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한로로 인터뷰 : 나를 모르는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용기

2026.04.07 | by 김재현 ㅣ jaehn@billboard.co.kr
Courtesy of authentic

봄 새싹이 트기 전, 따뜻함을 고대하던 무렵. 새로 이전한 빌보드코리아 사옥에서 한로로를 만났다. 처음 보는 에디터들 앞에서의 자연스러운 어색함, 레이스가 달린 교복 같은 옷을 입고 딸기라떼에 감탄하던 모습, 콘텐츠 촬영내내 보여준 진솔함. 그 모든 것이 겹겹이 쌓이며 현장에 있던 모두를 팬으로 만들었다.

그 이후 한로로는 한국대중음악상에서 큰 상을 받았고, '입춘'은 어느새 한국인들이 봄을 맞이할 때 찾는 곡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 새로운 싱글앨범 'LOVE & HATE'로 다시 대중 앞에 섰다. 미움이라는 찰나의 감정에도 내 중심만은 흔들리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느껴진다. 내 주변인들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그녀의 목소리에서 이제는 내가 모르는 사람도 사랑할 모두의 행복을 위한 예술을 만들겠다는 그런 용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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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터뷰 자리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앨범 롤아웃을 지켜보면서 굉장히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도 덕후처럼 지켜봤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였는데요. 롤아웃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었나요?

네, 감사합니다. 저희끼리, 그러니까 저랑 회사가 중심이 돼서 준비하던 찰나에 비이커 협업 같은 외부적인 기회들도 생겼어요. 그래서 더 재미있게 흘러간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도 그렇고, 그것이 밖으로 확장되는 방식도 흥미롭게 느껴졌고요.

최근 빌보드 대만 공연을 다녀오셨잖아요. 현지 반응은 어땠나요?

되게 재밌었어요. 사실 가기 전에는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제 음악이 언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현지 분들께 어떻게 닿을지 잘 몰랐으니까요. 그런데 생각보다 현지 분들이 정말 많이 즐겨주시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게 됐고, 그걸 보면서 긴장도 많이 풀렸어요. 제 음악이 꼭 어떤 경계를 심하게 타는 음악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콘서트도 하시고, 콜드플레이 오프닝처럼 큰 무대도 경험하셨잖아요. 작은 무대와 큰 무대 사이에서 더 끌리는 방향이 있나요?

저는 사실 제 노래로 뭔가 하나가 되는 느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즐거운 마음으로 뛰어다니는 것 같아요. 큰 무대냐 작은 무대냐보다, 그 공간 안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고요. 물론 큰 무대는 큰 무대대로의 에너지가 있고, 무대라는 곳은 늘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공간이기도 해서 긴장감이있죠. 그런데 결국 중요한 건, 제 음악으로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그 순간인 것 같아요.

2026년에도 많은 활동을 계획하고 계실 텐데, 앞으로 그리는 무대의 방향이 있다면요?

저는 사실 둘 중 하나만 고르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제 음악으로 연결될 수 있는 자리라면 규모를 크게 따지지 않게 돼요. 자주 가까이 만나는 것도 좋고, 큰 무대에서 강한 에너지를 나누는 것도 좋고요. 결국 둘 다소중해요.

대부분의 노래를 한국어로 작업하시잖아요. 요즘은 글로벌화를 염두에 두고 영어 가사를 많이 쓰는 흐름도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네, 그런 흐름이 있는 것 같아요. 글로벌 시장을 생각하면 영어를 고민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데저는 제 음악이라면 제 메시지가 제대로 담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듣는 모두에게도 의미 있는 작품이 되지않을까 싶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한국어를 계속 고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보다 먼저 제 메시지가 정확히 담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언어는 단순히 전달 수단이 아니라, 감정과 결을 담는 방식이니까요.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출신이시잖아요. 저도 개인적으로 신동흔 교수님의 책과 연구를 정말 좋아하는데요. 구비문학을 연구하시는 분이죠. 이런 교육적 배경이 음악에도 영향을 주었을까요?

맞아요. 졸업할 때만 해도 많은 분들이 그 전공이 음악에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묻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분명히 제 작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느껴요. 결국 다양한 경험을 했던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생각하는 방식을 형성해주는 것 같아요. 그때는 잘 몰라도, 지나고 나면 그게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알게 되잖아요. 그런 게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최근 좋아하는 책이나 노래, 음반도 궁금해요.

최근에는 푸마 블루(Puma Blue)의 새 앨범이 나왔는데, 곧 내한도 한다고 해서 한번 가볼까 생각 중이에요. 그리고 요즘은 길을 좀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음악들도 많이 듣고 있어요. 일본 음악도 정말 좋아해요. 카네코아야노라는 아티스트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일본 음악 특유의 정서도 좋아하고요. 제 음악을 들어보시면 다양한곳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여러 방향의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에요.

마지막으로, 빌보드코리아는 한국 음악의 세계화를 하나의 목표로 삼고 있는데요. 이 흐름 속에서 한로로씨가 생각하는 자신의 방향은 무엇인가요?

저도 비슷한 꿈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하나의 꿈을 이루는 것, 그것도 저는 또 하나의 꿈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거창한 무언가보다, 오래오래 제 것을 잘 정착시키고 제 메시지를 음악 안에 잘 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그게 제가 가장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