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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케이팝 내에 다시 등장하는 포맷
JULY 13, 2020 BLUC

 

 ▲ 엔플라잉 (사진=FNC엔터테인먼트) 

 

과거 클릭비부터 FT아일랜드, 씨엔블루까지 케이팝 시장 내에서 밴드라는 포맷은 그 명맥을 잇는다고 하기에는 다소 느슨하지만 존재해 왔다. 이른바 홍대 아이돌이라 불리는, 인디 음악 시장 내에서 많은 인기를 얻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케이팝 영역 내의 제작 방식이나 활동 영역, 소속사를 두고 움직이는 밴드는 흔치 않았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연주를 소화하고 또 그것을 무대에서 구현하는 데 필요한 품도 만만치 않고, 그룹이 한 가지 장르에 집중한다고 할 때 제약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며 힙합 아이돌 그룹을 표방했던 이들도 케이팝의 영역에 자연스레 녹아들고, 현재 케이팝은 장르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세련되고 다각화된 음악을 선보이는 중이다. 조금 더 현실적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지상파나 케이블 음악 방송에서 연주를 보여줘야 하는 것에 있어 고민이 더 생기고 활동 영역이나 방식을 고민하면, 그리고 자작곡이나 연주 실력 등 더 높은 음악성을 요구하는 것에 비해 큰 인기를 얻는다는 확신이 없다면 케이팝 내에서 밴드라는 도전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클릭비도 처음에는 멤버가 대부분 악기를 들고 연주했다. 하지만 록 음악이 평단의 주류를 이루던 당시 연주를 선보이는 것에 있어 엄격한 잣대를 받아야 했고, 무엇보다 경쟁 상대라 할 만한 그룹이 대부분 댄스 음악을 하는 남성 그룹이었던 만큼 클릭비도 랩과 댄스를 조금씩 겸하는 방식을 취하게 되었다. 클릭비가 활동을 멈춘 이후 애쉬그레이의 노민혁과 하현곤 팩토리의 하현곤은 현재 진행형은 아니지만 긴 시간 동안 자신의 음악적 가치를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밴드 음악은 아니지만 에반 역시 자신의 음악으로 자리를 잡았다. 오종혁은 뮤지컬 배우,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반면 좋지 못한 시간을 가진 FT아일랜드는 데뷔 초에 아이돌 밴드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밴드로서 다방면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멤버 전원이 작사, 작곡에 참여하는가 하면, 일본에서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아레나 투어를 했고, 일본의 록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동시에 자신들만의 색채를 다지는 데 성공한다. 씨엔블루 또한 일본에서 활동을 시작하여 후에 밴드로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다.

 

이후 케이팝 음악 시장에서 좀 더 완성형에 가까운 두 밴드가 등장한다. 하나는 엔플라잉, 다른 하나는 데이식스다. 우선 엔플라잉은 멤버 교체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안정적인 편성과 함께 좋은 모습을 보인다. 특히 다양한 장르를 제대로 소화하는 이승협과 폭넓은 보컬 레인지와 뛰어난 능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유회승의 조합, 유튜브 채널까지 운영하는 차훈과 김재현의 연주 실력, 허니스트의 리더이자 보컬이었을 정도로 뛰어난 역량을 지닌 서동성까지 합류한 지금의 엔플라잉을 보면 데뷔한 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될 수밖에 없다. 엔플라잉은 다양한 장르를 수용하며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케이팝 음악 시장에 부합하는 동시에 밴드 포맷을 지니고 있어 훨씬 자연스럽고 멋지다. 어쩌면 지금 시점에서 가장 완성형에 가까운 케이팝 내 밴드가 아닐까 싶다. 데이식스 역시 좋은 음악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엔플라잉과 비슷하게 멤버들이 작사, 작곡에 참여하는가 하면, 온스테이지 2.0과 같이 음악가로서 인정받는 자리에 등장하기도 했다. 1980년대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팝 록을 선보이는 데이식스는 영어권에서의 활약이 클 뿐만 아니라 동시대 또래의 공감을 얻으며 남다른 울림을 전한다.

 

 ▲ 밴디지 (사진=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이 두 밴드에 도전하는 밴드가 최근 꽤 많이 생겨나고 있다. 소송 중이지만 더로즈를 비롯해 W24, 디코이, 원위, 아이즈, 2Z 등이 해당한다. 2Z의 경우 래퍼를 편성하기도 했고, 아이즈의 경우 청량한 이미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케이팝 밴드도 조금씩 변하고 또 발전하고 있다. 다만 새로운 밴드의 등장과 음악적 성장이 함께 이루어지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엔플라잉과 데이식스가 구축한 색채 내에서, 혹은 기존 밴드 사운드 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그것이 단점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아마 이런 식으로 케이팝 내에서도 밴드가 더 많이 생겨나고 작은 영역이 형성되면 좀 더 에너지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 호피폴라 (사진=모스뮤직) 

 

 케이팝 내에서 또 다른 영역의 등장으로 밴드 활성화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바로 JTBC에서 방영한 <슈퍼밴드> 덕분이다. 밴디지를 비롯해 호피폴라, 루시, 퍼플레인까지 음악적 갈증을 풀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영역에서의 활동까지 기대할 수 있는 밴드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의 밴디지, 미스틱스토리의 루시는 비교적 안정적인 소속사가 생긴 만큼 긴 시간 활동을 기대할 수 있다. 편성 또한 흥미롭다. 루시에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신예찬이, 호피폴라에는 첼로를 연주하는 홍진호가 있다. 호피폴라의 이름 또한 시규어 로스의 곡 제목에서 가져온 것인 만큼 기존의 밴드가 지녔던 색채와 다른 무언가를 기대할 수 있다. 케이팝 내에서 밴드라는 키워드와 포맷은 한동안 지켜봐야 할 관심사 중 하나다. 물론 밴드는 자신들만의 음악을 하고, 그 특성을 생각하면 음악적인 면모를 중심으로 작품을 발표하고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엔플라잉과 데이식스가 팬들과 소통하고 밴드의 서사를 비교적 친절하게, 그리고 다채롭게 풀어내는 것처럼 다른 밴드 역시 좀 더 풍성하게 콘텐츠를 선보이며 케이팝 시장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Billbobard Korea Magazine Vol.4 게재되었습니다.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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