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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의 한국 음악, ‘힙한 국악’
OCTOBER 07, 2020 블럭

과거의 것 혹은 전통의 영역이라고만 여겼던 한국의 음악이 서양의 문물과 합을 시도한 것은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재즈 명가 ECM 레이블의 카탈 로그에 실린 것이 1994년이며, 당시 앨범 [Then Comes The White Tiger]는 ECM 고유의 결을 지키면서 완성도와 실험 정신 모두 챙겼다. 그러나 김덕수 사물놀이패는 음악적으로 깊이 있는 실험보다는 대중에게 더 알려지는 방향을 택했다. 때마침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2002년 월드컵을 비롯해 2000년대에는 국가 차원의 대형 이벤트가 많았다. 한국의 전통 음악은 응원의 도구로 쓰였고, 그 과정에서 기획의 규모에 맞춰 비보이, DJ, 오케스트라와 다양한 협연을 했다. 반면 서양의 악기로 한국의 음악을 풀어내려는 시도도 있었다. 김수철과 김도균은 1980년대부터 기타로 산조를 연주하는 시도를 선보였고, 1988년 김도균은 자신의 첫 정규 앨범 [Center of The Universe]에서 한국의 음악을 서양의 악기로 풀어내고자 했다. 김수철 또한 1989 년 [황천길]이라는 앨범을 통해 그러한 시도의 결과를 보여줬는데, 이 과정에서 김수철은 1986년 아시안 게임 전야 제를 비롯해 큰 행사의 음악감독을 맡아왔다.


(사진=잠비나이) 

(사진=아마도이자람밴드) 


이후 한동안 한국의 음악을 현재 시점에서 풀어내려는 시도가 적었으나, 2010년대 이후 새로운 시도는 한꺼번에 늘어났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소리프론티어’가 시작된 것이 2010년이며, 잠비나이가 첫 EP를 발표한 것 역시 2010년이다. 이즈음부터 앙상블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악기의 조합을 지닌 그룹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가야금으로 캐논 변주곡을 연주하거나 비보이와 함께 상모를 돌리던 틀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밴드의 형태로 고민을 표현하는 음악가 들이 탄생했다. 물론 2010년 이후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이자람은 2004년부터 아마도이자람밴드를 결성했고, 2008년에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 [사천의 선인] 을 바탕으로 ‘사천가’를 작곡·가창했다. 2014년에 권송희가, 2017년에 이나래가 전주세계소리축제 소리프론티어에서 수상한 이후 2019년 이날치의 멤버로 등장한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진=이날치)

  

(사진=씽씽) 

 

잠비나이의 탄생과 더불어 당시 이루어졌던 것이 젊은 국악인들의 소리 탐구였고, 이는 서양 악기와의 조화를 꾀하는 과정은 물론이고 국악인 본인이 직접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내는 결과까지 이끌어냈다. 숨su:m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박지하와 서정민은 함께 활동할 당시에도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냈고, 지금은 각자 좋은 작품 활동을 하는 중이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음악감독 정재일 역시 창작 국악 그룹 푸리의 멤버로 일찍이 합류했는데, 여기에는 어어부 프로젝트 멤버였던 원일 음악감독과 소리꾼 한승석이 있었다. 이 그룹에서 한승석을 만난 정재일은 함께 [바리 abandoned]를 만들어 광범위한 매체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어어부 프로젝트에는 원일 외에도 음악감독 장영규가 있었는데, 장영규는 2015년 씽씽이라는 그룹을 이희문, 추다혜, 신승태와 함께 결성한다. 아마 많은 사람이 요즘 관심을 가지는, 소위 말하는 ‘힙한 국악’의 형태는 여기서 출발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당시 씽씽은 NPR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출연하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리고 해체한 이후에도 꽤 많은 팬덤을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프론트에 있던 세 소리꾼이 워낙 매력적이었다. 

  


(사진=추다혜가 시문(기타), 김재호(베이스), 김다빈(드럼)과 함께 결성한 '추다혜차지스')


(사진=이희문)

특히 이희문은 프렐류드와 함께, 그리고 솔로로서도 여 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이희문&허송세월&놈놈 (OBSG)이라는 이름으로 씽씽을 함께했던 신승태와도 호흡을 맞추며 [오방神과]라는 파격적인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음악뿐만 아니라 무대에서도, 시각적으로도 경계 없이 한국의 음악을 파격적으로 선보이는 그는 경기 민요 이수자인 동시에 현재를 대표하는 음악가다. 다른 한 명인 추다혜 역시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데, 무가를 중심으로 그 세계를 펼쳐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꽤 많은 국악의 변형이 민요나 정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면, 추다혜는 굿판에 담긴 소리를 직접 체득하고 익힌 동시에 그것을 세련된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형태로 풀어낸다. 이는 조력자인 시문, 김재호, 김다빈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무가라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허투루 다루지 않으면서 굿판의 좋은 부분을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중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매력적인 가창자이자 기획자가 등장하며 한국 음악은 가시적인 영역에서도 그 변화를 눈에 띄게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다른 한쪽에서는 재능 넘치는 연주자들이 특정 영역에 고립되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유연하게 넓혀가며 한국 음악을 현재의 시점에 맞게 선보이는 중이다. 누군가는 여전히 이러한 시도 하나하나를 파격이라 부르며 극히 일부만을 보겠지만, 지금 나오는 좋은 퀄리티의 여러 작품은 새로운 한 챕터를 여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한층 세련된 한국의 음악은 검색을 통해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쉽고 간편하게 접할 수 있으니, 마음에 드는 곡을 당신의 재생 목록에 한 곡씩 넣으면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해당 기사는 Billboard Korea Magazine Vol.5(구매하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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