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아이유의 행보는 K팝 여자 솔로 아티스트의 역사가 된다

2024.12.17
IU photographed for the Billboard Korea Global No. 1s Issue.
EDAM Entertainment

아이유는 대체될 수 없다. 인기 높은 아이돌, 음악을 잘하는 아티스트, 연기를 잘하는 배우, 방송과 예능을 매끄럽게 진행하는 호스트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은 많지만, 이 모든 일을 동시에 해내는 사람은 아이유뿐이다. 특히 음악가 아이유에 대한 K팝 팬덤, 나아가 한국 음악 팬들의 사랑은 절대적이다. 저연령층부터 고연령층까지 아이유의 인기는 세대를 아우르며, 이는 그녀의 음악적 성과와 공연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아이유는 2024년 차트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 시작은 1월 24일, 선공개 곡 “Love wins all”의 발매였다. 이 곡은 발매 1시간 만에 멜론 TOP100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멜론 차트 개편 이후 두 번째로 발매 직후 1위에 오른 사례다. 이후 4주 연속 주간차트 1위, 2월 월간차트 1위, 아이차트 퍼펙트올킬 339회 달성 등 차트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3월 2일부터 시작된 월드 투어는 일본, 유럽, 북미 등 12개 국가에서 31회의 공연을 펼쳤고, 관객 수는 50만 명에 달했다. 이는 한국 여자 솔로 가수의 역대 최대 규모 월드 투어로 기록됐다. 서울 KSPO DOME에서 진행된 4회 공연은 모두 매진되었으며, 필리핀 마닐라 공연은 세계 최대 실내 공연장인 필리핀 아레나에서 열린 첫 한국 솔로 가수 공연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9월 21일과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앵콜 공연은 아이유에게 또 다른 기록을 안겨주었다. 아이유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입성한 최초의 여자 가수이자, 국내 대형 스타디움에서 모두 공연한 최초의 여자 가수라는 전무후무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해당 공연은 양일간 약 10만여 명을 동원하며 한국 여성 솔로 가수 콘서트 역대 최대 규모 기록을 세우는 성과를 거뒀다.

빌보드의 ‘2024 글로벌 넘버 1 아티스트 시리즈’에서 한국 대표로 선정됐습니다. 아이유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글로벌, 빌보드, 넘버 원. 이런 수식어가 붙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영광스럽기도 하고, 그렇지만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인 것 같아요.

한국 음악 업계에는 그룹뿐만 아니라 훌륭한 솔로 아티스트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인물로서 느끼는 장점이나 단점이 있을까요?

꼭 하나를 꼽자면,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나눌 수 없다는 점이겠죠. 그룹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은 본인만의 역할이 확실하고, 그로 인해 엄청난 시너지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혼자 하다 보니 그런 시너지를 내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장점을 말하자면, 좋은 관심이나 사랑을 혼자 다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요? (웃음)

최근 많은 한국 음악가들이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이유님이 생각하는 한국 음악가들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강점이 정말 많겠지만, 특히 그룹들이 빌보드에서 주목받으며 글로벌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잖아요. 케이팝을 사랑하는 한 명의 리스너로서 봤을 때, 각 그룹의 개성이 잘 지켜지고, 팬들이 그것을 존중해준다는 점이 그들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음악은 당연히 최우선으로 좋고요. 그 외에도 시각적인 요소나 세계관 같은 것들이 케이팝 문화의 특징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예를 들어, 무대 위에서만 존재하는 그룹만의 독특한 캐릭터와 세계관이 있잖아요. 저는 솔로라 그런 게 없어서 아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요. 이런 것들이 그룹만의 고유성을 만들어내고, 팬들도 이를 대단히 소중하게 여기고 재미있어 하시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팬들이 이를 존중하며 응원하는 점이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IU photographed for the Billboard Korea Global No. 1s Issue.
EDAM Entertainment

미국이나 다른 글로벌 아티스트와 협업할 계획이 있나요?

사실 예전에는 정말 감사한 제안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언어가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게 막연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거절했던 적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이전보다 더 열린 마음으로 글로벌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이유님과 팬들과의 끈끈한 관계는 유명합니다. 아이유님에게 팬들은 어떤 존재인가요?

처음엔 저보다 연령이 높은 언니팬, 오빠팬, 삼촌팬들이 많았어요. 당시 저는 어린 솔로 가수였고 입지가 확실하지 않았기에, 그분들께서 어른으로서 저를 귀여워하고 보살펴주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죠. 시간이 흘러 제가 20대 중반이 됐을 땐, 제 또래 팬들이 주를 이루기 시작했어요. 그들은 저의 가사와 음악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공감해 주셨고, 우리는 그렇게 유대감을 형성하며 함께 성장해왔어요. 요즘에는 저보다 어린 팬들이 많이 늘었어요. 이제는 제가 그들을 응원하고, 귀여워하고, 정서적으로 보살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유애나와 저는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좋은 것들을 꾸준히 주고받으며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응원하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인기를 끌고 계신데,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스스로를 비하할 마음은 전혀 없지만, 저는 한국의 다른 뛰어난 스타들에 비해 비교적 평범하고 개성이 덜한 외모와 성격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이런 이유로 저를 더 친근하고 가깝게 여겨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은 정이 많은 나라잖아요. 꾸준히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활동해온 것에 대한 응원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어요. 다만, 10대 팬들이 저를 좋아해 주는 건 정말 신기해요.

다양한 글로벌 팬들을 만나셨는데, 방문하거나 공연할 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한 곳만 꼽긴 어렵지만, 지금 떠오르는 곳은 오클랜드입니다. 그들만의 독특한 응원 방식이 정말 즐거웠어요. 공연의 모든 순간이 사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한 곳만 더 말하자면, 자카르타를 꼽고 싶어요. 관객분들이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모든 노래를 한 목소리로 따라 불러주셨고, 그것은 가수로서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아이유님 하면 ‘철저함’과 ‘유연함’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서로 다른 두 모습을 느낄 때가 있나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 같아요. 좋게 말하면 유연한 거고, 덜 좋게 말하면 합리화를 잘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고집이 세고 철저하게 계획하고 싶어 하는 타입이지만, 완벽하지 못한 순간이 더 많잖아요. 그래서 상황에 따라 유연해질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느끼고 연습해왔어요. 하지만 제 인생에 있어 중요한 가치관들을 타협하진 않아요. 고집할 것과 타협할 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음악 활동 외에도 배우로서도 활약 중입니다. 2025년에는 어떤 활동을 계획 중인가요?

2023년 내내 촬영했던 <폭싹 속았수다>가 2025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됩니다. 출연진과 제작진의 시간과 노력이 듬뿍 담긴 작품인 만큼 열심히 홍보 활동을 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새로운 드라마 촬영도 앞두고 있어요. <폭싹 속았수다>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화려하고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2025년에는 대부분 드라마 촬영에 몰두할 것 같지만, 새 음악 작업도 이미 시작했기 때문에 가수로서의 새로운 작업물도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