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만나고 싶었다, 나토리와 한국 팬들이 함께 완성한 90분
2026.07.22
온라인에서 시작된 나토리(natori)의 음악은 빠르게 국경을 넘었다. 짧은 데모 영상과 유튜브를 통해 이름을 알린 일본의 신예 싱어송라이터는 이제 서울 올림픽홀을 채우고, 객석의 떼창을 이끄는 라이브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나토리는 지난 7월 18일과 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natori ONE-MAN LIVE TOUR ‘Koshin (March)’ in Seoul을 개최했다. 지난해 11월 첫 단독 내한 공연 이후 약 8개월 만의 재회다. 당초 예정됐던 첫 회차가 매진되면서 추가 공연이 편성됐고, 나토리는 이틀간 서울 관객과 다시 만났다.
공연은 "EAT"으로 문을 열었다. 무거운 전자음과 밴드 사운드가 공연장을 채운 뒤 "Serenade", "Eureka", "Catherine", "金木犀"가 이어졌다. 차갑고 몽환적인 전자음부터 거친 기타 연주와 유연한 보컬까지, 서로 다른 질감의 곡들이 나토리의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펼쳐 보였다.
나토리는 공연 내내 가능한 한 직접 한국어를 사용해 인사하고 곡을 소개했다. 특히 "Propose"에서는 원곡의 첫 구절인 “そこに愛、集った” 대신 “ソウルに会いたかった”로 바꿔 불렀다. 비슷한 발음을 활용해 “서울을 만나고 싶었다”는 의미를 담은 재치 있는 개사에 객석에서는 즉각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 준비된 인사를 넘어 노래 자체로 한국 관객에게 다가간 순간이었다.

후반부에는 "Puppet", "リビングデッド", "Sleepwalk", "非常口 逃げてみた"이 이어지며 공연의 에너지가 한층 거칠어졌다. 전자음과 일렉트릭 기타, 밴드 세션의 존재감이 커지자 관객들도 자리에서 몸을 흔들고 뛰어오르며 무대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열기가 정점에 오른 순간은 대표곡 "Overdose"였다. 2022년 발표된 이 곡은 Billboard JAPAN 종합 송 차트 JAPAN Hot 100에 26위로 진입한 뒤 다음 주 10위까지 상승했고, 2023년 연간 차트에서는 9위를 기록했다.
전주가 흘러나오자 객석에서는 곧바로 함성이 터졌고, 관객들은 첫 소절부터 후렴까지 노래를 함께 불렀다. 차트의 숫자로 먼저 증명됐던 "Overdose"의 영향력이 서울 공연장에서는 나토리와 한국 관객이 함께 만든 거대한 코러스로 재현됐다.
이후 "IN_MY_HEAD", "ヘルプミーテイクミー", "ポルターガイスト", "絶対零度"까지 관객의 에너지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대표곡뿐 아니라 최근 발표한 곡에도 자연스러운 떼창과 호응이 이어진 것은 한국 팬들이 나토리의 음악과 활동을 꾸준히 따라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총 20곡으로 구성된 약 90분의 공연은 나토리의 출발점과 현재를 고르게 비췄다. SNS와 스트리밍을 기반으로 알려진 초기 대표곡부터 정규 2집 '深海(The Abyss)' 이후 깊고 거칠어진 사운드까지, 한 명의 젊은 음악가가 라이브 아티스트로 영역을 확장해 온 과정이 무대 위에 압축됐다.
나토리는 지난해보다 공연장과 연출의 규모를 키운 데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예상을 넘어선 한국 팬들의 열정에 놀랐다고 밝혔다. 첫 회차 매진과 추가 공연 편성, 스무 곡을 함께 따라가는 관객은 그의 음악이 한국에서도 독자적인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서울을 만나고 싶었다”는 짧은 개사는 이날 공연을 가장 선명하게 요약한다. 나토리는 한국어와 음악으로 먼저 관객에게 다가갔고, 팬들은 떼창과 함성으로 응답했다. 이번 투어의 제목처럼 나토리의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그 행진에서 서울은 잠시 거쳐 가는 도시가 아니라, 다음 만남을 기대하게 만드는 중요한 무대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