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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피알 이안과 마이토
MARCH 16, 2021 이도연

“행복한 감정만 좇는 사람들에게 ‘우울해도 괜찮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DPR IAN (디피알 이안)은 우울의 여러 얼굴을 담은 8개의 트랙을 엮어 ‘Moodswings In This Order’라고 지었다. 이것이 DPR IAN의 첫 솔로 앨범이다. 

 

첫 미니 앨범 발매를 앞둔 기분이 어때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예전부터 너무 원했던 건데 지금은 앨범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어서 실감이 잘 안 나요.

 

음악 활동을 계속 해왔지만, DPR 설립자 또는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더 잘 알려져 있잖아요. 그래서 EP 발매 소식에 좀 놀랐어요.

음악을 오래 했지만 DPR 설립하면서 영상 쪽으로 기반을 다지고 싶어 거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여유가 생기니 다시 음악에 손이 가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이제 제자리로 돌아온 거죠.

 

그래도 앨범을 내고 싶게 만든 배경이 있지 않나요?

어린 시절부터 조울증이 있었어요. 이를테면 수학 수업 도중에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거나 했죠. 예전엔 우울하거나 침울한 감정과 계속 싸우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받아들였어요. 한 2~3년 전부터 제 안의 다른 자아들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게 음악이 된 거죠. 

 

창작자에겐 우울한 감정은 긍정적으로 쓰이잖아요. 조울증이 음악을 만들 때 오히려 도움이 된 거네요. 

맞아요. 침잠됐을 때 무언가를 만들면서 극복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영상도 시작하게 된 거고요. 우울을 극복하는 방법이 예술이나 창작이었어요. 기분이 좋을 때는 음악을 즐기고, 우울할 때는 만드는 편이거든요. 이번 앨범의 99%는 제가 극도로 우울했을 때 만든 거예요. 

 

앨범 제목 ‘Moodswings In This Order’의 줄임말이자 첫 번째 트랙 ‘MITO(마이토)’가 이 앨범의키워드인 것 같은데, 마이토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 앨범은 조울증을 모티프로 했어요. 마이토는 우울할 때 나타나는 저의 또 다른 자아에요. 그런데 이건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봐요. 특히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에 말이죠. 보통 우울감을 안고 있는 사람을 보면 정신적인 문제로 치부하거나 약하다는 등의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잖아요. 그래서 제 안의 우울한 자아를 멋있게 인격화(마이토) 시킴으로써 사람들이 더 이상 그 감정들을 불편하게 느끼지 않았으면 했어요. 우울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다스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제 경우처럼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요. 이번 앨범 속 마이토는 악당 같아 보이지만 이안에게는 필요한 존재에요. 오히려 이안이 약한 자아이고 마이토가 이안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존재죠. 


  


수록곡 가운데 ‘No Blueberries’, ‘So Beautiful’, ‘Welcome to The Show’ 등 몇 편의 뮤직비디오를 이미 공개했어요. 연결된 스토리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등장하는 인물을 보면 또 달라 보이더라고요.

공통된 주제는 있지만 뮤직비디오 속 캐릭터가 다 달라요. 각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인물은 마이토의 또 다른 자아 같은 거죠. 이를테면 ‘So Beautiful’에서는 마이토가 처음 등장했을 때라 조커처럼 자신감 넘치고 당찬 모습이에요. 또 ‘No Blueberries’는 하나에 꽂히면 거기에 미치는 캐릭터인데, 블루베리를 먹지 않는 콘셉트에요. 남들에게는 그저 블루베리 한 알에 지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괴물 같은 치명적인 존재일 수도 있다는 걸 표현했죠. 우울의 여러 모습을 담았다고 보면 돼요.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직접 연기도 했잖아요. 음악∙연기∙감독 등 모든 역할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예전엔 뮤직비디오 현장에서 연출에만 신경쓰면 됐는데, 이번엔 연기도 동시에 해야 하다 보니 너무 힘들었어요. 연기를 하면서도 조명이나 카메라에 자꾸 신경이 가더라고요. 또 제가 연기를 잘 하는 게 아니라 될 때까지 하는 타입이라 신경 쓸 게 많았죠. 나중엔 다 내려놓고 연기를 하긴 했는데 민망하더라고요. 


앞에서 각 뮤직비디오마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했는데 어떤 캐릭터의 연기가 가장 힘들었나요?

아직 공개되지 않은 뮤직비디오 속 캐릭터에요. 호기심이 많고 기분이 고조됐을 때의 캐릭터인데, 촬영 현장에서 갑자기 제가 다운된 거죠. 그걸 이겨내고 연기 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촬영하면서 잊지 못할 순간이 있다면?

‘So Beautiful’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비를 맞는 장면에서 처음으로 마이토 역할을 연기했어요. 진짜 제 우울한 감정에서 표출된 악당 같은 영혼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될까 봐 걱정을 많이 했죠. 근데 마침 촬영장에서 다운이 됐고, 당시 무얼 했는지 기억이 안 날 만큼 빠져서 연기했어요. 정신을 차려 보니 스태프들이 모두 환호하고 있더라고요. 모니터링을 하는데 진짜 제 안의 마이토를 만난 기분이었어요. 잊지 못할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DPR의 음악이 어렵진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나 세계관을 이해하려면 시간을 가지고 들여다봐야 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그게 저희 DPR만의 문화가 된 것 같아요. 무엇을 하든 신선한 걸 하고 싶어요. 신선해야 새로운 길들이 생기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저희 음악을 깊이 파고드는 만큼 저희에 대한 애정도 깊어진다고 생각해요. 100명이 그냥 저희를 ‘아는 뮤지션’ 정도로 생각하는 것보다 단 10명이어도 깊이 있게 알아줬으면 해요. 저희가 만든 음악을 가지고 리스너들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소통했으면 좋겠어요.

 

음악과 뮤직비디오 작업을 모두 경험했는데, 사운드와 비주얼 중 더 끌리는 게 있나요?

사운드요. 사운드는 상상하게 만들잖아요. 음악을 만들 때 항상 장면이 우선이에요. 한 캐릭터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무슨 색감인지 등을 떠올리고, 거기에 연상되는 배경 음악을 만드는 식이에요. 그게 맞아떨어지면 소름이 돋아요. ‘So Beautiful’도 어떤 장면이 먼저 떠올랐고, 거기에 어울리는 사운드를 찾아가면서 완성했어요. 제 앨범을 단편 영화의 O.S.T.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어요. 


앞으로 대중들에게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싶나요? 
장르의 경계 없이 어떤 음악이든 다 해볼 것 같아요. 뮤지컬도 좋아하고, 어린 시절 헤비메탈 밴드도 하는 등 정말 많은 음악에 영향을 받으면서 자랐어요. 그때그때의 감정을 잘 표현해 주는 장르나 사운드를 찾아서 음악을 만들려고 해요. 사실은 음악 스타일보다 세계관이나 스토리를 더 확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마블 영화의 스토리에 빠지잖아요. 그 요소들을 DPR 팀에 가져오고 싶었고, 저희가 만들어낸 스토리가 음악을 더 흥미롭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DPR LIVE (디피알 라이브)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과 저의 세계관이 부딪혀서 또 하나의 앨범을 나올 수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이번 앨범을 감상하는 팁 같은 게 있을까요?
첫 솔로 앨범이지만 음악은 물론이고 구성∙영상∙연출∙연기 등 모든 걸 직접 했어요. DPR 팀이 항상 그랬듯이 음악은 물론이고 스토리가 연결되는 뮤직비디오 시리즈, 메시지를 담은 피지컬 앨범 등 여러 방식으로 음악을 보여 주려고 노력했으니 저희 음악을 다양한 방법으로 경험해 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