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콘서트 부정 예매 칼 빼든 SM, 암표와의 전쟁은 현재진행형
2026.09.08 | by 류승규 | ryumix@billboard.co.kr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정부의 엄격한 대응에도 암표와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8월 27일 그룹 엑소의 서울 앙코르 콘서트 <EXO #6 - EXhOrizon PLANET [dot]> 선예매 과정에서 불법적인 경로로 예매된 티켓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소속사 측은 개별 안내 없이 해당 예매 건을 취소 및 전액 환불 처리하고, 예매자를 차단한 뒤 해당 좌석을 재판매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예매 조건도 한층 강화했다. 예매처인 멜론티켓 국내 페이지에서 팬클럽 선예매 사전 인증을 마친 회원만 예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으며, 결제 수단 역시 국내 발행 카드로 한정해 무통장 입금과 해외 발행 카드 결제를 전면 차단했다.
소속사의 강경 대응과 발맞춰 정부 차원에서도 암표 근절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8일부터 이른바 '암표 3법(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체육시설설치법 개정안)'을 시행, 부정 판매로 얻은 금액 등을 기준으로 최대 판매 금액의 50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함께 부당이익 몰수 및 추징도 가능해지는 등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됐다.
사단법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이하 음공협)는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빅뱅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로 열기를 띤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오프라인 암표 근절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음원 사재기와 암표 거래의 문제점을 대중에게 친숙하게 알리며, 공정하고 건강한 공연 관람 문화를 조성하는 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러한 강경 대응과 처벌 강화에도 암표는 계속해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2026 KBO리그 경기에서는 그룹 코르티스 멤버 성현의 시구가 진행됐다. 해당 경기의 입장권은 중고 티켓 거래 사이트인 '티켓베이'에서 장당 최대 40만 원에 거래됐다. 경기 인기도에 따라 정가가 5만~8만 원 선에 책정된 좌석이었지만, '시구 장면 명당'이라는 홍보 문구까지 덧붙여져 비싼 값에 재판매된 것이다.
정부가 법 개정 등을 통해 칼을 빼 들었음에도 완벽한 암표 근절을 가로막는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구멍은 가격을 비공개로 흥정하는 은밀한 거래 방식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나 소셜 미디어 'X(옛 트위터)' 등에서는 판매자가 티켓 가격을 명시하지 않고, 구매 희망자에게 먼저 금액을 부르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제시' 방식이 횡행하고 있다. 다수의 구매자가 1대1 개인 채팅으로 비공개 입찰을 하면 판매자가 최고가를 부른 사람을 선택하는 구조여서, 거래 당사자가 아니면 최종 거래액을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실제로 최근 번개장터에서는 가격을 적지 않은 그룹 엔시티 127(NCT 127)의 <NCT 'NEO - 127 5TH : CITY REDLINE' SEOUL THE TOUR> 콘서트 양도 글이 수십 건씩 쏟아지기도 했다.
까다로운 법적 요건 역시 실무적인 단속의 발목을 잡는다. 개정법상 부정 판매로 제재하려면 '상습 또는 영업으로' 판매했다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러나 판매자가 거래 직후 게시글을 지우거나 다중 계정을 이용해 점조직처럼 움직일 경우, 단편적인 신고만으로는 상습성과 영업성을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무엇보다 웃돈을 주고 티켓을 사는 '최종 구매자'나 일부 행사 형태가 아예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된다. 현행법상 처벌 대상은 표를 비싸게 되파는 '판매자'에만 국한되어 있다. 즉, 정가의 두세 배에 달하는 웃돈을 지불하고 표를 사더라도 구매자는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처벌 걱정 없이 비싼 값에라도 표를 구하려는 수요가 존재하는 한 판매자만 옥죄어서는 암표의 뿌리를 뽑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 아이돌 '팬미팅'은 콘서트와 진행 방식이 거의 같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공연법상 '공연'으로 분류되지 않아 합법적으로 암표 규제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유관 기관들은 쏟아지는 암표 신고 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개정법 시행 직후 나흘 동안 접수된 암표 신고만 2,000여 건에 달한다. 콘진원과 음공협 등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거래 내역과 증빙 자료를 검토하고, 플랫폼 및 예매처와 공조하여 제도의 허점을 보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암표와의 전쟁에서 실질적인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단순한 처벌 강화를 넘어, 날로 교묘해지는 거래 수법을 차단하고 헐거운 법망을 촘촘히 꿰맬 수 있는 세밀한 후속 조치가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