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리사 월드’ 블랙핑크에서 솔로 아티스트 그리고 '보스' 가 된 리사 인터뷰
2024.11.15리사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눈썹을 약간 치켜세우고 입술을 살짝 오므린 채, 깔끔하게 정돈된 호두색 앞머리 너머로 시선을 던진다. “어디에서 살아요?” 대부분 사람에게는 그저 인사치레지만, 리사에게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처럼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제 집이 어딘지 정말 모르겠어요,” 리사는 들뜬 웃음과 함께 말했다. 기록을 세우고 경계를 허문 K팝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리사의 집은 서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리사는 어디에나 있다. 오늘 만나기로 한 LA에서는 새로운 음악 녹음을 위해 시간을 쓰고 있고, 고향인 태국에서는 HBO의 기대작 [화이트 로투스 시즌 3] 촬영을 마쳤다. 파리에서는 루이 비통의 새로운 앰버서더로 패션쇼 앞줄에 앉는다. “지금 어느 시간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리사는 키스 트랙 재킷과 셀린 배기 진을 입고, 스타들이 자주 방문하는 비버리 힐스 호텔 폴로 라운지의 아늑한 부스에 앉아 오렌지 주스를 홀짝이며 말했다.
27세의 리사(본명 라리사 마노반)는 몇 없는 여유 시간에 세계적인 장난감 프랜차이즈 팝 마트를 즐겨 찾는다. 귀여운 캐릭터에 푹 빠져있다. 희귀 피규어를 찾기 위해 파리에서 각기 다른 팝 마트 세 곳을 하루 동안 방문할 정도다. “수집품이 가구보다 많아요. 이제 걸어 다닐 공간도 없어요!” 혹은 있는 곳 최고의 태국 음식을 찾아 나선다. 리사가 LA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현지 유명 맛집인 Anajak이나 Jitlada에 가보라고 권하지만, 리사는 Ruen Pair를 더 선호한다. “(Anajak이나 Jitlada는) 제가 아는 그 맛이 아니에요. 고향의 맛이 아니고, 좀 다르게 느껴져요.”
"그냥 무작정 들어가요. 메이크업도 잘 안 하고, 이렇게." 머리카락을 얼굴 앞으로 당긴다. "들어가면 사람들은 저를 거의 못 알아봐요." 특히 미국 대중들은 리사를 알아봐도 별 일 아닌 듯이 반응한다. "그들이 와서 '당신 음악 정말 좋아해요, 인사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하고는 그냥 가요," 리사는 미국식 억양으로 활기차게 말한다. 만약 그들이 쿨하지 않다면? "뭐, 당연히 항상 이분이 있죠," 리사는 옆 부스에 앉아 있는 문신이 가득한 건장한 남성을 가리키며 말한다. 그제서야 그가 리사의 경호원임을 깨닫는다.
팝 음악계에서 가장 뜨겁고 매력적인 스타가 펼치는 화려하면서도 눈코 뜰 새 없는 제트세터 라이프, 그 생생한 현장으로 들어가 보자. 최근 싱글 “Rockstar”에서 리사는 공항 코드를 마치 알파벳처럼 줄줄 외우고(“MIA, BKK 다녀왔지. 진짜 예뻤어), 다국어 실력을 뽐내며(“‘리사, 일본어 가르쳐줄 수 있어?’ 난 ‘하이, 하이’”),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협업을 자랑스럽게 드러낸다.(“타이트한 드레스, LV에서 보냈어”) 마치 양말 서랍 속을 설명하듯 자연스럽다. 리사는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삶을 다루는 강렬한 곡과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한데 담아내는 몇 안 되는 팝 스타다. 블랙핑크가 아닌 솔로 활동을 시작하며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일은 리사의 큰 즐거움 중 하나가 됐다. "처음엔 정말 두렵고 긴장됐어요. 이런 식으로 혼자 나와서 제 일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리사는 목소리를 낮추며 다음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런데 지금은 재미있어요. 제 싱글이 나왔을 때 팬들의 반응이 저에게 정말 큰 위로가 됐어요. ‘오 마이 갓. 맞아, 내가 정말 잘했어!’라는 느낌이랄까요.”
팝 그룹으로의 성공이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하지만 블랙핑크는 그저 그런 그룹이 아니다. 다국적 멤버, 중독성 있는 훅 그리고 블록버스터급 MV를 내세운 블랙핑크는 세계 정복을 목표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데뷔 이후 루미네이트 기준 전 세계에서 400억 회 이상의 온디맨드 스트리밍을 기록했고, 빌보드 핫 100에 9곡을 올렸으며, 세계 최대의 무대에서도 공연을 펼쳤다. 2019년에는 코첼라 무대에 오른 최초의 한국 걸그룹이, 2023년에는 코첼라의 헤드라이너로 등장한 최초의 한국 아티스트가 됐다. 2022-23년 월드 투어 ‘Born Pink’의 마지막에 이르러, 동명의 앨범은 빌보드 200에서 첫 1위를 차지했으며, 블랙핑크는 미국에서 스타디움 공연을 매진시키는 몇 안 되는 K팝 아티스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BTS와 같은 동료 아티스트들과 함께 블랙핑크는 K팝과 미국 주류 음악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미국 아침 방송과 심야 쇼에 자주 등장했고, 영어로 노래를 발표하거나 미국의 히트메이커들과 협업을 이어왔다. 이는 이들의 소속사 YG 엔터테인먼트와 미국의 인터스코프 레코즈 간의 파트너십을 통해 더욱 수월해졌다.
블랙핑크 멤버들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을 지녔다. 제니의 자연스러운 쿨함, 로제의 싱어송라이터적인 감각, 지수의 언니 같은 우아함과 유머. 그러나 리사는 그중에서도 눈에 띈다. 리사는 마치 픽사의 램프처럼 ‘스웨그’가 넘치는 플로우와 크고 통통 튀는 에너지로 랩을 하며 힙합의 세계화를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 2021년 YG 엔터테인먼트에서 발표한 솔로 곡 “Money는 핫 97 라디오 스타일의 강렬한 비트로 핫 R&B/힙합 송 차트에서 36위에 오르며 K팝 아티스트로는 처음으로 이 차트의 톱 40에 진입했다. 같은 해, 메건 더 스탤리언, 오즈나와 함께한 DJ 스네이크의 협업곡 “SG”에서도 리사는 완벽하게 어울렸다. 솔로 음악을 작업하면서 리사는 장르에 대한 유연성이 자신의 강점임을 깨달았다. "제가… 좀 다 잘하는 것 같아요?" 리사는 부끄러워하며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한다. "그래서 ‘어, 해볼 만하지 않나!’라고 생각했죠.”
과거 K팝 스타들은 솔로 활동을 할 때 독립적으로 활동하거나(예: YG의 걸그룹 투애니원의 CL) 소속사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예: 하이브와 유니버설 뮤직 그룹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솔로 활동을 하는 BTS 멤버들). 그러나 리사는 자신의 매니지먼트 회사이자 레이블인 라우드를 설립하고, RCA 레코드와 파트너십을 맺어 마스터 음원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는 새로운 모델을 추구한다.
존 플렉켄스타인 RCA COO는 “리사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팝 스타 중 한 명으로 세계 정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우리도 함께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K팝 회사들은 보통 매니지먼트, 레이블, 에이전트 등의 기능을 한 곳에서 수행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운영한다. 그는 “케이팝 회사는 마케팅, 프로모션, A&R(아티스트와 레퍼토리 관리) 등에서 고유한 방식으로 운영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팬들이 익숙해진 구조를 확립하게 됐어요”라고 덧붙인다. “이 구조에서 다른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에요.”
리사뿐만 아니라 블랙핑크의 다른 멤버들도 각자의 새로운 단계를 시작하고 있다. 제니는 10월에 콜롬비아 레코드와 자신의 회사인 OA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밝고 경쾌한 곡 “Mantra”를 발표했다. 로제는 12월에 애틀랜틱 레코드를 통해 데뷔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며, 첫 싱글인 브루노 마스와의 듀엣곡 “APT.”는 빌보드 핫 100에서 8위로 데뷔하여 여성 K팝 솔로 아티스트로서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수는 그동안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연기 활동에 집중해 왔지만, 2월에 자신의 회사인 블리수를 설립했다. 리사는 지수가 결국 음악 활동도 할 것으로 생각한다. K팝 아이돌 세계에서는 스타들이 주도권을 갖는 경우가 드물고, 그들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상당하지만, 이제 이들은 완전히 새로운 경쟁 환경에 놓여 있다.
블랙핑크의 2025년 재결합 계획이 다가오는 가운데, 리사는 데뷔 솔로 앨범을 완성하며 K팝 스타에서 글로벌 여성 보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리사는 그 도전에 자신이 있다. 공식적으로는 라우드의 CEO지만, 그 호칭은 약간 쑥스러운 모습이다. “그렇게 부르진 말아 주세요,” 그는 웃으며 말한다. “저를 그냥 ‘보스’라고 불러주세요 — ‘보스 리사’.”
2023년 9월, 블랙핑크가 1년간의 글로벌 투어 [Born Pink]를 66회 공연으로 막을 내릴 때, 리사의 우선순위에서 잠은 한참 밀려 있었다. “엄청 피곤했어요. 그런데 모르겠어요, 일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뭔가를 해야 할 것 같고. 이상했어요. 제 몸이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어요. ‘삡! 삡! 삡! 너무 쉬지 마!’”
리사는 이미 자신의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블랙핑크는 그해 여름 데뷔 7주년을 맞이했는데, 이는 K팝 그룹에 중요한 이정표로 여겨진다. 7년은 K팝 업계에서 가장 일반적인 계약 기간이기 때문이다(K팝 팬들은 이 시점에 그룹이 해체하는 경향을 가리켜 ‘7년 징크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동안 블랙핑크의 활동 방향은 비교적 뚜렷했지만, 당시 멤버들은 계약 갱신을 고민하며 함께, 또 개별 활동을 포함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물론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싶죠. 블랙핑크는 우리 인생의 일부니까요. 여전히 더 많은 성취를 이루고 싶어요. 하지만 동시에 솔로 커리어를 위해서도 뭔가를 하고 싶었어요.”라고 리사는 말한다.
블랙핑크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그룹 활동을 위해 YG와 재계약을 맺었지만, 개인 활동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프리 에이전트가 됐다(다만, 로제는 솔로 매니지먼트를 위해 YG의 계열사 지분이 있는 더블랙레이블과 계약했다). 이제 리사는 자신의 길을 개척할 때가 됐고, 이를 위해 자신만의 팀이 필요했다.
리사가 가장 먼저 연락한 사람은 앨리스 강이었다. 강은 YG의 LA 지사에서 5년간 매니지먼트 팀에 있으면서 마케팅, 상품, 레이블 관계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며 리사와 가까워졌다. YG의 북미 지사를 이끌었던 조주종은 강을 리사의 전담 직원으로 배정했는데, “둘 다 성격이 유쾌하고 즐거워서 지금까지 완벽한 파트너십을 유지해 온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블랙핑크와의 투어로 오랜 시간을 집 밖에서 보낸 후, 강은 2023년 말에 일을 그만두고 조용한 휴식을 가지며 다음 계획을 구상할 참이었다. 강은 “연말도 다가오고, 이제 가족들과 보낼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그때 리사가 ‘안녕!’ 하고 연락을 해왔죠”라며 웃으며 말한다.
리사는 강에게 지금의 라우드가 될 회사를 함께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리사는 미국 음악 시장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고자 하는 열정이 있었어요,”라고 라우드의 글로벌 비즈니스 및 매니지먼트 책임자인 강은 회상한다. 라우드는 비욘세의 파크우드 엔터테인먼트처럼 아티스트가 설립한 다방면의 회사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리사는 다른 아티스트를 영입하거나 리한나처럼 거대한 사업을 일구겠다는 야망은 없다고 말한다. “라우드는 제 안전지대 같아요. 언제나 리사에게 집중하고 리사를 지지해 주는 곳이죠,”라고 설명한다. “저는 그냥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해마다 한 단계씩 가고 있어요. 그래서 올해는 새로운 음악 작업에 집중했어요.”
리사와 강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단계를 구상하면서, YG를 떠난 조주종도 자문 역할로 합류했다(조주종은 브랜드 컨설팅 회사 ABrands와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및 컨설팅 회사인 컬러 아티스트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YG 시절 주요 업무는 미국에서 네트워킹과 관계 구축이었고, 그는 리사의 핵심 팀을 구성하고 주요 레이블들과의 미팅을 주선하는 데 도움을 줬다.
RCA와 첫 만남부터 리사는 바로 마음이 맞았다. “미팅 끝나고 차에 타자마자 앨리스에게 ‘나, 그 사람들 좀 좋아하는 것 같아!’라고 말했어요,”라고 리사는 회상했다. 직감적인 느낌이 컸지만, RCA가 리사에 대해 충분히 준비해 온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들은 리사가 다섯 마리의 고양이를 키운다는 걸 알고, 고양이 스티커와 인형 등 고양이 테마의 소품이 담긴 선물 바구니를 준비했다. “RCA는 이번 만남을 철저히 리사에게 맞춘, 매우 개인적인 경험으로 만들어줬어요,”라고 강은 말한다. “이미 리사를 더 큰 스타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지원 계획까지 준비해 놓고 있었죠.”
RCA의 제안 요지는 라우드의 활동을 증폭시키고 리사의 강점을 더 강하게 하는 것이었다. “K팝은 팬들이 기대하는 바와 활동의 방향이 어느 정도 정의된 우주와 같아요. 리사에게는 우리의 자원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의 협업이 매우 신중한 선택이었죠,”라고 플렉켄스타인은 설명한다. 그는 예를 들어, K팝 아티스트들이 지상파 라디오 방송에 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덧붙인다. “리사는 이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느낌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지만, 우리가 그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RCA는 리사에게 안무가 션 뱅크헤드를 소개했다. 뱅크헤드는 노르마니와 테이트 맥레이와 작업한 경험이 있으며, 리사의 MV와 라이브 공연, 특히 9월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의 강렬한 메들리 무대에서 리사와 협업했다. 그는 리사가 안무를 습득하는 데 있어 "로봇"과 같다고 표현하며, 방콕에서 촬영 전날 'Rockstar' 안무의 대부분을 마스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리사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라고 그는 덧붙였다.
리사에게 이번 커리어 단계의 지휘는 새로운 세계를 여는 경험이었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대표가 된 지금, 예산이나 지출 보고서 같은 '기업적인 재미'도 즐기고 있을까? “아, 물론이죠,” 리사는 말한다. “아직 지루한 건 하나도 없어요. 모든 게 너무 새로워서요. ‘오 마이 갓, 이것도 내가 해야 한다고?’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도 해볼게요!”
“이제 모든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알게 됐어요,” 리사는 이어서 말한다. “YG에 있을 때는 모든 것을 다른 분들이 관리해 주셔서, 우리가 MV나 화보 촬영, 호텔에 얼마를 쓰는지 전혀 몰랐죠. 그런데 이제는 대략 알게 되니까, ‘아, 그렇구나. 이제 퍼스트 클래스는 그만 타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리사는 웃으며 스프레드시트를 살펴보는 듯한 손짓을 한다.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이 최악의 상사죠,” 조는 말한다. “리사는 결정을 내리니까 아주 훌륭해요.”)
리사는 라우드가 YG 같은 대형 회사와 비교하면 "가족 사업 같은 느낌"이라고 말한다. 현재 직원은 10명 미만이고, 진정한 스타트업답게 각 부서의 역할 구분도 유동적이다. 조주종은 라우드가 직면한 큰 과제 중 하나가 인력 부족이라고 말하며 “너무 바빠서 사람을 뽑을 시간조차 없었어요”라고 설명한다. 마치 목적지를 향해 달리면서 차를 조립하는 셈이다. “한쪽에서는 MV를 찍으면서 동시에 다음 MV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어요,”라고 조는 덧붙인다. “항상 하나를 하면서 다음 작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리사는 적어도 지금은 이런 방식이 좋다고 말한다. “요즘 앨리스랑 팀이랑 식사하러 가면 일 얘기를 멈출 수가 없어요. ‘오늘 저녁은 그냥 축하만 하자’고 다짐해도, 결국 그게 안 되더라고요. 경계가 없어요,”라고 리사는 말한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생각나는 게 있을 때 바로 말하지 않으면 까먹을 것 같아요.” 그녀는 잠시 멈추더니, “맞아요, 이건 좀 고쳐야겠어요”라고 덧붙인다.
성공은 이름에서부터 시작됐다. 리사의 원래 이름은 프란프리야 마노반으로 13살 때 YG 오디션에 참가했다. 하지만 답변이 오지 않자, 리사의 어머니는 점쟁이를 찾아갔고 그는 이름을 바꾸면 운이 좋아질 것이라고 권했다. 이는 태국 문화에서 흔한 풍습이다. “우리는 정말 간절했어요,”라고 리사는 2021년 YG 솔로 곡에 대해 이야기하며 말했다. 리사에 따르면 “칭송받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라리사”로 이름을 바꾼 바로 다음 주에 YG에서 서울로의 연습생 초청이 왔다고 한다.
K팝 연습생 시스템은 일종의 ‘초고강도 아티스트 개발 프로그램’과도 같다.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뽑힌 10대 연습생들은 오랜 시간 음악과 춤을 배우며 그룹 내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이 과정은 긴 연습 시간과 적은 휴식, 빈번한 평가, 그리고 끊임없이 탈락의 위협이 도사린 혹독한 환경이다. 리사에게는 고립감을 느낄 때도 많았다. 처음 시작할 때 영어를 조금 할 줄 알았지만 한국어를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제가 한국어에 집중하기 위해 함께 연습하던 친구들에게 ‘라리사와는 영어 금지’라고 말했어요,”라고 그는 회상합니다. 하지만 리사에게는 이 길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저는 무대에 서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리사의 미래 그룹 멤버들도 이에 동의했다. 제니는 2019년 빌보드 인터뷰에서 “리사는 모든 평가에서 항상 A를 받았어요”라고 전했다.)
리사는 솔로 활동을 시작하며 자신의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작년 가을, 조주종은 리사의 녹음 세션을 주선하며, 블랙핑크의 주요 곡들을 작곡·프로듀싱한 테디와의 협업 외에도 다양한 프로듀서들과 작업하기를 권유했다. 이를 통해 리사는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모색하고 있다.
많은 아이돌 그룹 출신과 달리, 리사는 블랙핑크에서 창의적 제약을 느끼지 않았다. 리사와 멤버들은 항상 테디가 이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준다고 말해왔다. 리사는 최근 일부 신곡 작업에 공동 작사로 참여하기 시작했지만, 단지 크레딧을 쌓기 위해 쓰는 것은 아니다. “저는 ‘그래, 내가 이 곡을 다 쓸 거야’ 이런 식은 아니에요,”라고 그는 말한다. 그래도 블랙핑크에서 자신의 역할은 확고했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블랙핑크에서 저는 래퍼이기 때문에 항상 랩을 해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하지만 이제는 제가 훨씬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걸 세상에 보여줄 기회예요.”
강렬한 비트와 테임 임팔라를 연상케 하는 브레이크다운을 갖춘 “Rockstar”는 블랙핑크 사운드와 리사의 새로운 장을 연결하는 곡이었다. “출시 초기부터 기존 핵심 팬층에 확실하게 다가가고 싶었습니다,”라고 플렉켄스타인은 말한다. 이후 싱글들은 리사가 목소리에 새로운 질감을 더하며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New Woman”은 로살리아와의 협업곡으로, 아찔한 비트 전환과 스웨덴의 히트 메이커 맥스 마틴과 토브 로의 크레딧이 돋보이는 곡이다. 달콤한 “Moonlit Floor (Kiss Me)”는 식스펜스 넌 더 리처의 “Kiss Me”를 차용하며 최근의 디스코풍 히트곡들, 예를 들어 사브리나 카펜터의 “Espresso”나 도자 캣의 “Say So”와 결을 함께한다. “모든 면에서 더 많은 창의적 자유를 느끼고 있어요,”라고 리사는 말한다.
K팝 아이돌은 종종 데뷔 초기에 연애와 파티를 자제하며 깨끗한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는다. 이러한 규범은 점차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 라이즈의 멤버 승한은 여성과 키스하고 흡연하는 사진과 영상이 온라인에 유출된 후 활동을 중단하고 결국 그룹을 탈퇴했다.
리사는 서서히 성장 중이다. 블랙핑크가 코첼라에서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섰을 때, 리사는 폴댄스를 선보인 후 욕설이 담긴 새로운 “Money” 버전을 열정적으로 불렀고, 팬들은 그가 그 순간을 얼마나 즐기는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그 버전을 부를 날만 기다리고 있었어요,”라고 리사는 말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제니가 먼저 제안했다고 덧붙인다. “제니가 ‘리사, 그냥 해. 여긴 코첼라잖아. 다들 그렇게 해’라고 말했어요.” 오늘날 리사의 새로운 행보에서는 성숙함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10월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무대에서는 란제리 차림의 모델들과 함께 공연했고, 더 과감한 가사들도 선보였습니다. “I’m a rock star… Baby, make you rock hard”와 같은 직설적인 이중 의미가 블랙핑크의 장난기 어린 관능미에 들어맞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조금 더 자유로워진 느낌이에요,”라고 리사는 자신의 이미지를 설명하면서 말한다. 그는 그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느낀다. “우린 이제 신인이 아니에요. 저는 27살이고 30살을 향해 가고 있죠. 물론 아직 젊지만, 우리에게 더 많은 유연성이 생긴 것 같아요. 게다가 별난 것도 아니에요,”라고 덧붙인다.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을 뿐인데, 그게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요. 누군가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 한 괜찮다고 생각해요.” (연애 생활에 대해 “Moonlit Floor”에서 언급한 ‘초록 눈동자의 프랑스 소년’에 대해 살짝 놀리자, 프레데릭 아르노와의 열애설이 있는 리사는 어깨 너머로 시선을 돌리며 능숙하게 머리를 휘날리고는 장난스레 말한다. “그 곡은 제가 쓴 게 아니에요.”)
안무가 션 뱅크헤드는 리사가 실시간으로 자신의 변화를 탐색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전 작업에서 릴 나스 엑스의 MV 속 샤워실 누드 댄스나 카디 비와 메건 디 스탤리온의 그래미 어워드 퍼포먼스 등 충격적인 연출을 선보여 왔다. 리사와의 작업에서는 몇 차례 한계를 넘는 시도를 했지만, 리사가 아직 편하지 않다고 느낀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에서 더 섹시한 브레이크다운을 제안했을 때, 리사는 오히려 더 과감한 연출을 원했다. 현재 리사의 성장통은 주로 신체적인 부분에 있다. 뱅크헤드는 "힐을 신고 스플릿 동작을 반복하다 보니 리사가 약간의 부상을 입었습니다."라고 전했다.
블랙핑크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폭발적인 불꽃 연출이나 반짝이는 의상 교체가 아니라 앙코르 무대다. 멤버들은 각자 블랙핑크 굿즈를 입고, 평소의 역동적인 안무 대신 서로 장난을 치며 무대를 즐긴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순간에도 서로를 지겨워하지 않는 드문 걸그룹처럼 보인다. 멤버들이 각자의 솔로 프로젝트를 선보이면서도, 그들은 여전히 서로의 가장 큰 지지자이자 응원자로 소셜 미디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 잘 알고, 각 프로젝트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지 알아요,”라고 리사는 말한다. “그래서 서로에게 응원을 보내고, ‘정말 잘했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니와 로제가 최근에 자신만의 곡을 발표했잖아요. 우리는 문자로, 페이스타임으로 계속 연락하고 있어요. 그들은 가족 같아요. 그들이 무언가를 발표하는 게 정말 기뻐요. 이건 우리 모두가 원했던 일이니까요. 정말 그들의 노래를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어요.”
리사는 블랙핑크가 2025년에 재결합할 것이라고 확인하며 "정말 기다려져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결합의 구체적인 형태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듯하다. YG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초 그룹의 공식 컴백과 내년 월드 투어 계획을 발표했지만, 리사에게 투어에 대해 묻자 그는 약간의 의구심을 담아 "그들이 그렇게 말했나요?"라고 답했다. 강도 "저도 잘 모르겠어요. YG의 공식 발표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리사가 앞으로 자신의 커리어와 그룹 활동을 어떻게 병행할지는 우리도 차차 알아가게 될 것”이라고 플렉켄스타인은 말한다. “제 직감으로는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겁니다. 사실 이런 일에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왜 규칙이 필요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현재 리사는 솔로 투어 계획이 없으며, 완성된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앨범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어떤 음악을 즐겨 듣고 있는지 묻자, 리사는 “말하기 부끄럽지만 제 앨범을 들어요. 트랙 리스트랑 여러 요소를 고민하면서, 바꿀 부분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어요”라며 웃는다. 그녀의 팀이 들려준 미완성곡들은 영국의 개성파 아티스트 M.I.A.와 Loose 시절의 넬리 퍼타도를 연상케 한다. 발라드도 포함될까? “다 들어 있어요,”라고 리사는 말한다. “제가 얼마나 다양한 것을 소화할 수 있는지에 놀라게 될 거예요.”
2019년, 블랙핑크가 처음으로 본격적인 미국 활동을 위해 LA에 왔을 때 만난 리사는 세상을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된 듯 보였지만, 동시에 그룹에게 쏟아지는 기대에 긴장한 모습도 있었다. 할리우드 사인을 보자 창가로 달려가던 그가 기억난다. 여유롭고 농담도 서슴지 않는 지금의 리사는 이 여정을 진심으로 즐기는 듯하다. 리사는 6년 전의 자신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을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을 거예요,” 리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한다. “그건 재미없잖아요! 점쟁이가 뭔가를 말해주면 그게 머릿속에 계속 남아 있는 것처럼요. 누가 ‘너 이거 이길 거야’라고 말하면, ‘아, 어차피 이길 거니까 아무것도 안 해도 되겠네’라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러면 결국 그걸 이루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제 예전 모습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녀는 부스에 기대어 말한다. “ ‘지금 하고 있는 거? 그냥 그대로 계속해.’ ”
Credit
Edit by Nolan Feeney
Photographed by Joelle Grace Taylor
Styling by Nan Nist
On set Styling by Nicole Van Dalen
Hair by Jesus Guerrero at the Wall Group
Makeup by Ariel at Prtnrs
Manicure: Mei Kawajiri at Red Repres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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