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메뉴바로가기
BILLBOARD KOREA
NEWS
세계와 호응하는 케이팝의 변화
MAY 13, 2020 김윤하

 이제는 누구도 케이팝의 인기를 의심하지 않는다. 재미있는 일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연초만 되면 연례행사처럼케이팝 위기론이 들려왔던 걸 생각하면 말이다. 영혼 없는 댄스 음악에 맞춰 기계적으로 춤을 추는 어린 가수들의 인기는 한순간이라는, 따라서 생명력이 길 수 없다는 단호한 전망. 그러나 이들의 생명력은 호사가들의 짐작보다 훨씬 길고 질겼다. 아이돌 가수들을 중심으로 한 케이팝의 인기는 이제 케이팝 신뿐만 아니라 한국 대중음악의 파이 전체를 키워 나가는 중이다. 

 

(사진=Kevin Winter/Getty Images for dcp)


케이팝의 세계적 인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5년을 기점으로 한국 음악 시장은 피지컬/디지털 음악 판매량, 수출액 등 모든 면에서 성장 가도를 걷고 있다. 성장 폭도 큰 편이다. 2016년 연간 판매량 1,000만 장 돌파 뒤 2017 1,690만 장, 2018 2,300만 장 등 2년 만에 2배가 훌쩍 넘는 수치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인 음반 시장은 물론이고 매해 두 자릿수 이상의 하락 폭을 이어 나가고 있는 해외 음원 시장에 비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디지털 다운로드 시장의 성장 역시 무척 고무적인 사례다.

 

‘국뽕’ 너머의 세계

국내 음악 시장의 이례적인 성장세 뒤에는해외 시장이 라는 강력한 지원군이 자리한다. 해당 분야의 가장 진취적인 예는 역시 방탄소년단일 것이다. 2015년 발표한 앨범 <화양연화 pt.2>빌보드 200’에 처음 171위로 이름을 올린 뒤 2020년 정규 4 을 통해 통산 네 번째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하기까지, 이들이 지나쳐온 길은 자신들의 성취인 동시에 한국 대중 음악 시장의 영역 확장에 다름 아니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격언에 힘입은, 진출하려는 국가의 언어로 노래를 해야 한다거나 지상파 등 공식 채널을 통해 국내 인지도를 높인 후 해외에 점진적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해외 진출 상식은 이들의 성공 사례를 통해 거의 모두라 해도 좋을 정도로 바뀌었다.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지난 수년간 이어진 이런 급진적 변화는 케이팝 앞에 새로운 패들을 늘어놓았다. 우선 해외 진출 곡은 한국어로 불러서는 안 된다는 편견이 깨졌다. 다양한 언어는 선택 사항일 뿐, 각자의 해외 진출 계획에 따라 그에 어울리는 언어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폭이 그만큼 넓어졌다. 2020년 상반기 빌보드발 호재를 전해 온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200 차트 1)과 몬스타엑스의 (빌보드 200 차트 5)는 그런 케이팝의 지금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비교 사례였다. 데뷔 후 7, 지난 그 어떤 앨범보다 깊이 있게 자신들에게 집중한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은 언어에서 정서, 스토리까지 서울 논현동 3층 어딘가의 55제곱미터(17) 숙소에서 시작해 전세기를 타고 전 세계를 오가게 된 지금의 방탄 소년단 그 자체였다. 반면 몬스타엑스는 음악만으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몬스타엑스라는 것을 전혀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180도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1980~90년 대의 레트로 정서를 물씬 담은 부드러운 팝 넘버들로 가득 찬 앨범은 전곡을 영어로 작업한 것은 물론이고 래퍼들까지 노래 파트를 담당하며 한국에서와는 전혀 다른 해외 활동 방향을 적시했다.

 

(사진=Alexandra Gavillet)

세계를 품은 케이팝의 핑퐁 게임

해외 시장이 업계 상수로 들어오며 생긴 변화는 당연하게도 단순한 언어 선택지 확장에 그치지 않았다. 2019년 가요계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콘셉트 이동이 벌어진 한 해였다. 이 흐름을 먼저 주도한 건 걸 그룹이었다. 큐트와 섹시, 이도 저도 아니면 청순을 메인 골자로 하던 걸 그룹 콘셉트 시장에걸 크러시가 등장했다. 전에 없이 카리스마 넘치는 걸 그룹들의 대거 등장은 그 자체로 대세를 이루며 케이팝 신의 지형도를 바꾸었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 해외 시장은 더없이 큰 힘을 발휘했다. 트와이스, 아이즈원 등 초동 판매량이 수십만 장을 넘기는팬덤형 걸 그룹등장 뒤에는 성별, 나이, 국적과 상관없이 공고하게 형성된 팬덤이 있었다. 지금껏 보이 그룹에 게만 해당된다고 여겨진 충성도 높은 팬덤의 존재는 케이팝의 해외 시장 개척과 함께 걸 그룹에게도 충분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거대한 세계관과 이색적인 스토리로 팬들을 사로잡은 이달의 소녀나 드림캐쳐, 힙합을 베이스로 박력 넘치는 음악과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사랑 받은 블랙핑크, 에버글로우 등이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예다.

 

한편 보이 그룹 콘셉트의 흐름 역시 해외 팬들을 의식한 행보를 보였다. 해외 팬들이 열광하는 보이 그룹 콘셉트는 꽤 명확하다. 강렬하고 섹시한 퍼포먼스를 앞세울 것. 실제로 2019년 가장 돋보이는 성장을 보인 그룹 에이티즈는 데뷔 당시부터퍼포먼스 돌을 캐치프레이즈로 건 경우다. 이들은 실제로 자신들의 색깔에 걸맞게 2018년 말 데뷔 후 1년여간 꾸준히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데뷔 때부터 잡힌 뚜렷한 방향성에 힘입은 이들은 데뷔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미국 5개 도시, 유럽 10개 도시를 도는 해외 투어를 진행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20년 초 펜타곤, 골든차일드, 온앤오프, 베리베리 등 데뷔 2~4년 차 보이 그룹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청량에서 다크 & 와일드로 콘셉트를 변경한 것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의식한 결과일 것이다. (실제로 해당 그룹들은 콘셉트 변경 뒤 해외 팬덤의 유입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되는 유튜브 조회 수에서 유의미한 상승효과를 보였다.)

 

(사진=KQ엔터테인먼트)

 

이제 해외는 케이팝 시장의 상수다. 영미권 시장에 맞춰 공개되는 앨범 발매 시간, 새 앨범과 동시에 시작되는 수 개월에 걸친 해외 투어, 그로 인해 생기는 긴 공백기 같은 전에 없는 변화들은 모두 세계를 무대로 한 케이팝이 맞이한 새로운 변화다. 그 안에는 아시아 7개국 합작으로 화제를 모은 지-Z-Pop 프로젝트 같은, 한국을 아예 배재한 수준의 기획도 자리한다. 아직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2020이라는 숫자 속, 케이팝 시장은 어느새세계에서 사랑받는이라는 수식어에만 취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속도로 발 빠르게 체질을 바꿔나가는 중이다. 케이팝생존의 서에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품는 것이 목표로 쓰일 날이 머지않았다.

 


이 기사는 Billbobard Korea Magazine Vol.3의 '지금, 한국 대중음악 신을 흔드는 키워드 5'에 게재되었습니다.


<KEYWORDS 5>
K-POP 4.0 - 케이팝 아티스트 4세대, 그리고 풀어야 할 숙제 / 세계와 호응하는 케이팝의 변화 (기사 보기)

NEWTRO - 옛것이 새것이 될 때 (기사 보기)

TIK TOK - 같이 듣고, 같이 추다 (기사 보기) 

LABEL & ENT. - 끊임없는 변화, 찻잔 속 태풍일까 새로운 바람일까

RAP-SINGING, 노래와 랩의 혁신적인 결합, 랩-싱잉 전성시대 (기사 보기)

 

news@billboard.co.kr

Copyright ⓒ Billboard Korea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