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를 맴도는 2025년 버전 ‘수능금지곡’ 플레이리스트
2025.10.17 | by Young Shin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오는 11월 13일, 이제 약 4주 앞으로 다가왔다.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수험생들의 최대 적은 졸음이 아니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멜로디’일지도 모른다.
올해 역시 강력한 중독성을 자랑하는 일명 ‘수능금지곡’들이 등장했다. 누구에겐 괴롭고, 또 누구에겐 명예로운 타이틀 —수험생들에겐 집중력을 방해해 위협적인 노래일 수 있지만, ‘수능금지곡’ 반열에 오른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대중적 성공의 증거이기도 하다. 강한 중독성과 확실한 후크로 ‘모두가 한 번쯤 들어봤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세대의 대표적인 수능금지곡들은 그해 가요계를 뒤흔든 히트곡들이었다. 샤이니의 “Ring Ding Dong”, SS501의 “U R Man”,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Sorry, Sorry)”, 티아라의 “Bo Peep Bo Peep”, 레드벨벳의 “Dumb Dumb”, 인피니트의 “Be Mine”, 유키스의 '만만하니', EXO의 “으르렁(Growl)”, 워너원의 “Pick Me”, 싸이의 “New Face”, 그리고 뉴진스의 “Hype Boy”까지—듣기만 해도 무의식적으로 몸이 반응하는 후크송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결국 ‘수능금지곡’이라는 타이틀은 ‘시험 직전까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정도로 완벽히 각인된 노래’이자,
대중의 기억 속에 확실히 자리 잡은 올해 최고의 인기곡에 주어지는 또 다른 찬사일지도 모른다.
지난 1년간 발매된 곡 중, 가장 강력한 중독성을 가진 ‘2025년 최신 수능 금지곡’ 9가지를 모아봤다.
로제의 곡 ‘아파트(APT.)’는 공개 직후부터 “올해의 수능금지곡이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이미 익숙한 게임 사운드와 중독성 강한 멜로디, 그리고 “아파트 아파트~” 이후 리드미컬하게 이어지는 추임새가 입에 착 달라붙는다. 영국 BBC 역시 “‘APT.’가 시험 스트레스를 받는 한국 학생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곡”이라며 “올해 수능에서 학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소리는 바로 ‘APT.’”라고 전했다. 빌보드까지 삼킨 글로벌 화력의 “APT.”는 글로벌 200 차트 1위를 기록했으며 현재 10월 18일자 GLOBAL 200차트에도 27위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전 세계 K-팝 팬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 장본인, 저승사자 보이그룹 사자보이즈(Saja Boys)의 “Soda Pop”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로 등장하자마자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다.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제목처럼 터지는 청량감, 빠른 비트, 그리고 퍼포먼스는 음원 공개 직후 전 세계를 ‘소다팝 댄스 챌린지’ 열풍으로 몰아넣었다. 이 노래를 즐길 때는 그야말로 ‘자신을 내려놓는 순간’이 필요하다. 극 중 캐릭터들이 "Soda Pop"의 리듬에 빠지는 장면은 마치 마법처럼 코믹하고 사랑스럽게 묘사되며, 관객 역시 그 간지러운 에너지에 저항할 수 없게 된다. 귀여운 활기와 다정함, 그리고 한 번에 귀를 사로잡는 훅의 힘은 ‘팝이 줄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즐거움’을 구현한다. 특히 영어 중심의 가사 속에 한국어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 글로벌 리스너들에게는 신선함을 주면서도 K-팝 특유의 감성을 잃지 않는다. “Soda Pop”은 K-팝이 가진 매력을 글로벌 팝의 시선으로 가장 세련되게 해석해 국내 뿐만아니라 해외 리스너까지 사로잡으며 10월 18일자 빌보드 HOT100 차트에서도 13위를 차지하고있다.
에스파(aespa)의 ‘Whiplash’는 그룹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테크노 사운드에 도전한 곡으로, 강렬한 베이스와 속도감 넘치는 하우스 비트가 인상적인 EDM 기반의 트랙이다. 곡은 이름 그대로 채찍이 휘몰아치듯 빠르고 강렬한 리듬으로 전개되며, 에스파 특유의 다크하면서도 세련된 무드를 완벽히 구현한다. 특히 반복되는 “Whiplash~” 훅은 ‘수수수수퍼노바’를 잇는 수준의 중독성을 자랑하며, 듣는 순간 머릿속을 지배하는 마력을 발휘한다. 무대를 장악하는 퍼포먼스와 절도 있는 안무, 그리고 그 속에서 터져 나오는 에너지는 곡의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빅히트 뮤직이 약 6년 만에 선보인 신인 보이그룹 코르티스(CORTIS)는 데뷔곡 제목처럼 그야말로 “GO!” 하고 있다. 유튜브 쇼츠,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등 어디서든 “I just gotta get it, watch me go go go go go go”가 흘러나온다. 그만큼 지금의 스마트폰 속은 ‘GO!’ 영상으로 가득하다. SNS에서 이어지는 “GO!” 챌린지 열풍은 인플루언서와 셀럽, 일반 사용자들까지 휩쓸며, 중독성 있는 사운드와 리듬이 어디서든 울려 퍼지는 상황을 만들었다.
“GO!”는 미니멀한 트랩 비트 위에 강렬한 신시사이저를 더한 곡으로, 자유롭고 거침없는 10대의 에너지를 압축한 트랙이다. 안무 또한 곡의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가슴에 손을 얹는 동작이나 앞으로 나아가는 제스처 등 ‘달려 나가자’는 의지를 시각화한 퍼포먼스는 노래의 흡입력을 극대화한다.
무엇보다 “GO!”의 멜로디 중독성은 단순한 챌린지 바이럴을 넘어, 듣는 순간 머릿속에 각인되는 올해 ‘수능금지곡’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에 충분하다.
블랙핑크(BLACKPINK)의 “뛰어(JUMP)”는 주문에 가깝다. 반복되는 “뛰어!”라는 외침은 마치 주술사의 구호처럼 리듬을 지휘하고, 곡이 진행될수록 그 에너지는 폭발적으로 확장된다. 서부 영화풍 기타 리프 위에 얹힌 하드스타일 비트가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멤버들이 “뛰어!”를 외치며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일종의 의식처럼 느껴질 정도다. 특히 후렴구에서 펼쳐지는 이른바 ‘좀비춤’은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장면으로,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된다.
국내외 팬들은 “한 번 들으면 절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요즘 트렌드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이 곡은 블랙핑크만이 소화할 수 있다” 등 호평을 쏟아내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미야오(MEOVV)의 “핸즈업(HANDS UP)”은 이국적인 리듬과 강한 중독성을 자랑하는 곡이다. 브라질풍 비트를 기반으로 한 이 트랙은 미야오 특유의 에너제틱한 퍼포먼스와 결합해 듣는 순간 자동으로 몸이 반응하게 만든다. “Hands up”이 반복되는 후렴은 리듬을 주도하는 핵심 훅으로,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가사에는 “불타는 마음 다 태워봐 어차피 또 피어날 테니까”, “이제 다시 거슬러 위로 아래로 다 뒤집어” 같은 문장들이 등장하며, 미야오가 가진 도전적 태도와 자신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멤버들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훈련하고 대결을 벌이다 각성하는 장면이 화려한 CG와 함께 전개되며,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수험생이라면 시험 전 이 노래를 피하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듣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올리고 있을 테니까.
하이브 아메리카와 게펜 레코드가 함께 선보인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의 “Gnarly”는 최근 글로벌 팝 시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변주 중 하나로 꼽힌다. 팝의 구조 위에 하이퍼팝의 실험성과 과장을 더한 이 곡은, K-팝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해외 리스너들이 익숙한 사운드 문법으로 확장된 형태다.
“Gnarly”는 단순한 중독성 이상의 리듬을 지닌다. 비트를 쪼개는 듯한 전자 사운드, 중간중간 삽입된 효과음, 불규칙하지만 계산된 박자감, 그리고 반복적으로 쏟아지는 보컬 샘플이 하나의 질주처럼 이어진다. “F***ing gnarly”, “Gang gang”, “I’m the shit” 처럼 케이팝씬에선 보기 드문 거칠고 솔직한 영어 가사와 자유로운 퍼포먼스가 더해지며, 무대 위에서의 에너지가 곡 전체를 완성한다. 캣츠아이는 그 에너지를 계산하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그러나 놀라울 만큼 정교하게 통제한다.
제목 “Gnarly”는 영어 속어로 ‘대단한’, ‘쩌는’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한국어의 ‘난리’를 겹쳐 읽히도록 설계되었다. 한국적인 감각과 글로벌한 언어가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되며, 문화적 혼종성이 이 그룹의 정체성을 잘 비춰주는 듯 하다.
“Gnarly”는 낯선 사운드를 낯설지 않게 만드는 법을 보여준다. 복잡한 리듬과 직선적인 메시지, 그리고 완벽히 통제된 혼란 속에서 만들어지는 흡입력 — 그게 바로 이 곡의 중독성이다.
블랙핑크 제니의 솔로곡 “like JENNIE”는 이름처럼 제니 그 자체를 상징하는 곡이다. 단 한 번 들었을 뿐인데, 제니의 이름이 메아리처럼 머릿속을 맴돌게 만든다. 이 곡은 2025년 현재 빌보드가 선정한 “The 25 Best K-Pop Songs of 2025 (So Far): Critic’s Picks” 리스트에서 1위로 선정되며 글로벌 음악 평론가들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Who wanna rock with Jennie?”, “Keep your hair done, nails done like Jennie” 같은 구절은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이미지를 스스로 재정의하며, ‘이름 그 자체가 브랜드’인 아티스트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결국 “like JENNIE”는 노래를 듣는 행위가 곧 제니라는 인물의 세계로 들어가는 경험이 된다. 곡이 끝난 후에도 귓가에 남는 건 하나의 멜로디, 그리고 단 하나의 이름 — “JENNIE.”다.
아일릿의 “빌려온 고양이(Do the Dance)”는 첫 데이트의 설렘과 긴장을 몽환적으로 풀어낸 프렌치 하우스 기반의 곡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The Five Star Stories’의 OST “優雅なる脱走(우아한 탈주)”를 샘플링한 스트링 테마가 로맨틱하면서도 영화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곡 전체를 감싸는 미묘한 서정성을 완성한다.
제목은 ‘빌려온 고양이같이’라는 속담에서 비롯됐다. 낯선 상황에서 어색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을 담았지만, 결국 “같이 춤추자(Do the Dance)”라는 대사로 모든 긴장을 녹여내는 서사가 이 노래의 매력이다. 프랑스어 가사가 마법의 주문처럼 흘러가고, ‘꿍실냐옹’, ‘둠칫냐옹’ 같은 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의성어는 노래에 리듬감과 유머를 동시에 불어넣는다.
특히 1~2년 전 숏폼 트렌드의 핵심이었던 ‘스피드업 사운드’를 정교하게 활용했다. 단순히 빠른 BPM이 아니라 멜로디 라인을 곡선처럼 유연하게 끌어올려, 듣는 순간 귀를 사로잡는다. 영상 플랫폼에 최적화된 속도감과 반복적인 리듬 구조 덕분에 짧은 클립에서도 한 번에 각인되는 곡이다.
‘빌려온 고양이’는 귀엽고도 과감하다. 낯설지만 설레는 감정, 서툴지만 솔직한 고백, 그리고 귓가에 맴도는 리듬까지 — 그 모든 게 맞물리며 완벽한 중독성을 만들어낸다. 한 번 들으면 머릿속 어딘가에서 ‘둠칫냐옹’이 계속 춤추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