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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하반기 한국대중음악 시장의 특이점들
MARCH 12, 2020 서정민갑

 

 

볼빨간 사춘기 (사진=GETTY IMAGES)

 


인디 음악과 주류 음악의 경계가 사라진다

음악 강의를 자주 하는 편인데, 그때마다 물어본다. 날마다 새로운 음악이 얼마나 나오는지 아느냐고. 사실 일반인 대부분은 새로운 음악을 잘 모른다. TV에 여러 번 나와야 그제야 듣곤 한다. 그래서인지 한국 대중음악만 해도 날마다 30장 이상의 싱글과 음반이 나온다고 하면 깜짝 놀란다. 나이가 많을수록 요즘은 들을 음악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다.

 

예전에도 좋은 음악은 많았고, 지금도 좋은 음악은 많다고 이야기한다. 아니, 지금이 훨씬 장르도 다양하고 메시지도 풍부하다고 강조한다.

 

그와 맞물려 흥미로운 현상 하나는 갈수록 인디와 주류의 경계를 나누기 어렵다는 점이다. 인디는 독립을 뜻하는 인디펜던트에서 온 개념으로, 대형 음반사/기획사에서 제작한 음악이 아니라 작고 독립적인 제작사/뮤지션이 만든 음악이다. 그러다 보니 뮤지션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트렌드가 있더라도 이를 맹목적으로 따라가지 않는다. 인디 음악 가운데 개성 넘치는 음악이 많은 이유, 철학적이거나 사회적인 주제를 담은 음악 혹은 아방가르드한 음악이 많은 이유이다. 그래서 인디 음악은 참신하고 진지한 음악인데, 주류 음악은 인기를 얻고 수익을 올리려는 뻔한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직접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싱어송라이터 가운데 다수가 비주류 인디 뮤지션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류 음악은 상업적이고 인디 음악은 비상업적이 라는 이분법, 주류 음악은 몰개성적이고 인디 음악은 개성적이라는 구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인디 음악이 싹튼 1990년대 중후반과 2000년대까지만 해도 이분법을 적용하는 게 아주 어색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인디 음악계에는 트렌디하고 대중 친화적이며 보편적인 음악이 드물지 않아졌다. 데이브레이크, 멜로망스, 볼빨간사춘기, 선우정아, 십센치, 옥상달빛, 잔나비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명백한 인디 뮤지션인데, 이들의 음악은 전혀 생경하지 않다. 부담스럽지 않다. 주류의 팝과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홍익대학교 앞에서만 인기 있지도 않다. 이들의 음악은 대형 연예 기획사가 내놓은 음악들과 어울려 온라인 음악서비스 차트의 상위권을 구성한다.

 

 


잔나비 (사진=GETTY IMAGES)

 

 

TV에서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 채널과 소셜미디어에서도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아이돌 음악에 마음 붙이지 못하는 이들은 자연스레 인디 음악을 찾아 듣는 다. 케이팝과 인디 음악을 함께 듣기도 한다. 아이돌 뮤지 션들이 인디 음악을 추천하는 일도 희귀하지 않다.

 

이는 한국 대중음악 시장이 이분법적으로 나눠 있지 않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시장을 구성 하는 오늘의 반영이다.

 

록과 포크 중심의 인디 음악이 지닌 영향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중 적인 반향을 만들어내 려는 제작자들과 뮤지 션의 노력이 맞물린 결과이기도 하다. 인디 음악이라고 해서 더 특이 하게 만들려고 애쓰지 않는다. 뮤지션마다 음악마다 다르겠지만 보편적이어야 살아남을수 있고,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이제는 인디 음악을 듣기 위해 서울 홍익대학교 앞까지 갈 필요가 없다. 온라인 음악 서비스가 있고, 유튜브가 있고, 네이버 온스테이지가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있다. 모든 광역시에서는 대중음악 페스티벌이 열리고,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이 꾸준히 이어진다. 지역과 시간의 경계를 넘어 음악을 즐길 수있는 시대이다. 자신의 취향대로 여행을 가고 식당을 고르듯 음악을 고를 수 있는 시대이다. 생활의 다양한 순간마다 어울리는 BGM을 골라 음악을 듣는 오늘의 음악 소비 패턴은 인디 음악을 더욱 쉽게 선택하고 더욱 가깝게 끌어당길 수있게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특이함보다 보편성과 공감의 가능성이다. 지금 인디 음악 가운데 특히 사랑받는 뮤지션들의 면면이 증명한다. 성공 사례는 다른 뮤지션과 제작자들에 게도 영향을 미친다. 더 많은 뮤지션과 제작자들이 성공을 꿈꾸고 준비한다. 더 이상 인디 음악은 생경하거나 대안적인 음악만의 생태계가 아니다.

 

인디 음악 가운데 알앤비나 팝 성향의 콘셉트가 분명한 팀들이 대중적인 호응을 끌어내는 현실의 반대편에는 주류 뮤지션들이 개성적인 목소리를 내는 현실이 있다. 주류 뮤지션이라고 해서 익숙하고 뻔한 스타일과 메시지를 노래 한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1996년 데뷔한 에이치오티부터 학교 폭력을 고발하는전사의 후예로 파란을 일으켰다. 2000년대 걸 그룹의 역사를 다시 쓴 투엔이원, 에프엑스, 브라운아이드걸스 등도 유사한 스타일을 찾기 어려울 만큼 독특한 스타일로 사랑받았다. 방탄소년단의 음반과 서사는 더 말하기도 입 아프다. 스트레이 키즈를 비롯한 다른 아이돌들도 마찬가지이다. 2019년 엠넷의 퀸덤」에서 에이오에이, 러블리즈, 마마무, 박봄, 오마이걸, (여자)아이들이 선보인 파격의 무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팀만이 아니다. 케이팝 아이돌 음악의 역사가 20여년을 넘기면서 솔로로 독립한 아이돌 뮤지션들 가운데 팀에서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이 늘어간다. 선미가 그렇고, 림킴이 그렇고, 태연이 그렇다. 림킴의 경우는 크로스오버 뮤지션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팀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아이유의 경우, ‘좋은 날을 불렀던 아이유와 ‘Love poem’을 부르는 아이유가 똑같은 뮤지션이라고 생각하기는 불가능하다. 과거 신해철이나 이상은이 감행했던 과감한 시도는 2010년대에 더욱 흔해졌다.

 

이처럼 경계가 허물어진 현실은 한국 대중음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음악의 완성도가 고르게 높아진 상황에서 출발한다. 음악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명제를 제작사도 알고 뮤지션도 안다. 음악을 잘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도 꾸준히 발전했다. 음악 활동을 계속하면서 아이돌 뮤지션들 역시 좋은 음악에 대한 의지가 단단해졌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음악과 뮤지션의 스타일과 서사, 태도가 음악의 멜로디, 리듬, 사운드만큼 중요해졌다는 점이 다. 이제는 음악을 들을 때 음악의 소리만 듣지 않는다. 음악을 실천하는 뮤지션의 삶과 태도, 스타일에 음악의 질감과 정서, 사운드가 어울려 만들어내는 앙상블 같은 콘텐츠를 종합적으로 소비한다.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뮤지션은 단순한 음악인이 아니라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브랜드로 위치를 바꾸었다. 자신을 남다르고 새로우며 깊이 있는 콘텐츠로 계속 생산하면서 교감해 브랜드를 유지하지 않고서는 음악 활동을 지속 하기 어려울 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변화가 빠른 현실에서는 뻔한 음악을 내놓으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다른 음악, 더 감정을 건드리고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음악은 스마트폰 기반의 유튜브와 넷플릭스, 팟캐스트 등등의 플랫폼에서 게임, 드라마, 스포츠, 영화, 웹툰을 비롯한 콘텐츠와도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한다. 다른 콘텐츠보다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주류 음악계에서는 보편적이기보다는 특이하고 특별한 스타일로 아티스트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는 이들이 늘어간다. 인디 뮤지션의 아티스트십을 구현하는 이들이 주류 음악계에서 계속 등장하면서 주류 음악계는 더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이며 역동적일 뿐 아니라 치열한 시장이 되었다. 이렇게 인디 음악과 주류 음악은 서로 닮아간다.

 

지금 중요한 것은 생산의 방식이나 신(scene)의 위치가 아니다. 얼마나 매혹적인 체험을 선사하면서 듣는 이와 공명하는지이다. 그래서 최근 주류 음악계에서 경계를 허물고 아티스트적인 면모를 축적하면서 여성 중심의 음악 팬들을 두루 사로잡고 화제가 되는 뮤지션 대부분이 여성 뮤지션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다른 것은 정체성 만이 아니다. 시선이 다르고 태도가 다르다. 스타일이 다르고 메시지도 다르다. 결국 콘텐츠가 달라진다. 지금 시대가 요구하고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대세는 어느 쪽인가.


다양한 얼굴로 계속 돌아오는 과거

2019 11 9일과 10일 서울의 문화역서울에서 열린 ‘2019 서울레코드페어에 다녀왔다. 문화역서울 곳곳에 자리 잡은 음반 셀러들 사이에서 카세트테이프와 시디, 엘피를 뒤적이는 인파는 작년보다 훨씬 늘었다. 주목할 점은 그중 상당수가 20~30대라는 사실. 엘피를 듣고 자란 세대가 아닌데 엘피를 사러 왔다. 사실 엘피는 불편한 매체이다. 쉽게 파손되고 음반도 잘 관리해야 한다. 들으려면 턴테이블을 비롯한 장비를 구입해야 하며, 가격도 비싸졌다.

 

그런데도 20~30대가 엘피를 구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운드 때문이기도 하고, 체험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엘피를 듣는 일은 과거의 음악을 만나는 일이고, 과거의 음질을 만나는 일이다. 과거의 음반을 보고 만지는 일이기도 하다. 그 사이에 과거의 시간이 스며든다. 그 시간은 자신이 만나지 못한 시간, 만날 수 없었던 시간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자신이 지나온 시간이기도 하다. 엘피를 듣는 일은 다른 이들과 동일하지 않은 자신의 취향을 만들고 전시하는 일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하나면 세상의 거의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에서 엘피의 부활은 다른 사건들과 함께 끝나지 않는 과거를 구성한다.

 

지난해 대중음악계의 특징인 복고의 대표적인 사건은온라인 탑골공원이다. 1990년대 후반에 방송됐던「인기가요 20」을 24시간 논스톱으로 스트리밍하는 ‘SBS KPOP CLASSIC’ 채널과 KBS ‘Again 가요톱10’ 채널의 인기는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떠올랐다. 사실 유튜브를 통해 옛날 음악을 찾아 듣는 경향은 한두 해 일이 아니다. 어지 간한 과거의 히트곡 영상은 유튜브에서 꾸준히 조회 수를 올린다. 하지만 그 경향이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동안 유튜브에 올라온 자료들과 자료를 즐기는 이들이 다소 한정적 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온라인 탑골공원은 보물창고를 연셈이었다. 유튜브가 없고, 방송 채널이 지금처럼 많지도 않았던 시절에 공중파 방송사는 유일한 대중음악 영상 콘텐츠 제작/편집/방송 매체였으며 데이터베이스 기관이기도 했다. 균일하게 완성도 높은 음악 영상 콘텐츠가 계속 공개되자 당시의 팬들은 환호했다. 그때만 보고 다시 볼 수 없었던 생생한 자료인 데다, 모든 사람은 지금의 음악보다 자신이 10 대였을 때 들었던 음악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 탑골공원이 화제가 된 건 당시 10~20대였던 현재의 30~40대 열광 때문만이 아니다. 당시를 살지 않은 현재의 10~20대들도 반색하며 유튜브를 드나들었기 때문에 비로소 사건이 되었다. 이들에게 온라인 탑골 공원은 지금과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음악과 당시의 분위기를 체험하는 놀이이다. 유튜브는 현재의 콘텐츠를 즐길 뿐 아니라 과거의 콘텐츠까지 만나게 해주는 간편한 타임머신이다. 유튜브 덕분에 과거가 동시대가 된다. 과거의 콘텐츠가 현재의 콘텐츠가 된다. 과거의 콘텐 츠는 한정된 오늘의 콘텐츠를 더 풍성하게 해주는 유산 이다. 그중 몇몇은 시티팝의 이름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고, 현재의 음악으로 이어졌다.

 

송가인의 인기도 함께 묶을 만하다. 트로트가 인기 없는 장르는 아니지만, 최근 트로트는 특정 세대 이상으로 확장하지 못했다. 많은 트로트 뮤지션이 활동하고 행사장을 누비지만 대중음악의 중심에서는 완전히 밀려났다. 그런데 TV 조선의 「미스트롯」에 출연한 송가인은 자신의 가창력으로 판을 뒤집었다. 여전히 트로트에 환호하는 세대들은 송가인에 열광했고, 트로트의 유전자가 남은 이들도 송가인의 목소리에 마음을 빼앗겼다. 오랜만에 트로트 톱스타가 태어난 것이다. 「미스트롯」 전국 순회 콘서트는 중년/노년 관객들을 운집시키며 성황리에 끝났다. 송가인의 팬덤은 특정 세대에게 새로운 팬질의 경험까지 선사했다. 송가인은 어떤 세대에게는 가장 강력한 복고의 신호였고, 트로트에 부재했던 것은 2019년의 스타였다.

 

잔나비 (사진=GETTY IMAGES) 

 

마지막으로 MBC 「놀면 뭐하니?」의뽕포유를 이야기하자. ‘유플래쉬’에 이어 11 2일부터 시작한뽕포유는 유재석 에게 트로트 가수 유산슬이라는 새 정체성을 부여했다. 한번도 해본 적 없는 트로트 가수의 역할을 해내면서 유재석은 신인 가수로 다른 공중파 방송국에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버스킹을 감행하고 행사도 뛰었다. 시청률은 4.2%에서 8.0%까지 올랐고, 유재석은 필연적으로 다가온 부진과 정체를 돌파하며 건재를 확인시켰다. 유산슬이 부른 트로트곡합정역 5번 출구사랑의 재개발은 유재석의 활약에 힘입어 여느 트로트곡과는 다른 서사와 재미를 만들어냈다. 빅 히트곡이 되지는 않았지만 달라진 방송환경을 드러내고 트로트로도 재미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만으로 흥미롭 다. 방송에서 만들었다는 사실보다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공유하는 지가 중요한 시대의 음악/방송 콘텐츠로서 유산슬의 노래는 뉴트로의 일부가 되어 복고를 활용하는 콘셉트와 타겟팅의 중요성까지 생각하게 한다. 어느새 모든 세대가 자신의 과거를 불러내는 형국이다. 현재는 일상 적으로 과거를 불러내고 과거와 경쟁해서 미래를 바꾼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고 아무것도 사라 지지 않는다. 내년에는 어떤 과거와 만나게 될까.

 

 

이 기사는 Billboard Korea Magazine Vol.2에 게재되었습니다.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in Billboard Korea Magazine Vo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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