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Red Velvet, ‘Velvet Summer’와 함께 여름으로 돌아오다.

2026.08.11
RED VELVET. SM ENTERTAINMENT

K-팝의 감성적 영역을 확장해 온 그룹 레드벨벳. 이들이 새 앨범 'Velvet Summer'를 통해 시간과 성장, 그리고 자신들을 상징하는 계절인 여름을 향해 내면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레드벨벳이 2년여 만에 완전체로 돌아왔다. 5인조로 돌아온 이들은 새 미니 앨범 'Velvet Summer(벨벳 서머)'를 통해 자신들의 대명사와도 같은 계절 '여름'으로 귀환했지만, 이번에는 그 정체성의 또 다른 이면을 조명한다.

조이는 빌보드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예전의 밝고 에너지 넘치는 콘셉트 대신, 한결 부드럽고 여유로운 여름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데뷔 12년 차가 된 만큼, 지금의 레드벨벳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한층 성숙한 여름을 담아낼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총 5곡이 수록된 이번 미니 앨범은 보사노바, 레게, 댄스 팝, 클래식, 어쿠스틱 등의 질감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는 단순한 장르적 시도를 넘어 온도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타이틀곡 'Surfin’ Boy'는 세련된 하우스 리듬 위에 보사노바 기타와 여유로운 레게 리듬을 얹었다. '빨간 맛', 'Power Up', '음파음파'가 쨍한 색채와 즉각적인 청량감으로 여름을 맞이했다면, 'Surfin’ Boy'는 그 여름의 여운을 오래도록 곁에 머물게 한다.

12년이라는 시간은 K-팝 걸그룹에게 결코 흔치 않은 시간이다. 레드벨벳이 그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해 온 것은 단순한 인기가 아닌, 확고한 정체성이었다. 이들은 '레드'의 생기발랄한 에너지와 '벨벳'의 부드러운 끌림이라는 양극단 사이에서 자신들만의 스펙트럼을 넓혀왔고, 결국 이 두 콘셉트는 번갈아 등장하는 것을 넘어 자연스럽게 공존하기 시작했다. 걸그룹의 팝이 여전히 '밝음'으로만 정의되던 시기에도 레드벨벳은 끊임없이 그 경계를 시험했다. '피카부 (Peek-A-Boo)'로 장난기 가득한 겉모습을 서늘하게 비틀었고, 'Rookie'와 '짐살라빔 (Zimzalabim)'으로는 키치를 의도적인 기묘함으로 밀어붙였으며, 'Dumb Dumb'에서는 인간과 기계 사이의 불안감을 포착해 냈다. 이 곡들은 여성 아이돌이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을 한 차원 넓혔으며, 이들은 실패를 무릅쓰고서라도 기꺼이 그 영역으로 다시 뛰어들었다.

이 모든 여정을 지탱해 준 것은 단연 '음악'이었다. 국내외 작곡가들을 하나의 트랙에 참여시키는 SM엔터테인먼트의 A&R 시스템은 켄지(Kenzie)와 다국적 팀이 공동 작곡한 2024년 앨범 'Cosmic'의 타이틀곡처럼, 레드벨벳 특유의 다층적인 사운드와 완벽한 시너지를 냈다. 멤버들 역시 그 음악과 함께 성장했다. 솔로 활동을 통해 작사가로서의 감각을 갈고닦아 온 조이는 이번 앨범에서 타이틀곡 'Surfin’ Boy'와 수록곡 'Hawaii'를 단독 작사했다. 그동안 이들은 빌보드 200 차트에 진입했고, 월드 앨범 차트에서는 네 차례나 1위에 오르는 쾌거를 거뒀다.

아이린은 "녹음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멤버 각자의 음색이 얼마나 더 뚜렷해졌는지였다"며, "그 개별적인 색깔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저희 사운드에 훨씬 더 풍성하고 성숙한 느낌을 주었다"고 회상했다.

RED VELVET. SM ENTERTAINMENT

다음은 빌보드코리아가 레드벨벳과 나눈 공백기와 재결합, 그리고 'Velvet Summer' 그 이후에 관한 인터뷰 전문이다.

Q. 다섯 멤버가 완전체 레드벨벳으로 앨범을 발매한 지 거의 2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여러분 각자는 솔로 앨범, 연기, 방송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혔는데요. 그룹의 리더로서 이번에 다섯 명이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눈에 띄게 달라지거나 더 발전했다고 느낀 점이 있나요?

아이린: 녹음하면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건 각 멤버의 보컬 톤이 정말 뚜렷해졌다는 점이었어요. 그 개별적인 색깔들이 아름답게 하나로 모여서 저희 사운드에 훨씬 더 풍성하고 성숙한 느낌을 더해줬죠. 또, 저희는 서로를 워낙 잘 알다 보니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면 언제나 자연스럽게 의견이 하나로 모이곤 해요.

Q. 레드벨벳은 항상 '레드'와 '벨벳'이라는 정체성의 양면을 오가면서도, 어느 한쪽에 딱 들어맞지 않는 음악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 두 가지 콘셉트가 오늘날에도 그룹을 정의하는 유효한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이제는 그런 구분을 넘어선, 레드벨벳만의 독자적인 음악적 언어를 구축했다고 느끼시나요?

슬기: 저는 여전히 '레드'와 '벨벳'이 저희의 본질이자 음악의 가장 중요한 토대라고 생각해요. 데뷔 초반에는 두 콘셉트가 확연히 구분되는 느낌이 강했다면, 지금은 그 두 가지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 자체가 레드벨벳만의 독특한 음악적 정체성으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Q. 가장 밝고 직관적인 곡들에서조차 레드벨벳은 예상치 못한 화음과 정교한 보컬 레이어링으로 유명합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다섯 명의 목소리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어떻게 새롭게 다듬고 싶었으며, 리스너들이 어떤 새로운 보컬 색깔을 발견해 주길 바랐나요?

웬디: 각자의 솔로 활동이 멤버 모두에게 더 확고한 보컬 정체성을 길러주었다고 생각해요. 완전체로 녹음하는 것이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저는 다른 멤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각 곡에 맞는 최적의 밸런스를 찾는 데 집중했어요. 겹겹이 화음을 쌓을 때는 메인 싱어의 톤과 호흡에 맞추면서도, 각 레이어 사이에 미묘한 차이를 두어 사운드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번 앨범이 여름 앨범인 만큼 보컬이 가볍고 맑으면서도 힘들이지 않은 것처럼 편안하게 들리기를 바랐어요. 동시에 레드벨벳 특유의 청량한 에너지를 놓치지 않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Q. 앨범의 두 곡에 가사를 직접 쓰셨습니다. 레드벨벳이 확립해 온 음악적 세계관에 본인만의 언어와 감정을 불어넣을 때 어떤 균형을 찾으려 하셨나요? 개인적으로 유독 와닿거나 본인의 시선을 가장 잘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가사가 있다면요?

조이: 제가 'Surfin’ Boy'와 'Hawaii'를 작사했는데요. 'Surfin’ Boy'는 타이틀곡이기 때문에 레드벨벳 고유의 사운드에 충실하면서도 그룹의 멤버로서 제가 가진 바람을 함께 담아내고 싶었어요. 2년 2개월 만에 다시 뭉친 만큼 팬분들께 보답하고 싶었고, 앞으로도 매년 여름마다 함께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Hawaii'는 지극히 개인적인 곡이지만, 동시에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어릴 적에는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만한 어른이 되겠다는 굳은 다짐으로 두려움 없이 모든 도전에 맞섰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한때 꿈꾸던 그런 어른이 되었나?'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이 노래를 통해, 우리가 어릴 적 꿈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한 우리의 삶은 여전히 의미 있을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더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을 하와이의 아름다운 풍경에 빗대어 표현했어요.

'Surfin’ Boy' 가사 중: "나와 함께여서 / 사랑으로 가득했던 / 그 여름날의 우리들" 이 구절은 레드벨벳과 레베럽(ReVeluv)이 함께 보낸 수많은 여름 동안 나누었던 사랑을 떠올리게 해요.

"거친 파도가 덮쳐도 / 결국엔 난 널 찾아" 이 가사는 비록 우리가 잠시 떨어져 있을지라도, 결국엔 다시 서로의 곁으로 돌아오게 될 거라는 굳은 믿음을 표현한 거예요.

"다시 만난 너와 / 눈부시게 빛낼 / 이 여름날의 설렘들" 이 부분은 앞으로 우리가 계속해서 함께 만들어갈 눈부신 추억들을 기대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Hawaii' 가사 중: "내 어릴적 작은 소망 / 멋진 어른이 되는 것 / 눈 깜짝할 새 키만 자란 / 별난 어른 돼버렸지" 아마 이 곡에서 가장 사적이고 자전적인 대목일 거예요.

"푸르던 네 꿈들을 / 기억해 줄래 / No more blues" 이 구절은 제가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즉 우리가 어릴 적 품었던 꿈을 놓지 말자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Q. 솔로 앨범을 통해 레드벨벳 안에서 보여주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결의 목소리를 들려주셨습니다. 솔로 아티스트로서 앞으로 어떤 장르, 감정, 이야기들을 더 깊이 탐구하고 싶으신가요? 그리고 그 작업을 통해 얻은 발견들이 궁극적으로 레드벨벳의 음악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예리: 솔로 아티스트로서 시도해 보고 싶은 사운드가 아직 너무나도 많아요. 제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게 뭔지, 가장 '나다운' 게 뭔지 고민하는 데 꽤 긴 시간을 보냈고, 이제야 제가 들려드리고 싶은 사운드를 찾은 것 같아요. 앞으로 나올 제 솔로 앨범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릴 테니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항상 제 솔로 음악과 레드벨벳의 음악이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왔어요. 실제로 다음 솔로 앨범에 수록될 예정인 곡 중 하나는 레드벨벳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를 담고 있기도 해요.

Q. 호평받은 첫 솔로 정규 앨범을 통해 본인만의 목소리와 예술적 취향을 훨씬 더 폭넓게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건 온전한 앨범을 완성한 후, 그룹 내에서 본인의 역할과 보컬에 대해 달라진 이해를 안고 레드벨벳으로 돌아오게 되었나요?

아이린: 레드벨벳 음악 안에서는 항상 제 목소리가 제 앞뒤로 노래하는 멤버들과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지 주의 깊게 고민해 왔어요. 솔로 앨범을 작업하면서 제 목소리와 그 장점을 한층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그 강점들을 어떻게 레드벨벳의 음악 안으로 스며들게 할 수 있을지 더 많이 연구하게 되었죠. 이 경험을 통해 아티스트로서 훌쩍 성장했다고 느끼고, 이 모든 성장은 온전히 우리 레베럽 여러분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변함없는 응원이 제가 계속해서 배우고 나아갈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Q. 솔로 음악, 퍼포먼스, 패션, 그리고 비주얼 콘텐츠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본인만의 확고한 예술적 언어를 구축해 오셨습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비주얼 세계관이 리스너들의 음악 감상을 어떻게 더 깊게 만들거나 새롭게 재구성하기를 바라셨나요?

슬기: 저희는 음악과 비주얼이 하나의 완전한 경험으로 다가가서 많은 분들이 앨범에 온전히 몰입하실 수 있기를 바랐어요. 처음 데모를 들었을 때는 기분 좋은 바람이 살랑이는 듯한 여유로운 분위기였거든요. 그런데 이걸 레드벨벳의 목소리로 입히고 나니 훨씬 신비롭고 묘한 매력이 더해지더라고요. '인어(Mermaid)' 콘셉트가 이 곡 특유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벽하게 시각화해 준 것 같아요.

Q. 솔로 아티스트, 레드벨벳의 메인 보컬, 그리고 라디오 DJ로서 목소리를 아주 다채롭게 사용하고 계십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감정에 귀 기울이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녹음실에서 가사를 해석하거나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웬디: 제가 세상 모든 종류의 삶이나 감정을 직접 겪어볼 수는 없지만, 라디오를 진행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연들을 접하게 됩니다. 깊이 공감되는 사연도 있고, 세상을 보는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안겨주는 사연도 있죠. 그렇게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니 훨씬 더 넓은 스펙트럼의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새로운 곡을 작업할 때는 먼저 가사를 찬찬히 읽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그런 다음 멜로디를 들으며 제 나름의 해석을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하죠. 개인적인 경험도 물론 중요하지만, 타인의 이야기와 깊이 교감하는 과정 또한 제가 더 풍부한 감정을 표현하는 보컬로 성장하는 데 큰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Q. 레드벨벳의 예전 여름 앨범들이 대부분 쨍한 색채와 즉각적인 에너지로 정의되었다면, 이번 앨범은 여름에 대한 한층 더 성숙하고 몽환적인 시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레드벨벳'만이 표현할 수 있는 여름의 감성은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조이: 이번에는 예전에 저희가 주로 선보였던 톡톡 튀고 에너지 넘치는 콘셉트 대신, 여름의 좀 더 부드럽고 여유로운 이면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저희가 데뷔 12년 차가 된 만큼, 오늘날의 레드벨벳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한층 성숙한 여름을 담아낼 준비가 충분히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Q. 이렇게 긴 커리어를 탄탄하게 이어온 그룹에게 새 앨범은 단순히 예전의 성공 공식을 답습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룹이 왜 계속해서 나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이정표 역할도 하죠. 이번 앨범이 궁극적으로 레드벨벳의 디스코그래피 안에서 어떤 의미로 남기를 바라시나요?

예리: 다섯 멤버가 다 함께 모여 저희가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희에겐 믿을 수 없을 만큼 벅차고 소중한 일이에요. 많은 분들이 이 앨범을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본 인터뷰는 Billboard.com에서 최초 게재됐으며, 영문 원문은 해당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