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와 제니, 코첼라 솔로 무대에서 증명한 6가지
2025.04.16 | by Jeff Benjamin세계에서 가장 큰 걸그룹 중 하나에 속해 있다는 건 찬사만큼이나 날카로운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블랙핑크의 리사와 제니는 이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리고 사막 한가운데에서, 자신들이 왜 그 무대에 설 자격이 있는지를 증명해냈다.
일부 아티스트에게 코첼라 무대는 커리어의 정점을 상징한다. 하지만 단순히 무대에 오른다고 끝이 아니다. 그 순간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커리어의 방향을 스스로 정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블랙핑크와 함께 2019년과 2023년, 두 차례 코첼라 무대를 장식했던 리사와 제니는 2025년, 솔로 아티스트로 다시 코첼라에 올랐다. 그리고 이 상징적인 사막의 페스티벌을 통해, 10년 가까운 커리어 동안 다져온 실력을 바탕으로 홀로서기의 저력을 보여줬다. K-팝 걸그룹의 일원이라는 사실은 종종 편견과 함께 다가오기도 하지만, 두 사람은 무대 위에서 모든 의심을 잠재우며 찬사로 바꾸어냈다.
리사는 코첼라 첫째 날인 금요일, 사하라(Sahara) 스테이지에 올라 데뷔 솔로 앨범 'Alter Ego' 이후 가장 크고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이 앨범은 빌보드 200 톱10에 오르고, 핫100 차트에 세 곡을 올리며 글로벌 히트를 기록한 바 있다. 그녀는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된 퍼포먼스를 통해 '알터 에고'라는 테마를 무대 안에서 확장시키며 다차원적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한편 제니는 코첼라 마지막 날인 일요일, 아웃도어 씨어터(Outdoor Theatre) 무대에 올라 The Ruby Experience 콘서트의 감성적인 스테이지를 넘어, 대형 페스티벌의 관객을 장악할 수 있는 솔로 아티스트로 성장했음을 증명했다. 노래, 랩, 춤까지 다채로운 역량을 펼쳐 보였으며, 퍼포먼스 중반에는 칼리 우치스(Kali Uchis)를 게스트로 초대해 무대의 몰입감을 더했다.
코첼라 첫 주말 동안, 리사와 제니는 단순한 아이돌 그 이상으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들의 혁신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무대는 비평가들을 감탄케 했고, 블랙핑크라는 이름이 여전히 글로벌 팝 음악의 중심에 서 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들이 남긴 가장 인상 깊은 여섯 가지 순간을 아래에서 만나보자.
리사, ‘Alter Ego’ 속 다섯 자아를 코첼라 무대에서 완벽히 구현하다
솔로 앨범 'Alter Ego'로 빌보드 200 톱10 진입과 핫100 차트에 무려 세 곡을 올리며 눈부신 성과를 거둔 리사. 그러나 일부 평론에서는 “다채로운 피처링 아티스트들이 오히려 리사의 존재감을 희석시켰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리사는 코첼라 데뷔 무대를 통해 명확한 답을 내놓았다.
이번 코첼라 퍼포먼스에서 리사는 'Alter Ego' 앨범에 담긴 다섯 개의 ‘자아’를 각각 하나의 챕터로 구성해, 총 다섯 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진 무대를 선보였다. 각 챕터는 고유한 분위기와 곡으로 구성되어, 리사의 복합적인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입체적인 무대였다.
공연을 통해 팬들은 리사의 ‘다중 자아’를 더욱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리사는 이번 코첼라 무대를 통해 자신의 음악과 세계관을 단순한 콘셉트 이상의 ‘스토리’로 완성시켰고, 모든 자아가 각자의 방식으로 빛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를 통해 그녀는 'Alter Ego'가 단순한 앨범이 아닌, 퍼포먼스와 서사로 완성되는 하나의 예술적 프로젝트임을 분명히 했다.
리사의 예술적 여정을 엿볼 수 있었던 무대 연출
일부 평론가들은 'Alter Ego' 앨범에 대해 "리사 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서사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코첼라 무대 전체는 그러한 아쉬움을 단숨에 지워냈다. 무대는 리사의 음악적 성장과 변화 과정을 시각적·상징적으로 풀어낸 하나의 여정으로 구성되었다.
공연의 오프닝 비주얼에서 리사는 거대한 쇠사슬에 묶인 채 영상 속에 등장했고, 실제 무대 위에서는 쇠사슬에 고정된 단상 위에 오른 채 등장했다. 백업 댄서들 또한 목에 체인 링크를 두르고 움직이며, 무거운 속박의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오프닝 곡 "Thunder"의 중간 무렵, 무대가 어둠에 잠기며 모든 체인이 제거되고, 리사와 댄서들은 속박에서 벗어난 채 무대를 이어갔다.
체인이 제거된 이후, 공연의 각 섹션은 리사의 여정을 상징하는 키워드들과 함께 전개되었다.
물론 무대 위에서 모든 이야기를 전할 순 없지만, 이번 공연은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리사의 음악 여정에 대해 지금껏 어떤 인터뷰보다도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전반적인 무대 구성과 연출은 리사가 아티스트로서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강렬하게 드러내며, 앞으로 펼쳐질 그녀의 음악 커리어를 위한 탄탄한 시작점이 되었다.
리사, ‘Dream’ 무대로 보여준 보컬의 진심
그동안 리사는 퍼포먼스 중심의 아티스트로 평가받으며, 자신의 보컬 역량을 드러내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코첼라 무대에서는 'Alter Ego'의 서정적인 수록곡 “Dream”과 “Chill”의 라이브 데뷔를 통해, 퍼포먼스를 잠시 멈추고 보컬로 진심을 전하는 새로운 면모를 드러냈다.
무대 중반부, 리사는 무대 위에 앉아 'Alter Ego'의 마지막 트랙 “Dream”을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들려주었다. 수천 명의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서도, 이 순간만큼은 마치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보는 듯한 친밀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녀는 “Whenever I close my eyes, it’s taking me back in time / Been drowning in dreams lately, like it’s 2019, baby.”라는 가사를 섬세하게 풀어내며,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무대를 완성했다.
이 무대는 리사가 단순한 올라운더 퍼포머를 넘어, 진정한 보컬리스트로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누구나 노래를 부를 수는 있지만, 노랫말에 진심을 담아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오직 진짜 싱어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리사는 이 무대를 통해 그 차이를 분명하게 증명해 보였다.
제니, 20인 댄스크루 이끌며 선보인 압도적 퍼포먼스
제니는 이번 코첼라 일요일 무대에서 약 20명의 댄서들과 함께 무대를 꾸몄다. 루비 레드 톤의 의상과 6인치 팀버랜드 부츠를 맞춰 입은 대형 댄스크루와 함께한 퍼포먼스는 단연 압도적이었다.
현지 매체 Desert Sun은 제니가 과거 일부 무대에서 "춤을 대충 춘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고 언급했지만, 이번 코첼라 무대에서 그는 그 어떤 때보다 정확하고 강렬한 안무로 이를 정면 돌파했다. 오프닝 곡 “Filter”, “with the IE (way up)”, 그리고 곡 사이사이의 리믹스 댄스 브레이크, 시그니처 히트곡 “like JENNIE”까지—그는 대형 댄스팀을 이끄는 동시에, 무대 위 가장 눈에 띄는 존재로 빛났다.
Desert Sun 또한 이후 보도에서 “제니의 에너지와 실력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면, 1주차 공연에서 선보인 "Mantra", "ExtraL", "like JENNIE" 무대를 주목하라”고 평가했다. 이는 제니가 단지 퍼포머를 넘어서, 진정한 리더이자 아티스트로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순간이었다.
제니, 코첼라 무대서 보컬 스펙트럼 완벽히 펼쳐 보이다
제니는 앞서 한정된 팬들과 함께한 The Ruby Experience 콘서트에서 자신의 앨범을 기념하며, 에너제틱한 곡들부터 마무리 곡인 어쿠스틱 발라드 "twin"까지 비교적 일관된 흐름의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코첼라 무대에서는 다채로운 에너지와 템포의 곡들이 어우러지며, 제니의 보컬 스펙트럼이 한층 두드러졌다.
블랙핑크가 2016년 "붐바야"와 "휘파람" 더블 싱글로 데뷔했을 당시, 제니는 강렬한 래핑으로 주목받았지만, 특히 "휘파람"에서는 감성적이고 깊이 있는 보컬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각인시킨 바 있다. 이번 무대에서도 제니는 "F.T.S."를 세트 중간에 배치하며, 곡 전반에 걸쳐 감성적인 애드리브와 하모니를 더해 무대의 중심을 감정으로 채웠다.
마지막 두 곡은 제니가 이번 무대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스타일의 대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강렬한 랩 앤섬 "like JENNIE"에 이어, 몽환적인 댄스 트랙 "Starlight"로 전환된 무대에서, 제니는 키보드 연주자와 함께 조용히 노래를 시작했다. 그리고 비트가 터지는 순간, 관객들에게 “뛰어오를 준비 하라”고 외친 뒤, 거친 그로울링과 시원한 고음으로 무대를 폭발시켰다.
이번 공연을 통해 제니는 단지 래퍼에 머물지 않고, 감성적인 보컬리스트이자 퍼포머로서의 다면적인 매력을 강하게 각인시켰다.
제니, 칼리 우치스와의 무대로 보여준 우정
제니와 리사는 각각의 솔로 앨범에서 피처링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이 많다는 이유로 일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반응은 진정한 예술적 교감의 가능성을 무시한 채, 두 아티스트가 콜라보에 의존했다는 일방적인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 초 빌보드 우먼 인 뮤직 행사에서 칼리 우치스가 제니를 향해 전한 진심 어린 소개와, 이번 코첼라 무대에서 함께한 합동 공연은 그들의 관계가 단순한 비즈니스 그 이상임을 명확히 보여줬다.
두 사람은 제니의 앨범 'Ruby'의 수록곡 “Damn Right” 무대를 위해 함께 코첼라 무대에 올랐다. 칼리가 무대에 등장해 자신의 파트를 부르기 시작하자, 두 아티스트는 유쾌하게 리듬을 타며, 곡의 감각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고 편안한 호흡을 보여줬다. 서로를 향한 미소와 장난기 어린 힙 스웨이 동작들은 무대 위에 우정 그 자체를 투영했다.
제니는 공연 중 여러 차례 칼리 우치스를 특별 게스트로 소개하며 애정을 표했고, 곡이 끝난 후엔 마치 기다렸다는 듯 큰 포옹을 건네며 “너무 사랑해, 칼리! 고마워!”라고 외쳤다.
코첼라와 같은 글로벌 페스티벌에서 직접 아티스트를 초대해 무대에 함께 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날 무대를 통해 보여준 제니와 칼리 우치스의 진정성 있는 교감은, 이들의 협업이 단순히 산업적 계산 위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증명했다. 그리고 그 우정은 오히려, 협업에 대한 비판적 시선에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