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COVER

“이건 나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솔로 앨범을 위해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는 제니의 이야기

2025.01.10
This image has an empty alt attribute; its file name is billboard-coverstory-jennie-interview-01.jpg
제니가 입은 톱은 준지, 쇼츠는 레트로페테, 시계는 오메가.
사진은 윤송이 포토그래퍼

제니의 '투 두 리스트'는 매분매초 늘어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제니는 자신의 독립 레이블 론칭과 첫 솔로 앨범 발매 준비에 몰두했다. 여기에 더해, 그가 속한 글로벌 K팝 그룹 블랙핑크의 재결합 일정까지 겹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파티를 기획하거나 앨범 작업을 하는 것도 즐겨요. 재미있긴 하지만, 가끔은 힘들기도 하죠.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이런 상황 속에서 제니는 앨범 발매일 밤 파티를 상상해볼 시간조차 없었다. 물론, 그런 시간을 낼 수 있다 해도 말이다.

10월 말, 서울 강남의 한 사진 스튜디오의 작은 방에서 편안히 소파에 앉아 있는 제니의 모습은, 드라마 가십걸의 ‘잇 맘’ 릴리 반 더 우드슨이 지친 하루를 보낸 뒤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블랙 팬츠와 후드 집업을 맞춰 입은 제니는 촬영 내내 카메라를 응시했던 눈을 잠시 쉬기 위해 선글라스를 썼다. 그 역시 잠시 쉬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선글라스는 제니가 2024년 4월 젠틀몬스터와 협업해 선보인 개인 라인 젠틀 살롱의 제품이다.

28세의 제니는 바쁘게 돌아가는 주변 상황 속에서도 놀라울 만큼 차분해 보였다. 동시에, 그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졌는데, 이는 제니에게 자유로움을 주는 동시에 부담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제니는 완벽을 추구하는 과정이 끝없이 피곤하고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절대 부족한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최근 이러한 태도는 그의 새 앨범을 둘러싼 비밀스러움으로 드러났다. 스스로를 “워커홀릭”이라 표현한 제니에게 이는 단순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오랫동안 꿈꿔온 프로젝트를 완벽히 완성하려는 과정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앨범 발매에 대한 압박감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항상 ‘죄송해요, 아직 말씀드릴 수 없어요’라고 말해야 하는 건 저도 별로예요.” 제니는 2024년 초부터 작업을 시작한 앨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여전히 이 앨범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거의 다 왔다고 말하고 싶어요.” 제니는 웃으며 말했다. 작업 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 중 하나는 무엇일까? “시간 관리를 잘 못하더라고요,” 하고 웃음을 덧붙였다.

제니가 입은 톱은 자크뮈스, 모자는 에어리어
사진은 윤송이 포토그래퍼

14살에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시작해 20살에 블랙핑크 멤버로 데뷔하는 등 제니의 커리어는 분명한 방향으로 철저히 관리되어 왔다. 철저한 준비와 노력은 제니에게 역사적인 성과와 글로벌 명성을 안겨줬다. 2019년, 블랙핑크는 K팝 걸그룹 최초로 코첼라 무대에 올랐고, 4년 후에는 아시아 아티스트 최초로 헤드라이너로 공연했다. 그리고 2022년에는 멤버 리사, 로제, 지수와 함께 발매한 두 번째 정규 앨범 Born Pink로 빌보드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한국 여성 그룹으로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러나 탄탄히 구축된 성공의 길은 제니가 자신의 창의적인 목소리를 탐구할 시간은 거의 허락하지 않았다. 2016년 블랙핑크 데뷔부터 2023년까지 제니는 YG를 통해 2018년 발표된 한영 혼합곡 "Solo"와 2023년 댄스 팝 장르의 You & Me 단 두 개의 솔로 싱글만 발매했다. 이중 "You & Me"는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동안 제니는 자신의 솔로 앨범을 “꿈을 완성하는 조각”이라고 부르며, 이를 완성하려는 열망을 키워왔다.

2023년, 블랙핑크 멤버들이 그룹 활동을 위해 YG와 재계약을 맺는 동시에, 처음으로 솔로 활동에서 자유로운 계약 상태가 되었을 때, 제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블랙핑크의 마지막 투어를 하는 동안, 저는 이미 다음 계획을 세우고 있더라고요. 저는 원래 그런 사람이에요. 내 인생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리스트로 만들고, 무엇이 가장 우선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금세 깨달았어요. ‘아직 솔로 앨범을 내는 꿈을 이루지 못했네.’ 그 목표를 달성해서 스스로 만족하고 싶었어요.”

명확한 계획이 세워지자, 제니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2023년 12월, 제니는 자신의 독립 레이블 오드아뜰리에(OA)를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24년 초, 로스앤젤레스에서 본격적인 “앨범 작업 과정”을 시작했다. 제니는 프로젝트의 “99%를 LA에서 작업했다”고 말한다. 2024년 9월에는 콜롬비아 레코드와의 협업을 발표했고, 10월에는 파워풀하고 자신감 넘치는 첫 싱글 "Mantra"를 발매했다. 이 곡은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 차트에서 2위,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서 3위를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오랜 여정이었어요. 미국 아티스트들은 보통 앨범 하나 만드는데 몇 년을 쓰지만, 제니는 올해 안에 블랙핑크 활동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니 시간 제한이 있었거든요.”라고 OA의 글로벌 비즈니스 책임자이자 제니가 “오른팔”이라고 부르는 앨리슨 창은 설명했다. “제니는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의 예술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 했어요. 처음에는 잘 맞지 않는 프로듀서나 작가들을 만나는 일이 많았고, 그만의 사운드를 찾는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첫 번째 완벽한 싱글 "Mantra"를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이 싱글은 제니의 솔로 커리어 시작을 알리는 곡으로 세상에 공개됐죠.”

제니는 연습생 시절 동안 스타가 되기 위한 대부분의 과정을 익혔지만, 모든 것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압박감과 무게에 대해서는 준비가 부족했다고 회상한다.

“사실, 연습생 시절에도 다른 사람들이 정한 것만으로는 절대 만족하지 못했어요. 모든 팀에 ‘다른 옵션도 볼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보곤 했죠. 그래서 이런 과정에 익숙하긴 하지만, 이건 마음의 문제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네가 혼자서 해야 해,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해.’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리고 가끔은 그게 가장 무서운 느낌이에요. 때로는 아침에 일어나서 ‘모든 걸 통제하는 게 싫어’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Mantra”에서 제니는 “LA에 막 도착했어(Just touched down in L.A.),”라고 노래하며, “우린 인앤아웃(In-N-Out) 들렀느라 20분 늦을 거야,”라는 가사를 덧붙인다. 이 곡이 발매된 며칠 후, 제니는 다시 LA로 돌아왔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지미 키멜 라이브에서 "Mantra"를 선보이기 위해서였다. 이 무대는 제니의 첫 미국 TV 솔로 데뷔 공연으로, 오랜만에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콜롬비아 레코드의 A&R 부사장 니콜 킴은 “"Mantra"는 제니에게 좋은 시작이었어요. 팬들이 기대하는 제니의 모습을 잘 보여줬죠. 춤추고, 노래하고, 동시에 랩도 하는 모습이요.”라고 평가했다.

그날 밤, 제니는 팬에서 관객으로 변신했다. 그는 찰리 XCX, 트로이 시반, 그리고 드라마 디 아이돌에서 함께 출연한 릴리 로즈 뎁과 사진을 찍었다. 제니는 2023년 방영된 충격적인 드라마 디 아이돌l에서 TV 연기 데뷔를 했다. 이 작품은 한 야망 넘치는 팝스타(뎁)와 프로듀서(위켄드) 사이의 논란적인 관계를 다뤘다. 제니는 뎁과 더 위켄드와 함께 작업한 협업 싱글 "One of the Girls"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핫 100 진입을 이루기도 했다.

제니는 서울과 비교했을 때 LA에서 “더 많은 자유”를 느낀다고 말했다. “먹고 싶을 때, 가고 싶은 곳에 언제든 갈 수 있어요.” 하지만 두 도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저는 LA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배워요.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좋은 환경이죠.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제니는 11월에도 LA로 돌아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Camp Flog Gnaw Carnival에서 매트 챔피언의 무대에 깜짝 등장해 그들의 2024년 협업곡 "Slow Motion"을 선보이고, 백스테이지에서 도이치와 함께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2024년 4월, 그는 솔로로 코첼라 무대에 데뷔하기 위해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올 예정이다.)

제니는 앨범 대부분을 LA에서 녹음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주 의도적인 선택이었어요. 저를 던져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거든요. [서울에서는] 오랫동안 만들어 놓은 편안한 환경에 익숙해져서, 그게 더 이상 즐겁지 않았어요. 스스로에게 계속 말했죠. ‘이게 네 커리어고 네 인생이라면, 탐구하고 배워야 해.’”

제니가 입은 코트는 알렉산더 맥퀸, 톱은 데이비드 코마, 하의는 코페르니
사진윤송이 포토그래퍼

제니는 데뷔 앨범을 작업하기 전까지 테디라는 K팝 베테랑 프로듀서와만 작업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작업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몇 달 동안은 새로운 사람들로 가득한 방에 들어가서 저를 내던지는 일이었어요. 그냥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며 '이게 맞는 방향일까?'라고 스스로 계속 물었어요. 결국 음악적으로도, 친구로서도 잘 맞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Mantra"는 일렉트릭 필, 송라이터 빌리 월쉬, 점파, 클라우디아 발렌티나 등과 함께 작업했으며, 로잘리아와 카밀라 카베요와 협업한 엘 귄초가 프로듀싱했다.)

제니는 YG 연습생으로 6년을 보냈는데 이는 블랙핑크 멤버 중 가장 긴 시간이다. 그는 솔로 앨범 작업을 하면서 그 당시의 시간을 돌아보며, 특히 자신의 취향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때는 정말 많은 음악을 들을 수 있었어요. 그게 이 앨범을 만드는 초기 과정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설명할 수 없어요. 블랙핑크가 떠오를 때는 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 과정은 정말로 '그때 내가 관심 있던 게 뭐였지?'라고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어요. 그때의 시간이 시작하는 데 큰 역할을 했죠."

제니의 어린 시절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 김제니로 태어난 그는 어머니가 1990년대 팝 음악을 많이 틀어주셨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 시절 한국에서 그것이 "드물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서양 문화에 대한 열정이 컸어요. 노라 존스와 백스트리트 보이즈를 틀어주셨죠. 자연스럽게 저는 R&B에 끌렸어요. 물론 한국은 K팝 문화로 유명하니까 그것도 친숙했어요. 항상 음악이라는 아이디어에 빠져 있었어요." 제니는 어머니와 지금도 "매우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 자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제니가 입은 톱은 마크공
사진은 윤송이 포토그래퍼

어린 시절부터 제니는 독립심을 강하게 갈망했다. 10살 때 어머니와 함께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여행을 다녀온 후, 제니는 그곳에서 한국인 가정과 홈스테이를 하며 5년 동안 학교를 다녔다. 그곳에서 영어를 배웠고, 친구들처럼 중간 이름을 갖고 싶다는 바람에서 ‘루비 제인’이라는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냈다. “제 안에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에 능숙한 것 같아요. 그게 제가 좋아하는 제 모습이에요.”

이런 캐릭터들은 곧 발매될 그의 솔로 데뷔 앨범에서 모두 드러날 예정이다. 물론 아직 공개를 꺼리는 몇 가지 참여 아티스트들도 있다. “저 자신을 제니 루비 제인으로 완성하고 싶어요. 말하자면, 그것이 하나의 온전한 사람이 되는 과정이죠. 앨범이 발매되면 무슨 의미인지 분명히 알게 될 거예요. 다양한 장르와 요소를 시도했어요. 어떤 곡에서는 랩을 하고, 또 다른 곡에서는 노래를 부르고, 화음을 쌓거나 대화를 하기도 해요. 앨범 전체적으로 제가 모든 곡을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억지로 앨범에 넣어야 하는 곡을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그 점에 대해 정말 많이 노력했죠. 그리고 다행히도 많은 사람들이 저를 믿고 지지해줘서 ‘와, 이제 준비가 됐구나’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어요.

새로운 레이블의 이름을 정할 때, 제니는 자신이 원하는 이름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있었다. 아름답게 보이고 들리며, 자신과 팀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이름. 하지만 너무 특정하지 않아 활동의 폭을 제한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상징하는 이름이었으면 했어요. 누군가가 우리를 정의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프랑스어로 협업 작업실이나 스튜디오를 뜻하는 '아뜰리에'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오드아뜰리에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고 제니는 전한다. “아뜰리에는 우리가 예술을 창작하는 공간이에요.”

2023년 말 레이블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직후, 제니는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었다. “‘네가 선택한 길이 어떤 건지 알고 있니?’ 정말 모든 걸 걸거나 아무것도 안 하거나의 상황이었어요,” 그는 회상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내 레이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팀과 관계를 쌓아가며 자연스럽게 함께 꿈을 꾸기 시작했죠. 많은 멤버들과 오랜 시간 함께 일해왔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각자의 길을 갈 기회가 생겼을 때, 그게 아마 6년 후쯤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죠. 그래서 독립적으로 삶을 시작할 용기를 냈고, 그 과정에서 모든 것이 새로운 배움이 되었어요. 이제 1년이 지나고 나니, 제가 이 레이블을 시작할 용기를 냈다는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이보다 더 자랑스러울 순 없어요.”

OA에 다른 아티스트를 영입할 계획이 있는지 묻자, 제니는 이 순간이 얼마나 벅찬지 분명히 드러나는 답변을 내놓는다. “이 질문을 정말 자주 받는데, 제 대답은 ‘제발, 지금은 이 앨범 작업만으로 너무 바빠요. 아직 그런 방향으로 생각을 돌릴 여유는 없어요,’”라고 웃음 섞인 한숨과 함께 말했다.

OA의 글로벌 비즈니스 총괄인 창은 2019년 YG 엔터테인먼트 USA에서 블랙핑크를 포함한 아티스트들의 라이선스, 상품화, 지적 재산권을 담당하던 시절 제니를 처음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정말 잘 맞았어요,” 창은 말한다. “그때부터 매일 보며 유대감을 쌓았고, 결국 블랙핑크와 관련된 일뿐만 아니라 제니의 개인 활동까지 관리하게 되었죠. 투어도 함께 다녔고요. 그러다 2023년에 제니가 이렇게 말했어요. ‘나 OA를 만들고 싶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알았어요. ‘이 사람 정말 똑똑하다’고,” 창은 이어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고, 야망도 크죠. 서로에게 기대하는 수준도 굉장히 높아요. 솔로 아티스트로서 그는 자신의 창의적인 방향과 글로벌 아티스트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에 있어 더 큰 자율성을 갖게 됐어요. 이제 제니는 더 자유롭게 날개를 펼칠 수 있게 된 거죠.”

제니가 입은 드레스는 자크뮈스
사진은 윤송이 포토그래퍼

제니가 아시아 음악 시장을 대표하는 한국의 팝스타로 성장하길 바라는 기대감은 마치 배드 버니가 스페인어 음악 시장을 대표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제니와 그의 팀만으로는 세계를 정복하기 어려웠다. 창은 미국 시장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 더 많은 자원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죠,” 창은 말한다. “우리는 미국 레이블과 협력해야 했어요.”

제니와 창은 2023년 말 여러 레이블과 회의를 가졌고, 최종적으로 콜롬비아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 이유는 콜롬비아 팀이 보여준 적극성과 제니에 대한 깊은 연구 덕분이었다. “제니는 자신의 뿌리와 유산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깁니다. 그는 미국 시장을 포함해 글로벌 아티스트로 자리 잡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팬 기반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그들을 자랑스럽게 만들고 싶어 하죠,” 콜롬비아에 합류하기 전 BTS를 포함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하이브에서 일했던 김은 말한다. “우리 팀도 그가 이를 성취할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돕고 있다고 생각해요.” (추가 지원을 위해 제레미 얼리히가 OA와 공동 매니지먼트를 맡게 된다. 그는 2010년대 후반 인터스코프의 사업 개발 부사장으로 활동하며 YG와의 대화를 중재해 블랙핑크가 인터스코프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제니를 둘러싼 네트워크가 확장되더라도, 그는 그 중심에 확고히 자리 잡고 있으며 모든 결정의 주체로 남아있다. 제니는 자신이 이렇게 결단력을 가지게 된 이유로 자신이 “넘버원 보스 레이디”라고 부르는 어머니를 꼽는다. “다른 곳을 볼 필요조차 없어요. 어머니는 제가 여성으로서, 리더로서, 그리고 제 자신으로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셨어요. 어머니는 제 우상이죠,” 제니는 감탄하며 말한다.

블랙핑크에서 활동하던 시절, 제니는 타협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신의 앨범 작업에서는 타협해야 할 대상이 오직 자신뿐이었다. “저, 그리고 제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저는 설득하기가 정말 어렵거든요,” 그는 말한다. “저와 일하는 건 쉽지 않아요.” 이런 이유 때문에 제니는 이번 경험을 갈망했다. 그것은 그에게 비유적인 거울을 들여다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건 제가 필요했던 것이었고, 원했던 것이었어요,” 그는 점점 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한다. “스스로를 더 알아갈수록, 제 자신을 더 사랑하려고 노력하게 돼요. 한때는 그런 걸 전혀 몰랐던 시절도 있었어요. 제가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조차 몰랐던 순간들. 그때는 정말 막막했죠. 그런데 이제 그 단계를 벗어나 제 자신에게 이렇게 몰두하고 있다는 게 정말 자랑스러워요.”

“자신을 잃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에요. 그리고 그건 괜찮아요,” 제니는 덧붙인다. “K팝, 팝 음악, 이런 수많은 레이블들을 쫓아가며 혼란스러워했던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돌아보면, 그때의 제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아마도 그 혼란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조금 더 즐겨봐. 왜냐하면 나중에는 잃어버렸다고 생각할 시간조차 없을 때가 올 테니까.’”

블랙핑크의 단체 채팅방은 간단하면서도 딱 맞는 이모지로 표현된다: 네 명의 가족. 제니는 멤버들이 가능한 한 자주 그곳에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에 너무 바빠요. 매일 서로에게 전화를 걸 수는 없죠,” 제니는 말한다. “비록 자주 만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어도, 다른 해와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져요. 왜냐하면 서로가 서로를 위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정말 전화 한 통이면 되는 거리거든요. 이제는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는 마음도 너무 커졌어요. 그래서 축하할 일이 있거나, 기뻐할 일이 생기면 우리는 항상 함께해요.”

블랙핑크의 헌신적인 팬, 블링크들에게 2025년의 재결합은 새로운 음악과 투어를 포함하며, 이는 로제가 최근 발표한 솔로 앨범, 리사의 곧 나올 앨범과 화이트 로터스 출연, 지수의 새로운 K드라마와 디올 캠페인에 이어지는 축하할 일이다. “멤버들이 그리웠어요. 그들과 함께 투어를 돌던 시간이 그립고, 우리의 유쾌했던 순간들이 그리워요,” 제니는 말한다. “멤버들이 무엇을 가져올지 기대돼요. 모두가 이번 기간 동안 각자의 여정을 걸어왔잖아요. 그걸 멤버들과 나누게 될 날이 정말 기대돼요. 이번에는 우리가 보여준 적 없는 가장 강렬한 모습이 될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어요.”

블랙핑크 멤버들이 계속 성장해 나가는 가운데, 창은 제니의 여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의 변화를 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제니는 굉장히 수줍고 내성적인 사람이에요,” 창은 말한다. “그런 제니가 이 모든 과정을 거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성장했는지에 정말 감탄했어요. 제니는 자신의 마음을 이 일에 온전히 쏟아부었어요.”

김이 회상하기로, 제니가 앨범을 녹음할 당시 그는 거의 매일 밤새도록 작업 세션에 몰두했다. “새벽 6시나 7시까지 스튜디오에 있길 원할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어요. 더 오래 머물면서 작업을 더 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정말 열정적이었어요. 제니가 스튜디오에서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는 건 저에게도 큰 영감을 줬어요.”

제니가 입은 드레스는 안나키키
사진은 윤송이 포토그래퍼

제니의 앨범 대부분은 결국 “내가 경험한 것, 내가 공감하는 것, 혹은 내 삶에서 원하는 것”에 대한 깊이 개인적인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블랙핑크로 활동하던 시절과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만의 방식으로 전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는 말한다.

스튜디오 안팎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가 있었기에, 제니의 삶의 일부는 처음으로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것은 바로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삶이라는 깨달음이었다. 유동적인 스케줄 속에서 그는 종종 몸이 리듬을 따라가거나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 관리를 우선시하는 법을 배웠다. “이건 정말 드문 일이지만,” 그는 말한다, 완벽한 하루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아침에 커피나 차를 마시고, 필라테스를 하고, 사우나나 목욕을 한 뒤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집을 정리하는 거요. 그게 제게 치유예요.”

이런 점은 오늘 빌보드 촬영을 준비하며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에도 그가 생각했던 부분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팀과 영감을 나눴다. “제가 말했어요. 10대이고 이 직업이나 이 세계를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제 경험에서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이건 당신의 삶이에요. 그리고 평생을 살아야 해요. 단 10년도 아니고, 3년도 아니에요. 꿈을 쫓는 건 정말 멋진 일이지만, 사는 걸 잊지 마세요.’”

현재 제니는 자신의 조언을 따르고 있다. 솔로 데뷔가 계속되는 솔로 활동의 시작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간단하게 답했다. “저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지 말아 주세요. 저는 지금의 현재를 살고 싶어요. 그리고 다음 단계로 천천히 나아가고 싶어요.”

그는 이런 방식을 이전에 가져본 적이 있었을까?

“전혀 없었죠,” 그는 말한다. “매일매일이 지금의 저를 만든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