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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떠나는 K팝, K팝 공연장의 만성 부족 문제 다시 수면 위로

2026.09.10 | by 류승규 | ryumix@billboard.co.kr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서울특별시 제공

세계 각지에서 케이팝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아오지만, 부족한 공연 인프라로 비상을 맞이했다.

K팝의 글로벌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홈그라운드인 한국의 음악 산업은 심각한 ‘공연장 대란’을 겪고 있다. K팝 아티스트들의 핵심 무대였던 잠실 일대의 공연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급 및 아레나급 인프라 부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많은 K팝 그룹의 성지였던 잠실실내체육관은 지난 9월 20일 태민의 월드투어 서울 공연을 끝으로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잠실 스포츠·MICE(마이스) 복합공간’ 조성 공사가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아티스트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역시 2023년 8월 30일부터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가 현재 사용이 불가능하다. 리모델링 공사는 2026년 12월 30일 종료될 예정이지만, 가요계가 이 경기장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날은 한참 뒤로 밀려났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이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되기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3만 석 규모의 돔구장을 포함한 잠실 마이스 복합공간이 준공 목표 연도인 2032년에 들어서기 전까지, K팝 산업은 서울의 심장부인 ‘잠실’이라는 핵심 인프라를 사실상 잃게 된 셈이다.

잠실을 떠나야 하는 K팝 아티스트들은 고척 스카이돔을 비롯해 인천 영종도의 인스파이어 아레나, 인천 문학경기장, 고양종합운동장 등 서울을 벗어난 외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이나 실내체육관 입성이 당연시되던 톱급 아티스트들은 이미 대안을 찾아 외곽으로 밀려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빅뱅은 지난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BIGBANG 2026-2027 WORLD TOUR < XX : COSMOS >을 열고 수만 명 규모의 무대를 펼쳤다. 당장 이번 주만 해도 막강한 팬덤을 자랑하는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가 서울을 벗어나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2026 PLAVE World Tour [KEEP IT MANIC] in Incheon>을 개최한다. 이처럼 관객 동원력이 뛰어난 대형 아티스트들의 ‘탈 잠실’ 행렬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외곽으로 빠져나간 공연 인프라는 필연적으로 ‘접근성’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노출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초 다목적 실내 공연장인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경우, 인천국제공항과 인접해 있어 입국 직후 공연을 관람하는 단기 방문객에게는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 시내에 숙소를 잡고 관광과 공연 관람을 병행하려는 다수의 해외 팬들에게는 서울과 영종도를 오가는 이동 과정 자체가 상당한 피로감으로 작용한다.

스타디움급 규모를 소화하기 위해 대안으로 떠오른 인천 문학경기장이나 고양종합운동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서울 중심부만큼 촘촘하지 않아,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공연 당일이면 극심한 교통 혼잡과 이동의 불편함이 반복되고 있다.

물론 숨통이 트일 여지는 있다. 2027년 5월 개관 예정인 창동 ‘서울아레나’는 오늘(9월 10일)부터 9월 18일까지 내년 하반기 공연 대관 신청을 접수받는다. 최대 2만 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레나급 전용 공연장과 7,000명 규모의 중형 공연장을 갖춘 서울아레나가 개관하면, 스포츠 경기 일정에 구애받지 않는 음악 전문 인프라가 확보되어 대관 공백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팝은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글로벌 관광객을 한국으로 이끄는 강력한 원동력이다. 아티스트와 팬들이 온전히 음악과 무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높아진 K팝의 위상에 걸맞은 공연 인프라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