 ‘첫 번째 단독 콘서트’라는 중요한 모멘텀을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은 팬들에게는 그 자체로 뜻 깊다. 원도어(ONEDOOR)들의 응원봉과 휴대폰 라이트 속에서 "So let’s go see the stars"를 떼창하던 순간, 가사 속 별빛처럼 쏟아지는 라이트를 바라보며 한창 뭉클해하던 멤버들의 표정은 앞으로 이 팀의 커리어에서 몇 번이고 반복될 상징적인 모먼트가 탄생했음을 짐작하게 했다. 멤버들 역시 마지막 날 콘서트가 끝나고 켠 단체 라이브를 통해 벅찬 심정을 전했다.

2024년 12월, 첫 번째 투어 ‘KNOCK ON Vol.1’의 여정을 시작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첫 번째 한국 콘서트를 무사히 마치고 본격적인 투어에 오르기 전인 2025년 1월 6일 보이넥스트도어는 디지털 싱글 "오늘만 I LOVE YOU"를 발표한다. 이지리스닝한 밴드 사운드의 곡은 한국 음원차트 상위권을 연이어 차지하며 데뷔 이후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곡으로 등극한다. 5월 13일 발표한 4번째 EP 'No Genre' 의 타이틀곡 "I Feel Good"은 한국의 각기 다른 4개 방송국의 음악 방송에서 모두 1위를 거머쥐며 팀에게 처음으로 ‘4관왕’ 타이틀을 안겼다. 이런 부인할 수 없는 상승세 속에서 서울로 돌아온 멤버들은 다시 무대에 오른 것이다.  

보이넥스트도어의 ‘KNOCK ON Vol.1 Final’ 서울 공지. 케이팝 씬 상징적인 공연장인 체조경기장을 사흘 간 가득 채웠다.

그 사이 발표한 신곡이 추가되거나 VCR과 무대 구성 일부만 변화를 주는 일반적인 케이팝 씬의 앵콜 콘서트 통념을 보이넥스트도어의 ‘KNOCK ON Vol.1 Final’은 첫 번째 곡부터 완전히 날려 버렸다. 원래는 셋리스트 마지막이었던 "Nice Guy"로 공연의 포문을 연 것. 그것도 ‘2024 MAMA(Mnet Asia Music Awards)’에서 선보였던 무대의 재등장이었다. 팀의 정체성 같은 캐치 프레이즈 ‘Who’s there? BOYNEXTDOOR!’ 후렴구를 단체 댄스 브레이크에 활용한 군무가 하이라이트인 ‘2024 MAMA’ 버전 ‘Nice Guy’의 등장은 공연 시작과 동시에 ‘앵콜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을 완전히 달라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처음에는 아쉬움도 있었던 것 같다. 더 많은 걸 보여주기 위해 정말 앵콜 콘서트 날만 기다렸다”라는 앵콜 콘서트 첫날 운학의 말처럼 콘서트는 무대 디자인, 셋리스트, 의상까지 그야말로 인천 콘서트와 거의 비슷한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층고가 상대적으로 낮고 좌우 시야가 넓은 체조경기장의 특성을 활용해 넓게 설치된 배경 LED는 그루비한 사운드의 "Nice Guy" "Serenade"나 1960년대 팝 소울 사운드를 선사하는 "123-78" 같은 곡이 펼쳐졌던 도입부 구간에는 멤버들의 화이트 셋업과 잘 어울리는 로맨틱한 이미지로, "돌아버리겠다" "One and Only" 같이 밝고 활기찬 곡에는 스트릿 무드의 착장과 걸맞은 배경으로 전환되며 몰입도를 높였다. 의상 및 공연 섹션이 바뀌는 구간을 자연스럽게 이으려는  새로운 시도도 돋보였다. "Fadeaway" 무대에서 등장한 댄스 크루가 멤버들이 퇴장한 동안 무대를 채우며 에너지를 잇는다거나, 기존 앨범 트레일러 영상에 쓰였던 사운드를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첫 번째 EP 'Why..'  트레일러 사운드를 활용해 리우가 새롭게 짠 안무에 멤버들이 다같이 선보인 댄스 브레이크는 'Why..' 타이틀곡이었던 ‘뭣같아’의 에너지를 터뜨리기 직전, 탁월한 선택이었다.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던 유닛 무대.  앵콜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도쿄 앵콜 콘서트에서 3:3으로 나눠 Creepy Nuts의 "Bling-Bang-Bang-Born"(명재현, 이한, 운학) 과 Mrs. GREEN APPLE의 "青と夏 푸름과 여름"(성호, 리우, 태산) 무대를 선보였던 것처럼, 유닛 무대도 있었다. 지난 3월 첫 공개 당시 유튜브 인기 급상승 음악에 오르기도 했던 커버 클립 영상을 무대로 가져온 것. 성호, 리우, 명재현이 프라이머리의 "씨스루"를 퍼포먼스와 함께 소화한 것에 이어 태산, 이한, 운학은 DAY6의 "Congratulations"을 감성적으로 소화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뭐니 해도 앵콜 콘서트를 청각적으로 만족시킨 일등공신은 밴드 사운드의 도입이었다. 중반부 "Step by Step"에서 "Amnesia"로 넘어가는 구간부터 본격적으로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 밴드 연주는 보이넥스트도어의 곡들이 가진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밴드 사운드의 질주와 함께 록 적인 요소가 분명한 "I Feel Good"의 등장이 예측 가능 전개였다면, "I Feel Good" 뒤 곧바로 힙합 트랙인 "부모님 관람불가"를 연결하는 것은 사운드적 쾌감을 선사했다. 보이넥스트도어의 곡 중 가장 강렬하지만 명백히 장르는 다른 두 곡을 효과적으로 배치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특히 서정적인 트랙인 "Crying"과 성호의 기타 솔로로 시작한 "Dear. My Darling"의 뒤를 이으며 등장한 "돌멩이"는 기타 리프로 시작하는 원곡의 느낌을 더욱 풍성한 밴드 사운드로 살려 멤버들이 무대 아래로 사라진 이후에도 연주가 키보드와 일렉트릭 기타의 주도로 2분 가까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 밴드 세션 멤버들은 보이넥스트도어의 롤라팔루자 무대에도 동행했다.

공식적인 셋리스트의 마지막은 2번째 EP 'HOW?'의 타이틀곡인 "Earth, Wind & Fire"가 장식했다. 첫 번째 콘서트를 열었던 곡이 바로 "Earth, Wind & Fire"였으니 완벽한 대칭으로 기승전결을 이룬 셈이다. 앵콜 구간에는 대다수의 멤버들이 본무대를 벗어나 1층과 2층 객석 사이를 돌아다니며 팬들과 가까이 소통했고, 사흘 내내 ‘앵앵콜’까지 세 시간을 꽉 채운 공연이 펼쳐졌다. "So let’s go see the stars"의 마법같은 순간은 이번에도 유효했다. 마지막날 앵앵콜로 또다시 등장한 "Earth, Winds & Fire"때는 “모두 핸드폰 놓고 제대로 놀자”는 운학의 요청에 관객 대다수가 핸드폰을 내리고 함께 뛰어놓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KNOCK ON Vol.1 Final’의 마지막날 셋리스트는 앙코르 4곡을 포함해 장장 27곡에 달했다.  

 앵콜 콘서트 마지막날, 기념 사진

“음악을 사랑하는 우리 여섯 명은 이곳에서 원도어를 위해 노래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인사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보이넥스트도어였습니다.”  명재현의 인삿말로 막이 내려간 뒤에도 여러 사운드와 멤버들 각각 털어놓은 솔직한 소감과 문장들이 잔상에 남았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우리는 케이팝 아티스트의 공연에 어떤 것을 기대해야 할까? 대부분이 10대 시절부터 연습생 생활과 커리어를 시작하는 케이팝 아이돌의 특성 상 팬들은 누군가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산증인이 된다. 누군가의 청춘의 가장 소중한 순간을 함께하는 만큼 한 번 그 여정을 지켜보기 시작하면 계속 응원하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다. 7개월 전 여정을 시작할 때는 물음표가 붙었던 가능성이 확신이 됐고, 그 확신을 선사하기 위해 이 팀 전체가 기울여온 노력을 짐작할 수 있었던 앵콜 콘서트는 보이넥스트도어의 ‘성장’과 ‘진심’을 명백히 입증했다. 보이넥스트도어는 아티스트의 음악적 여정을 눈앞에서 목도하는 콘서트라는 유일하고 뜻깊은 순간, 팬들이 확인하고자 했던 것들을 꼼꼼하게 한 치의 누락없이 발신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시카고 현지 시각 8월 2일, ‘하우스 오브 블루스 시카고’에서 진행된 롤라팔루자 애프터쇼에 선 6명.   

현지 시간으로 8월 2일 본 무대에 앞서 진행된 롤라팔루자 애프터쇼에서 변함없이 무대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 보이넥스트도어는 8월 3일 시카고 롤라팔루자 무대에서 한 시간 가량의 셋리스트를 선보일 전망이다. 그룹이 북미 지역에서 이렇게 완성된 공연을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이 여름, 새로운 땅에서 6명의 옆집 소년들은 또 어떤 청춘의 파편을 갖게 될까? 확실한 건 그 반짝이는 조각들은 보이넥스트도어 뿐만이 아니라, 관객의 시간에도 일부로 남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https://www.billboard.com/music/music-news/boynextdoor-seoul-encore-concerts-lollapalooza-debut-12360366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