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2년 5개월 만에 피워낸 유주의 ‘In Bloom’, 성숙한 성찰의 기록

2025.09.17 | by Kwon Saebom

여자친구 유주가 오랜만에 앨범 단위의 작업으로 돌아왔다. 그간의 아쉬움을 꾹꾹 눌러 담은  ‘In Bloom’으로! 꽃이 만개하는 순간은 물론 그 꽃이 지는 시간까지도 고려한 이 앨범에는 아티스트 유주가 거쳐 간 깊은 고민과 성장이 가득 묻어난다.

Courtesy of AT AREA

햇수로 무려 2년 5개월. 마지막 솔로 앨범 이후 제법 긴 시간이 흘렀다. 유주는 올해로 여자친구로 데뷔한 지 10주년, 나이로는 만 27세로 20대를 마무리 짓는 기로에 서 있다. 그런 시기에 발매되는 ‘In Bloom’은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시간을 향해 나아가려는 그의 성찰을 담은 앨범이다.  “매일 같이 피고 지는 수많은 꽃을 사람의 감정에 비유한 앨범이에요.”라는 유주의 말은, 왜 그가 바로 지금 이 시점에 ‘In Bloom’을 세상에 내놓았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그녀가 올해 또 하나의 큰 변화를 맞았다는 점에서 이번 앨범을 주목할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됐다. 지난 8월, 국내를 대표하는 힙합 프로듀서 듀오 그루비룸이 이끄는 레이블 앳에어리어에 새롭게 합류한 것. 이적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음악인 만큼, 이번 앨범은 유주를 아이돌로 기억하는 이들부터 새로운 면모의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등장을 기다려온 리스너들까지 호기심을 갖기에 충분하다.여자친구로 활동하던 때부터 동년배 여성 보컬리스트 중 손꼽히는 실력파 멤버로 대중에게 인정받아 온 유주. 그룹을 넘어 솔로 아티스트로 거듭난 그는, 이제 자신을 감정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지지해 주는 그루비룸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데뷔 초에는 그녀가 밝힌 “최선을 다해 노래하는”이라는 역할에 충실히, 이제는 “음악을 잘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공개한 그녀. 전곡 작사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In Bloom’ 은 유주가 그 다짐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증거 그 자체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스스로와의 약속을 늘 지키려고 하는 사람. 가수로서 활동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하고 싶은 것이 많아진다는 긍정적인 욕심을 가진 뮤지션, 유주가 ‘In Bloom’을 통해 한층 깊어진 음악 세계와 그 안에 담긴 고민과 성장을 이야기해주었다. 오직 빌보드코리아에게만 공개한 독점 화보와 함께!

Courtesy of AT AREA

무려 2년 5개월 만입니다. 앨범을 발표하지 못한 그 시간 동안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며 지내왔나요?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장 컸어요. 새로운 음악을 오래 기다려 주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요. 그래서 더더욱 가사에 도움이 되도록 글을 틈틈이 쓰고, 프로듀서님들께 받은 트랙으로 멜로디를 만드는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언젠가 앨범이 나올 날을 대비해, 더 좋은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도록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In Bloom’은 꽃처럼 매일 피고 지는 수많은 감정을 담은 앨범이라고 소개하셨죠. 흔히 꽃이라고 하면 만개한 밝음을 떠올리지만, 이번 앨범에는 ‘꽃이 지는’ 감정까지 담았다는 설명이 인상 깊었죠.

‘Blooming’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보통 화사하게 핀 꽃의 모습만을 생각하잖아요. 저는 그 개화한 꽃이 주는 향기로운 감정은 물론, 꽃에 핀 곰팡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어두운 감정까지도 모두 이 안에 담으려 했어요. 결코 닿을 수 없는 상대를 향한 아련하고 아픈 사랑을 같은 하늘 다른 자리에서 반짝이는 별자리에 빗댄 ‘오리온자리’, 시작부터 비뚤어진 관계를 노래한 “No Matter”, 사고처럼 벌어진 사랑을 그린 “그날의 사건(Feat. 정세운)” 같은 곡들이 그런 흐름에 있어요. 아무래도 ‘Blooming’이라는 단어가 주는 밝은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결로 채워져 있어서, 의외라고 느낄 수도 있을 거예요. (웃음)

팬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준비한 이번 앨범. 공개 직후 러뷰(유주 공식 팬덤명)들이 남겨준 피드백 중 유독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마지막 트랙 “구름에 걸린 노을처럼”을 듣고 매일 일몰 시간을 확인한 뒤 노을 사진을 올린다고 알려준 한 팬이 있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자신만의 챌린지를 이어가는 모습이 감사하면서도 정말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웃음) 또 최근 팬사인회에서 한 팬분이 “마음속 곰팡이 같은 감정을 유주님의 노래 덕분에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해주셨는데, 그 말도 깊이 남아 있어요. 팬들이 손 글씨로 정성껏 써 내려준 편지들도 빠짐없이 읽으며 하나하나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곰팡이처럼 스며든 감정과 마음속에 새겨진 멍 같은 감정을 담은 이번 앨범. 컨셉 포토 역시 이와 결을 같이하며, 멍자국을 피부에 그대로 표현했다.) Courtesy of AT AREA

그루비룸과의 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작업 내내 두 분께 많은 조언과 힘이 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피드백 스타일은 조금씩 달랐는데, 규정 피디님은 언제나 냉철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편이었고, 휘민 피디님과는 감정적으로 깊은 공감대를 이루곤 했죠. 특히 휘민 피디님과 타이틀곡 “REPLY 가사를 이야기하다가 함께 눈물이 고였던 순간이 있어요. 그 곡은 ‘소중했던 누군가에게 적어 보낼 수 있는 단 한 줄의 답장’을 담은 노래거든요. 그 주제에 관해 휘민 피디님이 계속 가사와 관련된 질문을 던지고, 제가 답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 순간 둘 다 눈물이 고였던 거예요. 그런데 그 상황이 감동적이면서도 어쩐지 웃기기도 해서 (웃음) 곧 둘 다 웃음을 터뜨렸죠. 같은 감정을 같은 타이밍에 느낄 만큼 서로 깊은 대화를 나눈 덕분에, 저 역시 곡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으로 기억돼요.

앳에어리어 입사 전과, 입사 이후 느낀 차이점이 있다고요?

입사 전에는 수장인 그루비룸 덕분에 ‘힙한 레이블’이라는 이미지가 유독 강했어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단순히 힙한 것 이상의 회사더라고요. 일 처리가 꼼꼼하고 체계적이라 매일 감탄하고 있습니다(웃음).

타이틀곡 “REPLY”는 ‘소중한 누군가에게 단 한 줄을 편지에 적는다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요. 팬들은 이 곡을 ‘유주가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또 어떤 분들은 과거의 자신에게 건네는 말로 받아들이기도 하는데, 이에 동의하시나요?

적어도 예술 안에서 틀린 해석은 없는 것 같아요. 받아들이는 건 온전히 듣는 이의 몫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그 해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누군가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 자체로 옳고 틀림을 판단할 필요는 없죠. 다만 해석을 굳이 덧붙이자면 “REPLY”에서 말하는 ‘소중한 누군가’는 듣는 사람에 따라 연인이 될 수도, 과거의 자신일 수도, 더 나아가 정말 사랑했던 일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Courtesy of AT AREA

타이틀 곡 외에 유독 마음이 쓰이는 곡이 있다면?

‘No Matter’를 꼽고 싶은데요. 이 곡이 앳에어리어라는 레이블에 유주가 있기 때문에 낼 수 있었던 장르라는 점에서요. 그만큼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제 모습이 많이 담겨 있어서 애착이 크고, 더 많은 분이 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번 앨범에서 특히 주목해서 들어주면 좋을 보컬 파트나 도전적인 시도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No Matter’에서 ‘Leave the secrets as they are’라는 가사가 두 번 등장하는데, 그 부분을 말하듯이, 설득하듯이, 또 속삭이듯 표현하려고 공을 들였어요. 그 노력이 곡 안에서도 잘 살아난 것 같아요. 그리고 “그날의 사건(Feat. 정세운)”의 인트로와 아웃트로는 여자친구 시절에 거의 보여주지 않았던 창법을 시도했던 파트라, 그 점을 주의 깊게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전곡에 작사가로 참여했습니다. 팬들은 “이 가사를 우리가 알던 여자친구 유주가 다 썼다는 게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가사를 잘 쓰기 위해 평소 어떤 노력이나 습관을 유지하고 계신가요?

저는 무언가를 경험하거나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순간의 감정을 자주 메모해 두는 편이에요. 정말 사소한 예로, 밤에 차를 타고 가다 창문 너머로 달을 올려다봤는데, 그날따라 크레이터가 멍 자국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러면 바로 “올려다본 달에 남은 멍 자국” 이런 식으로 기록해 둬요. 그리고 가사를 쓸 때는 너무 화려하고 추상적인 표현보다는 제 평소 말투를 자연스럽게 녹이려고 노력하죠.

(유주의 20대를 마무리 짓는 앨범이 될 ‘In Bloom’) Courtesy of AT AREA

‘In Bloom’이 지난 10년을 돌아볼 때, 유주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이때가 아니면 나올 수 없었던 앨범”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제 20대 마지막 순간을 담은 기록이라는 점에서요. 아마 오래오래 마음에 남을 거예요. 

앨범 준비 과정에서 여자친구 멤버들의 응원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신비에게 ‘오리온자리’를 미리 들려준 적이 있어요. 그냥 트랙 느낌이 괜찮다고, 살짝 들어보라고 했는데 “언니 목소리가 좋은데요?”라고 해줘서 기분이 참 좋고 고마웠죠.(웃음)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채워가고 싶나요?

이상하게도 해가 거듭될수록 하고 싶은 게 더 많아집니다. 이를테면 최근 SNS에서 공개한 기타 연습처럼, 언젠가 기타를 치며 노래할 날을 꿈꾸는 것처럼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의 10년도 그 어떤떤 아쉬움 없이, 음악과 다양한 활동으로 꽉 채워가고 싶습니다.

(최근 기타치는 취미에 새롭게 몰두하게 된 유주) Courtesy of @yuuzth

데뷔 초에는 ‘최선을 다해 노래하는’ 아이돌로, 최근에는 ‘음악을 잘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음악을 잘하는 사람’의 정의는 무엇이며,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음악이 계속 듣고 싶어지고 더 궁금해지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음악을 하는 거라 생각해요. 저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죠.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도 제 마음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음악도 경청하면서, 본업인 노래 연습까지 꾸준히 이어가려고 합니다.

함께 협업하고 싶은 해외 팝 아티스트가 있다면?

션 멘데스의 보컬 톤을 정말 좋아해요. 언젠가 그와 듀엣할 수 있는 날을 꿈꿔봅니다. 꿈은 모름지기 크게 가져야 하잖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