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정확한 감정, 그것이 음악이다” – 마크 론슨(Mark Ronson)이 말하는 창작과 협업, 그리고 시간의 미학

2025.06.12 | by Billboard Korea

오데마 피게 150주년을 위한 RAYE와의 협업곡 ‘Suzanne’과 함께한 특별한 여정

스위스 고급 시계 브랜드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가 창립 150주년을 맞아 브랜드의 오랜 친구 마크 론슨(Mark Ronson),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아티스트 RAYE와 함께 특별한 사운드트랙 “Suzanne”을 선보였다. 런던 180 스튜디오(180 Studios)에서 열린 이 기념 행사에는 아티스트, 고객, 그리고 브랜드의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음악과 감동으로 가득한 축하의 순간을 함께했다. 두 아티스트의 창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Syncing Sounds 150도 상영되며 협업에 담긴 철학과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했다.

그 중심에 선 마크 론슨은, 사운드를 조율하는 정밀한 감각과 감정의 균형을 통해 ‘음악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해왔다. 스튜디오에서 소리를 다루는 그의 태도는 마치 르 브라쉬(Le Brassus)의 시계 장인이 수백 개의 부품을 정교하게 조립하는 손길을 떠올리게 한다. 빌보드코리아는 상하이에서 열린 오데마 피게의 전시 ‘The House of Wonders’에서 마크 론슨을 만나, RAYE와의 협업, 음악과 시계가 공유하는 장인정신, 그리고 진정성 있는 창작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1. BBK: 지금까지 음악계의 전설들과 함께한 다양한 협업 경력이 있으신데, RAYE와 함께 작업한 경험은 어땠나요?

마크 론슨:
레이(Raye)와의 작업은 정말 좋았어요. 우린 이제 막 함께 시작하는 단계지만, 그녀는 이렇게 말했어요. “우린 앞으로 많은 음악을 함께 만들 거예요.” 저도 그렇게 되길 바라요. 그녀를 오랫동안 아티스트로서 존경해왔고, 서로 좋아하는 스타일이나 감성도 비슷해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사실 우리를 처음 연결해준 건 오데마 피게였지만, 저희는 그 이후로 계속 협업 중이에요.


2. BBK: RAYE는 오데마 피게의 깊은 가족 정신다문화적 세계관장인정신에 대한 공감의 메시지를 ‘수잔이라는 곡을 통해 전달했다고 들었습니다마크 당신의 철학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나요?

마크 론슨:
네, 정확해요. 저와 레이는 클래식하면서도 시대를 초월한 느낌을 지닌, 동시에 현대적인 음악을 만들고자 해요. 아이들도 듣고 신나게 춤출 수 있길 바라면서도, 그 안에 정성들인 ‘장인정신’이 깃들기를 원하죠. 우리가 말하는 ‘장인정신’이란 악기를 다루는 방식, 곡을 편곡하는 방식, 뮤지션의 퍼포먼스를 모두 포함해요. 60~70년대 모타운 시대의 영웅들이 그렇게 했듯이요. 요즘 팝 음악 중에 오토튠으로 5분 만에 만든 곡도 좋아하지만, 제 음악에는 그런 섬세한 공정과 정성이 담기길 바라요.

3. BBK: 음악 프로듀서로서의 ‘청취자에 대한 감각’은 어떻게 훈련되었다고 보시나요? 감정이나 트렌드를 예측하는 당신만의 청각적 직관은 어디에서 비롯되나요?

마크 론슨:
프로듀서로서 감각은 계속 변해요. 소울, 힙합, 록, 컨트리 등 다양한 장르에 영향을 받죠. 이제는 제 팬들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도 알게 됐어요. 예를 들면 “Valerie”, “Uptown Funk”, “Electricity” 같은 소울풀한 팝이죠. 하지만 가끔은 청중을 놀라게 하고 싶어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해요.

4. BBK: 당신은 종종 ‘음악의 결’이나 ‘소리의 질감’을 언급합니다. 이 ‘텍스처’라는 개념은 사운드 디자인에 있어 어떤 존재론적 의미를 갖나요?

마크 론슨:
‘텍스처’란 건 음악의 따뜻함, 인간미 같은 거예요. 제 음악에 있어서는 따뜻한 소리를 선호해요. 인간적인 느낌이요. 하지만 음악의 텍스처는 모든 것으로 결정될 수 있어요. 때론 오래된 드럼 루프를 샘플링하고, 때론 라이브 드러머를 녹음하죠. 그때그때 감정에 따라 달라요. 클럽 DJ로 활동했던 경험 덕분에 항상 이런 생각도 해요. 언제나 “이게 클럽에서 통할까?” 같은 질문을 스스로 하기도 하고요. 클럽에서 이 음악이 어떻게 들릴지, 또는 클럽 스피커를 벗어나는 다른 모든 곳에서는 어떻게 들릴지, 음악을 만들 땐 항상 이런 생각들을 하지요.

5. BBK: ‘Suzanne’이라는 곡명이 우연히 오데마 피게의 설립자 이야기와 연결되었는데요 사실이 최종 곡의 의미나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마크 론슨:
네, 영향이 있었어요. 그 노래를 만들 때 처음엔 반주만 있었지요. 그런데 레이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곡 제목은 ‘Suzanne’이 되어야 해”라고 말했죠. 우연히도 저에게는 어린 시절 절 키워주신 분이 최근 돌아가셨는데, 그분의 이름도 ‘수잔’이었어요. 우리는 마음이 통했지요. 그리고 나중에 AP에서듣게 된 이야기가, ‘수잔’이 그들의 브랜드 창립 가문의 중심 인물이더라고요.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처음엔 개인적인 감정으로 시작된 노래가, 점점 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게 되었어요.

6. BBK: 오데마 피게와의 협업처럼음악이 비음악적 영역과 만날 때 생기는 미학적 영향은 당신에게 어떤 창작적 확장을 가져왔나요?

마크 론슨:
진부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 시계는 너무 아름다워요. 아름다운 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영감이 돼요. 스위스 르 브라쉬(Le Brassus)에서 AP의 시계 장인들이 작은 부품을 정교하게 조립하는 걸 봤을 때, 진정한 장인정신을 느꼈어요. 사람들이 부품과 기어를 움직이는 모습, 작은 시계 일부를 돋보기를 쓰고 다루는 걸 보면, 그 섬세함은 우리가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때와 아주 닮아 있다고 느낄 수 있었어요. 어쩌면 그들 쪽이 더 정밀했을지도 모르죠. 우리가 하는 일에는 많은 유사점이 있어요.

7. BBK: “감정의 정확성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시계도 정확성을 담아내는 도구입니다음악을 만들  “정확히 감정을 맞춘다  어떤 상태인가요?

마크 론슨: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요. 가장 좋은 음악은 순수한 감정에서 시작돼요. 그냥 피아노 앞에 앉아 무언가가 흘러나오죠. 기술적인 계산이 아니라, 감정이 먼저예요. 그리고 나서야 다듬기 시작해요. 코러스를 넣고, 스트링, 금관악기 등을 쌓아가며 정제하죠. 처음엔 감정, 그다음이 정밀함입니다. “Uptown Funk”을 만들 때, 처음 밤에 브루노, 제프, 필과 함께 아이디어를 세 시간 만에 잡았어요. 근데 완성하는 데 7개월이 걸렸죠. 감정은 순간이지만, 완성도는 시간이 걸리는 거예요.

8. BBK: 당신의 음악은 레트로하지만 미래적이고오데마 피게는 전통적이지만 실험적입니다 ‘이중성에 대한 당신만의 기준점은 무엇인가요?

마크 론슨:
AP와 비슷한 것 같아요. 전통을 갖고 있지만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죠. 전에 해본 적이 없는 일을 하는 것이요. 완전히 복고적인 음악은 이미 누군가 더 잘했어요. 과거에서 좋아하는 걸 가져와서, 오늘날만의 무언가로 재창조하는 과정 말입니다. 사람들이 사랑했던 과거의 것들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요. 요즘 아이들이 핸드폰으로 듣고 싶어하는 그런 음악, 그게 제가 원하는 거예요.

9. BBK: 사운드를 통해 사회적 분위기나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당신의 음악은 일종의 ‘문화적 큐레이션이라고 말하고 싶어요그 큐레이션의 기준은 어떻게 설정되나요?

마크 론슨:
그건 아마 DJ로서의 경력에서 온 걸 거예요. DJ는 매 순간을 큐레이션해요. 여러분의 밤을 큐레이팅하는 거지요—감정의 흐름을 만들어요. 다양한 시대의 음악을 연주하며 사람들에게 감정적인 여행을 선사하는 거예요. 그리고 프로듀서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Lady Gaga, Amy Winehouse 같은 아티스트와 앉아 “오늘은 어떤 음악을 만들까?”라는 질문에서 작업을 시작하니까요. 결국 감정과 사운드를 큐레이션하는 거예요.


10. BBK: 디지털 환경에서 음악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는 시대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음악을 고민하시나요?

마크 론슨:
저는 그게 지금 문화의 일부가 된 것 같아요. 휴대폰 때문이죠. 요즘은 문화가 너무 빨리 변해요. 사람들의 집중력도 짧아졌고요. 그래도 저는 5년, 10년이 지나도 남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물론, 몇 달간만 즐길 수 있는 ‘짧은 히트곡’도 괜찮아요. 3개월 동안 지속되는 강렬한 순간이나 리듬을 즐기는 것도 재미있어요.


11. BBK: 청각이 아닌 감각특히 당신의 시각적 감각에 대한 뚜렷한 취향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오징어 게임의 배우 탑이 당신을 패션 아이콘으로 꼽았었죠시각이나 촉각적 상상력이 당신의 사운드 디자인에 영향을 준 사례가 있을까요?

마크 론슨:
정말요? 그 쇼 정말 좋아해요! 그분도 멋진 분이고요. 진짜 감사해요.
음, 보통은 그 반대예요. 음악을 먼저 만든 뒤, 영상이나 스타일을 고민하죠. 보통 앨범을 만들거나 녹음을 하고, 완성된 후에야 '어떤 시각적 요소가 필요할까? 비디오에서 내가 무엇을 입을지, 공연에서 무엇을 할지, 이 앨범과 어울리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생각하게 돼요. 브루노와 함께 "Uptown Funk"를 작업할 때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는 시각적 감각이 뛰어나서 모든 사람의 옷차림을 미리 계획하죠. 레이디 가가와 작업할 때는 모든 사진에서 담배와 기타를 손에 들고 있죠. 가가 덕분에 제 인생에서 가장 ‘록앤롤’하게 입었어요! 과거를 돌아보면, 항상 이런 작은 순간들과 기억들이 있어요. 제 첫 앨범 때 저는 그냥 DJ였고, 청바지와 아디다스 신발, 티셔츠를 입었어요. 그래서 보통 음악이 비주얼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12. BBK: “Uptown Funk” 시대를 초월한 히트곡인데당신이  트랙에서 가장 ‘차트 친화적이라고 느낀 요소는 무엇이었나요?

마크 론슨:
조금 전 얘기와 비슷한 맥락이지만, 노래의 영감과 초기 아이디어는 정말 빠르게 떠올랐죠. 하지만 완성하는 데 7개월이 걸렸어요. “Uptown Funk”은당시 라디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음악과는 달랐죠. 계속 갈고닦았습니다—후렴도 더 넣고, 금관 라인도 추가하고. 그때 브루노는 그의 두 번째 앨범투어 중이었어요. 저는 캐나다, 멤피스 등 그가 가는 곳마다 함께하며 베이스 기타를 들고 다니며 곡을 완성하려고 했죠. 그리고 브루노는 훅을 잘만들어내는 감각이 있어서 그것 또한 곡의 성공 비결 중 하나이기도 했었던 것 같아요.

13. BBK: 코리안 뮤직에 대한 글로벌 팬덤이 화두입니다알고 있거나 관심 있는 한국 뮤지션이나 곡이 있나요?

마크 론슨:
사실 블랙핑크의 제니, 로제와는 실제로 여러 번 작업했어요. 아직 완성된 곡은 없지만요. 항상 두 시간 정도만 작업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들과 함께 작업했던 건 정말 좋았어요. 블랙핑크의 라이브 공연을 봤는데 정말 멋졌고요. 많은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들입니다. 리사의 솔로 앨범도 좋아해요. 특히 그녀와 레이가 함께한 곡도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우리 작업도 꼭 완성되길 희망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