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여운과 입춘 사이, 2월 에디터's 플레이리스트
2026.02.13 | by Young Shin l young.s@billboard.co.kr
아직은 차가운 공기가 남아 있는 한국의 2월. 새해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입춘이 지났지만 체감 온도는 여전히 겨울에 가깝다.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잔잔한 설렘이 번지는 지금, 빌보드코리아 에디터들이 각자의 취향을 담아 고른, 지금 이 달에 가장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한다.
영미권 인디·얼터너티브 록을 꾸준히 들어온 나에게 The 1975는 미국 고등학교 시절 친구를 통해 처음 알게 된 뒤, 한동안 깊이 빠져들었던 밴드다. 특히 “Be My Mistake”는 어쿠스틱 사운드와 솔직한 감정이 중심을 이루는 곡으로, 담백한 구성 안에서 감정의 결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캘리포니아의 흐릿한 계절 속에서 들었을 때와 달리, 아직 찬 공기가 남아 있는 한국의 2월과 만나며 곡이 전달하는 감정의 온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계절과 환경에 따라 곡의 인상이 변하는 타입의 음악이라, 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욱 자주 손이 간다. 지금 이 계절의 공기와 함께 들으면, 이 노래가 가진 또 다른 온도를 분명 느껴볼 수 있을 것.
-Editor: Lynn-
해외 밴드들의 내한이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외국 록 위주의 플레이리스트로 채워져 있던 시기, 알고리즘이 연결해준 곡. 국내 밴드라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만큼 탄탄한 사운드와 구성, 곡이 끌고 가는 에너지에 단번에 매료됐다. 락덕이라면 반드시 들어볼 것을 권한다. 도입부 몇 초 만에 국내 밴드 음악이 가진 밝은 미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임팩트 덕분에 한 곡만 듣고 지나칠 수 없어, 결국 앨범 전곡을 연달아 재생하게 됐다.
-Editor: 성채훈-
2월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입춘. 이 시기에 “입춘”을 고르는 건 조금 뻔하지만 계절이 반복되듯, 어떤 노래도 반복해서 듣게 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뻔하다는 건 결국 그만큼 정확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입춘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다. 그러나 막상 그날이 와도 공기는 여전히 차다. 달력은 분명히 앞으로 넘어갔는데, 체감 온도는 아직 겨울에 머물러 있는 상태. 그래서인지 우리는 이 절기 앞에서 괜히 마음이 조금 흔들린다.
한로로는 바로 이 지점을 포착했다. 봄을 기다리지만 아직 얼어붙은 마음, 그 모순된 감정의 상태. 어쩌면 그게 지금의 청춘이고, 또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아슬히 고개 내민 내게 첫 봄 인사를 건네줘요.” 이 가사는 어쩌면 우리의 일상과도 닮아 있다. 앞날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불안정한 나날 속에서, 우리는 거창한 확신보다도 그저 “수고했다”거나 “잘 피어날 것”이라고 말해주는 다정한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결국 올해도 2월에는 이 노래를 다시 꺼내게 된다.
-Editor: 신영-
영국 R&B 트리오 FLO(조자 Jorja, 스텔라 Stella, 르네 Renée)가 지난 12월 12일 공개한 정규 1집 디럭스 에디션Access All Areas: Unlocked의 수록곡으로, 한 해 동안 큰 사랑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처럼 공개한 트랙. 지운 지 30일도 안 된 사진들이 담긴 '최근 삭제된 항목' 폴더를 들락날락하는 전 연인과, 그 흔적이 신경 쓰이는 그의 새 연인. 흔들리고 날이 서 있는 건 그들뿐이라는 무심한 당당함이 새해에 미련 없이 리셋하는 데 은근히 힘이 됐다.
-Editor: 재현-
다가오는 2월, 발렌타인데이 시즌 감성과도 맞아떨어지는 플러그앤비 기반의 러브송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출신 래퍼 slayr은 하이퍼팝·레이지 사운드를 기반으로 직접 프로듀싱까지 소화하며 자신만의 확실한 음악 세계를 구축해온 아티스트다. 이번 앨범은 그의 첫 정규작으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바이럴되며 글로벌 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다. 하이퍼팝적 질감과 디지코어의 구조를 밀도 있게 결합한 앨범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기대가 있었고, 그중 귀를 가장 사로잡은 트랙이 바로 “Love Blur”다.
멀어져가는 연인과의 사랑을 ‘blur’라고 표현한 재치가 돋보인다. 관계의 미세한 거리감을 서술하는 가사는 분명 이별의 정서를 담고 있지만, 반대로 곡의 무드는 가볍고 귀여운 톤을 유지하며 독특한 대비를 만들어낸다.
-Editor: 윤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