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부터 릴 존까지, 스포츠 앤섬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2024.02.091977년 8월 5일 영국 스태포드 빙리 홀에서 퀸의 앙코르 공연이 막 끝난 후, 관중들은 집으로 가는 대신 ‘You’ll Never Walk Alone’을 합창하기 시작했다. 로저스 앤 해머스타인의 뮤지컬 <캐러셀>에 처음 등장한 이 곡은 게리 앤 더 페이스메이커스의 1963년 버전으로 대중에게 알려졌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 축구 클럽 리버풀 FC의 팀 곡으로도 사용됐다. 한편, 빙리 홀에서 일어난 이 일은 프레디 머큐리와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가 퀸의 가장 상징적인 두 곡을 작곡하는 데 영감이 되고, 문화적 지평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퀸 음악의 북미 판권을 소유한 디즈니 뮤직 그룹의 라이선싱 담당 부사장 도미닉 그리핀은 “우리가 들은 이야기로는 브라이언과 프레디가 ‘우리가 직접 스포츠팀을 위한 곡을 만들면 어떨까’라고 말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브라이언은 ‘We Will Rock You’, 프레디는 ‘We Are the Champions’를 작곡했고, 그들은 이 곡으로 공연을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순간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록 공연과 축구 경기의 관객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기 시작한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손뼉을 치며 부르는 리듬, 행동으로 유도하는 가사, 단순한 멜로디 모두를 결합한 ‘We Will Rock You’는 특히 스포츠 행사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노래 중 하나가 돼 전 세계 경기장에서 밤마다 울려 퍼진다. <BMI>에 따르면 ‘We Will Rock You’는 공연권 단체가 보유한 2,200만 곡 이상의 레퍼토리 중 NHL, NFL, MLB 경기에서 가장 많이 연주됐다. 1977년 발매 이후 2023년 3분기까지 미국 라디오 및 TV 특집 공연에서 950만 회 이상 누적됐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디즈니와 밴드는 1990년 퀸의 카탈로그를 인수한 후 라디오 방송국 프로모션에서 ‘We Will Rock You’와 ‘We Are the Champions’를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스포츠 경기장과 팀에서 하이라이트 및 광고 영상과 <마이티 덕스: 게임 체인저>, <애니 기븐 선데이>, <리플레이스먼트> 등 클래식 스포츠 영화에 라이선스를 허용했다. 다만, 이는 모든 공연장에서 노래를 재생하는 데 필요한 포괄적인 공공 공연 라이선스와는 다르다. 라디오 디즈니 수치를 포함한 레이블의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모든 세대가 이 노래에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핀은 “스포츠팀이 경기장 안의 모든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곡을 연주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라며 “퀸의 노래는 가사가 스포츠 이벤트에 잘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곡이라는 점에서 모든 조건을 충족했고, 밴드는 경기장을 위한 곡을 쓰려했다가 그 곡이 스포츠 곡으로 바뀌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이런 곡들이 ‘스포츠 앤섬’으로 알려질 정도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고, 1990년대 중반에 하우스 오브 페인의 ‘Jump Around’와 태그 팀의 ‘Whoomp!(There it is)’ 같은 흥겨운 트랙이 수록된 컴필레이션 앨범 이후 “Jock Jams 효과”라고 불리며 원래 맥락과는 별도로 사용됐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Seven Nation Army’, DJ 스네이크와 릴 존의 'Turn Down For What' 등이 최신 스포츠 경기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스포츠 앤섬으로 합류했다.
잭 화이트는 2022년 팟캐스트 <코난 오브라이언은 친구가 필요해>에 출연해 곡 ‘Seven Nation Army’에 관해 “그런 일들이 일어나면 포크 음악이 된다”라며 “그냥 유비쿼터스가 되는 거다. 멜로디를 따라 부르는 많은 사람이 이 노래가 무엇인지, 어디서 왔는지,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는 놀라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릴 존의 매니저 롭 맥은 “운 좋게도 릴 존의 몇 곡이 수년에 걸쳐 스포츠 앤섬이 된 적 있다. ‘Turn Down for What’ 같은 경우는 음반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더 나아가 비디오가 노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라며 “그의 음악은 항상 팬과 관중을 흥분시켰고, 그의 목소리와 에너지는 경기장과 잘 어울린다. 사람들은 그 음악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공감한다. 그의 음악은 경기장 내 경험의 일부가 됐다”라고 말했다.
노래가 스포츠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본 요소뿐만 아니라 무대 뒤의 노력과 약간의 행운 등 많은 요소가 맞물려야 한다. 레이블은 기존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티스트의 노래를 지역팀과 TV 네트워크에 끊임없이 소개하며 방송에 내보내기를 원한다. 노래가 방송에 나가면 아티스트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리핀은 “스포츠 경기장에서는 한 번에 2만 명에서 10만 명에 이르는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고 라디오 고정 시청자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아티스트의 음악을 틀어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라며, 디즈니가 올해 NFL 플레이오프에서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의 여러 프로모션 사운드트랙에 ‘The Lion, the Beast, the Beat’를 사용한 데미 로바토, 올모스트 먼데이와 그레이스 포터 같은 아티스트를 활용하고 성공한 사례를 언급했다. “수천 명의 사람들 앞에서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면 분명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패스트 라이프 영스타즈의 ‘Swag Surfin’은 단적인 예다. 이 노래는 몇 년간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GEHA 필드 앳 애로헤드 스타디움에서 수비진에게 큰 제동이나 관객에게 에너지가 필요할 때마다 연주됐다. NFL 플레이오프가 열리기 전 몇 주 동안 이 노래의 온디맨드 스트리밍 수는 주당 평균 35~40만 건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 치프스가 마이애미 돌핀스를 이긴 주에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치프스 팬들과 함께 노래의 시그니처 춤을 추는 장면이 포착되며 백만 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2만 명 또는 4만 명의 관객이 모인 아레나 비즈니스에서 무언가를 하도록 유도할 때, 때로는 크고 멍청한 제스처가 그날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스코어보드 위에서 춤을 추는 바보같이 보이는 사람이나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라고 말하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단순한 멜로디의 노래가 가장 효과적일 거다.” 1989년부터 매디슨 스퀘어 가든의 음악 감독 겸 오르간 연주자로 일하고 있는 레이 카스톨디는 뉴욕 닉스 및 뉴욕 레인저스 경기의 음악을 자주 선곡하고 가끔 시티 필드에서 뉴욕 메츠의 오르간을 연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카스톨디는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할 새로운 곡을 끊임없이 찾고 있으며, 가든에서 정기적으로 새로운 소재를 테스트하지만 특정 게임마다 약 300곡이 준비돼 있어 로테이션이 꾸준히 유지된다고 말한다. “표준은 어쩔 수 없이 폭넓게 어필하는 곡이다. 많은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인간의 본능과도 같다”라며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음악을 연주하면 모두가 흥분하고 에너지를 발산하고, 그 에너지를 연주자에게 전달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한 곡이 그 곡의 정점에 도달하면, 그 곡은 아티스트의 나머지 작품보다 오랫동안 빛날 수 있는 거의 신화에 가까운 새로운 지위를 얻게 된다.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하우스 오브 페인은 2023년 미국에서 8,700만 건의 온디맨드 스트리밍을 기록했으며, 그중 7,500만 건이 ‘Jump Around’의 스트리밍이었다. 퀸처럼 2023년에 13억 스트리밍을 기록한, 사랑받고 인기 있는 아티스트의 경우에도 전체 스트리밍 중 8%가 ‘We Will Rock You’였다. 2017년 빌보드가 이 노래를 역대 최고의 잼송으로 선정한 후 인터뷰에서 브라이언 메이는 “이 노래는 히트곡 그 이상이다. 어떤 식으로든 판매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Editor Dan Rys
Translator Christine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