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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는 이제 망설이지 않는다: "예전보단 새로운 환경이 조금 덜 무서워요"

2024.11.16

이브는 계속 새로운 곳에 몸을 던진다. 아이돌 그룹에서 솔로로 전향할 때도, K팝 회사가 아닌 독립 레이블 파익스퍼밀과 함께하기로 결심했을 때도 이브의 눈앞에는 늘 새로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내가 더 배우고, 팬들에게도 ‘변화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두렵고 힘들어도 계속 새로운 상황 속에 자신을 밀어 넣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말은 현실이 됐다. 2024년 5월 29일 발매한 LOOP에 이은 EP I Did에는 이전과는 또 다른 이브의 모습이 담겼다. ‘내가 했어’라는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앨범 제목처럼, 이브는 계속 시도하고 해낸다.

그룹 시절 이브를 보면서 ‘언젠가 솔로 아티스트로 무대에 서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적 있어요. 그리고 그게 지난 5월 현실이 됐죠.

다들 “이브다운 선택”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는 제가 솔로 활동을 할 줄 몰랐어요. 어쩌면 팬들은 제 성향과 추구하는 스타일 등을 7년간 지켜보며 가능성을 이미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그룹 활동 때 회사에 음악을 만들어서 들려드리기도 하고, 의상이나 메이크업, 춤 같은 종합적인 것들을 대표님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하기도 했거든요.

여전히 많은 것이 새롭겠어요.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팀에 있을 땐 제 목소리나 춤의 색깔, 캐릭터, 이미지 같은 게 정해져 있잖아요. 근데 지금은 그걸 다 바꿨어요. 새로운 톤을 찾기 위해 연구를 엄청 많이 했고, 곡을 받을 때마다 새롭게 배워요.

새로움이 담긴 EP I Did가 발매됐어요. 감흥이 어때요?

솔로 활동의 가장 큰 목표가 팬들로부터 공감을 끌어내는 거였어요. 아티스트란 직업은 감정을 감춰야 할 때가 있잖아요. 근데 저는 오히려 솔직하게 다 드러내고, 팬들이 다양한 상황에 맞춰 제 노래를 골라 들으며 위로받고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LOOP에선 여러 장르로 다양한 감정을 풀어냈고, I Did에선 평온을 찾는 과정에서 느낀 느낌을 솔직하게 드러냈죠. 평온함은 제 행복의 요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거든요. 인트로에서 아웃트로까지 순서대로 딱 들으면 저는 평온해져요.

인생에서 평온이 가장 중요한데 이 앨범이 그 감정을 주는 거네요. 그래서 앨범 제목도 I Did일까요? 이브가 해냈다.

LOOP 때와 비교해서 말씀드릴 수밖에 없네요. LOOP는 MV도 그랬듯이 제가 계속 방황하고 헤매면서 다른 세계로 가는 열린 결말의 앨범이란 생각이 들어요. 반대로 I Did는 녹음을 전부 끝냈을 때 기분이 되게 좋았고, 자신감 있게 팬들에게 “저는 행복을 찾은 것 같아요”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I Did일 수도 있겠네요.

솔로 활동을 하며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뭐예요?

‘이렇게 행동해도 될까?’, ‘이러면 팬들이 싫어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때마다 제가 조심하는 것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단 해요. 그러고 나면 ‘내가 너무 큰 걱정을 했구나, 사실 그 걱정은 별것 아녔구나’란 생각과 함께 하나씩 틀을 깨는 느낌을 받아요. 그런 점이 바뀌었어요. 노래로 예를 들면 얼굴에서 각자 싫어하는 부분이 있듯이, 목소리에도 제가 싫어하는 보이스 톤이 있거든요. 그 톤이 녹음되면 딱 짚어서 “이 부분은 다시 할게요”라고 해요. 그러다 예외적으로 디렉터 분들은 맘에 들어 하고, 저는 엄청 싫은 목소리가 최종으로 들어갈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내가 정답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하죠.

‘싫어하는 목소리?’

“Gone Girl”이란 곡이 앞부분은 덤덤하고 깨끗해요. 그래서 노래할 때도 청아하면서 힘을 빼야 했어요. 벌써 너무 어렵죠(웃음). 그렇다 보니 제가 듣기엔 앞부분이 너무 예쁘게만 들리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오아에게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너무 잘 나왔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거예요. 그리고 같은 곡 뒷부분엔 갑자기 가성으로 예쁜 톤이 딱 나오거든요. 그게 언밸런스하지 않나 싶었는데 오히려 그게 매력이래요. 제 딴에는 제가 좋아하지 않는 목소리지만, 회사와 팀원들이 좋다고 하면 믿고 해보는 거죠.

음악 외적으로는 어떤 게 달라요? 패션이라든지요.

진짜 많이 다르죠. 제가 옷을 정말 좋아해요. 어머니가 제 어렸을 적부터 빈티지 옷 가게를 운영하셨어요. 거기에 놀러 가서 여러 가지 옷을 매칭해서 입어보고, 모델 놀이를 하곤 했어요. 심지어 모델 오디션도 보려 했었는데 키가 안 돼서(웃음). 그 정도로 옷을 좋아해요. 그런데 그룹 활동 당시엔 멤버 수가 많았잖아요. 그래서 단체복 위주로 입다 보니 옷에 대한 욕구가 더 커지는 거예요. 뭔지 아시죠? 그걸 사복에 풀었어요. 하도 다양한 옷을 입어서 길 가다가 멤버들이랑 마주쳤는데 저인지 못 알아보고 쌩 지나갈 정도예요. 그런데 솔로 활동 때는 그걸 직업에서도 할 수 있어요. 옷에 대한 사랑을 음악에 맞게 표현할 수 있죠. 피팅할 때도 회사와 생각을 조율하고, 제 의견이 선택되면 기분이 좋아요. (‘맞는 옷을 입었다’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바로 그거예요. 진짜 맞는 옷을 입는 느낌이 들어요.

주로 어떤 옷에 손이 가요?

색이 튄다거나, 형태가 특이한 옷들을 소화해 냈을 때 쾌감이 있거든요. 초등학생 때부터 손수건을 머리에 해보기도 하고, 목에 둘러보기도 하고, 벨트에 달아보기도 하고, 구두도 신어보면서 여러 경험을 했어요. 그때 다양한 옷을 입는 것에 재미를 느껴서 브랜드보단 빈티지 숍에 가서 특이하다 싶어지는 옷을 사요. 그러다 보니 ‘기본’ 아이템이 없어요. 옷장에서 무난한 옷을 찾기가 어려워요.

특이한 옷을 좋아하는 연예인 이브, 평온을 사랑하는 개인 하수영. 둘 사이의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겠어요.

너무 어렵죠. 제 평생의 숙제 같아요. 엄마한테 항상 듣는 말이 “넌 정말 연예인 할 성격은 아니다”거든요. 새로운 환경에서 낯을 가려요. 그러니까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인스타그램이든 음악이든 블로그든 어디서든 솔직하게 저를 표현하려고 해요. 팬들한테도 항상 “제가 동네 친구 같지 않으세요?”

뭐라고 답변이 오나요?

그렇대요. 동네 친구 같대요. “나도 신비함을 좀 더해야겠다”라고 말하면 “근데 그게 매력이니까 바꾸지 말아요”라고 해요. 소통 앱에서 라이브 할 때 “10분 뒤에 깨워주세요”라고 말하고 이불 덮고 잘 때도 있어요. 어제도 새벽 3시까지 팬들과 수다떨고 무한도전 성대모사 하고 그랬거든요. 그러면 “언니, 너무 ‘실친’ 같아요. 말투가 똑같아요” 같은 말들이 댓글로 달려요. 그럴 때마다 ‘신비함을 더하기엔 틀렸다, 나를 그냥 인정해야겠다’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이런 내 모습을 좋아한다면 굳이 바꾸지 말아야지.

누구나 부족한 것을 바꾸거나 채우려고 하죠. 이브에게 부족함이란 어떤 건가요?

신비감(웃음)? 보여줘선 안 되는 부끄러움인 것 같아요. 지금도 누군가 제 앞에서 제 영상을 보려고 하면 필사적으로 막아요. 어떤 무대든 다 부족하다고 느끼니까 그걸 누군가가 보는 게 견디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후회 없도록 준비해요. 그래도 부족함은 남더라고요. 떼려야 뗄 수 없네요.

반대로 충족하고 있는 것도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걸 팬들도 같이 사랑해 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예전엔 몰랐는데 일련의 상황들을 겪고 팬들과 감정을 공유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제가 행복하게 뭔가를 했을 때 그 진심을 팬들이 느낀다는 것을 정말 확실하게 알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좋은 것을 쫓아요.

안정감, 일관성을 추구하는 사람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곳에 몸을 던지는 사람으로의 변화 과정이네요.

저는 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하거든요. 근데 그냥 제 성향대로 이렇게 쭉 가면 발전이 전혀 없을 것 같은 거예요. 어떻게 하면 내가 더 배우고, 팬들에게도 ‘변화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두렵고 힘들어도 새로운 상황 속에 저를 계속 넣는 것 같아요. 이제 예전보단 새로운 환경이 조금 덜 무서워요. 과감하게 선택하는 태도를 갖고 좀 더 앞으로 갈 수 있어요.

Credit
Editor: Eunbo Shim
Photos: Songyi Yoon/Paix Per M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