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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박물관이 되다
MAY 28, 2021 김윤하

 


하이브 인사이트 입구. (Courtesy of HYBE INSIGHT)

지난 5월 14일 ‘하이브 인사이트(HYBE INSIGHT)’가 개관했다. 올해 초 하이브(HYBE)로 사명을 변경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약 4,700㎡ 규모로 조성한 이 곳은, 용산에 위치한 하이브 신사옥 지하 1~2층에 위치한 케이팝 뮤지엄이다. 사실 케이팝과 뮤지엄을 연결하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개관했던 SM타운 뮤지엄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 내 SM타운에 자리했던 SM타운 뮤지엄은 소속 아티스트들의 데뷔에서 현재까지의 역사를 총망라한 것은 물론 활동 의상이나 소품 전시, 증강현실을 이용한 가수들과의 가상 만남 등 다채로운 관객 체험형 콘텐츠를 시도하며 특히 한국을 찾는 해외 팬들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개관 2주 차, 직접 경험한 ‘하이브 인사이트’는 팬덤의 체험을 기반으로 한 기존 케이팝 뮤지엄의 정신은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뮤지엄’이라는 정체성에 보다 초점을 맞춰 기획되었다는 인상이 강했다. 한마디로 방탄소년단에서 엔하이픈까지 하이브라는 레이블이 보유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그 콘텐츠를 방문객들에게 어떻게 ‘전시’처럼 체험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전시장에 입장하고 처음 만나게 되는 건 ‘음악’이다. 기존 사명에서 ‘엔터테인먼트’를 빼고 플랫폼 기업으로의 체질 변환을 시도하고 있는 하이브지만, 자신들의 시작이 음악이었고 앞으로도 음악일 것임을 강조하는 느낌이 강했다. 소리(Sound), 춤(Movement), 스토리(Story) 3개의 키워드로 나눠 구성한 공간 가운데 특정 곡의 레이어를 나눠 들을 수 있게 만든 ‘사운드 레이어 Sound Layers’의 인기가 높았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Fake Love’ 앞에는 입장 시간대와 상관 없이 다양한 국적의 팬들이 길게 줄을 서 청취를 기다리는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지하 2층 한가운데 자리한 건 음악을 표현하고 대중에게 전달하는 수단으로서의 춤을 집중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만든 ‘다이내믹 무브먼트 Dynamic Movement’였다. 방탄소년단, 뉴이스트, 여자친구 등 하이브에 소속된 유명 케이팝 아티스트의 춤을 디구루 등 색다른 아티스트의 음악에 맞춰 동작 위주로 재구성한 이곳은 영상이 재생되는 커다란 화면으로 둘러싸인 것만으로도 압도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홀린 듯 반복되는 영상을 몇 번이고 관람하는 관람객도 적지 않았다. 

한편, ‘인스파이어링 스토리 Inspiring Story’에는 노랫말에 대한 아티스트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인터뷰나 해당 노랫말을 스튜디오 햇빛, 팡팡팡 그래픽실험실 등 다수의 아티스트 그룹과 함께 시각화한 작품, ‘화양연화’부터 ‘여왕의 기사’까지 독특한 세계관으로 사랑 받은 하이브의 작품을 입체적인 지도나 팝업북으로 재구성한 시도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준비했지만 아티스트가 몸으로 직접 전하는 에너지가 주는 압도감에는 미치지 못했다. 

 

 

영상관에 전시된 180여 개의 트로피 (Courtesy of HYBE INSIGHT)

 

둘로 분리된 공간을 이어주는 건 하이브의 지난 이력과 지금껏 받은 각종 트로피를 극적인 연출로 감상할 수 있는 영상관이다. 하이브가 지나온 시간을 일종의 기업 철학에 녹여 시각화 한 영상의 하이라이트는 상영관 한 쪽 벽을 가득 채운 트로피에 조명이 비춰지는 순간이었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MAMA, 한국대중음악상에 이르는 180여 개의 트로피가 내뿜는 위용은 자연스레 관람객 모두의 탄성을 자아냈다. 환호를 뒤로 하고, 전시는 지하 1층으로 이어진다. 

 

 

제임스 진 작품 (Courtesy of HYBE INSIGHT)

 

지하 1층에는 '일곱 소년의 위로 SEVEN PHASES’라는 제목이 붙은 대만계 미국인 작가 제임스 진 JAMES JEAN의 전시로 시작된다. 방탄소년단 멤버를 꽃의 정령에 비유해 그린 캐릭터 작품과 노래 '전하지 못한 진심'의 노랫말 '외로움의 정원에 핀 너를 닮은 꽃'에서 착안한 작품 ‘가든 Garden을 지나고 나면 하이브의 음악을 향기, 진동, 오르골 등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본격 체험형 공간이 등장한다. 아티스트들의 의상이나 액세서리, 기념품을 직접 관람하고 촬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관람객을 두 개의 팀으로 나눈 AR 게임이 진행되기도 했다.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관람객의 체험을 극대화한 콘텐츠로 전시에 흥미로움을 더했다. 물론 관람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념사진 장소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Dynamite’의 빌보드 핫 100 1위를 기념해 맞춘 액자 앞이었다. 

 

 ‘Dynamite’의 빌보드 핫 100 1위를 기념하는 공간

 

 

평균 관람 시간 2시간이 빠듯하게 느껴지는 전시는 방음 시스템으로 외부의 모든 소리가 단절된 공간에서 음악과 소리의 소중함을 되짚어 보는 공간 ‘음악의 여운’(Resonance)과 아티스트 인터뷰 영상으로 마무리된다. 아티스트들의 솔직한 마음을 만날 수 있는 인터뷰도 감각적인 편집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수 분여 간 아무 소리도 존재하지 않는 흔치 않은 경험을 제공하는 ‘음악의 여운’이 꽤 긴 여운을 남겼다. 음악을 매개로 만난 사람들이 바로 그 음악이 없는 곳에서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음악을 생각한 순간이었다. 전시가 끝나고, 벽에 적혀 있던 ‘만약 세상에 음악이 없다면 WHAT IF THERE IS NO MUSIC IN THE WORLD’이라는 질문이 새삼 크게 다가왔다. 우리 안의 음악이 커져 이곳까지 왔다. 그 끝이 어디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마치 2021년 ‘하이브 인사이트’를 만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과거의 사람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