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트와이스 채영이 구축한 이토록 반짝이는 세상, ‘LIL FANTASY vol.1’

2025.09.22 | by Kwon Saebom
(채영이 빌보드코리아를 위해 보내온 사진) Courtesy of JYP Entertainment

변화무쌍한 케이팝 시장 속에서 데뷔 10년 차인 지금까지 최전선에서 자신만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는 그룹이 있다면 바로 트와이스일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서의 높은 인기에 가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부분이 있다면, 트와이스는 미국에서도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 2023년 미국의 소파이 스타디움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K팝 걸그룹 최초로 공연을 매진시켰고, 같은 해 빌보드 우먼 인 뮤직 어워즈에서 수상하며 또다시 역사를 썼다. 이어 2024년 미니 13집 With YOU-th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케이팝 아티스트 전체 중 여덟 번째, 트와이스로서는 처음으로 1위에 오르며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2025년 역시 미국 시장에서 위상을 한층 드높였다는 점에서 트와이스에게 더욱 특별한 해다. 정연, 지효, 채영이 참여한 넷플릭스 화제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 사운드트랙인 “Takedown”은 그룹이 보유한 빌보드 핫100 최고 순위를 갱신했다. 또한 미니 14집 타이틀곡 “Strategy (feat. Megan Thee Stallion)” 역시 빌보드 핫100에서 51위까지 오르며 완전체의 저력까지도 보여주었다. 또한 올 8월에는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 시카고에서 트와이스가 헤드라이너로 나서며 월드 클래스 아티스트로서의 입지를 다시금 굳혔다. 7월 19일 시작한 여섯 번째 월드투어 ‘THIS IS FOR’ 역시 어느 때보다 열렬한 전 세계 팬들의 뜨거운 성원 속에 펼쳐지고 있다.

트와이스의 9멤버 중 채영은 나연, 지효, 쯔위에 이어 솔로 커리어를 시작한 네 번째 주자가 됐다. 10곡 전곡 작사·작곡까지 직접 참여한 사실이 전해지며, 아티스트로서의 면모가 더욱 또렷하게 각인됐다. 그러나 이전에도 채영은 팀 안에서 언제나 독보적인 크리에이티브 감각을 뽐내온 멤버다. 첫 솔로 앨범명 LIL FANTASY vol.1을 들은 이들은 “정말 채영다운 앨범명”이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다운 이름으로 출발한 첫 솔로 앨범에서 채영은 메인 래퍼라는 타이틀을 넘어, 섬세한 보컬리스트로서의 매력을 한껏 펼쳐냈다. 믹싱 세션까지 깊이 참여하며 자신의 목소리가 가장 빛나는 창법과 디테일을 조율한 결과다. “트랙 하나하나를 ‘릴 판타지’라는 성 안의 열 개의 문으로 생각해 주세요”라고 설명한 것처럼, 앨범은 다채로운 색의 방을 하나씩 여는 듯한 여정을 선사한다. 이는 현재는 물론, 채영이라는 창작자가 앞으로 펼쳐갈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한껏 기대감을 품게 한다.

아이돌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K팝 여성 아티스트에게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몇 가지 편견이 있다. 하지만 채영은 그에 굴하지 않고 자기 내면과 꾸준히 대화해왔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에서 편안함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화분에 물을 주듯 스스로와 깊은 대화를 나눠온 지난날들. 타이틀곡을 포함해 10곡 전부를 직접 쓰고 부른 이번 앨범은,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 올린 확고한 주관이 꽃피운 결과물이다. “스스로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너의 취향을 지켜주고, 흔들리지 않고 버텨줘서.”라는 채영의 말이 유독 감격스럽게 다가오는 이유다. 또한 그녀는 이 작품이 누군가가 아직 펼치지 못한 자기만의 ‘릴 판타지’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더 나아가 K팝 안에서 아티스트가 개척할 수 있는 길이 한층 다양해지길 꿈꾸며, 그 새로운 루트를 열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아티스트로서 채영의 또다른 챕터가 시작되는 지금. 채영은 잠시 곁을 내어, 내면에 자리한 작은 성으로 우리를 초대해 방의 문을 하나씩 열 듯 조근조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Courtesy of JYP Entertainment

먼저 솔로 활동을 한 멤버들이 있죠. 어떤 조언을 건네주든가요?

많은 격려를 보내주었어요. “하고 싶은 거 다 해봐!”라면서요.(웃음) 음악방송 무대에도 모든 멤버가 찾아와주어 솔로 데뷔를 축하해주고, 아낌없이 응원해 줘서 여러모로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9월 12일 정식발매된 Lil Fantasy Vol. 1 앨범 소개에 앞서, 손채영의 내면 속 ‘작은 세계’는 어떤 것들로 채워져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제 안의 작은 세계는 구성하게 된 건 제 어린시절에서 많이 비롯되어 있는 것 같아요. 이를 테면 산 속에 있던 가족들의 집, 어머니에게 받은 따뜻한 사랑, 유년기에 즐겨보던 애니메이션 등이요. 그것들이 손채영 내면세계에서 코어를 이루고 있는 핵심 기억들이죠. 이를 기반으로 시기마다 어떤 경험을 겪느냐에 따라 저만의 빛깔을 바꿔나가는 것 같아요. 

그 세계는 채영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때로 누군가에게 조금 이상해 보일 지도 모르지만요. 저에게는 이 세계가 제일 ‘나’다울 수 있는 공간이에요. 억지스러운 모습을 보일 것 없이, 그저 편안한 이곳에서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이번 앨범을 듣는다면 저를 더 잘 이해하실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솔로 활동으로 무려 10곡을 담은 정규 앨범을 완성했습니다. 아이돌뿐 아니라 아티스트도 요즘은 이렇게 많은 수의 트랙으로 앨범을 가득 채우는 사례가 흔치 않은데. 10곡으로 꽉 채운 연유가 궁금합니다.

의미 있는 첫 솔로 앨범인 만큼, 그저 가볍게 지나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기 위하여 본격적으로 앨범 작업에 들어간 기간은 약 1년가량이지만.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그걸 어떤 식으로 표현해 갈지 찾아가는 과정에만 2년 넘는 시간을 투자했을 정도로요. 손채영이라는 사람을 이루고 있는 많은 것들을 한 장의 정규 앨범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10곡가량의 트랙이 모두 필요했습니다.(웃음)

전곡 작곡과 작사에 참여했어요. 그 과정은 어땠나요?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는지도 들려주세요.

앨범 작업을 위해 제 내면을 탐구하는 그 과정에서 스스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많이 돌아봤고, 그간 그린 그림들에서도 그런 음악적 영감을 많이 얻게 되었어요. 저를 이루는 또 하나의 큰 축인 친구들에게서도 영향을 받았고요. 그런 과정들 속에서 만들어진 곡 중에서 다시 한번 제 마음에 드는 곡들을 최종적으로 고르는 과정을 거쳐서 10개의 트랙을 최종적으로 앨범에 수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완성한 첫 앨범. 첫 트랙에서 마지막 곡까지의 여정을 동화책 줄거리처럼 소개해 준다면?

키가 작고 조용한, 누군가에는 조금 괴짜처럼 보일 수 있는 눈이 유독 맑은 한 소녀가 있어요.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걷다가 그만 길을 잃어버리게 된 거죠. 어딘지 모르겠는 곳을 헤매던 와중에 세 명의 귀여운 친구들을 만나게 돼요! 그들의 도움으로 ‘릴판타지’라 이름이 붙여진 한 성에 도착하게 되죠. 그 성은 소녀가 정말 꿈에 그리던, 모든 것들로 가득한 자신만의 세계로 채워진 이상향인 거예요. 그 곳에서 소녀는 꿈꾸고 바랐던 모든 것들을 마음껏 표현하고, 실현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Courtesy of JYP Entertainment

그런 흐름으로 흐르는 이번 앨범을 통하여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사람은 누구나 내면 안에 자신만의 작은 세계가 있다는 말이요. 저에게는 이번 앨범명 ‘릴판타지’와 같은 세상이 있었던 것처럼요. 제가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나만의 개성을 찾아나가고 이를 확장해 나간 끝에 결국 이 앨범을 만들어내고, 이를 대중에게 보여준 것처럼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앞으로 채영이라는 가수가 보여 줄 음악적 역량에 대한 기대감도 주는 작업이 되었으면 했고요. 또 이 앨범을 보여줌을 통하여 누군가에게는 조금 이상하고 특이한, 또 위험해 보일지 모르는(웃음) 제 취향을 ‘어때 괜찮지 않아?”라며 설득시키고 싶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무려 다섯 곡 “AVOCADO (feat. Gliiico)”, “BAND-AID”, “SHOOT (Firecracker)”, “GIRL”,  “DOWNPOUR (with Gliiico)’를 함께 만든 일본의 라이징 밴드 글리코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요?  “AVOCADO” 뮤직비디오에는 글리코가 직접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글리코의 음악을 듣게 되었는데, 일단 곡들이 정말 좋았어요. 하나둘 찾아보다가 트와이스 콘서트에 초대하게 됐죠. 그 이후로는 서로 정말 놀듯이 음악 작업을 종종 이어왔고 그 인연이 이번 앨범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이미 가족처럼 편안해진 분위기로 작업하다 보니, 그만큼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LIL FANTASY Vol.1’에서 주목해서 들어봤으면 하는 보컬적, 사운드적 시도를 알려주세요.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믹스 세션에도 참여해볼 수 있었는데요. 정말 신기하면서도, 충격적이라 말할 정도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믹스를 통하여 같은 곡이 전혀 다른 색깔을 입을 수 있다는 것, 그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조그만 디테일까지 함께 조정하며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요. 그 과정에서 사운드를 일명 ‘글로시’하게 잡아나갔는데요. 저 스스로는 노래할 때의 제 목소리가 아무래도 파워풀하기 보다는 여리고 구슬 같은 느낌이 강하다고 판단했거든요. 그 부분에 포커스하여 사운드 또한 이와 어울리는 글로시한 느낌으로 잡아나갔습니다.  아무래도 트와이스 채영으로 랩을 하던 모습이 더 익숙한 분들께는 이런 제 보컬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는데요. 그 목소리를 내비친 빈도가 적어서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동시에 녹음할 때는 소리가 어떻게하면 더 매력적으로 들리게 부를 수 있을까에 집중하면서 부르려고 애를 썼습니다.

Courtesy of JYP Entertainment

컨셉트 포토를 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자연스럽게 떠오는데요. 비주얼 기획에도 상당 부분 참여했다고요.

앨범 주제가 ‘작은 판타지 세계 안의 나’이기 때문에, 컨셉 포토 안에도 평소 스케치해 온 그림 속 세상의 모습을 가능한 한 많이 반영하려고 했어요. 그림 같은 경우는 굳어있는 생각을 다시 말랑말랑하게 해준다는 면에서 음악에도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제 분명한 취미 생활인데요. 이 그림들에는 제가 평소 존경하는 감독이기도 한 ‘팀버튼’의 스타일이 반영이 많이 되어있습니다. 워낙 좋아하는 감독이기 때문에 그 영향이 투영된 그림 역시 저를 구성하는 세계의 일부이기에. 더더욱 컨셉 포토 안에도 최대한 많이 구현하려고 애썻어요. 또한 트랙 하나 하나가 ‘릴판타지’라는 성 안에 놓인 10개의 문이라고 가정하고, 각각의 문을 열면 또 다른 빛깔로 채워진 방들이 펼쳐지는 걸 상상하며 비주얼과 음악과의 연결을 지으려 했습니다.

이 첫 정규 앨범이 채영에게 어떤 의미로 기억될까요?

내면에만 존재하던 나의 작은 판타지 세상을 처음으로 현실에 공표한 날? 그만큼 채영이라는 가수의 인생을 돌아보아도 아주 소중하게 기억될 의 첫 챕터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고맙다고 직접 말해주고 싶어요. 너의 취향을 지켜오며 그간 흔들리지 않고 버텨와 줘서요. 그 덕에 지금과 같은 앨범을 만들 수 있었고요. 

앨범에 ‘vol.1’이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이는 다음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암시처럼 들리는데요. 다음 음악 여정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요?

시기마다 달라질 것 같아서 저 역시 기대가 됩니다.(웃음) ‘vol.2’에서는 어떤 등장인물이 등장할까?부터 무슨 사건이 벌어질까까지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이제 막 첫 앨범을 공개했는데 얼른 두 번째 앨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앞으로가 기대되고, 무척이나 설렙니다.

Courtesy of JYP Entertainment

트와이스의 성취는 엄청납니다. 일본은 물론 영미권 차트에서도 그룹이 기록을 세우고 있는데요. 데뷔 10년이 훌쩍 넘은 장수 그룹임에도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을 보면 어떤 감상이 들지

여러모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크죠. 그래서 더더욱 활동을 해갈수록 음악적인 욕심이 커지는 것 같아요. 아이돌로 시작했지만, 점차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여 바라봐주시는 분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고요. 

정연, 지효와 함께  참여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사운드트랙 “Takedown” 참여를 제안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가 담긴 작품이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다가왔어요. 제가 워낙 애니메이션을 정말 좋아하기도 하고요(웃음), 그러니 케이팝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이라고 들었을 때는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더라고요. 또 기존에 트와이스로 불러온 곡들과는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새롭게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첫 솔로 앨범을 발매한 해이자, 트와이스로 데뷔한 지 벌써 10주년을 10월 20일에 앞두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기점이 되는 이 시기. 그간의 활동을 돌이켜본다면?

‘정말 열심히 달려왔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스쳐 가고요. 동시에 데뷔한 지 10년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쉼 없이 바쁘게 꽉 찬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면에서 뿌듯하기도 합니다. 그 점에서 트와이스가, 채영이 아직도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주는 존재들인 원스(ONCE)가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져요. 그럴 수 있었던 원동력이자, 힘이니깐요.

많은 아이돌이 뜨고 지는 시대에 트와이스가 지금까지 견고하게 팀을 이어올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팀워크라고 생각해요. 10년 동안 함께하면서 가족처럼 지내 왔고,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항상 바탕에 있었어요. 모든 멤버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수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꿈과 바람도 궁금합니다. 아주 작고, 소박한 당장의 미래부터 크고 먼 미래의 것. 무엇이든요.

우선 오래오래 음악하고 싶고요. 더 나아간다면 꿈이 있는 친구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더 나아가서 케이팝 안에서 아티스트가 펼칠 수 있는 길, 활동 반경이 좀 더 다양해졌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 저 역시도 그 새로운 루트를 개척해 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먼 미래에는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