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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P-SINGING, 노래와 랩의 혁신적인 결합, 랩-싱잉 전성시대
MAY 11, 2020 강일권

 

 

 

이른바월드와이드웹(WWW)’ 시대가 열린 이래 한국 대중음악계는 미국 대중음악계의 트렌드를 꾸준히 좇아 왔다. 대략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한 이 같은 경향은 한국 대중음악의 질적인 수준과 시장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순수하게 음악적으론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수반했다. 때론 미국 음악계의 트렌드를 그대로 모방하는 수준에 그쳤고, 때론 한국의 정서 혹은 환경과 화학 작용을 일으켜 독자적인 형태의 결과물로 나타났다. 아이돌 시스템과 맞물려 탄생한 케이팝은 후자의 예라 할 만하다. 그 리고 또 하나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힙합이다.

 

미국과는 전혀 다른 주체들에 의해 이식되고 발전과 변화를 거듭해 오면서한국 힙합이란 고유한 영역을 구축했다. 특히 처음엔 비주류 장르로 시작했으나 이젠 아이돌 음악 다음으로 상업적인 영향력을 갖춘 장르가 되었다. 또한 유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티스트가 모인 곳도 힙합 신이다. 프로덕션은 물론이고 랩 스타일 면에서도 미 힙합 신의 트렌드를 거의 실시간으로 흡수 하여 구현하는 중이다. 오늘날 한국 힙합 음악의 트렌드를 빌보드 랩/힙합 싱글 차트에 오른 곡들을 통해 대부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노래하듯 랩을 하는-싱잉Rap-Singing’이 현재의 한국 힙합을 대변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 2010년대 들어 미 힙합 신에서 랩-싱잉이 대세로 떠올랐고, 한국의 래퍼들도 이를 차용하 기 시작했다. 씨잼, 디피알 라이브, 나플라, 퓨처리스틱 스웨버, 염따, 빈지노 등등, 이미 높은 인지도를 얻은 이들과 막 떠오른 신예를 막론하고 랩에 노래 형식을 혼합하기 시작했다. 미국 현지에선 퓨처Future, 드레이크 Drake, 릴 웨인Lil Wayne, 영 서그Young Thug(흔히 영 떡Young Thug으로 불리는 미국의 힙합 가수),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 키드 커디Kid Cudi,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 트리피 레드Trippie Redd, 칸예 웨스트Kanye West 등등, 두 보컬 형식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버린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고 높은 인기를 얻는 중이다. 그중 릴 웨인, 칸예 웨스트, 드레이크는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아티스트다.

 

한국 힙합 신에서 가장 발 빠르게 랩-싱잉 트렌드를 차용한 대표적인 이들은 일리네어 레코즈1LLIONAIRE RECORDS였다. 그중에서도 빈지노는 2012년에 발표한 솔로 앨범 <2 4 : 2 6>를 통해 본격적으로 랩-싱잉 스타일의 비중을 늘렸다. 일리네어 레코즈의 음악적 방향성은 트랩 뮤직과 맞닿아 있었지만, 빈지노 개인이 추구한 스타일은 드레이크의 것에 가까웠다. 물론 이는 이해를 돕기 위한 분류다. 빈지노는 <2 4 : 2 6>를 시작으로 이후의 결과 물에서도 미 힙합 아티스트들의 랩-싱잉 스타일로부터 받은 영향을 본인만의 개성과 스타일로 여과하여 고유한 스타일을 구축했다.

 

지금은 밈meme 래퍼의 아이콘이 된플렉스Flex’ 염따도 한국에서 랩-싱잉이 크게 유행하기 전부터 시도한 인물 중 하나다. 싱글 <사랑한다고 해줘>를 비롯하여 2012년부터 노래와 랩을 융합해 온 그는 오랜 방황 끝에 발표한 첫 정규 앨범 <살아숨셔>(2016)에 이르러 드레이크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랩-싱잉을 주 무기로 가져갔다. 최초 붐뱁Boom Bap 힙합 스타일을 들고 나와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나플라와 같은 레이블 동료 루피도 빼놓을 수 없다. 따지자면 후발 주자이지만, 그동안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랩-싱잉을 구사하는 래퍼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나플라는 올해 1월에 발표한 앨범 에서 주 무기였던 옹골진 래핑을 자제한 채 노래 보컬에 투신했다.

 

언급한 이들보다 대중적인 인지도는 약하지만 래퍼이자 프로듀서, 퓨처리스틱 스웨버 역시 랩-싱잉 트렌드를 논할 때 중요하게 거론해야 할 아티스트다. 그는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 신에서 유행하는 트랩 뮤직에 기반을 둔 프로덕션과 단선적이지만 중독적인 멜로디의 랩-싱잉을 앞세워 다수의 앨범을 만들어냈고, 끝내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했다.

 

2017년경부터 급부상한 아티스트 디피알 라이브도 대표적이다. 그는 랩과 랩-싱잉 그리고 전통적인 개념에서의 노래를 자유롭게 오간다. 올해 3월에 발표한 앨범 에서는 프로덕션적으로 아예 신스 팝의 영역까지 나아간다. 그만큼 디피알 라이브는 한국 힙합 신의 랩-싱잉 트렌드 최전선에 있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한편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거론해야 할 씨잼의 랩-싱잉은 두 번째 전환점이었던 이모 랩Emo Rap의 영향을 받았다. 오토튠Auto-tune과 릴 웨인, 칸예 웨스트, 드레이크가 랩-싱잉 전성기를 오게 했다면, 이모 랩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치고 들어와 랩-싱잉의 영향력을 10대 집단으로까지 확대시켰다. 이모 랩은 철저하게 블랙 뮤직에 뿌리를 둔 기존의 힙합 음악과 달리 록 음악의 지분이 상당하다. 그래서 보다 싱잉에 더 가까운 보컬 스타일이 지배적이며, 전반적인 음악의 무드 역시 블랙 뮤직 특유의 그루브나 사운드와 거리가 있다.

 

씨잼은 바로 이 지점에서 랩-싱잉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고, 한국의 다른 랩-싱잉 아티스트들과 차별화를 이뤄냈다. 그가 작년에 발표한 앨범 <>은 한국에서도 트렌드가 된 랩-싱잉이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감흥을 전해 준 작품이었다. 더불어 단순히 미국의 트렌드를 그럴 듯 하게 구현하는 수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음악적인 완성도를 담보한 트렌드 좇기의 모범 사례라 할 만했다. 지 난 2 27일 공개된17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올해의 랩&힙합 음반부문을 수상한 사실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힙합 신이 미국 힙합 신의 트렌드에 강박적일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추세는 종종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카피캣의 범람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서서히 트렌드로 떠오른 랩-싱잉 역시 처음엔 카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이상에서 언급한 아티스트를 비롯한 여러 힙합 아티스트의 실력과 결과물의 음악적 성취가 뒷받침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최초 대척점에 섰 던 랩과 노래가 만나 각각의 보컬이 세운 벽을 넘어 혁 신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랩-싱잉은 오늘날의 한국 힙합 신에서도 활짝 꽃피웠다. 이뿐만 아니라 향후 몇 년간 힙합을 넘어 한국 대중음악계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이 기사는 Billbobard Korea Magazine Vol.3의 '지금, 한국 대중음악 신을 흔드는 키워드 5'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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