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메뉴바로가기
BILLBOARD KOREA
NEWS
위기를 기회로 삼는 케이팝
OCTOBER 18, 2021 박준우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라이브 콘서트 'BANG BANG CON The Live'

 

코로나19 이후 음악 산업은 큰 타격을 겪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년 콘텐츠 산업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연 매출이 -9.6%로 감소했다. 수출 역시 -8.9%로 감소했으며, 플랫폼 시장은 성장했지만 공연 산업이 무너지면서 체감할 수 있는 위기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케이팝 역시 마찬가지다. 해외 팬덤 유입은 물론이고 매출에도 큰 역할을 했던 월드 투어가 취소되면서 타격이 컸다. 언택트 공연과 같은 포맷으로 국외 팬들을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은 이어졌지만 내수 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다.

 

120개국 13만 명이 시청한 ​샤이니의 첫 온라인 콘서트 'Beyond LIVE - SHINee: SHINee WORLD'


비대면,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 

공연과 이벤트 대부분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면서 팬덤 문화를 비롯해 여러 가지가 변했다. 예전처럼 공개 방송을 통해 응원하는 문화는 사라질 수밖에 없었고, 팬 사인회 역시 열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에는 정식 공연장으로 등록되지 않은 공간에서는 공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답답함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팬 사인회는 영상 통화로 그 방식이 바뀌었고, 포토 카드를 ‘러키 드로’와 같은 방식으로 선보이는 경우도 생겼다. 케이팝 그룹은 자연스럽게 플랫폼이나 채널 출연으로 눈을 돌려야 했고, 자체 콘텐츠도 열심히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변경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문화를 좀 더 향유할 수 있는 지역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케이팝 이벤트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장점도 생겨났다. 영상 통화 팬 사인회는 상대적으로 돌발 변수를 줄이며 안전하게 진행되었고, 온라인 콘서트는 누구는 가까이에서 보고 누구는 멀리서 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거리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보는 이들끼리의 동질감을 묘하게 높였다.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팬덤 수가 늘어나기도 했고, 여기에 위버스나 유니버스와 같은 팬덤 플랫폼이 자리를 잡는 중이다. 이제 ‘안방 덕질’이라는 단어는 옛말이 되었고, 사람들은 온라인 콘텐츠에 좀 더 지갑을 열게 되었다. 케이팝 그룹이 출연하는 채널도 다양해졌고, 어떻게든 활동 반경을 넓히거나 바꿔야 하는 시점에서 시장 내 기획사들은 나름의 노력을 해오고 있다. 그러면서 매출의 감소 폭을 줄였다. 

물론 부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한국레이블산업협회를 비롯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케이팝 그룹이 속한 기획사가 언택트 콘서트를 위해 플랫폼을 사용하며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가 어마어마하며, 일부 플랫폼은 지나치게 큰 분배율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언택트 공연 플랫폼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만큼 초기에는 불안전한 모습을 보이며 결국 큰 플랫폼의 튼튼한 서버나 인프라, 안정적인 운영을 쉽게 넘어서지 못했다. 언택트 콘서트 플랫폼이 여러 개가 생겨나며 건강한 경쟁을 하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에서는 소수의 플랫폼이 언택트 공연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이다.


팬덤 시장, 팬덤 플랫폼 

BK투자증권을 비롯한 복수의 경제 관계자는 팬덤 시장 규모를 약 8조 원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팬덤 시장은 과거의 막연한 예측과 달리 가시적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과거에는 2차 창작이나 멤버들이 참여하지 않는 비공식적 이벤트가 상대적으로 비가시적 영역에서 진행되었다면, 이제는 그러한 부분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중이다. 앞서 말한 위버스와 유니버스가 자체 콘텐츠는 물론이고 팬들의 요구에 맞게 조금씩 발전하며 팬덤, 아티스트와의 호흡을 맞춰가는 중이다. 유니버스는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위버스는 대형 그룹뿐만 아니라 해외 아티스트까지 입점시키며 월드와이드 플랫폼으로 다가서는 중이다. 실제로 꽤 많은 언어로 번역 기능을 제공하고, 서비스 자체도 여러 언어를 지원한다. 위버스는 브이라이브까지 흡수하면서 업계 단독 1위의 포지션을 한동안 유지하게 되었다. 팬덤 플랫폼 내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해외 음악가와 팬덤을 모두 흡수하며 국내 점유율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력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 중이다. 유니버스에게도 가능성은 있다. 조금씩 입점 아티스트를 늘리는 중이며, 위버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할 방법을 모색 중이다. 무엇보다 기술 기반의 엔씨소프트를 모회사로 지니고 있는 만큼 팬덤의 감성을 좀 더 이해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이러한 경쟁 구도에 버블까지 가세하며 팬덤 플랫폼 시장은 더욱 커지는 중이다. 버블은 아티스트와 실제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 덕에 경향의 “엔터업계 요즘 왜 더 잘나가? 팬덤 플랫폼 ‘3강 구도’에 동반성장”, 스포츠동아의 “위버스 vs 버블 vs 유니버스…글로벌 팬덤 플랫폼 경쟁 ‘후끈’”, 뉴시스의 “[초점]팬덤 시장 8조원 ‘팬더스트리’ 각축전...하이브·SM·엔씨 3파전” 등 복수 매체가 팬덤 플랫폼을 3강 구도로 해석하는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하면서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하이브 


하이브가 개척해 내는 새로운 케이팝 시장

대부분의 관계자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론을 펼치고는 있지만, 하이브가 선보인 공격적인 행보 앞에서 그러한 위기론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스쿠터 브라운의 회사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하여 하이브 아메리카를 구축했고, 일본에도 회사를 설립했다. 또 음악 산업 전반 혹은 그 외의 영역까지 빌드업을 구축하며 종합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중이다. 하이브는 워너브라더스와 협업하며 HBO를 통해 BTS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는가 하면, 유니버설뮤직그룹과 북미에 합작 법인을 설립하며 새로운 그룹을 론칭할 것을 예고했다. 여기에 앞서 말했듯 위버스컴퍼니와 YG플러스를 통해 하이브-네이버-YG 간의 지분 교류로 시너지를 내며 국내에서도 대규모로 사업을 펼치는 중이다. (네이버가 위버스컴퍼니에 3,000억 원 투자 및 브이라이브 양도, 하이브는 위버스컴퍼니와 함께 와이지플러스에 700억 원 투자) 해외에서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짧게 한 줄로 쓸 수 있기는 하지만, 행보 하나하나가 결코 쉽거나 적은 규모가 아니다. 과거라면 국내 기획사가 워너브라더스, 유니버설뮤직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비즈니스를 한다는 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하지만 이제 하이브는 더 큰 곳을 향해 나가는 중이다. 물론 하이브 못지않게 큰 소식이 또 존재한다. 연 매출 1조 원을 예상하는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를 출범시킨 카카오는 국내 타 업계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큰 회사 중 하나가 되었고, CJ ENM과 NC 또한 합작 법인을 설립하여 음악 시장에 뛰어들었다. 결코 작은 회사가 아니며 이들의 행보 또한 큰 움직임임에도 불구하고 하이브의 거침없는 행보 앞에서는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과거의 산업 규모와 다르게 대기업 간의 경쟁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광폭 행보 가운데 벌어지는 문제점도 있다. 바로 중소 규모에 해당하는 기획사와의 양극화다. 그러다 보니 작은 기업이 큰 기업에 흡수되는 일도 많아지고, 중소 아이돌 그룹은 성장보다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러한 가운데 RBW와 WM의 합병 소식은 업계 내에서 좋은 힌트가 되기도 했으며, 위버스가 우아 woo!ah!를 입점시키는 등 팬덤 플랫폼이 작은 규모의 아이돌 그룹을 입점시키며 긍정적인 차원에서의 순환을 도모하고 있기도 하다. 아마 이러한 양극화의 해결이나 가능성 있는 작은 그룹의 성장은 앞으로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숙제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종료되면 이러한 양극화는 더 커질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큰 기업은 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에서 가상 팬 사인회를 연 블랙핑크


풀어야 하는 숙제: IP, 메타버스, 종합 엔터테인먼트

케이팝 시장은 다른 음악 시장보다 훨씬 빠르고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만큼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아마 산업을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훌륭한 관찰 대상이자 가장 머리 아픈 연구 소재일 것이다. 케이팝은 특히 IP 산업에도 눈을 뜨고 있다. BTS는 웹툰, 드라마, 게임, 캐릭터 등 다양한 형태로 콘텐츠를 생산하며 많은 기획사와 시장 전체에 좋은 레퍼런스를 선보이는 중이다. 후발 주자들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메타버스까지 화두로 떠오르며 블랙핑크와 트와이스는 제페토에서 이벤트를 펼쳤고, 해외 음악가들은 이미 포트나이트나 로블록스 등을 통해 이벤트를 열고 있다. 눈 깜짝하면 변하는 것이 음악 시장이다. 아마 올해가 지나고 나면 또 많은 것이 변해 있을 것이다. 국내 클래식 음악계도 온라인 콘서트를 선보이고 케이팝 그룹은 더 많은 컴백 공간을 찾아 나서는 것처럼.

여기에 팬덤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지갑을 열 대상이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케이팝 음반 시장은 36% 증가했고, 해외에서의 음반 구매량 못지않게 국내 음반 구매량도 늘었다. 앞서 이야기한 러키 드로 같은 형태의 이벤트도 한몫했을 것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을 서포트하기 위해 지갑을 열고 싶지만 그 개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많은 전문가는 코로나19가 끝나도 온라인 기반의 시장, 그러니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같은 플랫폼이나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점유율이나 구독자 수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의 환경에 익숙해지거나 오히려 이것이 더 편한 세대가 서비스를 누리고 있고, 지금의 소비에서 오프라인 형태의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지 소비가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다수다. 케이팝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스테이씨의 하이업 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로 이동한 것처럼 아마 기획사 간의 움직임도 좀 더 커질 것이고, 당분간은 시너지라는 키워드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산업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핸들링을 수월하게 하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규모를 빠르게 키우는 것이 그나마 가장 금방 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