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아시안 팝', 첫해 116개 후보작 접수에도 '반쪽 그래미' 되나
2026.10.13
그래미 신설 '아시안 팝' 부문이 첫해 116편의 출품작을 모았지만 '반쪽 그래미' 부문으로 남을 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음악 매체 빌보드는 12일(현지시간)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의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에 116편이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후보 지명이 가능한 최소 기준인 40편은 넘겼다. 다만 같은 해 신설된 '베스트 라틴 송'(519편), '베스트 트래디셔널 팝 보컬 퍼포먼스'(211편)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출품 규모보다 눈길을 끄는 건 빠진 이름들이다. 방탄소년단은 지역이나 언어로 나뉘지 않고 음악 그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며 일찌감치 출품을 포기했다. 멤버 8명 전원이 레코딩 아카데미 투표 회원인 스트레이 키즈도 8월 마감까지 작품을 내지 않았다. 블랙핑크는 영어 비중이 높은 곡이 많아 '아시아 언어의 의미 있는 사용'이라는 요건부터 넘기 어렵다. 일부 K팝 기획사가 현지 유통사를 통해 소속 그룹을 출품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K팝이 비운 자리는 일본이 메웠다. 외신 등을 종합하면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그래미 캠페인에 나선 아시안 팝 출품작 26건 가운데 11건이 일본 아티스트의 곡이다. 요네즈 켄시가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주제가로 내놓은 '아이리스 아웃(IRIS OUT)'은 아시안 팝과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두 부문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애니메이션 주제가가 그래미에 출품된 첫 사례로 알려졌다. 요아소비 '오리온', 베이비메탈과 폴리피아의 '선셋 키스', 요시키와 조쉬 그로반이 함께한 '포에버 러브', 비퍼스트 '브루스 웨인' 등도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LDH 소속 파이비(f5ve)와 사이킥 피버, 국내 프로듀서와 손잡은 일본 래퍼 치바 유키의 '안녕하세요'도 명단에 있다.
그 밖에는 SB19, BINI 등 필리핀과 중국이 각각 4건, 인도 3건, 태국 1건이 확인됐다.
K팝 업계의 보이콧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박진영 JYP CCO를 비롯해 BTS, 스트레이 키즈, 세븐틴 등은 아카데미 투표권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작품만 내지 않는 쪽을 택했다. 그래미 안에서의 영향력은 지키되 부문 신설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아시아 음악계와 논의한 끝에 "유지를 원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며 부문 존속을 결정했지만, 첫 후보 명단에 K팝 대표 주자가 없다면 이 부문의 대표성 논란은 내년 시상식 이후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1차 투표는 22일까지 진행되고, 최종 후보는 11월 16일 발표된다. 시상식은 내년 2월 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